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이 필요한 순간
차디찬 바람에 몸도 마음도 얼음장처럼 꽁꽁 얼어버리는 겨울이 왔다. 일년간 애써 지켜온 몸매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꽉 막힌 몸의 순환을 도울 방책을 찾아야 한다.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겨울바람 때문에~’ 찬바람이 불어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질 때면 어릴 적 부르던 동요 가사가 무의식적으로 떠오른다. 겨울의 매서운 찬 바람은 남자보다 여자에게 몇 배는 더 혹독하게 다가온다. 365일 손발이 따뜻한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추위를 더 잘 타고 조금만 추워져도 손발이 얼음장처럼 시리기 때문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몸이 찬 이유가 단지 남자보다 근육량이 적거나 체력이 약해서만은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여성호르몬에 있다. 여성을 여성답게 하는 본능에 충실한 여성호르몬은 혈액순환을 늦춰 체지방이 가슴과 엉덩이에 쌓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혈액이 몸 구석구석까지 도는 데 남자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몸은 외부의 찬 기온으로부터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피부에 분포되어 있는 모세혈관을 수축해 피부로 흐르는 혈액량을 줄인다. 안 그래도 남자에 비해 혈액순환이 늦은 여자에게는 추운 날씨가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체된 혈액 순환이 몸 전체의 신진대사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혈액은 세포에 영양소를 전달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노폐물을 모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혈액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세포의 활동이 둔화되고, 노폐물이 제때에 배출되지 못해 몸안에 독소와 지방이 쌓이게 되며, 혈관에 정체된 수분이 세포로 들어가 몸이 붓는 현상이 나타난다. 부종은 피하지방을 늘리고 혈액 속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인다. 그 결과 혈관벽이 좁아지고 혈액순환이 느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더욱이 날씨가 추워지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활동량이 줄고 먹는 양은 오히려 늘어 우리 몸속 혈관은 꽉 막힌 변기처럼 정체된 상태에 놓이게 된다.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업무, 수면 부족, 영양상태의 불균형 등도 몸의 순환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혈관에 염증이 생기기 쉬운데, 염증이 생기면 혈관 속에 혈액이 딱딱하게 굳는 혈전이 만들어져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유도, 원인도 다양한 순환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1. 아랫배를 따뜻하게 한다
“여자는 찬 데 앉으면 탈 난다. 아랫배가 따뜻해야 건강하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하나도 틀린 게 없다. 복부의 온도가 내려가면 자궁의 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이 악화돼 생리통이나 냉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에는 몸 전체의 혈액순환이 느려져 자궁의 혈액순환 또한 정체되므로 복부를 최대한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복부에 찬바람이 스며들게 하는 짧은 치마나 팬츠, 복부와 하체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꼭 끼는 레깅스나 스키니진을 자주 입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찬바람을 많이 쐬었을 때는 핫팩을 배에 대거나 따뜻한 물로 배 주변을 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자극하는 요가는 몸 구석구석의 혈액순환을 도와 골반으로 흐르는 혈류량이 증가시켜 자궁의 순환을 돕는 데 효과적이다.
2.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신다
겨울에는 정상 체온인 36.5℃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체온이 낮아지면 순환이 잘되지 않는다. 겨울철 몸의 순환을 좋게 하기 위한 비책으로 차만큼 좋은 것이 없다. 추위가 느껴질 때 따뜻한 차를 마시면 일시적으로 체온이 상승해 몸이 따뜻해지며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평소에 손발이 차고 소화가 잘되지 않거나 생리통이나 냉증 등이 심하다면 생강차와 계피차, 유자차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생강과 계피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강해 춥고 콧물이 나고 온몸이 쑤시는 몸살감기 기운이 있을 때 진하게 끓여서 꿀을 타서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땀이 나면서 증상이 한결 나아진다. 기가 허해 기운이 없고 피곤함을 자주 느끼며 순환이 잘 안 돼 몸이 잘 붓는다면 인삼차와 황기차, 대추차가 제격이다. 평소 밀가루나 가공음식을 많이 먹은 탓에 혈액이 탁해져서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을 때는 혈액을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녹차와 귤피차, 홍차, 캐머마일차를 마시면 좋다.
3. 야근을 줄인다
늦게까지 야근을 한 다음 날에는 눈이 붓고 체중이 오히려 느는 경우가 많다. 원인은 면역력이 떨어져 몸의 순환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면역력을 높이는 호르몬은 보통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분비되는데, 이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하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야근을 하면 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잠자는 시간이 바뀌어 깊은 잠을 자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잠을 자는 동안 면역력을 높이는 물질과 바이러스 항체 등이 형성되고 면역세포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휴식 없이 일을 하고, 밤 늦은 시간에 야식을 먹게 된다는 점에서도 야근은 혈액순환을 해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4.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근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은 아닌데 유독 손발이 차다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손과 발은 우리 몸에서 기와 혈액의 순환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므로 우리 몸의 혈액순환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뜻한 물에 발은 담그는 족욕은 기와 혈액의 순환을 활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족욕을 할 때 물의 온도는 살짝 뜨겁다고 느껴지는 정도가 적당하며, 물의 양은 복숭아뼈보다 5cm 정도 위로 올라오게 받는다. 혈액순환이나 냉증, 부종 개선에 효과가 있는 에센셜 오일이나 입욕제를 풀어도 좋다. 시간은 20~30분 정도가 적당한데, 땀이 많이 나면 그 전에 끝내도 된다.
5. 스트레스를 다스린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진리는 몸의 순환을 이야기하는 데도 그대로 적용된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혈관에 혈전을 만들어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게 되고 단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는 것도 문제다. 필요한 영양분보다 많은 영양분이 몸속에 들어오면 지방층 속 미세혈관의 혈액순환이 느려져 피하지방이 늘고, 늘어난 지방 탓에 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과 노폐물 배출이 모두 둔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대로 기분이 좋으면 면역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엔도르핀의 수치가 높아지고 달고 기름진 음식에 대한 욕구도 줄어들어 몸의 순환이 활발해진다.
6. 하체가 붓지 않도록 주의한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으면 혈액이 하체에 몰려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 역시 치명적이다. 허벅지의 혈액순환이 나빠져 종아리에 부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종아리에 꽉 끼는 부츠나 발을 조이는 구두를 신는 것 역시 하체의 순환을 어렵게 한다. 부종이 심하면 틈틈이 허벅지 안쪽과 종아리를 세게 주무르거나 발을 심장보다 높은 곳에 올려 순환이 잘되도록 도와야 한다. 잠잘 때 베개를 무릎 밑에 넣어 발을 심장보다 높게 두면 혈액이 중력에 따라 심장으로 쉽게 흘러들어가 다리의 부기가 개선된다. 굽 높은 신발을 신고 오래 걷는 것 역시 순환을 해치는 원인이다. 발끝으로 서면 심장에서 발로 혈액이 흐르기 쉽고, 뒤꿈치로 바닥을 디디면 발에서 심장 쪽으로 혈액이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발가락 끝부터 뒤꿈치까지 발바닥 전체를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발바닥의 굳은살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걷는 자세를 불균형하게 하여 발과 발목에 통증을 유발하므로 굳은살을 주기적으로 적당히 제거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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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조은선
- 포토그래퍼
- 정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