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뷰티 보고서

더 예뻐 보이고자 노력한 일들이 사실은 세균과 박테리아 감염, 심지어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보고서. 아름다움과 맞바꾸기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메이크업 도구는 세균의 천국 갈수록 메이크업 단계가 복잡해지면서 발라야 하는 제품도 늘고 있다. 이에 비례해 제품마다 함께 써야 하는 도구 역시 많아지고 있다. 파운데이션부터 파우더, 립스틱, 섀도, 블러셔, 하이라이터까지 일일이 전용 브러시를 쓰다 보면 양손으로 쥐어도 모자랄 정도다. 문제는 매장 직원이 권하는 브러시와 퍼프를 사 모으면서도 세척은 뒷전이라는 점이다. 덮개를 씌우지 않고통에 꽂아두거나 사용한 퍼프를 화장대 서랍 속에 아무렇게나 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번 사용한 도구는 땀과 피지, 화장품의 유분, 공기 중의 먼지가 뒤섞여 세균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된다. 세척하지 않은 도구가 피부에 닿았을 때 세균이 옮겨 붙는 것은 당연지사. 화장만 하면 뾰루지나 염증이 올라온다면 브러시와 퍼프의 위생 상태부터 점검해보길.

브러시와 퍼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처럼 매일 세척하는 것이 원칙이며, 특히 요즘처럼 땀과 피지 분비가 활발하고 기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적어도 이틀에 한 번꼴로는 깨끗이 세척해야 한다. 브러시나 퍼프를 빨 때는 일반 샴푸와 식기세척제를 이용해도 좋지만 브러시와 퍼프의 탄력과 부드러움을 오래 유지하고 트러블을 예방하려면 박테리아 억제 성분이 함유된 전용 세척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브러시는 모와 모 사이까지 꼼꼼하게 세척하고 모 부분이 아래로 가도록 가지런히 두고 실온에서 하루 정도 말린다. 직사광선을 피해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말리면 살균효과도 얻을 수 있다.

알레르기보다 치명적인 마스카라
스킨케어 제품과 달리 메이크업 제품은 사용기간이 1~2년을 훌쩍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메이크업 제품은 바닥이 보일 때까지 쓰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나마 마스카라는 오래 쓰면 마스카라 액이 굳어 사용기한이 짧은 편에 속하지만 그도 1년을 넘길 때가 많다. 얼굴에서도 가장 민감한 부위인 눈에, 그것도 점막과 아주 가까이에 바르면서도 안전성에 대해서는 무심할 때가 많다. 화학약품 냄새가 나는 마스카라 속에 세균이 살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살고 있다. 미국의 검안 단체에서 오랫동안 사용한 마스카라 액을 검사한 결과 실험 대상의 3분의 1에서 포도상구균, 곰팡이균 등이 발견됐다고 한다. 마스카라를 바를 때 속눈썹에 붙어 있던 세균이 봉에 묻어 따라 들어와서 생긴 결과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카라 액에 박테리아나 세균의 번식을 막는 보존제를 넣지만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실험 결과에서는 유효기간이 3개월보다 짧게 나타났다. 온도가 높아지면 박테리아의 번식이 활발해지고 보존제의 효과 또한 떨어지므로 마스카라는 시원한 곳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눈 화장을 매일 하는 편이라면 두 달에 한 번, 혹은 세 달에 한 번은 새 마스카라로 교체해야 안전하다. 마스카라를 바를 때는 두 번 정도 덧바르는 게 좋다. 마스카라를 덧바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눈썹 세균이 마스카라 봉에 묻거나 마스카라 액에 함유된 오일이 눈썹 주변 땀샘으로 들어가 눈에 염증이나 다래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근시간에 쫓기다 보면 운전을 하면서 눈 화장을 하기도 하는데 제아무리 뛰어난 화장술을 지녔다 해도 눈 건강을 위한다면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실제로 운전 도중에 마스카라를 칠한 여성들의 눈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눈동자에서 긁힌 자국이 여럿 발견됐다고 한다.

함께 쓰면 안 되는 화장품
잡지와 방송을 통해 화장품 블라인드 테스트가 인기를 끌면서 광고나 브랜드에 혹해 충동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기 보다는 직접 발라보고 비교해보고 사는 합리적인 소비가 늘고 있다. 문제는 메이크업 제품이다. 기초 제품과 달리 메이크업 제품은 샘플이 적어 매장에 가서 테스터라 적힌 견본품을 발라보는 수밖에 없으니까. 사용 흔적이 역력한 립스틱이나 립글로스, 섀도를 바르고 나면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미국 제퍼슨 의대 조사에 따르면 백화점과 로드숍에 있는 테스터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대장균을 비롯한 박테리아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들 세균은 특히 감염에 취약한 눈과 입술에 가려움증이나 포진과 같은 질병을 일으킨다.

그나마 매장마다 직원이 직접 테스트를 하는 백화점은 나은 편이다. 고객이 직접 발라보는 로드숍이나 편집숍의 사정은 심각하다. 방금 화장실에 다녀 온 누군가가 손으로 립스틱을 발랐다고 생각해보라. 립스틱이나 펜슬은 오염된 부분을 자르거나 알코올로 닦아낼 수 있지만 립밤이나 립글로스, 섀도, 마스카라, 블러셔, 파우더 등은 새것으로 교체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매장에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브러시와 퍼프도 안심할 수 없다. 보통은 영업이 끝난 저녁에 세척을 하기 때문에 오후에 가면 그 혜택을 누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화장품 사러 갈 때는 되도록 오전에 가고 사람들이 많은 토요일이나 휴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미니 사이즈의 개인용 샘플을 요청하는 것이다. 친구나 지인들에게 쓰던 화장품을 덥석 빌려주거나 화장품을 빌려 쓰는 일도 삼가야 한다. 마음은 나눠도 화장품은 나누지 말 것!

제모보다 중요한 제모기 관리
매일 아침 날카로운 칼날을 여린 피부에 들이대야 하는 고통은 남자들만의 것은 아니다. 아침마다 밤새 자란 수염과 눈썹을 미는 여자들의 고통과 수고로움도 만만치 않다. 여름에는 겨드랑이와 팔다리까지 해야 하지만 귀찮다고 건너뛸 수도 없다. 문제는 제모에는 온갖 정성을 쏟는 반면 제모기 관리에는 영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제모를 하는 동안 털과 피부에 붙어 있던 유분과 노폐물, 세균이 칼날에 옮겨 붙어 상처가 나면 세균이 상처 속으로 들어가 염증과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 욕실에서 쓰는 보디용 제모기는 습한 환경에 노출돼 세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제모기를 사용하면 뜨거운 물로 깨끗하게 세척하고 햇볕에서 말려야 한다. 귀찮으면 털을 미는 대신 뽑는 방법도 있지만 습관적으로 털을 뽑으면 살 속에서 털이 자랄 수 있어 제모크림을 바르는 편이 낫다. 제모제는 화학약품을 주성분으로 하여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사용하기 전에 먼저 허벅지에 발라 테스트해보는 게 좋다.

세안보다 렌즈가 먼저
처음 콘택트렌즈를 끼었던 때를 기억하는가? 행여나 렌즈에 세균이 묻을까 손을 박박 씻고 식염수로 손가락과 렌즈통을 헹구는 것도 모자라 일주일에 한 번씩 전용 소독제로 렌즈통을 소독하곤 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면 오래 사귄 연인처럼 관리에 무심해진다. 소독은커녕 렌즈를 끼고 화장을 지우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렌즈를 낀 상태에서 세수를 하면 물탱크나 수돗물에 서식하며 각막염과 각막궤양, 심하면 실명까지 유발하는 가시아메바에 감염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수돗물로 렌즈나 렌즈통을 세척하는 것도 위험하다. 야근을 하거나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다음 화장을 지우지 않고 렌즈를 낀 채 잠을 자는 것도 치명적이다. 메이크업 잔여물과 눈썹에 붙어 있던 세균이 눈 속에 침투하는 것은 물론이고 눈에 전달되는 수분과 산소가 부족해져 눈이 충혈되고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매니큐어의 치명적인 독
언제부턴가 여자에게 네일 케어는 밥보다 중요한 존재가 되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네일숍에 가는 건 여전히 힘들고 거로운 일이다. 때문에 기존 매니큐어보다 지속력을 두세 배 높인 젤 매니큐어가 등장하자 순식간에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얼마 전 미국에서 젤 매니큐어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컬럼비아대학의 피부과 의사인 리처드 K. 셰어가 젤 매니큐어를 말릴 때 드라이어에서 나오는 자외선이 손톱과 발톱은 물론 피부도 변형시킬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한 것. 자외선 노출과 함께 잦은 아세톤 사용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또한 일부 매니큐어에 들어 있는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프틸산과 같은 환경호르몬을 다량 흡입할 경우 구토나 호흡기 질환, 두통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행히도 요즘은 이들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추세며 화학성분을 배제한 친환경 매니큐어의 발색과 지속성도 예전보다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니큐어에는 여전히 많은 화학성분이 들어 있으므로 손가락을 입에 넣거나 손톱을 무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속눈썹 연장술에 숨겨진 비밀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위해 속눈썹 연장 시술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간단한 시술 한 번이면 한두 달은 아침마다 마스카라와 뷰러를 들고 속눈썹과 씨름할 일이 없으니 매력적일 수밖에. 하지만 눈 건강에는 결코 이롭지 않다. 시술을 할 때 속눈썹 한올한올마다 인조모를 붙이는데 이때 사용하는 접착제 중 일부에 피부염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와 톨루엔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성분에는 기준치의 수십 배가 넘는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가려움증이나 안구건조증, 결막염, 각막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받았다면 더 주의해야 한다. 접착제 성분이 염증을 일으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인조모와 함께 본래 속눈썹까지 빠져 숱이 줄거나 속눈썹의 모근과 점막에 염증이 생겨 속눈썹이 빠지거나 자라는 속도가 늦어지기도 한다. 평소 속눈썹을 비비거나 자극을 주는 행동을 피하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편이 낫다. 그래도 시술을 받아야 한다면 발암 물질이 없는 접착제를 사용하는지 깐깐하게 확인해보길.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조은선
    포토그래퍼
    정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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