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책

초여름만큼 야외에서 책 읽기 즐거운 계절은 없다. 책 한 권 들고 무작정 밖으로! 

1 카사노바 호텔 | 아니 에르노
솔직하다 못해 뼈 아픈 소설을 쓰는 아니 에르노가 2020년 발표한 작품. 갈리마르 총서에 포함된 <삶을 쓰다> 중에서 자전적 에세이이자 표제작 ‘카사노바 호텔’부터 단편소설 ‘축하연’ 등 12편을 골라낸 선집이다. 갈리마르 총서는 프랑스 문학의 대들보 격인 거장들의 작품을 묶어 내놓는 시리즈로, 생존 작가로는 아니 에르노가 최초다. 문학동네

책의 엔딩 크레딧 | 안도 유스케
책보다 책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작가와 편집자 외 얼마나 많은 사람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 손을 보태는지는 모른다. 작가인 저자는 책을 내면서도 정작 과정은 모른다는 걸 깨닫고 3년 동안 인쇄업계를 취재한다. 인쇄 기술자, 색 제조자, 영업맨 등 이름이 없던 사람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준다. 북스피어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 황인찬
오늘의 시인인 황인찬의 첫 산문집이다. 이번에도 중심에는 시가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황인찬의 읽고 쓰는 삶’에서 시를 읽고 나눈 콘텐츠를 선별해 엮었다. 시를 읽은 이유는 우리 안의 슬픔을 헤아리기 위해서이며, 슬픔 안에는 어김없이 사랑이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시가 세상에 있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안온북스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 무라카미 하루키 
그동안 위스키, 여행, 달리기에 이어 서랍 가득 넣어둔 티셔츠의 추억을 한가득 쏟아낸 하루키가 이번엔 레코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하루키는 아날로그 레코드 1만5천여 장을 소장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중 486장을 어렵게 골라냈다. 티셔츠거나 레코드거나, 주제가 뭐든 읽게 만드는 하루키! 문학동네

5 우리 모두 | 레이먼드 카버 
카버는 단편소설로 유명하지만 스스로는 생의 마지막을 시인으로 살기를 원했다. 1983년부터 1988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불>, <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 <울트라마린> 등 시집 세 권을 출간했고, 마지막까지 시를 붙잡고 있었다. 이후 출간된 미발표 시 모음집까지 총 5권 분량의 시집을 한 권으로 엮었다. 시인 레이먼드 카버를 만나볼 시간이다. 문학동네 

6 레이디 맥도날드 | 한은형
사회면을 장식한 ‘맥도날드 할머니’가 소설가 한은형의 손을 빌려 다시 나왔다. 매일같이 트렌치코트를 차려입고 정동 맥도날드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던 노숙인 ‘맥도날드 할머니’는 ‘폐지 줍는 노인’과는 다른 공포이자 사회적 압박으로 작용했다. 부족한 생활비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던 그는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나 <블루 재스민>의 주인공처럼 허망해 보였지만,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그는 주어진 삶을 주관대로 살았다. 문학동네 

7 질투의 끝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한 사람은 쉽게 만날 수 없지만, 프루스트의 이 책은 누구나 완독할 수 있다. 얇고 간편한 쏜살문고로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프루스트가 처음으로 펴낸 작품집에 실린 단편소설 네 편을 실었다.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위한 스케치 같은 소설이다. 민음사

8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 호원숙 외 21인
지난 만우절에 출간된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띵 시리즈에서 ‘싫어하는 음식’에 대해 펴낸 앤솔로지다. 시리즈의 작가들이 참여했으며, 제각기 팽이버섯을, 문어와 낙지를, 기내식을 싫어하는 마음에 대해 털어놓는다. 싫어하는 데 이유가 있나? 싶지만 사실 각자 다 이유가 있다. 세미콜론

9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 박정민 외 8인
쓰는 게 직업인 사람도, 써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왜, 어째서 쓸까? 고독하고 괴로우면서도 황홀한 그 심사에 대해 배우 박정민, 영화감독 전고운 등 9명이 가장 솔직한 글을 썼다. ‘쓰지 않은 글은 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다’는 이다혜 기자의 글은 이른바 ‘글밥’을 먹고사는 사람들의 가장 깊숙한 마음까지 꺼내놓는다. 유선사

    에디터
    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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