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잘하고 있나요? 1
목욕을 사랑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즐기지 못하기 일쑤다. 추워서, 귀찮아서, 시간이 없어서. 하지만 몸도 피부도 예뻐지려면 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하는 수밖에.
겨울의 목욕은 가끔 스트레스를 불러오기도 한다. 목욕을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시작부터 추워서 근육을 움츠린 채 억지로 하려고 하면 목욕이 스트레스가 된다. 이럴 때에는 ‘욕조에 물을 받아 욕실을 좀 데운 후 본격적으로 시작할 거야’라고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덜하다. 그래서 시간이 좀 여유로운 저녁시간에 하는 것이 심신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욕조에 몸을 담그기에 앞서 물 온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목욕물이 너무 차가우면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고 또 너무 뜨거우면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체온보다 약간 높은 38~40℃가 이상적인 온도예요. 약간 뜨거운 정도의 온도가 근육 이완을 돕고 몸의 피로를 풀기 적당하죠. 그러나 강도 높은 운동으로 육체가 피곤한 경우라면 40~45℃의 고온욕이 효과적이기도 하죠.” 피부과 전문의 최혜정의 말이다. 몸이 나른하고 자극을 원할 때는 18~21℃의 냉온욕도 좋지만 빨리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물 온도를 맞췄다면 본격적인 목욕 준비를 마친 셈이다. 입욕 시 더운 열기로 땀을 많이 흘려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차가운 물을 1~2컵 마시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식사 후 바로 목욕을 하면 소화에 필요한 혈액이 피부 표면에 몰려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식사를 하고 1시간이 지난 뒤에 목욕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 후에는 전신욕, 감기에는 반신욕
솔직히 정해진 목욕법이란 없다. 각자의 신체 컨디션에 따라 목욕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한 운동으로 근육이 많이 뭉쳤다면 약간 뜨거운 40℃ 이상의 물로 하는 전신욕이 알맞다. 높은 온도의 전신욕은 혈액순환과 대사를 촉진해 단시간에 피로를 풀어주고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이때 물속에서 뭉친 근육을 마사지하면 근육 이완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심장이 약하거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전신욕을 피하라고 조언하는데, 이는 높은 온도일수록 어지럼증이나 심장마비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반신욕이 대안이다. 특히 반신욕을 좀 강조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하체를 따뜻하게 해 몸의 온도 균형을 맞춰주는 반신욕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감기의 근원적인 원인을 치료해주기 때문인데, 특히 감기에 걸렸다면 38℃ 정도의 따뜻한 물에서 하는 반신욕이 정말 좋다. 단, 몸이 차가운 상태라면 어느 정도 체온을 회복한 후 물에 들어가는 것이 좋으며,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전신욕은 절대 금물이다. 물론 어떤 입욕이든 15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여기에 입욕제 사용은 필수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갖자. 혈액순환을 도울 뿐 아니라 피부탄력을 높이는 데 이만한 것이 없으니까.
반신욕을 못한다면 족욕이라도
전신욕이나 반신욕 후에는 반드시 양말부터 신어 몸의 온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욕조 목욕이 여의치 않다면 족욕을 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서서히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해 발의 부기뿐 아니라 전신의 피로를 푸는 족욕은 간편하면서도 충분한 효과를 보장한다. 반신욕을 가끔하면 족욕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족욕은 매일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족욕을 위한 입욕제부터 발 전용 스크럽, 페디 마사지 오일, 마무리하는 발 재생 크림까지 단계별 풋스파 제품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발뒤꿈치에 피부건조증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목욕 후 보습제를 바로 바르고 수면 양말을 신는 것이 좋으며 검증되지 않은 오일 제품의 경우, 모낭염을 일으킨 사례도 있으므로 제품 선택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목욕을 한다면 순서는?
1. 욕조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로 몸을 씻고, 심장 쪽을 향해 문질러 올리듯 팔을 씻는다.
2. 목 주위는 쉽게 노화하는 곳이므로 목을 쭉 빼고 아래에서 위로 문질러 올리듯 씻는다.
3. 가슴은 유두를 피해 유방 주위를 원을 그리듯 마사지한다.
4. 등을 꼿꼿이 편 다음 배꼽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이 문질러 씻는다.
5. 발부터 다리는 심장을 향해 마사지하듯 문질러 씻는다.
6. 등은 손잡이가 달린 브러시를 이용해 힘을 주어 위아래로 문지른다.
7. 엉덩이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듯이 밑에서 위로 문질러 씻는다.
각질은 부디 살살
때수건으로 때를 미는 것이 피부에 좋지 않다는 것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때를 밀지 않고는 뭔가 개운하지 않아 피부에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감행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때란 각질층을 의미하는데 그 기능은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다. 각질층은 피부를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할 뿐 아니라 각질 세포를 연결해주는 천연보습인자를 포함하고 있어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고 수분의 증발을 막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따라서 때를 밀어 이러한 각질층을 모두 제거하면 피부에 큰 손실을 주는 것이다. 또한 예민한 피부나 아토피 피부염 환자, 알레르기 피부염 환자, 피부 건조증이나 가려움증이 있는 경우는 목욕 시 때를 밀때 강한 자극을 주면 자극에 의한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때수건 사용을 멀리하고 보디 스크럽제와 보디 샤워 글러브, 스킨 스펀지와 친해져야 한다. 표피층에 상처를 내지 않고 각질만 탈락시키려면 이러한 각질제거 제품을 피부에 자극이 되지 않게 살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피로를 풀어주는 오일
욕조에 오일이 묻는 것을 상상하면 떨어뜨리기가 좀 망설여지지만 우리에게는 샤워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요즘 입욕 오일은 욕조 가장자리에 진득하게 엉겨 붙지 않는다. 입욕 오일이 따로 나와 있지만 더 효과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목욕물에 에센셜 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도 좋다. 몸 상태에 맞는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면 아로마테라피의 효과가 극대화되어 지친 몸과 마음이 금세 편안해진다. 일의 능률이 떨어지거나 피곤한 날에는 레몬류의 허브를 목욕물에 띄우면 효과가 그만이다. 레몬의 리모넨 성분이 몸에 쌓인 피로를 말끔하게 풀어주기 때문이다. 운동 후 온몸이 쑤신다면 근육을 풀어주는 유칼립투스나 멘톨 에센스 오일도 괜찮은 선택이다. 우울한 날이라면 거품이 온몸을 가득 덮는 버블 배스도 도움이 된다. 동시에 마음에 드는 향초를 켜놓거나 말린 꽃잎을 물 위에 띄우면 아로마 효과로 정신을 맑아지는 것은 물론 시각적인 즐거움도 더한다.
헤드 스파도 함께 한다
헤드 스파는 두피의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모발을 건강하게 하고 안색까지 맑아지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목욕 따로 헤드 스파 따로 하는 것보다 반신욕을 하는 날 두피와 모발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꺼내 반신욕 전에 바르고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모발을 적시고 욕조에 들어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모발이 물에 닿으면 큐티클층이 벌어지고 약해져 모발 손상을 가져오고 두피도 지나치게 뜨거워지면 이상 피지 분비와 열감으로 건조증을 유발해 탈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두피를 진정시키는 트리트먼트 제품을 사용하고 목욕이 모두 끝난 후 마지막에 물을 묻혀 샴푸를 하는 것이 좋다.
샤워도 대충 하지 말아라
샤워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할 수 있지만 샤워 후에 관리를 적절하게 하지 않으면 몸에 남아 있는 수분이 함께 증발된다. 샤워는 하루에 한 번 정도가 좋고, 물 온도는 미지근해야 피부가 덜 건조해진다. 피부가 평소 건조하다면 비누를 자주 사용하는 것보다 되도록 보디클렌저를 사용하고 비누를 사용한다면 알칼리성보다는 중성 혹은 약산성 비누를 선택한다.
Spa Secret
몹시 궁금했지만 마땅히 물어볼 데가 없는 곤란한 질문에 피부과 전문의 서구일이 답했다.
Q. 떠먹는 요구르트를 사용한 마사지는 효과가 있나?
과일 요구르트의 경우 각질을 자극하는 과일산이 들어 있기 때문에 아주 민감한 피부라면 피하는 것이 좋고 종류나 상태, 보관 상태에 따라 자극원이나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 물질)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단 건강한 피부라면 각질층이 정리된 상태에서 발랐을 때 부드럽고 촉촉한 피부로 가꿀 수도 있다. 단, 한 번 사용하고 남아서 욕실 한쪽에 두었다가 다음 날 재사용하면 습도, 온도가 높은 상태로 장시간 보관되어 변질 및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
Q. 목욕하는 동안 샤워기의 수압을 이용해 마사지하듯 하면 셀룰라이트 제거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냥 일시적인 방편일 뿐 셀룰라이트 제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Q. 실면도를 하거나 솜털을 미는 것은 어떤가?
솜털은 제거하기도 어렵지만 제거하는 과정에 피부 각질층에 자극을 줄 가능성이 높다. 민감한 피부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솜털 제거 과정에서 피부 각질층도 일부 제거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때를 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기계적으로 제거하는 과정 중 깊이 조절에 문제가 있다면 피가 나거나 상처가 날 수 있고, 2차 감염이 될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털이 없어지면 그 부위의 피부가 밝아 보이거나 좀 더 부드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털이 다시 자라면 그 효과는 사라진다. 반복적인 기계 자극은 피부 붉어짐이나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그럴 경우 피부 톤이 어두워지거나 피부 착색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Q. 도자기 같은 손바닥만 한 그릇이나 접시로 마사지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피부 접촉면이 좁고 강한 힘이 작용하므로 마사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겠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좁은 면에 강한 힘이 작용함으로써 피부 손상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강한 힘으로 반복적인 자극을 준다면 상처 등이 생길 수 있지만 숙달되어 있어서 가볍게 마사지하는 정도라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가족이라도 다른 사람이 사용한 것을 사용한다면 위생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Q. 지방 분해 및 땀, 독소 배출 효과가 있다고 해서 죽염이나 천일염으로 셀프 마사지를 한다. 독일까, 약일까?
알칼리성인 천일염은 황산나트륨, 핵비소 같은 독성 성분도 지니고 있는데, 김치나 된장 등 식품에 사용 시 발효되면서 이런 독성 성분이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땀을 많이 흘린 상태에서 천일염을 몸에 바르면 땀이 천일염에 흡수되어 쾌적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독성 성분이 피부 속으로 흡수되어 축적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정성이 확인된 입욕 소금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Q. 좌훈욕이 좋다는데 목욕할 때마다 할 수 있도록 좌훈기를 구입할까, 집에서 만들어 사용할까?
좌훈욕은 ‘아로마 요법이 동반된 반신욕’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반신욕의 효과와 아로마 효과가 상승해 심신에 안정을 줄 수 있다. 반드시 좌훈기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며 반신욕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아로마 약제를 구입해서 본인이 원하는 용도로 적절히 조합해서 사용하면 된다.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강미선
- 포토그래퍼
- 정원영
- 기타
- 도움말 | 최혜정(차앤박 피부과 성신여대점 원장), 서구일(모델로 피부과 청담점 원장), 김방순(에스앤유 피부과 원장), 한규리(비포앤애프터 클리닉 뷰티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