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ING THE BLUES / 한지민
한지민이 제주, 그리고 <우리들의 블루스>와 함께한 날들.
여러 번 만났지만 이런 헤어스타일로 화보촬영은 처음이죠.
<우리들의 블루스> 때문에 펌을 하고서는, 계속 뒀죠. 화보에서는 어떨지 궁금했어요. 진짜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은 기자님밖에 없어요. 내년에 또 불러주세요.(웃음)
영화 <해피 뉴 이어>도 이번 드라마도 모두 옴니버스 형식이에요. 좋아해요?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좋아하죠. 영화보다 이 작품을 먼저 선택했어요. 노희경 작가님이 준비해온 NGO 단체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히어>가 해외 촬영이 어려워지면서 <우리들의 블루스>를 새로 구상하신 거죠. 선생님이 전화로, 제주 사람들 이야기를 하려는데 어떠냐고 물으셨어요. 옴니버스가 될 거라고요.
영옥이라는 캐릭터도 정해져 있었나요?
옴니버스 작품이고, 제 역할이 해녀라는 것까지는 나와있었어요. “해녀요? 너무 재밌겠다” 했죠. 옴니버스는인물들이 살짝 겹치는 구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하기는 해요. <해피 뉴 이어>는 진짜 가벼운 마음으로 했고, <우리들의 블루스>는 가볍지만은 않았어요. 대본을 보니 제가 해야 하는 것 중 어려운 것이 많더라고요. 3주 정도 촬영하면 될 거라고 하셨지만, 7개월 정도 찍은 것 같아요.(웃음)
작품마다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이 늘 무겁다고 말했죠.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주연 배우가 14명 있어요. 부담감을 덜었나요?
의지가 많이 되죠. 첫 방송 때 좀 덜 떨리더라고요. 다들 내가 먼저 안 나와서 다행이라고 하고, 은희 역을 맡은 이정은 선배님과 차승원 선배님은 왜 내가 1번이냐고 긴장하셨죠.(웃음) 1~3부의 ‘은희와 한수’의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제주도에 함께 간 스태프와 같이 사무실에서 모여 첫 방송 보듯이 봤어요.
구상 때부터 정해져 있었으니, 이후 당신을 염두에 두고 대본 작업을 한 거군요? 영옥은 평소 한지민의 모습과 너무 닮았더라고요.
“까르르”는 해도 윙크는 안 하죠.(웃음) 선생님께서는 배우마다 안 해본 연기를 하게끔 하시고 싶어 하셨어요. 노 작가님은 전화해서 “이런 거 있는데 같이해볼래?”하시거든요. <히어> 때도 선생님이 평소엔 잘 보이지 않지만 좋아하는 제 얼굴을 말씀해주셨죠. 두 작품 모두 고민을 아예 안 했어요. 전화 한 통에 한다고 했어요.
좋아하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는 얼굴, 한지민이 안 해본 연기를 끌어낸다는 게 좋네요.
늘 새로운 걸 찾아주시려는 지점이 저 역시 너무 좋고 흥미로워요. 도전할 수 있으니까요. 선생님의 글은 팬으로서 믿고 보지만, 배우로서도 든든한 게 있어요. 작가님의 글 뒤에 서 있을 수 있는 느낌이죠. 글이 너무 좋기 때문에 제가 그걸 잘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작품이 이상할 리 없다는 믿음이 있죠.
언제까지 ‘멜로’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쭉 멜로만 하던데요?
하하하! 멜로도 선생님은 다른 지점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그냥 보면 되게 끼가 많은, 누가 봐도 영옥이 정준의 마음을 훔치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대사는 쿨한 거죠. 지금까지 제가 멜로에서 만나던 캐릭터는 아닌 것 같아요.
어른들의 연애 아닌가요?
그렇죠. 지난 연애를 다 얘기하느냐고 하는데, 나는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라고 정보를 주는 거거든요. 나중에 뒷이야기를 알면 왜 그렇게까지 영옥이가 자기를 오픈 하려고 하는지 다 나와요. 14, 15부에 모두 밝혀져요.
나중에 상처 받을까 봐 미리 말하는, 사실은 여린 사람 같아요. 드라마 속 인물은 모두 이면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숨기고 있죠. 그걸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영옥의 이야기는 고민할 지점이 많았어요. 진짜 잘해내고 싶은데 그게 좀 어렵더라고요. 그럼에도 영옥은 전혀 위축되지 않아요. 수많은 상처를 받다 보니 미리 방어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은 거죠. 제주도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겠지만, 제주에서만큼은 온전한 나로 살고 싶어요. 겉과 속 모두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캐릭터 같아요.
대부분의 주연이 제주인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영옥만 외지인이에요.
사투리 안 해서 너무 좋아요.(웃음) 물질 해야지, 포장마차 해야지, 생선도 해야지. 하는 게 너무 많은데 제주 방언까지 외웠다면…. 영옥이는 이 세계 안에 아직은 인정받지 못한 친구고, 그 안에서도 옥에 티처럼 걸리는 친구죠. 요즘은 젊은 해녀 유튜버도 많거든요. 빨간색 립이 영옥이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보이도록 잡았어요. 캐릭터마다 색을 정해주셨는데, 정열적인 오렌지레드로 잡은 게 영옥이거든요. 물질 하러 갈 때도 “립스틱 바르고 가면 어때요? 윙크도 해야 하니까요” 했어요. 제가 기존 작품에서는 그렇게 꾸밀 수 있었던 캐릭터가 없다 보니까 좀 달라 보이기도 해요.
제주라서 가능한 게 많아요. 너무 재미있는데 살고 있고요.
배우들도 제주 촬영을 엄청 부러워하는 거예요. 근데 여건이 쉽지 않아요. 바람이 자주 불어서 촬영이 취소되는 경우가 너무 잦아요. 비행기 소리만 나도 오디오 픽업을 멈춰야 하거든요. 영옥이 집 앞 신도 몇 번이나 옮겨서 찍었어요. 바닷가 바로 앞이라 바람이 엄청 났거든요.
영상미 속에 보이지 않는 고충이 있군요?
11월에 바다에 들어가고요.(웃음) 배가 되게 작은데 해녀 인원이 많다 보니 극소수로 스태프가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배를 띄워도 가까운 앞바다에서 찍는 게 아니라 멀리 나가서 찍는 거예요. 몇 컷 못 찍고 되돌아와요. 제일 힘든 건 물 한 잔 못 마셨던 거예요. 해녀복을 입기가 힘들거든요.
제주도 추억이 많이 생겼는지, 한라산은 많이 마셨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한라산은 예를 들어 비가 와서 캔슬된 날. 비오는 데 어떡해요? 마셔야죠. 흑돼지를 먹고 있는데 비가 와서 캔슬이라는 거예요. 한라산 하나요! 이랬죠. (웃음)
주연 배우 14명이 다 모이면 어땠어요?
다른 배우분들을 거의 못 뵈었어요. ‘영옥과 정준’을 찍을 때는 영옥이랑 정준만 있고요. 저희가 주인공이 아닌 회차에는 서울에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를 굉장히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워낙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데, 특히 어떤 인물을 좋아해요?
영옥이요.(웃음) 영옥이가 좋았던 게 저는 영옥이랑 닮은 점이 몇 %일까 생각했는데 한 30%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영옥이의 연애 스타일도 참, 저는 과거 얘기를 왜 해, 지나간 걸 왜 물어봐 하는 스타일이고 뭔가 되게 소극적이에요. 그래서 닮은 점은 없지만, 영옥이스럽고 싶은 지점은 분명히 있더라고요.
어떤 지점을 갖고 싶어요?
영옥에 대한 소문은 많지만, 그 누구도 영옥이한테 직접 물어보는 사람은 없거든요. 정준이가 물어보면 영옥이는 진짜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 솔직함이 좀 부럽더라고요. 아닌 것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말하고, 개의치 않아 하고요. 저 INFP거든요?(웃음) 스트레스 많은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영옥이가 좋아요.
좋아요. 그럼 영옥이 다음으로는요?
다음은 정준이? 정준이는 영옥이가 왜 좋을까를 계속 물어봤어요. “누나, 예쁘니까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제가 예쁘다는 게 아니라 영옥이는 그 동네에서 예쁜애잖아요. 근데 정준이라는 사람이 영옥이를 대하는 사랑의 방식이 저는 멋있더라고요. 내가 몰랐던 영옥이의 모습이 있더라도 그걸 의아해하고 의심하기보다는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걸 오픈하고 받아들이려고 해요. 정준이라는 사람이 멋있는 것 같아요.
정준이에 대한 영옥의 감정은요?
분명히 호감이 있죠. 원래 대본에는 쓰여 있지 않던 부분인데요. 배 선장과 갈등이 있을 때 영옥이가 정준이를바라본다고 적혀 있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저는 그 순간에 정준이가 훨씬 많이 들어오는 거예요. 감독님이 그것도 좋다고 하셔서 그 컷이 많이 들어갔더라고요. 아픈지점이 있어도 그거 때문에 연애를 안 할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영옥이가.
촬영이 아닌 좋은 기억도 많이 만들었어요?
제주 바람 때문에 힘들어하다가도 볕 좋은 날 봐도 또 예쁘네 이렇게 되더라고요. 스태프와 해안도로를 달리거나, 다른 배우와 애월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걷다가 버스 타고 호텔로 돌아왔어요. 하지만 거의 방 안에만 있었어요.
아직 결말은 말할 수 없지만, 결말에 대한 마음은 말해볼 수 있겠죠?
저희 드라마의 메인 문구가 ‘살아 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거든요. 여러 캐릭터를 통해서 누구나 한 캐릭터만큼은 공감대를 얻으면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서 우리 드라마의 결말은 딱 그거예요. ‘모두가 행복할 자격이 있고 행복할 수 있다!’ 엔딩은 행복할 거예요. 막연하고 비현실적인 해피엔딩을 그리는 게 아니라요. 시고 달고 쓰고 떫은 우리 인생이라는 문구가 있거든요.
오미자 같은 맛이네요?
맞네! 오미자 같은 드라마네요. 하하하! 누구에게나 인생의 굴곡은 다 있잖아요. 좋았던 시절도 있고, 또 그러면서 힘들었다가 지나고 보니 괜찮았던 것 같고.
그 안에 있는 게 무척 행복하다는 표정이에요. 이 드라마를 어떻게 기억할 것 같아요?
공개된 내용인데, 저희가 체육대회를 다 같이 하는 신이있어요. 모든 배우가 한자리에 모이는 유일한 날이었어요. 너무 신기했고, 내가 이 작품에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고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잠시나마 이분들의 연기를 같이 보고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게, 차승원 선배님께서 ‘하나의 재산’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한테도 그렇게 남을 것 같아요.
올해는 또 어떤 계획이 있어요?
계획요? 저 원래 계획 없이 살아요. 계획대로 되지를 않아요, 인생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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