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찾아오는 치매, 영츠하이머! 혹시 나도?

뭘 검색하려고 했더라? 어제 뭘 먹었더라? 자꾸 깜빡하는 일이 많다면 당신 또한 20~30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영츠하이머’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증상과 원인, 예방 및 극복 방법까지 영츠하이머에 대한 모든 것.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자마자 또다시 망각의 늪으로 빠지고 말았다. ‘방금 내가 뭘 하려고 했지?’ 혼잣말을 되뇌는 일이 다반사다. 분명한 목적을 갖고 핸드폰을 쥐었을 텐데, 도무지 무얼 하려고 했던 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몇 분 후 기억이 떠올라 ‘아, 맞다!’라며 소리 없는 환호성을 외치기도. 결국 생각했던 것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속으로 자책하기 일쑤다. 그러고는 별거 아니었을 거라며 자위한다. 별거라면 큰일이고, 아니라면 다행인 거다. 나 포함 요즘 2030세대의 절반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요즘 애들 그리고 영츠하이머

65세 이상에서 주로 발견되는 노인성 치매 즉 알츠하이머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영츠하이머’라는 말은 들어보았는가? ‘젊은(Young)’과 ‘알츠하이머(Alzheimer)’를 합성한 국내 신조어다. 젊은 층에서 종종 호소하는 건망증, 기억력 감퇴를 두고 이렇게들 표현한다. 장기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노년기 치매 못지않게 ‘영츠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젊은 세대가 기억력 감퇴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다 보니 이러한 신조어까지 탄생한 것이죠”라며 아직까지 이를 질병으로 규정하기보다는 하나의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이야기한다. 정확한 병명도 아니고, 개념 정립이 확실히 이뤄진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는 의학적 연구나 정확한 통계 수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작년 잡코리아와 알바몬 통계센터가 제공한 건망증과 관련한 자료는 눈여겨볼 만하다. 649명의 2030세대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무려 43.9%가 그들 스스로를 영츠하이머라 답한 것. 특히 영츠하이머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스마트폰·PC 등 과도한 전자기기 사용을 꼽았으며, 이는 51.9%로 응답자의 절반을 웃도는 수치였다. 일단 병은 아니라고 하니 안심이라고? 하지만 잦은 건망증으로 때를 놓치고, 일을 그르치는 등 지속적으로 피해를 보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디지털 치매

‘영츠하이머’로 인한 기억력 감퇴는 노년기 치매와는 다르다. 뇌세포의 파괴로 인한 것이 아닌 뇌의 과부하로 인한 현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기억 등록 자체가 어려운 노인성 치매와 달리 영츠하이머 환자는 집중력 문제와 이로 인한 단기 기억 저하가 주된 문제인 셈. 뇌를 지치게 만드는 원인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스마트폰과 같은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이다. 그렇기에 영츠하이머는 디지털 치매라고도 불린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한국의 사회지표 주요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2019년 기준 처음으로 20%를 돌파했으며, 2020년엔 23.3%로 급격히 증가한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장기중 전문의는 “디지털 기기는 우리 뇌의 ‘외부 기억 장치’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데 언제든지 구글링이 가능하다고 믿는 ‘구글효과(Google Effect)’로 인해 뇌의 정보 처리 방식의 변화는 일의 능률을 저하시키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확연히 떨어트린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뇌는 기억하는 일 자체보다 외부에 저장된 ‘기억을 찾는 것’에 익숙해지고 만다. 우리는 실제로 뇌가 아닌 구름 속에 저장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디지털 치매, 자가진단

하려던 말이 생각나지 않아 더듬고, 직접 설정한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해 곤란한 경우를 겪은 적이 있을 거다. 물건을 사러 마트에 갔다가 잊고는 두세 번 왕복하고, 심각한 경우 전날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해 주위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 적은? 만약 그렇다면 스스로 디지털 치매는 아닐지 의심해봐야 한다. 아래의 자가진단 방법을 통해 상태를 확인해보자. 4개 이상이면 디지털 치매 해당자, 3개면 디지털 치매 위험군으로 평가한다.

1 외우는 전화번호가 회사 번호 또는 집 번호뿐이다.
2 주변 사람과 대화 중 80%는 SNS로 한다.
3 전날 먹은 식사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다.
4 신용카드 결제 시 이외에 거의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는다.
5 처음 봤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전에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다.
6 자꾸 같은 말을 하느냐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7 운전은 내비게이션에 의존하고 목적지로 가는 길을 떠올려본 적이 없다.
8 몇 년째 사용하고 있는 본인의 전화번호가 갑자기 떠오르지 않은 적이 있다.
9 분명히 알았던 한자나 영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10 애창곡이라도 가사를 보지 않으면 노래를 못 부른다.

정신적 추락

장시간 디지털 기기 사용 이외에도 우울증이나 과도한 음주로 인한 블랙아웃 현상도 영츠하이머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장기중 전문의는 “우울함을 느낄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나 알코올 섭취는 직접적으로 우리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손상시킵니다. 우울증은 감정이나 신체 증상으로도 나타나지만 ‘가짜 치매’라 불릴 정도로 심한 집중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죠”라며 우울증의 ‘인지적 증상’에 대해 설명한다. 또 요즘 들어 과도한 음주로 인한 블랙아웃을 경험하고 진료를 받기 위해 내원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알코올성 치매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우울증이나 과음으로 인한 건망증은 반복되다 보면 뇌 기능을 떨어뜨려 실제 치매로 이어질 수 있으니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줄이고 비우기

영츠하이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개인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디지털 기기의 사용 제한과 더불어 우울증, 알코올성 치매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교정하려는 시도가 시급하다. 제일 직접적인 방법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바른 ICT 연구소의 <스마트폰 사용시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 연령대 가운데 20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가장 높고, 10대 다음으로는 30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남자는 주 38.3시간, 여자는 주 42.7시간, 30대 남자는 주 32.3시간, 여자는 주 35.1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평균 5~6시간 정도, 무려 하루의 1/4을 스마트폰 사용에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하루 2시간 이하로 줄여 뇌의 정상성을 돌려놓고 스스로 인지하고 생각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또 역설적이게도 과부하로 인한 영츠하이머들에겐 적극적이고도 적절한 망각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수많은 자극으로 꽉 차 있는데,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소거해나가는 작업이 요구된다. 흡사 영츠하이머와 반대 개념처럼 보이는 망각이 오히려 뇌를 소중히 다루는 방식이 되고, 때로는 공간을 만들어줌으로써 필요한 기억을 생성할 수 있게 돕는다니! 멍 때리는 것이 가끔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다.

Q&A

Q 영츠하이머와 치매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영츠하이머는 기억력 이외에 언어, 실행 능력, 시공간 능력 등 다른 인지 영역의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반면, 치매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인지 관련 문제가 나타나 혼란스럽다. 또한 영츠하이머는 기억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잊고 힌트를 통해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반면, 치매는 자신이 경험했던 일을 광범위하게 잊어버리고, 힌트를 줘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Q 영츠하이머,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치매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A 아직까지 영츠하이머가 치매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하지만 65세 미만에서 발생하는 초로기치매 유병률이 늘고 있기에 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이 치매를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도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뇌의 과부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우울증이나 과음으로 인한 건망증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반복되다 보면 뇌 기능을 떨어뜨려 실제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MORE TIPS 

+ 스트레스 관리
명상, 요가, 음악, 복식 호흡 등 자신만의 뇌 이완법을 찾아보자. 특히 운동은 인지 기능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기억과 관련된 해마의 크기를 확장시키고, 새로 만들어진 신경세포를 생존하도록 돕는다. 일주일에 최소 세 번, 하루 한 시간 정도, 약간의 땀이 흐를 정도의 강도로 운동할 것을 추천한다.

+ 충분한 수면
수면은 우리 뇌가 회복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최소 8시간의 수면을 유지할 것을 권하는데, 수면하는 동안 뇌는 낮 동안 있었던 여러 기억을 재처리하는 과정을 거치고,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츠하이머 증상이 회복 중인지, 아니면 악화되고 있는지 이해하려면 수면 양상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적절한 식단
뇌의 디톡스 음식으로 알려진 콜리플라워, 브로콜리, 배추, 양배추, 순무, 청경채 등의 채소를 통해 다채로운 영양소를 흡수할 것. 설탕을 피하고, 익히지 않은 당근을 통해 비타민A를 보충하며, 미역이나 다시마 등을 통해 요오드를 섭취한다. 견과류, 올리브 오일, 연어 등을 활용한 지중해식 식단도 기억력 보호에 도움이 된다. 오메가3와 비타민 B1, B6, B12, C, D, E 등을 포함한 영양제도 기억력 개선에 효과적이다.

    에디터
    김민지
    일러스트레이션
    SIMONE NORONHA
    도움말
    장기중(아주편한병원 부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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