내가 누구인지

Untitled(THLUTTCS), Oil, charcoal and archival glue on canvas, 198×168cm, 2021

Untitled(FFITFFF), oil, acrylic and archival glue on canvas, 76×61cm, 2021

다니엘 보이드

내가 누구인지

호주의 탄생 배경 등에 관한 기존의 낭만주의적 개념을 경계하고 의심하며 일방적인 역사관이 놓치거나 외면한 시선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복원해온 호주 작가 다니엘 보이드의 개인전 제목은 <보물섬>이다. 전시를 통해 스코틀랜드 출신의 소설가 겸 시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동명 소설을 비롯해 허상, 풍경, 언어, 제국주의 그리고 유럽의 계몽주의가 호주에 남긴 흔적 등을 폭넓게 탐구한 신작을 선보인다. 접착제인 풀로 찍은 투명한 점들로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재현하며 호주의 역사를 재해석한 회화 작품과 이번 전시의 원천인 소설 <보물섬>을 비롯해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호주의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소재를 작업에 담아낸다. 더불어 작가의 할머니, 어머니 등 가족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를 선보이며 호주 원주민 출신인 자신의 뿌리에 대한 존재론적 고찰을 멈추지 않는다. 그 고찰의 바닥에는 의구심과 의심, 머물지 않고 나아가려는 태도가 있다.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 6월 17일부터 8월 1일까지. 국제갤러리.

다른 신체의 다른 감각

우리는 머릿속으로 기억을 떠올릴 때나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언제나 특정한 공간적 맥락을 함께 상상한다. 의식 속에서 공간을 인지하는 감각은 언어의 변화나 과거 경험의 차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전시는 화면 안의 공간에 익숙해진 오늘의 세대가 이전 세대와는 다른 공간감을 갖게 된 사실에 주목한다. 오류나 정신 분열쯤으로 치부되었던 현실에 대한 다른 인지가 기술의 발달에 따른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전시 제목 <호스트 모티드>는 감각하는 주체로서 인간 신체를 의미하는 ‘호스트(Host)’와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임의로 변조하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 ‘모드(Modded)’를 붙여 만들었다. 전시에 참여하는 시셀 마이네세 한센, 김지선, 레이첼 로즈는 각각 공간과 대상에 대한 다른 인지를 가진 신체를 제안한다. 미래 도시를 소개하는 인체와 모더니즘 건축물에 들이닥친 재난을 병치하여 시간의 진행과 공간의 구조를 뒤섞는다. 작가가 직접 개발한 게임을 통해 관람자를 플레이어의 자리에 소환하기도 한다. 7월 11일까지. 아트선재센터.

확인 또 확인

홍승혜와 사사는 서로의 작업을 선택하고 상대의 작업 제작 방법론을 실행한다. ‘언젠가는 한번 함께 전시할 것’을 구상했던 두 작가의 계획이 비로소 실현되는 순간. 둘의 전시 ‘만들기’는 각자의 작업을 공간에 펼쳐놓는 흔하디흔한 2인전의 방식으로 안착하지 않는다. 전시는 ‘작품을 한다는 것’과 ‘전시를 함께 연다’는 것에 관한 비평적 독해다. 아이디어와 규칙은 서로 포개어지고 변화하고 변이해간다. 비로소 새로운 개념과 형식을 찾는다. <교차확인>은 전시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행동의 슬로건인 셈이다. 서로를 향한 집요한 결정과 수행에 의해 완성된 통찰과 정보가 있다. 큰 그림과 디테일, 지시문과 실행의 여정이 있다. 그러니까 이 전시는 작가가 행하는 작가에 관한 연구다. 6월 30일까지. 시청각 랩.

    에디터
    최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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