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도 안티에이징 <1>

얼굴처럼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두피와 모발도 나이가 든다. 축축 처지는 머리 탓에 주기적으로 볼륨 펌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고, 나날이 가늘어지는 모발과 넓어지는 가르마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면 헤어 노화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민소매 원피스는 질 스튜어트(Jill Stuart).

민소매 원피스는 질 스튜어트(Jill Stuart).

드라마 <밀회>에서 꿀 팩을 바른 것처럼 번들거리는 김희애의 피부만큼이나 화제인 것이 바로 헤어 스타일이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하이 포니테일과 긴 생머리를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하고 힘 있는 모발 덕분이다. 어릴 적에는 엄마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뽀글 파마’를 하는 이유를 몰랐지만, 서른이 넘은 지금은 모발이 가늘어지고, 모근의 힘이 약해져 강렬한 웨이브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엄마들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얼굴처럼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서른 살을 전후로 모발과 두피에도 노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노화가 시작되면 두피 역시 피부와 마찬가지로 혈액 순환이 둔화되고, 세포재생이 원활하지 않아 각질층이 두꺼워지며, 두피와 모발에 전달되는 산소와 수분, 영양이 줄어든다. 두피의 피지 분비가 감소해 두피와 모발이 건조해지면서 여러 가지 노화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노화가 시작되면 모근이 약해져 모발 수가 줄어들고, 모발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큐티클층이 손상돼 모발이 가늘고 약해지며, 모발의 윤기가 줄어듭니다. 또한 모낭의 멜라닌 세포수가 줄어들고 모낭 가장자리에 있던 멜라닌 세포가 가운데로 이동하지 못하면서 모발 색이 밝아지고 흰머리도 늘어나죠. 두피가 민감해지는 것 역시 대표적인 노화증상 가운데 하나예요.” LG생활건강 임연희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모발과 두피의 노화 역시 세월의 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지만, 피부처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스트레스와 무리한 다이어트, 운동 부족 등 노화를 촉진하는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고 모발과 두피 타입에 맞는 제품을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하면 된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혈액 순환을 방해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피지 분비를 자극해 두피의 균형을 깨뜨려 심한 경우 탈모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불균형과 부족한 단백질 섭취량 역시 두피와 모발의 노화를 촉진하는 원인 중 하나다.

헤어 노화를 늦추는 방법
헤어 안티에이징의 시작은 자신의 두피와 모발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두피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방법 중 하나는 확대경을 통해 두피의 색깔을 살피는 것. “유수분 균형이 잘 맞는 건강한 두피는 푸른빛이 도는 흰색에 가깝고 두피 표면에 각질이나 이물질이 거의 없어요. 두피가 연한 붉은색을 띤다면 두피가 민감하다는 신호죠. 군데군데 붉은색 홍반이 있다면 과도한 피지 분비나 호르몬 불균형 등으로 인해 모낭에 세균이 감염돼 염증이 생겼다는 증거예요. 두피가 누런 황색을 띤다면 피지 분비가 과도하다는 의미로, 이물질이 달라붙어 염증이 생기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스파 드 이희 트리콜로지스트 김은미의 설명이다. 헤드스파를 찾기 어렵다면 레오놀그렐 교육부 임현주 실장의 조언을 참고하자. “샴푸를 하고 2~3시간이 지난 다음 두피를 만졌을 때 기름기가 묻어나오면 지성 두피로 볼 수 있어요. 샴푸 후 하루가 지나도 기름기가 전혀 없거나 모발의 찰랑거림에 변화가 없다면 건성 두피라고 보면 됩니다.” 요즘은 염색이나 펌으로 인해 모발이 건조한 경우가 많은데 모발에 맞춰 헤어 제품을 사용하다 보면 두피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모발과 두피 상태가 다르다면 두피에 맞는 샴푸를 선택하고, 모발은 트리트먼트나 오일 등으로 따로 관리해야 한다.샴푸를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요즘은 미세먼지가 심해 잘 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미세먼지가 두피에 쌓이면 모공을 막아 트러블이 생길 수 있고, 미세먼지 속 중금속과 이산화황 같은 산성 성분은 두피를 민감하게 만들고 노화를 촉진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모자를 쓰고 외출하고, 다음 날 아침이 아닌 그날 저녁에 머리를 감아 낮동안 두피와 모발에 쌓인 먼지와 노폐물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려의 박유현 브랜드 매니저는 샴푸를 하기 전에 끝이 둥근 브러시를 이용해 두피와 모발을 가볍게 쓸어 내리라고 조언한다. “낮 동안에 쌓인 먼지와 노폐물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엉켜 있는 모발을 풀어줘 샴푸를 하면서 모발이 끊어지거나 빠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죠.” 샴푸할 때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한다. 두피에 샴푸나 팩을 바르고 손가락 지문을 이용해 부드럽게 마사지하면 혈액 순환을 도울 뿐 아니라 세정력과 트리트먼트 효과도 높일 수 있다. 두피와 모발이 젖어 있으면 두피에 균이 생기거나 먼지가 달라붙기 쉽고, 모발 표면이 손상되기 쉬우므로 완전히 말린 다음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지압과 마사지를 통해 두피의 혈액 순환을 돕는 것도 두피와 모발의 노화를 늦추는 데 효과적이다. 혈액 순환이 활발해 혈액과 산소, 영양분이 원활하게 전달되면 두피가 건강해져 모근이 튼튼해지고 모발 성장이 촉진돼 모발이 힘있고 윤기 있어진다.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인해 어깨와 목이 경직되면 두피의 혈액 순환이 나빠지므로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병행해 목과 어깨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두피 스케일링과 모발 트리트먼트 같은 헤어 관리와 아로마 요법, 두피와 목, 어깨, 전신 마사지 등을 결합한 헤드스파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파 드 이희 트리콜로지스트 김은미는 두피관리가 피부관리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두피는 수많은 신경이 지나가는 뇌를 감싸서 보호하는 역할을 해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두피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두피 근육이 수축해 신경을 누르면 산소와 영양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고, 얼굴의 순환도 잘 되지 않아 피부가 칙칙하고 거칠어지며 탄력을 잃게 됩니다. 헤드스파를 받고 나서 안색이 맑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죠.” 시술이나 메이크업으로 단기간에 커버가 가능한 얼굴 피부와 달리 두피와 모발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조은선
    포토그래퍼
    이정훈, 이승엽
    모델
    김진경
    스탭
    헤어 / 김귀애, 메이크업 / 공혜련
    기타
    사진출처 | Spa de Ihee, Rachel by Kim Sun Young, Numero One, 도움말 | 김은미(스파 드 이희 트리콜로지스트), 김은숙(누메로원 트리콜로지스트), 박유현(려 브랜드 매니저), 임연희(LG생활건강 책임연구원), 임현주(레오놀그렐 교육부 팀장), 진민(레이첼 바이 김선영 두피테라피스트), 최정윤(아베다 교육부 과장), 어시스턴트 | 여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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