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메이크업의 순결함
석고상같이 아름다운 흰 피부, 창백하면서도 힘있는 하얀 눈매, 순수해 보일 수도, 사랑스러워 보일 수도, 시크해 보일 수도 있는 화이트 메이크업의 순결함.
고대 그리스의 신들은 흰색을 사랑했다. 제우스는 하얀 황소로, 레다는 백조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 있는 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역시 그렇다. 흰색은 물질적인 지상의 세계를 초월한 색이다. 겨울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데 이 흰색을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요즘의 흰색은 많은 뜻을 내포한 ‘Fresh’라는 수식어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신중국미술전에서 마주한 중국 작가들은 붉은색에서 자유로워 보였다.
한 언론은 이 전시를 보고 ‘Fresh Look’이라는 헤드라인을 뽑기도 했다. 에디터 역시 위앤위앤의 ‘물거품’을 비롯한 나머지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7명의 신중국미술가 중 4명이나 흰색의 오브제를 사용한 것에, 붉은색 없는 미술품을 보인 것에 연거푸 놀랐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느낌이었다. 자하 하디드의 포스트 모던 건축물을 엿봤을 때나, 차분하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어쿠스틱 사운드의 곡들로 채워진 레나 스완버그의 앨범을 마주했을때 느꼈던 그 ‘새하얀’ 기분 말이다. 물론 화이트 컬러 트렌드에는 여러무드가 있다. 현재 가장 가까운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오브제를 들라면 웨지우드나 레녹스의 무결점 화이트의 테이블웨어 쪽이다.
우리의 눈은 사물을 볼 때 사물의 색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주변이 어둡다면 어두워 보이고, 주변이 밝다면 사물의 색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미술관 벽면이 대부분 흰색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 역시 흰색 아이라이너나 아이섀도를 사용한 눈화장을 돋보이게 해줄 피부 표현에 집중하고 있다.
“매끈한 석고상 같은 피부의 비밀은 메이크업 베이스, 프라이머를 차례대로 바를 때 최대한 얇게 덧바르는 피부 표현법과 하이라이팅에 있어요. 에어브러시를 사용한 느낌이 들게끔 말이죠. 하지만 지나치게 번들거리지 않게 주의했어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소녀 같지 않나요? 피터 필로토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루시아 피카의 말이다. 릭 오웬스 쇼의 루시아 피에로니도 이러한 피부 톤을 완성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광채가 나는 표현법이에요. 눈썹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소 창백해 보이는 맥의 페이스 앤 보디 파운데이션 N1을 얼굴 전체에 바른 후 눈썹을 그렸어요.”
질레 보르도 감독의 영화 <르누아르>에 출연한 크리스타 테레의 우유같은 천사의 피부로 만들기 위해서는 두꺼운 피부 화장으로 잡티를 가리는것보다는 잡티가 살짝 보이더라도 자연스러운 피부 톤을 살리는 것이 좋다. 얼굴이 노랗다면 핑크색, 보통이라면 흰색 메이크업 베이스를 이용해 피부 톤을 고르게 조정한 후 피부색보다 한 단계 밝은 리퀴드 타입 파운데이션을 얼굴 전체에 얇게 발라 밝고 촉촉한 피부를 표현한다.
파우더는 최소량만 바르거나 흰색 피니시 블러셔로 대체해도 된다. 바른 뒤에는 큰 브러시를 이용해 충분히 털어내는 것이 좋다.“완벽하게 커버해도 되지만 절대 과한 느낌을 주면 안 돼요. 반짝이면서 윤이 나는 피부여야 하죠. 파우더를 사용한다면 아주 조금만 발라야 해요. 피부가 울긋불긋하다면 컨실러를 사용하고요. 파운데이션을 바르지 않은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해요.” 에르뎀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사라 루체로의 말이다.
눈 밑은 그동안 외면했던 밝은색 컨실러를 브러시를 이용해 커버하고, 하이라이트 블러셔를 바르면 된다. 이후 눈두덩 전체에 흰색 아이섀도를 바른다. 섀도가 약간 반짝이는 질감이어도 좋다. 단 아이홀 부분에 베이지색 섀도로 음영을 준 뒤 사용해야 색이 오래 지속된다.
두 번째 아이 메이크업 트렌드는 흰색 아이라이너 펜슬을 사용한 눈매다. 흰색 아이라인은 흰색 섀도만 사용했을 때에 비해 눈이 커 보이는 효과가 있긴 하다. 특히 펜슬 제품으로 아이라인을 그리면, 눈매가 선명하면서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눈썹도 밝은 컬러로 마무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눈썹용 브러시를 이용해 밝은 브라운 섀도를 살살 묻히듯 바르고, 입술은 투명한 핑크빛 립글로스나 립스틱을 두드리듯 발라 완성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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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강미선
- 포토그래퍼
- JAMES COCHRANE, KIM WESTERN ARNOLD, Lee Ju Hy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