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리단길, ‘걸어서 세계 속으로’ 속성 미식 여행 코스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까지, 불과 지하철역 한 정거장 사이에 펼쳐진 ‘걸어서 세계 속으로’ 속성 미식 여행 코스. 놀랍게도 이곳의 아시안 식당 총 6곳은 모두 남준영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라는데, 모두 어설프게 따라 한 게 아니라 맛부터 인테리어까지 현지와 아주 흡사하다고. 지금부터 둘러보며 여행 기분 좀 내볼까요?

퓨전 한국, 사랑이 뭐길래 SADCLUB

신용산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사랑이 뭐길래 SADCLUB’. 우리나라 식재료를 활용한 경계 없는 요리와 다양한 술을 즐길 수 있는 한식 주점인데요. 신선한 ‘성게알 치자 국수’부터 고등어구이에 인도네시아 삼발소스를 얹은 ‘삼발과 고갈비’, ‘도라지 쏨땀’ 등 이색 요리를 맛볼 수 있어요. 곁들이기 좋은 시그니처 칵테일은 이름이 좀 특이합니다. 눈물이 가득 고인 듯한 ‘빡치주(25도)’와 사랑을 즙 내어 만들었다(?)는 ‘개빡치주(40도)’. 신청곡도 받는다고 하니 노래로 위로를 받고 싶다면, 미리 선곡해가는 걸 추천할게요. 예를 들면, 더넛츠의 사랑의 바보, 제이의 어제처럼, 플라워의 Endless 뭐 이런 거?

베트남, 효뜨

베트남 현지보다 더 현지 같은 로컬 분위기를 살린 식당 ‘효뜨’. 얼마나 현지스러웠으면 범죄의 도시2의 베트남 씬의 촬영지가 되기도. 경찰들이 모여서 맥주 마시던 장면의 배경이 이곳이라고 해요. 음식 또한 남준영 셰프의 주종목인 베트남 요리라 맛이 보장되는데요. 국밥과 닭고기 쌀국수, 매운 해산물 쌀국수가 인기예요. 그중에서도 피쉬 소스를 찍어 먹는 튀긴 계란이 아주 별미. 좌석은 1층과 2층 테라스와 내부로 나뉘는데, 당연 베트남 노상 느낌의 1층 테라스가 가장 명당.

홍콩, 꺼거

2021년 신용산역과 삼각지역 위치에 오픈한 꺼거는 홍콩식의 광둥성 지역 요리를 그대로 재현한 음식점이에요. 중국어로 도배된 기왓장 지붕 건물의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꽤 현대적이고 깔끔한 홍콩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펼쳐지는데요. 메뉴 또한 홍콩식 볶음밥 ‘원앙 볶음밥’, 충칭 국수 ‘쏸라펀’, 광둥식 ‘치킨 라이스’, 고소한 ‘크림 중새우’ 등으로 화려합니다. 이런 와중에 꼭 맛봐야 하는 건 따로 있다는데, 별거 아닌 듯하지만 별미라는 매콤 새콤한 중국식 오이무침이 그 주인공. 또, 홍콩 요리와 궁합이 좋은 ‘연태고량주’부터 ‘공부가주’, ‘순품랑’, ‘오량순’ 등 다양한 중국 백주도 판매 중.

베트남, 굿손

홍콩 식당을 지나 삼각지역 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다시 베트남 식당이 나오는데요. 남준영 셰프가 올해 오픈한 ‘굿손’이라는 프랜차이즈 식당이에요. 이곳에서는 베트남 중에서도 하노이 요리를 콘셉트으로 분짜, 반미, 껌승(베트남식 돼지갈비 덮밥), 쌀국수 등을 맛볼 수 있어요. 여기에 주당들에게 사랑받는 베트남 보트카 넵모이(30도)가 이색적인데, 씁쓸하면서도 깔끔하면서 끝에 누룽지 사탕맛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라고. 좌석은 여행 온 듯 이국적인 기분을 업시키는 야외 테라스가 누구나 욕심내는 명당.

일본, 키보

굿손의 바로 옆 골목으로 가면 다치노미 형태의 이자카야 ‘키보’가 나올 거예요. 다치노미는 일본 후쿠오카의 노동자들이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집에 가는 길에 맥주를 한잔 들이켜던 선술집을 말합니다. 이곳의 외관이 주차장 입구처럼 살짝 아래로 패인 공간에 위치해 이런 모티브를 더욱 잘 살린 듯하네요.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엔 몸 녹이러 들러 온사케 한 잔 쓱 걸치는 것도 좋을 듯한데요. 안주로는 치킨 가라아케, 문어와 모둠 해초 등 일본 특유의 정갈한 요리를 맛볼 수 있어요. 일본식 오이무침과 유자 토마토 사라다와 같은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스몰 디시도 인기.

베트남, 남박

남준영 셰프의 식당 중 신용산역과 삼각지역 부근을 벗어난 유일한 식당인 남박. 삼각지역보다는 숙대 입구역에 가까워요. ‘NOODLE SHOP SERVICE’라는 글자가 대문작만하게 적힌 간판을 찾아보세요.  역시 외관부터 베트남 냄새 물씬 풍기는 게 남준영 셰프의 식당답네요. 안으로 들어서면 햇살 가득한 통창 앞으로 삐그덕 거릴 듯한 나무 식탁들이 빚어낸 분위기가 제대로 이국적입니다. 메인인 한우 쌀국수와 얼큰 한우 쌀국수 맛은 말해 뭐해. 곁들임 요리로 한우 수육 반 접시와 남박 샐러드 등이 있어요. 이 중 계란과 채소에 느억짬 소스를 드레싱한 남박 샐러드의 맛이 독특하기로 유명합니다. 또한, 코코넛 음료와 연유 커피 같은 베트남식 음료도 마실 수 있고, 베트남 맥주와 잔에 담긴 베트남식 소주로 반주를 즐기는 것도 좋아요.

에디터
최윤선(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courtesy of 사랑이 뭐길래 SADCLUB, 효뜨, 꺼거, 굿손, 키보, 남박 INSTAGRAM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