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DREAMS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넘어, 삶 속에 녹아든 사람들이 만든 친환경 패션 브랜드 2.
NUEAHMIK
by KIM HA EUN
누아믹은 에코 패션 룩을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브랜드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2013년 데님 회사 근무 당시, 데님이 환경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고 패션산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 시기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붕괴사고로 큰 충격을 받고,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고자 결심했다. 그렇게 2019년 시드니에 머무르며 패션업계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패션 레볼루션 위크’에 참여해 많은 것을 배웠다. 강연을 들으며 작은 노력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어 2020년 에코 패션 브랜드 누아믹을 론칭했다.
브랜드 이름의 의미도 궁금하다.
내 이름인 김하은(KIMHAEUN)의 영문 스펠링을 거꾸로 나열했다.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브랜드를 통해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었다. 더 좋은 가치를 담기 위해서는 무조건 내 이름을 걸어야 되겠다고 결심해 탄생한 이름이다.
인플루언서 겸 유튜버로서 직접 목소리를 내며 지속가능한 패션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고자 했나?
고객들과 소통하다 대부분이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유튜브를 먼저 선택했다. 옷 수선하는 법, 빈티지 쇼핑 팁 등 가볍게 볼 수 있는 영상부터 지속가능 패션에 대해 깊게 다루는 ‘컨셔스 클로짓’이라는 시리즈까지 여러 시도를 하는 중이다.
반응은 어떤가?
사실 초창기에 룩북 위주 영상을 올렸을 때가 훨씬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유익한 콘텐츠라고 생각해 개의치 않고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누아믹이 에코 패션 브랜드로서 추구하는 가장 최우선의 가치는 무엇인가?
제로웨이스트.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다. 자투리 원단으로 스크런치나 버킷햇 등의 아이템을 만든다. 이외에 누아믹이 주기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옷 태그를 고안했다.
옷 위에 달려 있는 라벨과 태그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소모품인 옷 태그를 인테리어 소품이나 책갈피 등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도록 만드는 것 또한 제로웨이스트다. 때문에 버려지지 않도록 배색부터 신경 써 만들고 있다. 컬렉션을 만들고 남은 원단으로 만들기 때문에 고객이 구입하지 않은 제품도 한 번씩 경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스와치(샘플천)처럼 활용하는 거다.
컬렉션의 대부분을 천연 및 재생 소재로 만들고 있다.
너도밤나무로 만든 모달, 유칼립투스로 만든 텐셀 등 천연, 재생 및 리사이클링 소재를 사용한다. 겨울 시즌엔 소재가 한정적이라 합성섬유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최근엔 소재도 많이 발전해 현재 컬렉션의 10% 미만까지 합성섬유의 사용률을 줄였다. 꾸준히 줄여나가며 100% 친환경 소재만 사용하는 것이 목표다.
친환경 패션은 특성상 생산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지 않나? 생산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현재 공장, 샘플실, 주문 제작 세 가지 라인으로 나눠서 제작하고 있다. 주문 제작의 경우 누아믹 오피스에서 핸드메이드로 만든다. 빠르게 돌아가는 패션산업에서 속도를 늦추고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컬렉션을 전개할 때마다 수량을 조금씩 늘려보려 한다.
누아믹의 차별화된 ‘맞춤 수선 키트 발송 서비스’가 인상적이다.
맞춤 수선 키트는 모든 원단과 실, 지퍼, 단추 등과 같은 부자재를 보관하고 있다가 키트로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다. 소비자 입장에서 지속가능한 옷은 ‘오랫동안 입는 옷’이다. 오래 입기 위해서는 수선이 최고의 방법이다. 키트는 언제든 고객이 수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제품 개런티 기간이 없다. 한번 만든 제품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누아믹의 신념을 보여주는 서비스다.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한 옷으로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러 방법으로 연출해서 입을 수 있는 옷이라면 싫증을 덜 느끼고 오래 입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누아믹이 지금까지 변화해왔듯,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끊임없이 발전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앞서 말한 주문 제작 라인을 확장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다. 추후 렌털 서비스도 기획하고자 한다.
WRIGHT LE CHAPELAIN
by IMOGEN WRIGHT AND VINCENT LE CHAPELAIN
라이트 르 샤플랭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이모젠 라이트와 빈센트 르 샤플랭이 2017년 창립한 업사이클링 디자이너 브랜드다. 깔끔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함께 브랜드를 론칭한 계기가 궁금하다.
우리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처음 만났다. 졸업 후엔 각각 셀린느, 마가렛 호웰, 버버리 등 패션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중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준 책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과 <책임을 다하는 회사>를 읽게 되었다. 파타고니아 설립자 이본 취나드가 쓴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만드는 옷이 더 이상 탄소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것과 우리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만해도 명품 패션업계에서 이와 같은 관행은 찾아볼 수 없었기에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고 싶어 2017년 함께 브랜드를 시작했다.
각각 영국과 프랑스의 지방에서 자랐다. 대도시가 아닌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의 성장이 브랜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이모젠은 영국 남서부 지역인 데본에서, 빈센트는 노르망디 지방의 르 아브르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서핑과 하이킹을 즐기고, 채소를 재배하며 자연 속에서 뛰놀곤 했다. 덕분에 환경에도 많은 관심을 쏟았고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라이트 르 샤플랭을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만드는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지역사회와의 상생 그리고 업사이클링. 이 두 가지 요소가 곧 브랜드의 철학이자 정체성이다. 2020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 이후 노숙자의 자원을 돕는 런던 자선단체 크라이시스(Crisis)와 업사이클링 파트너십을 맺었다. 크라이시스에 기부되는 제품 중 리사이클링 기준에 적합한 셔츠, 데님 등을 제공받고 이를 해체해 새로운 컬렉션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수익의 일부는 선순환을 위해 크라이시스에 다시 기부하고 있다.
기존의 옷을 재해석하는 것이 창의성에 영향을 주지는 않나?
오히려 재료의 한정은 최대의 창의성을 요구한다. 셔츠가 드레스가 되고, 팬츠가 재킷으로 재탄생하는 것처럼, 어떻게 해야 새로운 룩을 만들지 고민하며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돕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지역 내에서 건강하고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컬렉션의 모든 제품은 런던 내에서 현지 재단사와 재봉사가 제작한다. 또한 윤리적으로 채취한 울을 사용하는 영국의 헤리티지 공장과 연계해 제작에 필요한 원단을 소싱하고 있다.
가장 최근 컬렉션인 2021 봄여름 컬렉션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
팬데믹으로 락다운이 시작되었을 당시 이모젠의 고향인 데본으로 이사를 했다. 데본의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10년간 거주하던 이스트 런던과는 확연히 다른 데본 사람들의 스타일과 태도에 신선한 영감을 받았다. 저지 폴로와 체크 셔츠를 활용해 우아한 스파게티 스트랩 슬리브리스와 드레스를 제작했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힘든 점이 있나?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수의 인원이 동시에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또한 우리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의 가치와 재정적인 부분에서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큰 숙제 중 하나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우리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인식을 바꾸었을 때. ‘무엇이든 새로운 패션이 될 수 있어’라는 영감을 전달했을 때 가장 보람차다.
다음 계획이 궁금하다.
런던을 넘어 유럽 곳곳으로 우리의 터전을 옮기려 준비 중이다. 현재는 리스본에서 새로운 업사이클링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 발 딛는 곳이 어디든 지역사회와 상생하고자 한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커뮤니티와 만들어갈 창의적인 디자인을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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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박민진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NUEAHMIK, WRIGHT LE CHAPE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