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스라이팅을 받고 있다는 11가지 신호

신호를 감지하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야 한다. 당신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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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연인이 고함을 지르거나, 당신의 몸을 평가하기도 하며, 본인이 한 말과 완전히 상반되게 행동하며 당신를 깎아내리려고 한다면, 가스라이팅을 의심해봐야한다.  

가스라이팅, 즉 정서적 학대는 의외려 연인들 사이에서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의외로 알아채기가 어려운데, 그 이유는 관계에 차츰 스며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처음엔 카리스마 넘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친다. 하지만 연인과 동거를 시작하는 등 관계에 확신이 생기면, 감추고 있었던 추악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들은 자신의 학대가 로맨틱한 행위로 간주되도록 상대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은 정서적인 학대뿐 아니라, 신체적, 성적, 경제적 학대 모두 범주에 포함된다. 이것은 어떤 형태이든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가해자들은 때로 피해자에게 자신을 떠나도 더 나은 대우는 받을 수 없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학대를 당할 이유는 없다.

표면적으로는 로맨틱하지만, 사실은 상대를 조종하는 가스라이팅! 언제 스며들듯 당신을 조정하게 될지 모르니, 이를 알아 챌 수 있는 11가지 가스라이팅 신호를 염두해두도록 하자.

<가스라이팅 자가 진단> 

– 연인과의 관계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정서적 학대의 11가지 신호 – 

1. 분노를 못 이겨 폭발한다.

“가학적인 연인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차분하고 침착한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연인과 단둘이 있을 때는 지킬과 하이드처럼 돌변한다.” – 데니스 르네(성과학자&심리학자) 

혹시 지금 애인과의 격정적으로 나누고 있는 싸움을 정열적인 사랑이라고 세뇌당하곤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연인 관계의 열정은 격정적인 싸움이 아니라, 함께 있을 때 웃음이 끊이지 않고, 서로를 향해 느껴지는 가슴 따뜻해지는 친밀함으로 확인하는 편이 좋다. 물론 모든 커플은 때론 다투고 싸운다. 하지만 갈등이 생겼을 때 대부분은 대화로 건강하게 풀어나가지, 서로를 향해 미친 듯이 소리 지르거나 폭발하지는 않는다. 실수로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사왔을 때 투털대는 것과 악을 쓰고 고함지르며  화내는 것은 엄연히 다른 행위이다. 이는 열정이 아니라 학대인 것이다.

2. 상대의 외모를 비난한다.

“예를 들어 ‘불필요하게 이목을 끌 필요는 없자나’ 혹은 ‘ 다른 사람이 널 보는 게 불편해’라고 말하죠.” – 데니스 르네(성과학자 &심리학자) 

누구나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  만약 연인이 내가 입은 옷이나 나의 몸매에 대해 불평하며 이는 모두 ‘다 너를 위한 것’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다면, 그 관계는 건강하지 못한 것이다. 건강한 관계라면 연인에게 치아에 립스틱이 묻었다고 알려줄 수는 있지만, 절대 몸을 꽁꽁 싸매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내가 보수적으로 옷을 입는 게 편한데도, 연인이나 연인의 친구들을 위해서 ‘섹시’ 하게 차려입을 필요도 없다. 패션과 뷰티는 자기표현의 형태다. “내 옷 어때?” 하며 연인의 의견을 구하는 것은 괜찮지만, 상대가 자신이 입은 의상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절대 괜찮지 않다.

3. 자신이 화났을 때는 욕설과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지만, 그 후에 항상 간절하게 용서를 구한다.

“많은 경우,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위가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로맨틱’한 행동이었기에 학대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 데니스 르네(성과학자 &심리학자) 

심한 욕설만이 폭력은 아니다. “한심하다,” “멍청하다”, “꺼져”라고 상대에게 얘기하는 것도 언어폭력이 될 수 있다. 욕설과 기분 나쁜 별명으로 상대를 헐뜯는 행동은 학대 사이클 중에서 폭발 단계에 해당한다. 꼭 이런 사람은 폭발한 뒤에 다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과하게 노력하며 용서를 구한다. 당시 그런 표현을 쓴 것은 상대를 너무 사랑해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기도 한다. 학대 사이클 중 폭발 단계에 진입하면, 관계가 극적으로 변한다. 애걸복걸하는 학대자를 받아주면 그 후 한동안은 잠잠할 것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다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폭발할 것이다.

4. 끊임없이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상대를 확인한다.

“학대받는 사람은 연락을 받지 못할 경우 치르게 되는 댓가를 두려워하며 항상 불안감에 떨게 된다. 의심할 만한 일을 하는 게 아닌데도 연인이 항상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피해자들은 알고 있다.” – 홀리 리치몬드(섹스 치료사&소매틱 심리학자)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오지 않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잠수 탄 상대를 기다리는 걸 누가 좋아하겠는가. 만약 당신이 하룻밤 상대만 찾는 바람둥이의 무응답에 익숙해져 있다면, 끊임 없이 항상 연락이 되는 새로운 상대가 처음엔 반가울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누구와 있는지 수시로 물어보며 답을 강요하는 연락이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는 것 같이 느껴진다면 그건 상대방이 명백하게 선을 넘은 것이다.

자신의 문자 메시지에 즉시 답하지 않자 ‘너무 보고 싶어서’ 화낸 것뿐이라고 얘기하는 연인을 위해,  한시도 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걸 기억하자.

5. 상대의 사적 공간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

  “정서적 학대자들은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사적 경계가 없죠.”- 홀리 리치몬드(섹스 치료사&소매틱 심리학자) 

상대방이 80년대 로코물의 남주처럼 붐박스를 들고 집 앞을 찾아오더라도 당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상대방의 사적 공간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로코에서 대체로 이런 행위를 ‘로맨틱’하게 잘못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 꼭 짚고 넘어가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했음에도 문을 열어줄 때까지 제멋대로 떠나지 않는 건 결코 헌신적인 사랑이 아니다.진정으로 섹시한 사람은 상대의 사적 경계를 존중한다.

6. 당신이 친구들과 맺는 관계까지 통제하려고 한다.

서로에게 충실하겠다고 약속한 공식 커플이 되어도, 애인이 삶의 전부가 되어선 안된다. 거플이라도 친구와의 사회생활은 필요하다. 활발한 사회생활은 오히려 연인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내가 만나기로 한 친구들을 탐탁지 않아 하거나, 약속을 깨라고 종용하고, 모임에 나갔을 경우 계속해서 무엇을 하는지 보고하도록 강요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연인에게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하지 않는데도 약속에 나가는 것을 막고 상대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지 않는다면 그건 지속될 수 없는 관계입니다.”라고 리치몬드는 딱 잘라 말한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커플들은 서로의 자율성을 존중합니다.” “너 없이 살 수 없어” 는 상대를 통제하려는 표현이지 그다지 로맨틱한 속삭임이 아니다. 건강한 관계는 죽고 못 사는 것이 아니라 없어도 살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때 가능하다.

7. 당신이 자신의 경험을 의심하도록 교묘하게 가스라이팅 한다.

가스라이팅은 정서적 학대의 하나로,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이 인식하는 현실을 불신하게 만드는 행위이다. 예를 들어보자. 애인이 분노 조절이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애인에게 이 문제를 어렵게 꺼냈다. 그런데 그가 내 말을 귀 기울여 듣거나 자성하기보다는 “너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라며 오히려 상대방이 잘못됐다고 몰아간다. 이것은 가스라이팅의 전형이다. 여기에 휘말리면, 피해자는 오히려 자신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잘못한 점을 돌이켜보게 되버린다.

가해자들은 자신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안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인을 제외하고, 주위의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이러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은 중요하다. 친구, 가족, 혹은 상담가는 지금 당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옳다는 확신을 북돋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8. 연인의 말을 끊고 항상 연인 대신 얘기한다.

연인이 내 편이 되어 나를 적극 옹호해 준다면 그가 평소보다 멋져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내 말을 끊고 자신이 대신 내 입장을 얘기한다면, 그래서 나를  스스로 목소리도 낼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면 이것은 명백한 학대 행위다. 당연히 때론 연인이 나를 대신해 메뉴를 주문하는 사이 느긋하게 혼자 와인을 홀짝이고 싶을 수도 있다. 그건 잘못된 게 아니다. 하지만 내가 원치 않아도 무조건 대변인을 자청하는 행동은 빛나는 기사도 정신이 아닌, 명백한 위험 신호다.

르네는 자신의 여성 환자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이 환자의 애인은 항상 그녀가 말을 하지 못하도록 제멋대로 말을 끊고 자신이 대신 얘기하는 사람이었다.  “ 환자의 남자친구가 그녀의 존재감과 능력에 위협을 느낀다는 게 명백했죠. 남자는 여자 친구가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를 불편해하기 때문에, 자신이 대신 얘기를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그의 행동은 ‘그녀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더 작게 느껴지게 만들었죠.’라고 르네는 설명한다. 적극적으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애인은 환영이지만, 내 말을 묵살하는 사람은 대응할 일말의 가치조차 없다.

9. 연인을 향한 직접적인 폭력은 아닐지라도 물리적 폭력성을 표출한다.

상대를 밀치고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건 명백히 학대로 간주된다. 하지만 벽을 치거나 문을 세게 닫는 것 또한 학대일 수 있다. 신체적 접촉이 없는 이런 간접적인 폭력성은 미디어에서 학대가 아닌 것처럼 묘사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리치몬드는 “이런 행위 또한 상대가 자기 통제력이 전혀 없다는 걸 여실히 드러냅니다. 어른들은 물건을 던지지 않죠.” 라고 지적했다.

간접적인 폭력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상대가 던진 폰을 운 좋게 한 번쯤은 피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나, 다음번엔  멍든 눈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만약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대의 위협적인 행동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극심할 것이다. “학대를 당하는 사람은 항시 촉각을 곤두세운 채 극도로 예민해져 있어요. 다음번엔 그의 손이 폰이 아닌 당신의 얼굴로 향하게 될지는 알 수가 없으니까요.”

10. 상대방이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건강한 성생활은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건강한 성생활이라는 건 서로 마음이 통할 때 합의하에 맺는 관계이지, 한쪽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강요는 학대이며, 그 누구도 자신이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할 필요가 없다.”라고 르네는 힘주어 말한다. 성욕이 줄었다 왕성해졌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상대방도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만약 연인이 통제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섹스를 완강히 거부하거나 신체적 접촉을 피하고 있다면, 이 또한 학대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게 르네의 설명이다.

11. 마음의 문을 닫고 정서적 친밀감을 허용하지 않는다.

연인이 관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소통을 완전히 거부하고 나를 차단한다면, 이것 역시 정서적인 학대가 될 수 있다. “상황에 놓인 양쪽 당사자 모두 괴롭지만 특히 소통을 거부 당한 사람에게는 이런 상황 자체가 무척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아무리 격앙돼도 서로의 감정을 진솔하게 교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상대를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당한 이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고민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은 절대 이상적이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개인적인 시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연인에게 얘기 좀 하자고 애걸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관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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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두려움에 사고가 마비되어 구체적인 방안을 고안해 내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면 두려움과 무기력함은 커지고 결과적으로 상황에 순응하게 됩니다”- 데니스 르네(성과학자&심리학자) 

학대적인 관계에서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는 시기와 방법을 정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필요한 자원이 끊겼거나 스스로를 의심하는 버릇이 생긴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만약 자신이 정서적으로 폭력적인 관계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신뢰하는 지인을 만나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그 누구도 자신을 대신해 결정을 내려줄 수는 없지만 친한 친구나, 테라피스트, 혹은 상담가에게 내가 느끼는 감정을 털어놓고 공감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떠한 도움을 요청하는 건 전적으로 본인 선택이지만 꼭 명심해야 할 사실은 이것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도움의 손길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

에디터
서혜원
SOPHIE SAINT THOMAS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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