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여드름

작은 뾰루지 하나로 시작된 여드름이 점점 더 심해진다면 전문가에게서 답을 찾길. 서른 넘은 나이에 느닷없이 찾아온 여드름에 그녀들이 한의원과 피부과에서 찾은 방법은 이것이다.

실크 소재 흰색 원피스는 이상봉(Lie Sang 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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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균형을 되돌려 여드름을 다스리는 한방 치료
지난가을 무렵부터 이마에 좁쌀여드름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평소 턱이나 볼에 뾰루지가 한두 개 생기는 거 말고는 여드름으로 고민해본 적은 없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모공이 막혀서 그런가 싶어 각질 제거 횟수를 늘리고, 진정과 보습 기능이 있는 마스크를 하고, 붉게 부풀어오른 부위에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팟 제품을 발랐다. 어느 정도 진정되는가 싶더니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면서 증상이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마 쪽은 피지가 과도하게 분비돼 번들거리고, 두 뺨은 피부가 땅길 만큼 건조해진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안제 하나, 크림 하나를 고르는 것도 조심스러워졌다. 좁쌀여드름 때문에 이마가 오톨도톨해지고, 관자놀이와 턱에 화농성 여드름이 올라와 화장으로도 더는 감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전문가의 도움이 간절해졌다.
혹여 피부에 자극이 될까 그 흔한 압출 한번 해본 적이 없기에 피부과 대신 여드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해율한의원의 김도완 원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맥을 짚어 몸 상태를 살핀 그는 평소 소화와 배변은 원활한지, 생리주기는 일정한지, 얼굴이 잘 빨개지거나 뒷목이 자주 뭉치지는 않는지, 잠은 깊게 잘 자는지 등을 물었다. 질문을 듣다 보니 무심코 지나쳤던 몸의 이상증상이 하나둘 떠올랐다. 최근 들어 얼굴이 자주 화끈거리고 어깨와 뒷목이 뻐근하게 뭉치는 일이 잦고, 조금이라도 과식한 날에는 어김없이 체기가 올라왔다.
“성인 여드름의 원인은 상열감이나 소화기관의 문제, 자궁 기능의 저하, 수면 부족 등 매우 다양한데, 유독 이마 쪽에만 여드름이 많이 생긴다면 상열감이 원인일 확률이 높아요. 우리 몸은 얼굴과 팔다리로 기와 혈이 고르게 나눠져야 순환이 잘되는데, 위쪽으로만 열이 모이면 피부 온도와 습도의 균형이 깨지면서 여드름이 계속 올라오게 됩니다. 반대로 아래쪽은 열이 부족해 손발과 아랫배가 차서 소화가 잘 안 되고 하체가 잘 붓게 되죠.” 올라온 여드름만 잘 치료하면 금세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원인이 몸속에 있다는 설명을 듣자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료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생활습관을 교정해 몸의 균형을 회복해서 기와 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몸이 변하면 피부도 따라서 좋아지게 되니까요. 열을 높이는 맵고 단 음식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대신 열을 낮추는 신맛이 나는 과일이나 쓴맛이 나는 채소의 섭취를 늘리세요. 상열감을 개선하는 염교, 형개, 박하 같은 한약재를 넣은 한약을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몸의 균형이 회복되는 데는 3개월 정도가 걸려요. 이미 올라온 여드름이나 눈에 보이지 않지만 피부 속에 숨어 있는 여드름은 언젠가는 올라오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두 번은 압출과 진정, 재생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치료기간이 3개월이라는 말에 잠시 망설였지만 여드름 치료와 체질 개선을 한번에 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치료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경락기능검사기를 통해 정확한 체질 진단을 받은 뒤 본격적인 여드름 관리에 들어갔다. 간단한 클렌징 후에 각질을 없애는 정화팩을 바른 다음 녹차와 한약재 성분을 담은 솔잎 향이 나는 증기를 얼굴에 쏘여 압출하기 좋은 피부상태를 만들었다. 압출은 한의사가 직접 하는데, 압출을 하면서 피부와 몸의 상태를 고루 살펴 차후 관리나 한약처방에 참고하기 위함이었다. 압출과정이 끝나자 약간의 통증과 함께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손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니 이마뿐 아니라 턱과 뺨 여기저기에 압출한 흔적이 남아 있고, 미간과 귀 옆, 턱에는 침이 꽂혀 있었다. “얼굴의 열을 내리고 피부재생을 돕는 침이에요.” 압출 후에는 항염과 진정효과가 있는 한방앰풀을 바르고 차가운 금속으로 된 냉동치료기로 달아오른 피부를 진정시킨 다음 쿨링 마사지 팩을 발라 마무리했다. 90분간의 치료가 끝나고 바로 약속이 있어서 BB크림을 발랐는데 압출한 부위가 그새 잘 아물어 덧나지 않았다. 일주일 치 한약을 처방받고, 여드름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한방 치료제인 진결고와 진정과 보습작용을 하는 보습제인 진결윤액을 받았다. 다음 날부터 아침저녁으로 한약을 먹고, 평소 즐기지 않던 쓴 나물반찬과 신선한 채소를 식탁에 올렸다. 빵이나 과자 대신 볶은 검은콩을 간식으로 먹고, 아이스라테 대신 열을 낮춰준다는 페퍼민트 차를 따뜻하게 우려 마셨다.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온 날에는 하체의 부기를 풀어주기 위해 반신욕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한의원에서 관리를 받고, 이삼일에 한 번은 진결윤액과 진결고를 섞어 팩을 했다. 화장품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쓰되 유분 함량이 많지 않고 진정효과가 있는 제품들 위주로 발랐다.
첫 주에는 압출로 인해 생긴 딱지 때문에 얼굴 상태가 엉망이었다. 치료 2주 차가 되자 이마에 올라오는 좁쌀여드름의 개수가 확연히 줄어 오톨도톨했던 표면이 조금 매끈해진 반면, 뺨에는 숨어 있던 화농성 여드름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의원을 찾아 압출을 하고 진정관리를 받자 다행히 염증이 덧나지 않고 자국도 심하게 남지 않았다. 치료 4주 차인 요즘, 여드름을 제거한 딱지가 여기저기 남아 있지만 얼굴이 시도 때도 없이 화끈거리던 증상은 거의 사라졌다. 새로 올라오는 여드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여드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까지 앞으로 몇 달이 걸릴지는 잘 모르지만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식습관과 생활습관도 계속해서 지켜나갈 생각이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몸도, 피부도 점점 좋아지는 게 느껴지니까! – 조은선(<얼루어> 뷰티 에디터)

레이저로 여드름의 원인 균을 없애는 피부과 치료
등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다. 잠깐 올라오다 말겠지 싶어 그냥 두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개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슬슬 걱정이 되긴 했지만 등을 노출할 일이 없어 잊고 지냈다. 두 달쯤 지나 실내 수영장에 가서 새로 산 수영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선 후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등 전체에 붉은 여드름이 올라오고 있었고, 여드름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었다. 도무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거뭇한 여드름 자국을 보고 있으니 여름이 다가오는 게 두려워질 정도였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뷰티 에디터의 추천을 받아 에스앤유 피부과의 김방순 원장을 찾았다. 답답한 마음에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질문부터 던졌다. “사춘기 때도 안 나던 여드름이 왜 갑자기, 그것도 등에 나는 걸까요?” 김방순 원장에게서 “여드름이 나는 이유는 다 다르지만 성인의 경우는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요. 스트레스란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스트레스를 모두 포함해요. 새벽까지 일하거나,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기름진 음식과 술을 많이 먹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여드름이 생길 좋은 환경이 마련되는 거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의 설명을 들은 후 그야말로 망연자실이었다. 여드름의 필요 충분 조건에 100% 부합하는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 “지금 올라오는 여드름과 여드름 자국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번에는 정말 간절하게 물었다. “여드름 자국은 더 이상 여드름이 나지 않으면 저절로 없어집니다. 얼굴에 난 여드름은 1년 정도, 등이나 몸에 생긴 여드름은 길게는 2~3년 지나면 없어지죠. 여드름이 생기는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여드름 자국만 치료하면 아무 소용없어요. 특히 등에 생기는 여드름은 염증이 심한 화농성이 많아 착색이 잘되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아요.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여드름이 나는 것을 완전히 멈추게 하려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요. 때문에 먹는 약과 바르는 약으로 꾸준히 치료하면서 증상이 심한 경우는 레이저와 염증주사 같은 치료를 병행하되,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죠.”
더 미룰 것도 없이 당장 치료를 받기로 결정하고, 치료실 침대에 누웠다. 먼저 딥클렌징과 스크럽으로 피부에 쌓인 피지와 각질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피지 조절과 염증 완화 기능이 있는 티트리 성분을 함유한 약산성 세안제예요. 과도한 피지와 불순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해요. 여드름균은 피지를 먹고 사는데, 각질이 쌓여 모공 속에 피지가 쌓이면 여드름균이 증식하기 쉬워요. 다음은 글리콜릭산 필링을 할 거예요. 글리콜릭산은 피부 각질 세포 간의 접착력을 약화시켜 각질이 잘 떨어져 나가도록 해서 여드름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글리콜릭산 크림을 바르고 몇 분 후에 중화를 했는데 등이 살짝 따끔거렸지만 금세 진정됐다. 그 다음에는 모공을 열기 위해 등 전체에 따뜻한 수증기를 쐬었다. 본격적으로 여드름을 압출하는 순서가 다가온 것이다. 염증이 없는 면포성 여드름은 바늘로 구멍을 내서 압출하고, 염증이 심한 여드름은 ‘어븀 야그 레이저’를 조사해 깊이 구멍을 낸 후에 압출했다. 등에 여드름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아주 오래, 꼼꼼히 여드름을 짜기 시작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하게 올라오는 여드름까지 하나하나 다 짜기 때문이라고 했다. 압출이 끝나자 등이 화끈거렸다.
‘여드름이 하나둘 올라올 때 병원에 갈 것을, 왜 이제 와서 마음고생, 몸고생을 하나’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이제 진정 마스크를 할 차례예요. 진정 마스크를 바르고 염증 완화와 피부 재생을 돕는 특수 광선을 10분 정도 쏘일 겁니다.” 뒤이어 15분간 얼음처럼 차가운 쿨링 마스크를 바르는 것으로 모든 치료가 끝났다. 치료 후 여드름을 억제하는 먹는 항생제와 비타민A 연고, 염증성 여드름 부위에 바르는 항생제 물약을 처방받았다. 여드름 치료 시 복용하는 알약은 피지분비를 줄이는 피지 조절제와 염증을 가라앉히고 여드름균의 증식을 막는 항생제로 나뉘는 데, 피지 조절제는 복용하는 동안 임신하면 태아에 기형이 생길 위험이 있어 가임기 여성에게는 가능하면 처방하지 않는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 거울에 등을 비추니 치료를 받은 직후라 울긋불긋해져 있었다. 하루 한 알씩 항생제를 챙겨 먹고, 매일 밤 자기 전에 연고와 항생제 물약을 발랐다. 기름진 음식과 술은 완전히 끊지 못했지만 줄이려고 노력했고 그 뒤로 일주일에 한 번씩 3주에 걸쳐 치료를 받았다. 치료 과정은 동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압출해야 할 여드름이 줄어들어 치료 시간은 점차 짧아졌다. 일주일에 한 번은 살리실산을 함유한 샤워젤을 사용해 각질을 제거하고, 산뜻한 제형의 보디 로션을 발랐다. 세 번의 여드름 치료를 받고 3주가 지난 지금 등의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붉게 부풀어 오르던 화농성 여드름도 많이 사라졌다. 아직 여드름이 군데군데 남아 있고 여드름 흔적도 눈에 띄지만 조금씩 예전의 등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올 여름, 등이 훌렁 파인 원피스를 입는 것도 문제없을 것 같다. – 조소영(<얼루어> 피처 에디터)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조은선
    포토그래퍼
    정성원
    모델
    한으뜸
    스탭
    헤어/강현진, 메이크업/원조연
    기타
    어시스턴트 | 유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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