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TIME / 이은지
무대 아래에서도 쇼는 계속된다. 유튜브에서 지금 가장 재밌는 작당을 벌이는 이은지.
이은지
‘은지랑’ 채널을 운영하며 브이로그와 상황극을 포함한 다양한 코미디 영상을 올린다. 부캐인 ‘05학번이즈백’의 길은지와 스물다섯 살 대학생인 은콩도 함께다.
요즘은 쉴 틈이 거의 없다면서요?
그냥 일하고 방송하고 코빅도 하면서 지내요. 예전에 7~8년쯤 오래 쉬었으니 지금은 쉬면 안 될 것 같아요.(웃음) 대신 쉬는 날은 되게 잘 쉬려고 노력해요. 계획까지 세워서 쉰다니까요. 뭐 먹을지 일주일 전부터 고민하기도 하고요. 그래야 또 달릴 수가 있더라고요.
그럼 유튜브는 언제 찍나요?
전 특이하게 쉬는 날 찍어요. 제 본업은 방송인이고 유튜브는 제 부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정적으로 정해진 일정에 영상을 올리는 게 아니라 여유가 될 때 올리고 있어요. 기다리는 구독자분들한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은지랑’의 첫 영상은 커버 댄스예요. 꽤 다양한 영상이 있네요?
2019년도인가 처음 시작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커버 댄스 이런 거 있고 그래요. 그때는 돈 생각은 진짜 하나도 안 하고 나 이런 거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분명 난 되게 재능이 많은 사람 같은데 ‘포텐’이 안 터지는 게 이상했거든요. 이를테면 저만의 포트폴리오처럼 시작했어요.
이은지만큼이나 유명한 길은지는 어떻게 탄생했어요?
제가 원래 피식대학 팬이었어요. ‘05학번이즈백’을 틀었다가 아침 8시까지 밤을 새우면서 보고 ‘와 이 사람들 대체 누굴까’ 하면서 네이버에 검색도 해봤어요. 마침 거기 같이 나오던 개그맨 김진주라는 언니가 제 학교 선배였거든요. 너무 재밌게 보고 있다고 하니까 안 그래도 ‘2005년도 이효리’를 찾고 있다는 거예요. 아니 그럼 나잖아? 그렇게 바로 미팅을 잡고 합류하게 됐어요.
실제 05학번보다는 어린데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 놀랐어요.
4살 많은 언니가 있는데 딱 06학번이에요. 그러다 보니 그때의 유행이나 시대 배경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어요. 보고 자랐던 기억도 있고 이미 집에 MCM 가방이라든지 아디다스 저지가 다 있었으니까요. 언니한테 많이 이입하기도 했고, 오빠들이 많이 도와준 것도 있어요.
가장 신기한 건 말투예요. 어떻게 ‘그때 그 말투’를 재현했어요?
저도 너무 신기해요. 쿨하고 섹시하고 잘 노는 언니를 떠올리며 촬영을 시작했는데 저도 모르게 ‘뭐야~’ 이러는 말투가 나오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정말 그런 말투를 썼다는 거예요. 운이 좋았어요.
부캐 세계관이 이제는 꽤 익숙하겠어요.
세계관을 지키려고 길은지와 이은지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선 긋고 지내요. 그런데 요새는 부캐가 워낙 많잖아요? 내 안에 또 다른 나, 그런 식으로 편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느낄 땐 일반인들도 모두 부캐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요?
회사에서의 나, 친구들과 있을 때의 나, 애인과 있을 때의 나 모두 다르잖아요. 그게 다 부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렇게 부캐 콘텐츠를 좋아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보면서 공감을 하기도 하면서 묵었던 갈증을 해소할 수도 있고요.
자신의 부캐에게 부러운 점이 있나요?
개그우먼 이은지라면 하지 못할 행동이나 말을 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길은지는 약간 못되게 굴 때가 있잖아요.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은콩이는 러블리한데 또 너무 웃겨. 내 앞에서도 가끔 내숭 떠는 친구들 있잖아요. 그 모습을 꼬집어서 하니까 너무 웃기더라고요. ‘킹받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콘텐츠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다 혼자 해요. 기획도 촬영도 제가 해요. 편집자가 있긴 한데 제 의견을 최대한 요청해요. 아무래도 코미디언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관여해야 하나 봐요. 코미디언은 자기가 코너를 짜서 직접 무대 위에 올라가서 다 해결해야 하잖아요. 그게 좀 배어 있어요.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해요.
플러팅 시리즈는 무대본이라면서요?
그거 너무 웃기죠. 진짜 다 애드리브예요. 상황과 역할만 딱 있고 카메라는 계속 돌아요. 창호 오빠랑은 <해장님>이라는 웹 예능에서 처음 만났는데 티키타카가 너무 잘되는 거예요. 끝나고 다들 둘이 언제 맞춰본 거냐고 할 정도로요. 이렇게 케미가 좋으면 뭐 하나 해야겠다는 생각에 만든 게 플러팅 시리즈예요. 마침 연애예능이 떴고 플러팅도 핫한 키워드라고 생각했거든요.
촬영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한 30분? 길면 40분 찍어요. 많이 자르지 않고 거의 그대로 나간다고 생각하면 돼요. 제가 이 사람이 너무 재밌다고 생각하니까 실제로 재밌게 나와요.
애드리브만으로 채워야 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그래서 창호 오빠한테 좀 미안해요. 그래도 뭐라도 좀 짜놔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거든요. 그런데 편하게 할 때 더 재밌는 게 나와서, 아직은 괜찮아요.
또 다른 부캐인 은콩이는 어디서 나왔나요?
원래 제가 2019년부터 갖고 있던 캐릭터였어요. 그걸로 코너도 몇 번 짰고요. 인스타 ‘갬성’ 브이로그를 되게 좋아하는데 은콩이 캐릭터랑 잘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풀 메이크업되어 있고, 그런 거 너무 재밌지 않아요?
콘텐츠를 만들 때 신경 쓰는 점이 있나요?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좀 불편한 장면이 나오면 재밌게 보다가도 아, 마음이 좀 식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만드는 콘텐츠도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불편함 없는 개그는 요즘 모든 코미디언의 고민인 것 같아요.
저는 선배님들의 영향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박미선 선배님이나 장도연 선배님.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선배님들이에요. 회의할 때 보면 도연 선배님이 ‘그런데 그건 너무 좀… 그렇지 않을까’ 하면서 한 번씩 더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 태도를 자연스럽게 배운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개그우먼, 그런 선배가 되고 싶고요.
개그우먼 이은지가 갖는 밝고 유쾌한 이미지가 있어요. 그걸 깨고 싶나요?
그냥 쭉 갖고 갈래요. 저 70살 때까지도 방송하고 싶거든요. 방송인에게는 캐릭터와 이미지가 필요해요. 이왕 생긴 이미지가 있다면 쭉 가져가고 싶어요. 가끔 틀에 갇히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 받는 사람도 있지만, 전 그런 걸 유튜브로 해소하는 것 같아요. 이은지, 개그우먼 이은지, 유튜버 이은지. 다 다르게 분리해놔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요.
다른 것보다 방송을 더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다 해보니까 저에게 맞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방송이에요. 솔직히 유튜브를 다른 채널처럼 잘해낼 자신은 없거든요. 그래서 그냥 오랫동안 좋은 이미지로, 밝은 애, 재밌는 애, 귀여운 애, 호감가는 애로 대중이랑 같이 늙어가고 싶어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다른 부캐 말고 정말 이은지의 브이로그요. 비교는 안 되겠지만 소희님, 신세경님, 강민경님 브이로그 진짜 재밌잖아요. 저도 인간 이은지에 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이 많아요. 나 이런 사람이에요~ 더 보여주고 싶어요. 아직 너무 부족해요.
자신을 보여주고, 브랜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네요.
그럼요. 저 샤넬 입을 겁니다. 그리고 나 술 먹방 하고 싶어요. 그냥 혼자 소소하게 맛있는 거 먹으면서, 라이브도 생각이 있고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네요 나. 그런데 저 고민이 있어요.
어떤 고민이죠?
전 제가 재밌어서 코미디를 하거든요. 그런데 이거 좀 이기적인 것 같지 않아요? 다른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한다는 게, 너무 MZ세대 같은 이야기 아닌가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거군요?
그런가요? 전 억지스러운 코미디는 싫거든요.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그리고 지치지 않는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나중에 한참 뒤에 돌아봤을 때 어느 콘텐츠에든 제가 자연스럽게 끼어 있는 거예요. 크지는 않고 소소하게요. 그러려면 역시 내가 재밌어야 하는 거겠죠? 맞아요. 전 역시 은지가 재밌는 거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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