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얼굴과 목선 만들기
울고 웃고, 말하고 숨 쉬는 동안 우리의 얼굴과 목에 자리 잡는 주름. 세월의 흔적을 거부할 수도, 거스를 수도 없기에 되도록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받아들이는 방법을 준비했다.
안티에이징의 시작
안티에이징 스킨케어 제품은 엄마, 빨라야 서른 살 넘은 언니가 쓰는 화장품이라고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눈에 보이는 노화의 징후들에 대처하기 위해 나이 든 인생 선배들이 하는 최소한의 투자.그러다 피부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티에이징이 단순히 주름을 지우는 스킨케어가 아니라, 보습과 자외선 차단을 기본으로 하는 건강한 피부를 만들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물론 주름은 생긴 다음 지우는 것보다 생기기 전부터 관리하는 게 훨씬 쉽고, 돈도 적게 든다는 사실도 안티에이징에 관심을 두는 나이를 점점 낮추는 데 한몫했다. 더 솔직해지자면 안티에이징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나이를 따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피부의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피부 속 섬유질의 생성이 떨어지고 자외선에 의해 섬유질이 파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진행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특정한 나이부터 시작된다고 정의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수치화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 노화를 유발하는 요소들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동시에 이미 노화가 진행된 피부를 다시 젊은 시절로 되돌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름이 눈에 띄기 전,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예전 같지 않은 피부의 수분 보유력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세안 후 손끝에 느껴지는 피부가 푸석푸석하다거나, 파운데이션이 바뀐 것도 아닌데 메이크업이 들뜰 때, 이런 것들이 꼭 날씨 탓만은 아니다. 피부의 재생력이 떨어지면 각질이 쌓이게 되고, 피부 속에서 표피로 수분을 끌어당기는 힘이 줄어들어 피부는 푸석푸석해진다. 우리 피부는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피지 분비도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피부결이 거칠어지고, 메이크업 제품의 흡수도 더뎌지고, 색소침착도 잦아지고, 회복도 느려진다. 당장 눈에 띄는 주름이 없다 해도 이런 징후가 보인다면 안티에이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안티에이징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연령층이 다양해지면서 안티에이징 제품에서 보이는 유행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머리나 몸에 바르는 거라고 인식되던 오일을 얼굴에 바르기 시작한 게 불과 3~4년 전의 일인데, 이제는 단순히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보습막을 형성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오일로 유수분 밸런스를 맞춘다. 보습 관리도 예전에는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것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피부의 수분 보유력을 높이는 게 기본이 됐다. 피부 자체의 재생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성분이 접목되면서 얼굴의 탄력을 높여 윤곽을 살려준다는 이야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모공 관리에서도 수분을 공급하고 세포의 활성화를 도와 피부 밀도를 높여 모공이 늘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것으로 접근한다. 또한 광노화를 예방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바를 것을 권장함과 동시에, 자외선에 노출된 상황에 대비해 항산화 효과를 내는 성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그 결과 올해 선보인 안티에이징 제품에는 피부세포의 손상을 방지해 유해 성분에 저항할 수 있는 피부 보호벽을 유지하는 항산화 성분이 기본으로 함유된 것을 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항산화 성분은 제형보다 바르는 순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습제나 자외선 차단제보다 먼저 발라야 온전히 피부 속으로 흡수될 테니 말이다.
똑똑해진 안티에이징의 마무리
지긋지긋한 장마가 지나고, 무더위도 차츰 수그러들면 서서히 환절기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 몸은 따뜻한 곳에 있으면 혈관이 팽창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추운 곳에 있으면 열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표면적을 적게 해 피부와 혈관이 수축된다. 게다가 이맘때쯤에는 여름 내내 강한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각질이 두꺼워진 상태라 기온까지 낮아지면 자체적으로 뿜어내는 유분도 줄어들고, 두꺼워진 각질은 수분을 빠르게 잃게 된다. 이렇게 각질은 더욱 두꺼워지고, 딱딱해져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본격적인 안티에이징 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꼼꼼한 클렌징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이때에도 보습 관리를 함께 할 수 있는 락틱산 같은 AHA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사용하면 유효한 안티에이징 성분의 흡수를 돕는 것은 물론이고, 혈액 순환을 도와 피부 속 콜라겐의 결속도 높인다. 유효 성분의 흡수를 방해하는 각질을 제거하고 난 뒤에는 안티에이징 관리만 효과적으로 해도 피부 세포의 턴오버 주기가 규칙적으로 자리 잡혀 자연적인 각질의 생성과 탈락을 통해 각질 관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각질을 제거한 뒤에는 보습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충분하되 과하지 않은 보습제의 선택이다. 피부에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면 각질의 탈락을 촉진하지만, 유분이 과도한 경우에는 각질이 피부에 들러붙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할에 제격인게 크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인공적인 보습막을 형성해 에센스 단계에서 흡수된 유효 성분의 증발을 예방하면서 건조함까지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작년부터 꾸준히 출시되고 있는 세라마이드나 글리시틴 같은 피부 유사 성분을 함유해 피부 지질층을 탄탄하게 하는 제품은 마무리까지 산뜻하다. 차진 제형이라는 핑계로 끈적임을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이 줄었다. 하지만 모든 제품이 가볍게 발리는 것에 주목한 것은 아니다. 상처를 치유할 때 피부 재생력을 높이기 위해 습윤 드레싱을 사용하는 원리로 보습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게 하고, 피부가 즉각적으로 조이는 효과를 보이는 쫀쫀하게 발리는 제형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얼굴 피부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온도가 내려가면 피부의 발한이나 피지 분비 기능이 뚝 떨어지고, 피부대사가 원활하지 않게 되므로 혈액 순환이 잘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탄력 넘치는 조임을 경험하기 위해 크림을 차갑게 보관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안티에이징의 낮과밤
일반적으로 안티에이징은 밤에 하는 게 좋다는 인식이 강하다. 세포의 재생이 밤에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레티놀 등의 성분이 열과 빛에 노출될 경우 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침에는 안티에이징 관리를 건너뛰어도 될까? “빛이 감지되는 순간,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여기에 자외선과 열 같은 외부 자극이 더해지면 피부는 점점 건조해지고 탄력을 잃게 되죠. 낮에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안티에이징 관리 방법은 보습력이 풍부한 제품으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피부의 자체 방어막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하게 바르는 것은 기본이고요.” 에스티 로더 교육부의 이소윤 대리는 말한다. 낮에는 어쩔 수 없이 받는 자극을 최대한 덜 받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다. 보습과 자외선 차단 외에도 최근에는 비타민 B3와 리포산 같은 항산화 성분과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성장 인자나 세포배양액, 폴리페놀과 펩타이드처럼 광노화에 대처하는 성분이 낮에 하는 안티에이징 관리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에 밤에는 여전히 피부 재생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력한다. 대표적인 성분은 여전히 레티놀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에는 표피 세포의 재생과 항산화 효과를 통해 피부의 탄력을 증가시키고 주름을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눈에 띈다.
유수분의 균형
피부 노화의 원인 중 환절기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흐트러지기 쉬운 피부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유수분 균형이 흐트러지면 건조함이 오고, 피부의 신진대사가 흐트러지면 세포와 탄력물질의 재생력도 약해지고, 각질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점점 두꺼워져요”. 온뜨레 교육부의 박은하 과장의 말이다. 피부의 유수분 균형은 건조하거나 지성 타입의 피부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 피부의 표피층 아래, 세포와 세포 외기질의 부피를 결정하는 요소가 바로 수분이기 때문이다. 수분이 충분하면 세포도 팽창하고, 피부의 볼륨이 증가해 탄력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주름도 개선된다. 중요한 것은 피부에 아무리 수분을 공급해줘도 피부 표면을 통해 지속적으로 증발해버리면 피부 탄력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게 유분이다. 번들거림 때문에 제거하기 바빴던 유분은 피부 가장 바깥의 각질층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장벽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비타민 등의 성분은 pH3.5의 약산성에 사용할 때에는 다크서클 완화 효과가 있는 젤이나 로션, 세럼 타입의 제품을 바르는 게 낫다는 것이다. 눈가가 쉽게 건조해지는 편이라면 얼굴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유분막이 적은 에센스나 젤 타입을 바른 다음 보습제를 덧발라야 한다. 자극에 유독 예민한 것만 제외하면, 눈도 결국 우리 얼굴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민감한 눈을 위한 안티에이징
눈가는 피지선이 적어 수분 부족으로 주름이 생기기 쉬운 부위이기에 어떤 성분을 바르느냐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얼마나 자주 바를 수 있는지,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메이크업을 덧발랐을 때 밀리지 않는지도 중요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부위별 세분화도 더욱 정교해져 눈에 바르는 크림도 눈꺼풀 위와 아래에 필요한 것으로 나뉘어 나온다. 아이 에센스와 아이 크림, 아이 젤, 아이 마스크 등 제형도 세분화돼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이때 주의할 점은 수분과 탄력을 공급하는 아이 크림은 순간적으로 눈이 부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눈두덩에 사용할 때에는 다크서클 완화 효과가 있는 젤이나 로션, 세럼 타입의 제품을 바르는 게 낫다는 것이다. 눈가가 쉽게 건조해지는 편이라면 얼굴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유분막이 적은 에센스나 젤 타입을 바른 다음 보습제를 덧발라야 한다. 자극에 유독 예민한 것만 제외하면, 눈도 결국 우리 얼굴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나이는 목으로 온다
수면 습관이 나쁘면 하루의 1/3 이상이 넘는 시간을 목에 주름진 상태로 지낼 수도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길을 걷는 동안에도 고개를 꼿꼿하게 드는 일도 줄었다. 그리고 목에서 이어지는 쇄골위쪽은 상대적으로 살이 처지는 것을 지탱해줄 근육이 부족하기 때문에 탄력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그럼에도 목을 따로 관리하는 것은 어쩐지 번거롭다. 그래도 목주름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컨실러나 프라이머로 가릴 수 없으니까. 목주름 관리를 위한 용도로 나오는 제품들은 피지선이 적어 번들거릴 일이 없는 목의 보습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일반적으로 얼굴보다 많은 유분을 함유해 주름 예방 효과를 높인다. 이런 제품을 따로 구입하는 게 부담스럽다 면 얼굴에 바르는 제품을 목에 그대로 발라도 된다. 단 얼굴에 바르고 손바닥에 남은 것을 살짝 얹어주는 정도로 그치면 안 된다. 자외선 차단제도 마찬가지. 충분한 양의 제품을 바르고, 마사지까지 곁들이는 게 좋다. 마사지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제품을 바르기 전 양손의 엄지로 턱을 밀어 올리는 스트레칭을 10초씩 5회 정도 가볍게 한다. 그리고 검지와 중지, 약지를 사용해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돌려가며 쇄골에서 턱 방향으로 올린 다음, 가볍게 쥔 주먹으로 턱 아래에서 쇄골 방향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면 독소와 노폐물의 배출을 촉진해 얼굴의 부기까지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이제 번거로우니까 하나로 끝내는 안티에이징 관리는 옛말이 됐다.
도움말 | 박상준(와인 피부과 원장), 이소윤(에스티 로더 교육부), 박은하(온뜨레 교육부), 오은혜(크리니크 교육부) 참고서적 | 우리가 스킨케어 할 때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윤경 저, 성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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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황민영
- 포토그래퍼
- 이승엽, 이주혁
- 모델
- 박슬기
- 스탭
- 헤어/유다, 메이크업/류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