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EORY OF LIGHT & MATTER / 설현
여름만이 가진 찬란한 빛. 그 안에서 프레드(FRED)의 눈부신 주얼리와 함께한 설현 .
요즘 거대한 마트 세계관 속에서 사는 것 같아요.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는 마트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비밀을 풀어야하고, <어쩌다 사장2>에서는 알바도 하고. 아르바이트는 또 왜 이렇게 잘해요?
그냥 가르쳐주시는 대로 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그때그때 집중했는데, 저도 나중에 방송을 보고 제가 저렇게 했는지 알았어요. 손님 오면 계산하고, 주문 오면 물건 보내주고요. 하고 나서 보니 많은 일을 했더라고요.(웃음)
새로운 적성을 발견한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하면서도 타이쿤 게임 있잖아요? 그런것처럼 마트를 운영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어쩌다 사장2>는 다른 관찰 예능보다 분위기가 편안하더라고요.
모두가 너무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농담으로 마트 안에 카메라 300대가 설치되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다 벽 안에, 물건 안에 숨어 있었어요. 제 눈에는 카메라가 한 대도 보이지 않으니까 촬영한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모두 대형마트가 아닌 동네 작은 마트가 배경이죠. 어느 지역에나 있을 법해요.
맞아요. 저희 동네에 아직도 있어요. 어릴 때는 가족이랑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갔던 거 같아요. 제가 인형을 되게 좋아했거든요. 인형 코너 같은 데에 가서 나 이거 안 사주면 집에 안 간다고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어요.
“설현이는 마트에서 살아!”인가요?
맞아요.(웃음) 저는 엄마, 아빠랑 마트 간다고 하면 무조건 따라나섰어요. 저도 작품 하면서 잊고 있던 마트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 것 같아요. 요즘은 비대면 배송을많이 하잖아요. 예전에는 마트에 가서 직접 물건을 보고 만지고 고르고 했잖아요. 그런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아르바이트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것도 따뜻하고 좋았어요.
만약 마트를 하면 꼭 팔고 싶은 게 뭐예요?
신기한 물건을 판매하고 싶어요. 참신한 걸 좋아하거든요. 특히 처음 보는 물건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광고하는 것 중 흥미로운 게 있으면 거의 다 사는 편이에요. 오늘 머리 땋는 기계가 신기해서 주문했어요.
그런 건 누가 사나 했더니 설현이 사네요.
하하하!
<어쩌다 사장2>에서는 손님뿐 아니라 설현의 속마음도 볼 수 있었죠. 처음 연기를 할 때는 배우라고 해도 되는지 어색했다고 말하는 게좋더라고요.
제 안의 뭔가가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한 이야기예요. 어릴 적에 뵀던 선배님들을 다시 뵈니까선배님들도 제가 달라진 걸 느끼셨나 봐요. 그러다가 한얘기였거든요. 한동안 제 마음속에서 배우라는 직업에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언제 뿌리가 생겼어요?
얼마 안 됐어요.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하면서 생긴 것같아요. 그전까지는 갈피를 못 잡았거든요. 배우로서 성장은 매번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뿌리를 내린다고 느낀 건 <살인자의 쇼핑목록>이었던 것 같아요.
뿌리를 내렸다는 건 어떤 느낌이에요?
연기를 이제 알겠다는 건 아니에요. 현장이 편안해졌다고 해야 하나요? 편안해지면 제가 준비한 것 외에 여러가지가 보이고, 느껴지면서 나오는 리액션이 또 있거든요. 그런 것이 보이는 단계인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은 모든 스태프가 서로선배님이라고 부르잖아요. 어떤 끈끈함이 있죠. 이젠 당신에게 선배라고 부르는 사람도많죠?
맞아요. 드라마 현장에 가면 선배님들이 훨씬 많이 계시니 다행이죠. 뮤지션과 같이 있으면 선배님이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요. 신기해요. 이제 알아가는 단계인것 같은데 내가 선배라니…. 후배들을 보면 나는 저렇게못한 것 같은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 이제10년 차쯤 되니까 조금 편해지는 것 같은데.(웃음)
데뷔한 분들 만나보면 다르죠. 자기 생각도잘 얘기하고요.
주관이 뚜렷하더라고요. 나는 이제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멋있고 대단하다 싶었어요.
<살인자의 쇼핑목록>의 연출은 이언희 감독이죠. 전작인 <미씽: 사라진 여자>, <어깨너머의 연인>처럼 평범한 작품은 아니더라고요.이 작품의 어떤 점이 좋았어요?
대본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고, 솔직히 8부작이라는 것도 좋았어요. 제가 드라마를 끝까지 잘 못 보는 편이거든요. 근데 이거는 한 번에 보기 딱 좋은 거예요.
8부작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제 정들었는데 끝나는 느낌인데요.
다른 볼 게 많으니까 제가 시청자일 때는 짧은 게 좋은데, 찍는 입장에서는 아쉬워요. 이렇게 열심히 찍었는데한 달이면 끝나니까. 저는 6개월을 촬영했는데 한 달 만에 끝나버리다니! 시작하자마자 끝나는 느낌이에요.(웃음) 빠른 전개가 너무 좋았고, 캐릭터가 다 만화 같은 캐릭터라서 개성이 넘쳐요. 캐릭터 하나하나에 포커스를맞출 수 있을 만큼 다채로운 점이 좋았어요.
설현이 연기하는 아희도 재미있는 캐릭터죠.
사람들은 ‘돌아이’라고 하지만, 저는 아희가 사랑스럽게느껴졌어요. 내가 더 사랑스럽게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 외에 멋진 여성분도 많죠 .진희경 선배님도 굉장히 멋있고, 선배님이 연기하는 명숙도 멋있고요. 다 좋았던 것 같아요.
바로 차기작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를 촬영 중이죠?
사실 먼저 결정한 작품이에요.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데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조금 소심하고 아주 평범한 사람이에요. 회사에서도 무시당하고,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남자친구한테도 차여서 더 이상 서울에 머물 이유가없어져요. 서울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생활하며 스스로를돌아보는 내용이에요. 다른 작품은 캐릭터가 멋있어서,나랑 다른 모습이 좋아서 선택했다면, 이건 내가 분명히알고 있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으로 여름을 뜨겁게 보내겠군요.
저는 항상 여름에 촬영하는 게 더 좋아요. 여름 최고!
서울과 남해를 오갈 땐 주로 뭘 해요?
4~5시간을 내려가니까 거의 자는 것 같아요. 잠 안 올때는 유튜브 편집해요.
편집을 직접 해요?
직접 하는데요, 기술이 어렵지는 않고 센스의 문제인 것같아요. 어떻게 재미있게, 예쁘게 만드냐의 차이.
아티스트는 옆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죠. 직접 하는 이유가 있어요?
남이 보는 모습보다 내가 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직접 촬영하고 편집도 하면더 나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들도 매달 기획안을 내고 기사를 쓰죠. 유튜브에 뭘 올리지 고민해요?
처음에는 많이 했어요. 언니가 기획해보니까 어떠냐는거예요. 그래서 내가 무슨 기획을 해? 했더니 제가 지금하는 게 기획이라는 거예요.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내가기획이라는 걸 하고 있다니!(웃음) 되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해보고 싶은 건 사실 많은데, 시간과 여유가 없어못하고 있는 게 많아요. 지금도 찍어둔 영상이 많은데편집을 못하고 있거든요. 그런 점은 또 좋은 것 같아요 .이게 남이 찍고 남이 편집해주는 거였다면 억지로 했을텐데, 저는 진짜 제가 하고 싶을 때만 하니까요.
되짚어보니 2018년 이스탄불 화보를 시작해2019년, 그리고 2022년의 설현과 마주하고있네요.
다 너무 행복했어요. 화보 사진도 다 마음에 들거든요.
설현의 얼굴은, 마음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많이 달라졌어요. <낮과 밤> 이후 편해지고 여유가 생겼어요. 일에도 더 욕심이 생겼어요. 여유는 생겼는데 욕심도 많아진 거죠.(웃음)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해요.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요?
심오한 질문이지만, 불편한 것을 점점 할 수 있게 되는거요. 예전에는 피한 것들을 맞설 수 있는 게 어른이 아닐까요? 거절도 점점 할 수 있게 되고, 어려운 얘기도먼저 꺼낼 수 있게 되고요. 예전에는 내 얘기를 많이 숨겼다면 이젠 점점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고요. 하려고 노력도 하고요. ‘나는 거절하는 연습을 하는 거야’ 하면서거절하면 마음이 더 편해요.
설현은 뭐가 있어야 더 행복할까요?
제가 항상 생각하는 건데 좋아하는 게 ‘ 평화’와 ‘모험’이거든요. 근데 둘의 밸런스가 맞는 게 필요해요. 그게 내가 좋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 같아요. 그 둘의 밸런스가 딱 맞을 때요. 그때가 가장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오늘은 화보에서 원없이 웃었죠.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는 편이에요?
쉴 때는 그런 것 같아요. 일할 때는 내 감정을 잘 보지않으려고 하는 편이고, 쉴 때는 밀린 걸 들여다보려는편이에요. 즐거운 일을 하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이 이야기는 결국 해피엔딩일 거라고 생각해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네요.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배우가 됐는데, 이 중 하나를 고를 수있다면 어떤 감정을 잘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화를 잘 표현하고 싶어요. 저는 화가 진짜 없거든요. 화를 내본 적도 거의 없어서요.
최근 가장 평화롭고, 그러면서 신난 적은 언제였어요?
한 달간 지방에 있었는데 집에 들어오니 오랜만에 처음 독립해서 마냥 설레던 기분이 나는 거예요. 너무 좋고,너무 행복하고 침대가 나를 안아주는 것만 같고요. 집의 소중함과 행복을 다시 느꼈어요.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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