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TIME / 피식대학
무대 아래에서도 쇼는 계속된다. 유튜브에서 지금 가장 재밌는 작당을 벌이는 피식대학.
피식대학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결성한 유튜브 채널이다. ‘05학번이즈백’, ‘B대면데이트’, ‘한사랑산악회’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며 부캐 콘텐츠의 시대를 열었다.
피식대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용주 원래 셋이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위해 모인 크루였고, 생계가 어려워서 생활비를 벌려고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개그맨들이 유튜브로 진출하는 초창기였는데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이 저희 공연을 보고서 유튜브를 제안하셨죠. 피식대학이라는 이름도 그때 지었고요.
스탠드업 크루에서 유튜브 팀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어땠어요?
재형 이렇게 셋이 만난 게 정말 운이 좋았어요. 각자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됐는데, 개인적으로는 민수가 반전이었어요. 무대 위에서는 재기발랄한, 어떻게 보면 개그맨의 정석 같았는데 오히려 무대 뒤에서 기획을 하고 촬영 편집을 하고 연출하는 것에도 큰 재능이 있어서 놀랐어요.
영상 제작은 처음이죠?
민수 처음 할 때는 그냥 영상 만드는 재미에 정말 진짜 완전 푹 빠져서 너무 재밌었어요. 거의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재밌어서 밤에 잠이 안 올 정도였어요. 게다가 셋 다 이걸로 돈도 벌기 시작했으니 좋기만 했죠.
재형 영상 편집을 하면서도 너무 재밌어서 깔깔대고 웃는대요 항상.
용주 사주에 신금이 있어서 컷 편집과 잘 맞는대요.
스스로가 만든 콘텐츠를 보면서 웃나요?
민수 전 제가 만든 영상 정말 100번 이상은 봤어요. 너무 재밌어서요. 근데 저는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 만드는 게.
재형 아무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가 다 만든 거다 보니 저희의 취향이 들어가잖아요. 대중과 맞닿아 있지만 이 안에 저희의 취향이 아닌 건 하나도 없어요. 저희가 제일 사랑할 수 있는 콘텐츠만 만들고 있어요.
제작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져요?
재형 작년부터는 PD님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저희 셋과 PD 4명, 총 7명이 팀으로 움직입니다.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면 촬영을 어떻게 할 건지 자문을 구하고, 촬영을 마친 후에는 PD님들이 가편집을 해주시고 마지막 수정 회의까지 거친 후에 업로드를 해요.
콘텐츠팀을 꾸리게 된 계기가 있나요?
민수 일단 저희는 영상을 다루는 기술자가 아니잖아요. 최근에 올라간 ‘연애 불변의 법칙’ 시리즈를 보시면 실제 방송 프로그램처럼 퀄리티가 굉장히 높거든요. 그런 건 저희끼리는 구현하기가 힘들었어요.
재형 현실적인 업무량의 문제도 있었어요. 세 명이서 일주일에 많게는 8~9개의 영상을 작업할 때도 있었는데 회의부터 촬영, 편집까지 모든 걸 하기엔 벅찼어요. 역할 분담이 필요한 때가 왔던 거죠.
서로 만들어놓은 규칙도 있나요?
재형 명확하게 지키고 있어요. 처음에는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되는 대로 만나기도 했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지금은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7~8시에 퇴근하는 걸 기본으로 해요. 오전에는 회의를 하는 편이고요.
회의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재형 다른 분들이 왠지 피식대학의 회의는 되게 즐겁고 웃길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성대모사하면서 서로 놀리기도 하는 분위기를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은 부딪힐 때가 많아요. 옆에서 보면 싸우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요.
용주 좋은 창작물이 나오려면 관계가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똑같이 의견을 내고 나와 다르면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치열하게 해요.
피식대학의 메인 콘텐츠 중 하나는 ‘05학번이즈백’이죠. 어디에서 착안했어요?
민수 처음에 저희가 대학생 공감 콘텐츠를 주로 하고 있었는데 용주 형이 자기는 졸업한 지도 오래됐고, 자기가 잘 아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어요. 마침 형이 05학번이었고요.
용주 저희는 따로 대사를 주지 않아요. 유행어가 된 멘트들도 다 애드리브였어요. 거의 즉흥극이거든요. 심지어 다시 가는 경우도 거의 없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2000년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로 캐릭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다른 메인 콘텐츠인 ‘한사랑산악회’는요?
용주 코로나19 초기에 헬스장이 문은 닫으니까 민수가 이제 사람들이 다 산으로 간다고, 산으로 뭔가를 해야 된다고, 인스타그램에 청계산밖에 안 뜬다는 거예요. 그 길로 바로 동묘로 가서 한사랑산악회가 입는 그 옷들을 산 거예요. 영남이 두건, 용길이 모자 같은 것들요.
이창호의 합류도 있었죠.
재형 개그콘서트 동기인데 재능이 출중한데 빛을 제대로 못 보는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 빨리 우리가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민수가 창호랑 몇 번 작업을 해보더니 감을 잡고 이택조 캐릭터를 구상해서 한사랑산악회를 같이 하게 된 거죠.
등산이 유행하자 ‘한사랑산악회’를, 영상통화가 늘자 ‘B대면데이트’를 아주 빠른 속도로 제작했어요. 그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고요.
용주 유튜브의 큰 장점이에요. 검열이 없고, 제작 규격이 없기 때문에 찍으면 바로 업로드가 되잖아요. 기동성이 엄청 빠르죠. 그래서 트렌드를 빨리 파악해서 최대한 빨리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대중들이 뭘 가려워하는지, 뭘 보고 싶어 하고, 무의식중에라도 보고 싶어 할 것 같은 게 뭐가 있을까 매일 생각해요.
심의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유튜브의 장점이죠. 자체 가이드가 있어요?
민수 저희가 생각보다 스스로를 검열하는 편이에요. 일단 선정적인 내용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재형 일단 저희 셋이 그런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조금 더 많은 대중과 마주하고 싶거든요. 그렇다고 모두가 편안한 코미디를 할 거라는 건 아니에요. 저흰 계속 선을 넘고 싶어요. 코미디에 있어 줄타기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유튜브에 진출하며 겪었던 가장 큰 시행착오는 뭐였어요?
용주 처음에는 관찰하는 눈이 부족했어요. 단순히 웃긴 걸 올리면 사람들이 봐줄 것 같았어요. 무의식적으로라도 대중들이 원하는 게 있고, 그걸 던져야 사람들이 신선하고 재밌다고 받아들인다는 걸 몰랐던 거죠. 그리고 유튜브는 TV보다 트렌드도, 소비의 속도도 훨씬 빠르잖아요. 흐름을 관찰하는 눈을 갖기까지 시간이 걸렸죠.
시리즈끼리 연결되어서 세계관으로 확장된다는 아이디어가 좋아요.
민수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아마 한사랑산악회에 05학번 혁이가 나오는 게 처음이었을 거예요. 그때 촬영하고 있다가 갑자기 광용쌤 아들이 혁이면 웃기겠다 가볍게 던졌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러면서 이렇게도 연결해볼까? 하며 늘려나갔던 거고요.
용주 저희가 여러 콘텐츠를 하다 보니까 사람들마다 취향에 따라 보는 게 다 다를 거 아니에요. 05학번은 보지만 한사랑산악회를 안 보는 분들도 있겠죠. 거기까지 계산해서 한 건 아니지만 약간 영업의 효과도 있었어요. 돌아가면서 반찬처럼 볼 수 있게 하려고요. 아주 작은 혈연관계를 이스터에그처럼 넣어놨던 건데 이걸 또 다 찾으시더라고요.
콘텐츠마다 다른 연출이 보여요. 신경 쓰는 점이 있나요?
재형 연출 때문에 많은 인사이트를 얻으려고 OTT를 많이 보려고 노력해요. 원래 그런 걸 잘 안 봤어요. 그런데 계속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니 제 머릿속에 있는 걸로만 하기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요즘은 넷플릭스 영화에서 새로운 연출을 보면 우리 콘텐츠에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돼요.
채널이 커지며 부담감도 더 느끼나요?
재형 규모가 커지니 책임감이라는 게 불가피하게 생겼어요. 소규모였을 땐 이번에 안 되면 다음 거 잘 올리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한 방 한 방이 훨씬 묵직해졌어요. 그래서 진짜 웃긴 걸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저희끼리는 더 날것을 올리는 걸 노력해요.
피식대학을 하며 어떤 점이 변한 것 같아요?
용주 전 피식대학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 센 게 저희가 기획을 한 것도 있지만 플레이어까지 했다는 점이에요. 연기나 말이 급속도로 늘었어요. 유튜브 시작 전에는 셋 다 무명이었어요. 그나마 재형이가 알려져 있었고요. 코미디언으로 색깔을 드러내려면 경험이 필요한데 그럴 기회가 없으니까 성장을 못하고 있었어요. 지금은 각자 코미디언으로서의 색깔이 조금씩 더 짙어진 것 같아요. 사실 되게 기세가 오른 상태예요. 예전에는 방송 섭외 들어오면 긴장하고 떨렸는데 지금은 준비된 걸 다 보여줄 수 있어요.
앞으로 어떤 걸 더 해보고 싶나요?
용주 미국에 코미디 센트럴이라고 코미디만 방영하는 방송국이 있어요. 저희 5년 목표 중에 하나가 피식대학이 그렇게 되는 거거든요. 어떤 코미디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고, 아예 다른 장르 코미디가 나와도 괜찮은 플랫폼이 됐으면 해요.
재형 스탠드업 코미디를 포함해서 오프라인 공연을 조금씩 해보고 싶어요. 현장에서의 코미디도 더 연구해서 더 재밌고 새로운 걸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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