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Y존에서 향기가 나야 하죠?

이너퍼퓸에 관심이 생겼다면, 구매 전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 그 안전성과 기능이 궁금한 이들을 위한 안내서.

향과 관련한 특별한 아이템을 찾던 중, 이너퍼퓸이 떠올랐다. 이너퍼퓸 출시 소식도 간간이 들려왔고, 이전에 진행한 향수 기사에서 일반 향수 대신 이너퍼퓸만 사용한다고 답한 이가 기억났다. 오랜만에 들른 올리브 영에서 떡하니 진열된 이너퍼퓸을 맞닥뜨리기까지. 이너퍼퓸이 이렇게 드럭 스토어의 주요 매대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화된 것일까? 이너퍼퓸이라는 카테고리의 확장은 향수 시장과 Y존 케어 시장의 성장세가 맞물린 결과다.
“최근 Y존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높아졌어요. 많은 환자가 세심한 관리를 위해 평소에 질 유산균, 세럼 등을 사용하고, 외래 진료 중 이런 제품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거든요.” 압구정연세산부인과 박나윤 원장의 말이다. 여성들이 Y존 관련 제품에 관심이 많고, 이를 사용하는 데 적극적이라는 거다.

이너퍼퓸은 Y존에 사용하는 향수를 말한다. 아로마 오일처럼 속옷에 한 방울 떨어트려서 사용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며, 향수와 비슷한 형태인 스프레이 타입도 있다. 커머셜 상세 페이지에서는 이너퍼퓸이 불쾌한 냄새를 제거해주는 것은 물론, 질염과 분비물 개선 등 여성 건강에도 도움이 될 거라 주장한다. 더불어 대부분이 무색소, 무방부제, 무알코올이며 유해균 검출 검사와 저자극 테스트를 완료했다고 적혀 있다. 이렇게 안전성을 강조한 제품이 많음에도, 민감한 Y존에 향수를 뿌리는 행위에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졌다. 비단 에디터만 이런 건 아닐 거다. 포털 사이트의 문답 공간만 살펴봐도 이너퍼퓸의 안전성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질문이 많았다.

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향수 브랜드 살롱 드 느바에의 느바에 조향사에게 이너퍼퓸의 안전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너퍼퓸의 안전성에 대해 명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최근에 만들어진 카테고리이기에 진행된 연구가 거의 없는 상태거든요. 화장품은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에 항상 많은 연구가 진행되며, 규제 또한 이를 기반해서 만들어져요. 따라서 관련 연구 결과가 부재하기에 안전성을 논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뷰티 업계의 성분 기준은 실시간으로 바뀐다. 새로운 연구 결과가 등장하면서 위험하다는 오명을 썼던 성분이 사실은 안전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고, 오늘의 안전 성분이 내일의 위험 성분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는 이너퍼퓸의 안전성도, 위험성도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야기. 때문에 제품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개인의 선택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이너퍼퓸의 인기와 부작용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의 수는 비례한다.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부작용은 가려움과 부어오름 등을 동반하는 알레르기 증상이에요. 혹은 과도한 사용으로 염증이 생기거나, 기존에 앓던 질염이 악화되어 내원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유해 성분이 없다 하더라도 컨디션에 따라 Y존의 민감도는 달라져요. 개인마다 증상이 다르니 자극이 느껴진다면 제품의 성분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세요.” 예다여성의원 박유나 원장의 설명이다. 이너퍼퓸은 브랜드의 설명처럼 안전성을 확보한 성분으로 만든 믿음직한 제품일 수도 있다. 하지만 Y존, 가장 민감한 부위가 아닌가? 그리고 개인의 체질에 따라 안전한 성분에도 과민하게 반응할 수 있기에 이너퍼퓸을 선택할 때는 제품 성분을 더욱 까다롭게 체크해봐야겠다. 또한 약간의 자극이라도 느껴지면 당장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호품쯤으로 여길 수 있는 이 제품에 여성들의 관심이 이토록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우리에게 이너퍼퓸은 꼭 필요한 걸까? 대부분의 여성은 Y존의 불쾌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한다. 박유나 원장은 일상적인 분비물이나 땀으로 인한 약간의 냄새는 정상 범위라고 전한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제니퍼 건터는 비정상적인 생식기 냄새를 보고하는 여성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성들의 냄새가 실제로 변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체취를 수치스러워하게 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어떤 이너퍼퓸 제품의 판매 페이지를 살펴보다 ‘남친을 위해, 신혼으로 돌아가기’와 같은 마케팅 문구를 발견했다.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이 피어올랐다. 남성을 위해 이너퍼퓸을 사용하는 것처럼 일반화해, 여성의 주체성을 도외시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철저하게 남성주의적인 시각에서 완성된 캐치프레이즈가 아닐까? 더불어 ‘자신감, 편안함, 청결함’이라는 문구로 눈속임을 하며 ‘여성스러운 산뜻함’을 주입하는 홍보 문구도 지양해야 할 사항들이다. 이너퍼퓸 사용은 철저히 개인의 선택에 맡길 일이지, 정상적인 신체를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어 촉발시킬 일은 아닌 것이다. 더불어 이너퍼퓸은 말 그대로 향을 입히는 목적으로 탄생한 제품이기에, Y존의 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따라서 분비물이나 질염 등 부인과 질환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너퍼퓸을 직접 사용해보았다. 속옷에 단 한두 방울 떨어트리는 것으로 향기가 충분할지 의구심이 들었는데, 적은 양만으로도 발향이 탁월했다. 지속력도 뛰어나 하루 종일 은은한 향기가 나를 따라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앉았다 일어날 때, 화장실을 갈 때마다 기분 좋은 향기 덕분에 기분 전환이 되었다. 다만 속옷이 살짝 촉촉할 정도로 많이 뿌린 날은 Y존 부근에 화한 자극이 느껴져 적절한 용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올바른 사용법을 준수한다면, 이너퍼퓸은 자존감을 높이는 훌륭한 향기 테라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여성들이 Y존 케어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좋은 신호다. 이너퍼퓸의 등장도 그 신호탄이라고 여겨진다. 내 몸에 대해 잘 알고, 대우해주고자 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타인의 참견, 쏟아지는 불확실한 정보들, 알게 모르게 기저에 깔려 있는 가부장적 관습을 분별해내는 능력이 필요하겠다. 

    에디터
    신지수
    포토그래퍼
    JUNG WON YOUNG 
    도움말
    박나윤(압구정연세산부인과 원장), 박유나(예다여성의원 원장), 느바에(살롱 드 느바에 조향사)
    참고 서적
    <질 건강 매뉴얼>, 제니퍼 건터, 글항아리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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