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머리의 습격
앞머리를 장식하던 시스루 뱅이 머리 전체로 퍼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백스테이지의 모델들은 저마다 쇼트 헤어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짧은 머리는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으며!
쇼트 헤어는 용기가 필요한 헤어 스타일이다. 그래서일까? 뭘 해도 예쁜 스타가 머리를 자른 모습을 보고 ‘긴 머리보다 상큼하다’는 확인이 되어야 안심하고 도전하게 된다. 다행히도 톱 클래스의 해외 모델들이 그 선봉에 섰고, 결과는 예쁠 수밖에 없었다!
“몇 주 전, 헤어 스타일리스트인 귀도 팔라우가 제 머리를 짧게 자르고 까맣게 염색했어요. 어때요? 좀 더 남성성이 부각된 ‘새로운 여자’가 되었죠? 짧은 머리는 유지가 쉬워요. 스타일링하기도힘이 덜 들고요. 그런데 언제나 멋진 결과물이 나오죠” .버버리 쇼에서 만난 모델 에디 캠벨은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으쓱해했다. 미드햄 키르초프 쇼의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모델 포 베르톨리니 역시 빛나는 쇼트 헤어를 자랑하고 나섰다. “저는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커트는 파리에서 했어요. 1년 전부터 지금까지 쭉 그렇게 하고 있어요. 머리가 매우 빨리 자라서주 3에 한 번씩 커트를 하는데, 그때마다 스타일을 바꿔요. 스타일을 바꿀수록 더 일이 많이 들어와요. 긴 머리일 때는 해보지 못한 흥미로운 작업을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짧은 머리는 절 행복하게 해요.”
시몬 로샤 쇼에서 모델들의 헤어 스타일링을 담당한 제임스 페시스는 쇼트 헤어 트렌드를 지난 시즌에 직감했다고 말한다. “이번 시즌에는 짧은 머리를 한 모델이 유독 많아요. 물론 전문가들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 점치긴 했지만 모든 트렌드가 붐을 일으키지는 않죠. 하지만 이 쇼트 헤어는 유행할 거예요. 머리를 짧게 자르고 유명해진 톱 모델 안야 루빅의 헤어 스타일을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더 짧게 잘라줬어요.”
쇼트 헤어로 자를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포니테일을 변형해 앞에서 볼 때 짧은 머리로 보이게 하는 방법도 있다. 바바라 부이 쇼의 헤어를 담당한 스테판 랑시엔은 말한다. “머리카락이 가라앉지 않게 질감을 살릴 때는 엘넷 헤어 스프레이를 사용했어요. 마치 뮤지컬 <그리스> 속의 50년대 주인공들처럼 머리에 빗 자국을 만들어요. 이렇게 한 후 포니테일로 묶는데, 앞에서 보면 원래의 길이와 상관없이 짧은 머리처럼 보이죠.” 그런가 하면 제레미 스콧 쇼에서 만난 헤어 스타일리스트 유진 슐레이만은 짧은 헤어와 긴 헤어 스타일링을 섞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앞은 짧고 옆과 뒤는 긴 쇼트 헤어 스타일은 어때요? 이런 헤어 스타일은 약간 거칠어 보이죠.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겠죠. 학교에 이 스타일을 하고 가기는 적합하지 않지만 누군가 이 헤어 스타일을 하고 거리를 다닌다면 분명 멋있다고들 할 거예요.”
지금 가장 추천할 만한 스타일의 쇼트 헤어는 어떤 것일까? 쌩크드보떼의 이진하 헤어 디자이너는 이렇게 조언한다. “시스루 뱅이 머리 전체로 퍼졌다고 생각하면 돼요. 영화<위대한 개츠비>의 캐리 멀리건 같은 헤어 스타일에서 좀 더 여성스럽고 날렵해진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떠오를 거예요. 귀를 기준으로 얼굴 턱선 쪽 머리카락은 뒤쪽보다 약간 길게, 머리끝은 무겁지 않게 레이어링하면서 자르고, 뒤쪽 머리카락은 뒤통수가 동그랗게 보이도록 자연스러운 층을 주면서 자르는 거죠. 직모가 아닌 반곱슬 모발이 하면 더 예쁘게 나올 스타일이에요. 직모인 경우에는 볼륨 펌이나 롤스트레이트 펌을 한 뒤 잘라야 손질과 연출을 쉽게 할 수 있죠. 여기에 염색을 더한다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요”. 이진하가 추천하는 컬러는 올해 유행 컬러이기도 한 애시 브라운 컬러와 어두운 브라운 컬러다. 애시 브라운 컬러는 세련되면서도 자유분방한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컬러로 가을에 빛을 발하는 컬러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두운 브라운이나 붉은빛 컬러로 염색하면 여성스럽고 단정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커트와 염색 이후 홈 스타일링이다. 헤어 스타일 리스트 로랑 필리폰은 머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커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샴푸 후 타월로 물기를 제거하고 나서 볼류머 제품을 두피 부분에 도포한 후 손가락으로 문지른 후 머리를 아래에서 위로 볼륨감을 주면서 말리면 커트 라인이 자연스럽게 뻗치게 된다. 그 상태에서 머리카락 끝에만 원하는 방향으로 왁스를 사용해도 좋고, 연출하고 싶은 가르마 반대 방향으로 머리를 말린 뒤 정수리부터 지그재그로 가르마를 타서 원래 방향대로 내려주면 볼륨 있는 스타일이 완성된다. 머리숱이 많으면 타월로 모발의 물기를 제거하고 소량의 헤어젤과 물을 섞어 바른 뒤 말리면 차분한 헤어로 손질할 수 있다. 고데기 없이도, 미용실에 가지 않고도 이렇게 간편한 스타일링이 가능한데 쇼트 헤어를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강미선
- 포토그래퍼
- kim tae sun, 이주혁, KIM WESTON ARN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