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오후 / 구자성

구자성은 치열하게 부딪혀보려고 한다. 잘생긴 사람은 많지만 자신을 증명하는 사람은 드문 세상에서. 

재킷, 팬츠, 레이어드한 쇼츠, 벨트는 모두 프라다(Prada).

아직 구자성의 이름이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8년 <미스티>의 ‘곽기자’를 연기하던 말간 얼굴을 떠올리면 상황은 다른 국면이 된다. <미스티> 이후에는 <초면에 사랑합니다>와 <우리, 사랑했을까> 등에 정직한 힘이 담긴 얼굴로 출연했다. 2022년 봄, 스스로 전환점이라고 말하는 <스폰서>를 통해 상쾌한 질주를 펼칠 작정이다.

일요일 오후의 기분은 어때요?
좀 설레는 편이에요. 한 주의 끝이자 시작이니까요. 마음가짐을 정리하면서 돌아오는 일주일을 계획하기 좋은 시간이에요. 내일부턴 어떤 재미있는 일이 생길까? 

일요일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말하네요.
축구 보는 걸 좋아하는데요. 토트넘 경기가 일요일에 많아요. 그러고 보니 일요일이 오기를 기다리고, 일요일이 가는 걸 기다리며 기대하는 것 같네요. 

축구 보는 거 말고 또 뭘 해요?
한 3년 전부터 종이 신문을 구독하고 있어요. 그날그날 챙겨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평일에 보지 못한 신문을 봐요. 그냥 무료하게 보낼 때도 많고요. 

귀하다는 종이 신문 구독자가 여기 있네요.
정서적으로 되게 좋아요. 꼭 첫 장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지 않아도 한 장 한 장 넘기는 감각이 좋아요. 책이랑은 또 다르잖아요. 넘기다가 마음에 드는 기사가 있으면 읽고요. 어릴 땐 몰랐는데 신문에 별의별 내용이 다 있어요. 종이 신문에서만 볼 수 있는 광고도 있고요. 

재킷, 셔츠, 스웨트 팬츠는 모두 네이비 바이 비욘드 클로젯(Navy by Beyond Closet). 스니커즈는 나이키(Nike). 네크리스는 믹시마이(Mikshimai).

대본도 책으로 봐요? 요즘은 휴대폰이나 태블릿으로 보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게 안 돼요. 잘 안 읽히더라고요. 무조건 종이에 인쇄된 거나 책으로 된 것만 봐요. 대본이랑 신문이랑 종이 질감이 좀 비슷해요. 저는 그런 게 더 잘 맞아요. 

말하기 전까진 좀 차가워 보였는데 안 그렇네요. 어떤 사람이에요?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제 겉모습이 뭔가 차갑고 날카롭고 세련된 그런 이미지가 있나 봐요. 그 이미지도 좋긴 한데, 저는 주로 좀 느린 사람이에요.

회사 자료실에 예전 책이 다 있어요. 지난 밤 <얼루어>의 남매 <GQ> 몇 권을 펼쳤더니 자주 당신이 있더군요. 사진은 그렇게 남죠.
20대 초반에서 중반까지 제 모습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어요. 모델 일을 할 때 다른 친구들에 비해 기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실린 잡지를 다 가지고 있진 못하지만 휴대폰 사진첩엔 가지고 있어요. 지금도 한 번씩 이렇게 봐요.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앳된 얼굴에 더 슬림했어요. 좀 변했나요?
몸이 많이 커졌죠. 그땐 슬림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이어트 위주의 관리를 하던 때예요. 사진으로 볼 땐 슬림한 몸도 예쁜데, 어느 날 광고 촬영을 하고 모니터를 봤더니 꼭 아픈 사람처럼 보이더라고요. 배우가 되기로 하면서 사진과 영상에서 모두 괜찮게 보이는 몸을 만들기로 했어요. 건강해 보이는 쪽으로요. 저는 지금 컨디션이 딱 좋은 거 같아요.

니트 베스트는 마르니 바이 무이(Marni by Mue). 이너 패딩 베스트, 글러브는 몽클레르(Moncler). 팬츠는 네이비 바이 비욘드 클로젯. 슈즈는 펜디(Fendi).

자기가 잘생긴 건 알죠?
하하. 진짜 객관적으로 자기 평가를 해보자면요. 저는 제가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쁜 옷 입고 화보 찍을 때 한 번씩 ‘괜찮다’ 정도의 생각을 할 뿐이에요. 다 그런 것 같은데 거울 속 내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장점보다 단점이 크게 보이잖아요. 거울도 잘 안 봐요. 

그럼 자기 얼굴을 어떻게 생각해요?
지금 트렌드에 맞는 얼굴이라고 하면 그렇게 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그런 시기에 태어나서 이런 대화를 하고 있나 봐요. 그냥 그 정도?(웃음) 

모델 출신 미남 배우가 부딪히는 딜레마를 생각해요. 언제나 자신을 증명할 기준이 필요할 것 같아서. 어때요?
어떤 말인지 알 것 같아요. 모델 출신 배우에게 은근히 기대가 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 노력해서 실력을 쌓는 게 중요하고요.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어떻게 하면 그 편견을 깰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요. 원래 성격이 그렇기도 하지만 현장에서도 일부러 털털하고 친근하게 다가가요. 그럼 또 금방 친해질 수 있어요. 

망가지는 것도 두렵지 않아요?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주변에서 말릴 때가 있을 정도예요. 연기를 하면서 느낀 건데 망가질 때 망가질 줄 아는 게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그 틀을 완벽하게 깨부쉈나? 그건 아니거든요. 그 기준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시작과 끝이 한결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이 마음이 시간이 흘러도 같았으면 좋겠어요. 작품이 잘되든 안 되든 지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싶어요. 저는 그 과정 자체가 재미있거든요.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2022 3월호에서 확인할 있습니다.

    에디터
    최지웅
    포토그래퍼
    SHIN SUN HYE
    스타일리스트
    김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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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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