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언니들의 쌍수
그때는 간단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언니들의 쌍꺼풀 수술이 그렇다.
회사 후배가 갑자기 안경을 쓰고 출근했다. 자세히 보니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혹시 쌍수 한 거야? 부기 빠지면 예쁘겠다. 대체 언제?”를 외치고 이것저것 캐물으니 수술은 지난주에 했고, 흐린 눈매를 또렷하게 만들고 싶었단다. 후배의 친한 친구가 쌍수를 했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은 수술 사실을 전혀 눈치 못 챌 정도라 같은 병원의 같은 원장님을 찾아가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일주일 후, 또 다른 후배가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그는 원래 있는 쌍꺼풀 라인을 조금 올리는 수술을 받았다고. 역시 부기도 거의 없고 무척 자연스러웠다.
이들의 쌍수 종류는 ‘자연유착’, 서너 군데 구멍을 내 라인을 만드는 방법이다. 구멍을 한 군데만 내 라인을 잡는 방법은 ‘순간유착’이라고 한다. 이름부터 마법처럼 순식간에 쌍꺼풀이 생길 것 같은 이 용어에 대해 알아보니, 예전의 ‘매몰법’이라고 했던 수술 방법이었다. 즉 피부 절개 없이 부분적으로 구멍을 내 눈두덩에 라인이 잡히게 하는 것. 하지만 그간 성형 기술이 발달하고 원장님들의 노하우가 쌓이며 수술하지 않은 듯 감쪽같은 주름(사실 쌍꺼풀은 일종의 주름유착이 아닌가!)을 만들어내기에 새롭게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리 과장된 이름도 아니다. 수술 2개월 차에 접어드는 후배 1의 눈을 보면 정말 모태 쌍꺼풀인가 싶을 정도니까.
나는 쌍꺼풀이 있지만, 온전한 내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생길 기미는 보였지만, 일주일 생겼다 사라지고, 한 달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했기에 입시를 끝내고 다니던 미술 학원 아래층에 있는 성형외과에서 영구화시켜버렸다. 대학에 가서도 구차하게 ‘쌍액’과 ‘쌍테’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때의 과감한 수술을 후회한 건 10년이 흐른 20대 후반, 슬슬 노화가 시작되면서 눈두덩 살이 빠지고 피부가 늘어졌다. 고정하지 않았더라면 쌍꺼풀이 좀 더 크게 지기도 하고 몇 겹의 주름이 생기기도 하며 피부 상태에 따라 모양이 자연스럽게 달라졌겠지만, 이미 선을 잡아놓은 터라 쌍꺼풀 위로 피부가 늘어지며 눈이 작아 보이고 눈두덩이 파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 달 전부터는 삼각형이 된 눈 모양을 바로잡기 위해 18세 때처럼 쌍꺼풀 테이프로 교정을 시도하기도 했다. 재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만 하던 차에 후배들의 연이은 쌍수 대성공은 나를 성형외과 상담실로 이끌었다.‘나도 후배들처럼 몇십만 원으로 쉽게 새 쌍꺼풀을 가질 수 있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내 수술 견적은 웬만한 명품 백을 살 수 있을 금액이었다. 마흔을 향해가는 언니는 20대 후배들과 다른 수술이 필요했다. 단순히 쌍꺼풀 라인을 높이는 건 내 눈매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까. 가장 큰 문제는 피부 늘어짐과 눈두덩 파임 증상. 바로 노화다. 노화는 겉으로만 오지 않는다. 피부 속 근육도 노화한다. 이로 인해 눈뜨는 힘이 점점 부족해지는 후천적 안검하수가 생긴다. 그러면 억지로 눈을 동그랗게 뜨기 위해 이마 근육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습관 때문에 없던 이마 주름이 생기거나 깊어지기도 한다. 이를 개선하는 건 눈매 교정술이다.
눈뜨는 게 점점 버겁다고 느꼈던 내게 꼭 필요한 수술이었다. 나는 이와 더불어 늘어진 피부조직을 제거해야 했기에, 쌍수는 당연히 ‘절개법’일 수밖에 없었고. 지방이 빠져 꺼진 눈두덩에는 지방재배치나 지방이식으로 볼륨을 채워넣어야 했다. 대수술이다. 그리고 재수술 비용이라는 것도 추가된다.
나와 달리 생에 처음 쌍수를 하려는 친구의 견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워낙 눈이 커서 쌍수는 고려해본 적 없는 친구인데, 최근 들어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것이다. “나는 선이 여러 겹 접혀서 그런 것 같아. 난 라인만 간단하게 잡으면 되겠지?”라며 가능하면 상담 당일 수술도 꿈꾸던 순진한 내 친구. 충격적이게도 그 친구의 수술 견적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근육의 노화로 눈매 교정이 필요했고, 그렇기에 쌍꺼풀이 잘 생기는 가로가 긴 눈매를 지녔음에도 자연유착 쌍꺼풀(매몰법)을 추천받았다. 참고로 순간유착은 눈뜨는 힘이 좋아야 효과적이라고. 또 아이 백이 불룩하게 올라와 눈 밑 지방재배치를 해야 전반적으로 눈매가 정돈돼 보일 거라고 했다는 것. 나잇값을 해야 한다던데 그 비용은 성형외과에 치르는 건가?
40대 중반인 뷰티 브랜드 대표 K는 3개월 전 눈매 교정과 절개 쌍수를 했다. 20~30대의 본인 눈매는 마음에 들었는데, 나이가 들며 눈이 작아 보이는 것이 수술의 계기였다. 눈과 눈썹 사이가 좁은 편이라 쌍꺼풀이 어울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부기가 다 빠진 지금 아주 만족스럽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어려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 즐거운 나날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30대 후반 언니들의 쌍수 목적은 큰 눈이나 화려한 눈이 아니라 깔끔하고 좀 어려 보이는 눈매다.
지금보다 예뻐지고 싶다는 바람도 있지만, 예전 눈매로 돌아가고자 함이다. 또는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은 욕망이다. 울쎄라나 써마지 시술을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 ‘안티에이징’이라기보다는 ‘뷰티풀 에이징’이라 말하고 싶다. 과하지 않은 성형은 외모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삶의 활력을 더해준다.
하지만 이렇게 흔한 쌍수도 수술이고 분명히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형 앱을 활용해 시술 경험이 많고, 미적 기준이 본인과 비슷한 의사를 찾고, 실제로 상담을 여러 번 받는 것을 추천한다. ‘지인이 수술해서 성공한 곳’도 좋지만, ‘손품’과 ‘발품’을 팔아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의사를 찾는 것이 후회 없는 성형 결과를 이끌 수 있을 것. 또 당신이 ‘언니’ 나이라면 통장 잔고를 생각보다 넉넉히 남겨둬야 할 거다.
난 오늘로 쌍수 15일 차다. 수술 후 일주일 정도는 무시무시한 멍 자국이 남아 휴가를 냈고, 그 후에는 부담스러운 부기 때문에 안경을 쓰고 출근했다. 2~3개월 뒤 차분하게 정착될 새 쌍꺼풀을 생각하면 지금의 남은 부기가 그리 거슬리지는 않는다. 다만 업무 미팅 자리에서 조금 부끄럽기는 하다. 세월은 내게 성형외과에 나잇값을 치르게 했지만, 부기를 즐기는 인내심과 앞에 앉은 사람들의 흔들리는 눈빛을 감당할 용기를 줬다. 언니라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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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정혜
- 일러스트레이션
- CHRISTINA ZIMP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