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접수를 마친 부부
당당한 연애와 결혼을 향한 다양성 커플의 리얼 커밍아웃 로맨스 <메리퀴어>의 두 커플이 전하는 다름없는 사랑 이야기.
혼인신고 접수를 마친 부부 | 김민준&박보성
188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채널 ‘뽀송한 준’의 주인공이죠. 이런 촬영은 어때요? 해외 체류 중인 가람과 승은 커플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보성 오기 전에 가람, 승은 누나랑 통화했는데 엄청 아쉬워하더라고요. 일정이 그러니 어쩔 수 없죠.
민준 기분 좋았어요. 놀라기도 했고요. 해외 매체는 몇 번 했는데 이제 국내 매체에서도 ‘찐’ 퀴어 커플을 받아들이게 된 건지 싶어 보성이에게 꼭 하자고 했어요. <얼루어>는 많은 사람이 보는 대중 매체잖아요. 결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해요.(웃음)
보성 저는 그냥 민준이가 하자고 해서 했어요. 흔쾌히. 저는 민준이가 하자고 하면 무조건 해요. 하지 말자고 하면 안 하고요.
타인의 시선 말고, 둘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규정해요?
민준 저는 게이고요. 제가 사랑하는 보성이와 알콩달콩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김민준입니다.
보성 저도 게이고, 민준이의 애인이고 함께 커플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가 끼친 유의미한 영향 중 하나로 퀴어 가시화를 꼽을 수 있다고 봐요. 개인 방송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며 영향력을 갖게 됐잖아요. 두 사람처럼요.
민준 처음엔 커플인 걸 밝히지 않았어요. 제가 평범한 직장인이었거든요. 가족과 친구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회사는 다른 영역이잖아요.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유튜브에서 우리가 커플인 걸 알렸고요.
사회적 커밍아웃의 순간, 어땠나요?
민준 거대한 마음을 먹거나 각오를 한 건 아니고요. 두려울 게 없었다고 해야 하나. 한 번뿐인 인생인데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잖아요. 숨기거나 주저하거나 하는 시간이 아까웠어요. 그때 보성이한테 그랬거든요. 우리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떳떳하게 사랑하면서 살자고요.
가족을 향한 커밍아웃은 어땠어요?
민준 저는 고등학생 때 커밍아웃했어요. 처음에는 진짜 힘들어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잖아요. 시간이 좀 걸렸지만 결국엔 받아주셨어요. 지금은 엄마랑 남자 이야기도 나눌 정도로 편해졌어요. 엄마가 잘 들어주세요. 이것저것 궁금해하고요.
커밍아웃 후 가족에게 인정받은 사람은 자아가 한층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민준 씨처럼. 가족이라는 든든한 힘,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런 거죠?
민준 그 말 진짜 맞는 것 같아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내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줬으니 무서울 게 없죠. 남들이 날 어떻게 바라보든 신경 쓰지 않게 돼요.
보성 씨는 어때요?
보성 엄마에게 커밍아웃하기 전에 유튜브에서 먼저 커밍아웃을 했어요. 엄마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요. 엄마는 나를 무조건 인정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그렇게 행동한 것 같아요. 방송을 통해 보셨겠지만 엄마가 충격을 많이 받았죠. 관계도 틀어져버렸고요.
그래도 차츰차츰 가까워지는 것 같던데요. <메리퀴어>나 최근 엄청난 기세로 성장 중인 BL 콘텐츠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일부의 입장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민준 우습다고 생각해요. BL이나 퀴어 콘텐츠를 소비하면 자신들의 가족이 게이가 되거나 레즈비언이 되거나 트랜스젠더가 된다고 믿는 거잖아요. 말이 안 되는 거죠. 이성애자 남성이 노력과 훈련을 통해서 게이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너무 답답할 때 짜증 나는 그런 기분 아세요? 딱 그래요.
오늘 기준 6화까지 릴리즈된 상태인데 에피소드 마다 제목이 인상적이에요. 마음에 들거나 마음이 가는 제목이 있어요?
보성 저는 ‘이해-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를 소중하게 생각해요. 엄마의 속마음을 처음 알았거든요. 그때는 그냥 담담했는데 지금은 생각만 해도 울컥해요.
민준 씨는 어때요?
민준 ‘약속-다만 너이기 때문에’가 좋아요. 너무 큰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혔을 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요. 그런 의미에서 ‘약속-다만 너이기 때문에’라는 한 줄이 주는 울림이 있어요. 사람은 다 같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두 사람의 ‘혼인신고 접수 완료 건’에 대해 얘기해보죠. 동성혼 법제화가 세계적인 추세지만, 혼인과 부부라는 개념이 고리타분한 이성애적 사고를 전제로 한다는 비판도 존재해요.
민준 잘 알아요. 저희는 지금 함께 살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둘 중 한 명이 갑자기 수술받아야 할 때 수술 동의서에 보호자 서명을 할 수가 없어요. 법적 보호자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서로 늘 함께하는 가족이지만 정작 다급한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거예요. 그 외에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많아요. 무엇보다 저는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어요. 지금 국내법은 저희가 동성 연인이기 때문에 법적인 부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거잖아요. 당사자의 합의로 결혼하고 부부가 되겠다고 나서는 건데, 그걸 왜 국가가 인정할지 말지를 결정하죠? 저희를 비롯한 수많은 퀴어 당사자 모두 우리나라 국민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면서 살고 있어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리는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거예요.
보성 씨가 왜 민준 씨를 무조건 믿고 의지하는지 알겠군요. 둘의 결혼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보성 비밀이에요. 방송을 끝까지 보시면 알 수 있어요.(웃음) 스포일러 하면 큰일 나요. 힌트는 프로그램 제목이 <메리퀴어>라는 거예요.
올해 퀴어 퍼레이드 슬로건이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였어요. 세상의 모든 퀴어가 <메리퀴어>에 등장하는 세 커플처럼 자기 자신을 돌보면서 떳떳하게 살았으면 해요. 구독자 188만 명과 함께하는 두 사람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민준 정체성 때문에 자신을 미워하거나 부정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다른 사람과 사회도 나를 인정해줄 테니까요. 매년 적지 않은 수의 퀴어 당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데, 제발 그러지 않으면 좋겠고요. 저는 한국 사회가 유난히 퀴어를 이상한 사람으로, 커다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태어날 때 얼굴에 작은 점 하나 달고 태어나는 정도예요. 얼굴에 점이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의 차이요.
지금 어때요? 행복해요?
민준 정말 행복해요. 내일이 오는 게 두렵고 무서운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기다려져요. 기대하게 돼요. 아침에 눈떴을 때 옆에 있는 보성이를 바라보는 게 좋아요. 잠은 잘 잤는지, 어제보다 살이 붙었는지 빠졌는지 그런 사소한 것을 나누고 함께하는 순간이 저는 너무 소중해요.
보성 저도 민준이랑 같아요. 앞으로도 쭉 행복하면 좋겠어요.
민준 한마디만 할게요. 매일매일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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