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자외선 차단제
봄볕이 뜨거워야 여름만큼 뜨겁겠는가 마는 신제품이 속속 선보이는 요즘 자외선 차단 시장은 여름보다 치열하다. 자외선 차단제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왜 자외선 차단제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매달 수십, 수백 개의 새로운 화장품이 출시된다. 그 안에서도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2월부터 4월까지는 화이트닝 제품과 자외선 차단제가 쏟아져 나온다. 매일 써야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게 자외선 차단제이고, 본의 아니게 익숙해진 소비 패턴 때문에 슬슬 자외선 차단제를 구매해야 할 때도 됐으니, 새로운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봄볕은 온다
먼저 자외선을 왜 막아야 하는지,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아는 만큼 버는 게 화장품 쇼핑이니까. 자외선은 크게 UVA와 UVB, 그리고 UVC로 나뉜다. 오존층에서 99% 이상 흡수돼 지상에 거의 도달하는 게 없는 UVC를 제외하고, 우리 피부에 닿는 UVA와 UVB가 피부 노화와 색소 침착의 주범이 된다. 겨울에는 주름과 기미의 원인이 되는 UVA가 더 강한 반면, 봄부터 여름까지는 선번과 홍반을 일으키는 UVB가 더 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봄에 사용하는 자외선 차단제로 클렌징이 어렵지 않고, 꾸준히 덧바르면 98% 이상의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SPF 30 이상의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고 UVA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1년 내내 평균치를 유지하는 UVA는 투과율이 매우 높아 유리창이나 커튼 등을 뚫고 들어오기도 하고, 한낮에만 강한 UVB와 달리 해가 떠 있는 늦은 오후에도 우리 피부를 위협한다. 게다가 피부 속으로 깊이 침투해 콜라겐을 파괴하고 광노화를 일으키는 등의 손상을 입힌다. 이와 관련된 연구가 끊임없이 지속되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자외선 차단제에는 UVA 차단력을 표시하는 PA 지수에 ‘+(플러스)’ 마크가 선명하게 찍히기 시작했고, 자외선 차단제를 구입하기 전 PA지수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 됐다. 참고로 + 마크가 하나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았을 때보다 2~4배의 차단 효과를, 두 개면 4~8배, 세 개면 8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SPF 수치가 높은 제품 중에는 일반적으로 PA 지수도 높은 제품이 많지만, 높은 SPF 지수가 UVA 차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외선을 차단하는 성분 중에 UVB와 UVA를 동시에 차단하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SPF 지수가 높은 제품은 상대적으로 PA 지수가 높게 나오는 것일 뿐이다.
한동안 뜸했었지
자외선 차단제에도 유행은 있다. 불과 4~5년 전, 화장품 회사들은 자외선 차단제에 부가적인 기능을 강화한 제품을 많이 선보였다. 번들거림과 백탁 현상이 없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 그 이전 제품들에 비해, 미백과 노화 방지는 물론, 제품 자체의 보습 효과에 신경을 쓴 제품을 선보였다. 그 뒤로 비비크림과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파운데이션이 자외선 차단제의 자리를 위협했다. 하지만 인기를 끌고 있는 누드 메이크업이 점점 얇아지면서 무엇이든 덧바르고 두껍게 바르는 것에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갖기 시작했다. 메이크업 베이스를 한 듯 안 한 듯 바르면 제품에 표기된 자외선 차단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렇게 자외선 차단제는 우리 피부 관리의 한 단계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하지만 화장품의 발전은 끝도 없어서 듬뿍 발라도 얇고 가볍게 마무리되는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다시 한 번 자외선 차단제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높은 차단 효과가 있는 페이셜 크림과 씨씨크림, 쿠션형 파운데이션 정도를 이어 바르는 것으로 만족할 만한 차단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외선 차단제, 살아 있네
주름과 수분, 피부 탄력, 미백 등 거의 모든 피부 트러블의 원흉이 자외선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제대로 막고 볼 일이다. 몇 년 전부터는 자외선과 함께 스트레스와 나날이 위험 지수가 높아지는 환경오염도 피부를 위해 막아야 하는 위험 요소로 분류됐다. 스트레스에 저항할 때 생기는 호르몬이 피부를 건조하게 하고 면역력을 감소시켜 여드름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화장품 회사들은 자외선 차단제에 이런 위험 요소를 차단하는 역할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극적일 수 있는 화학 성분 대신 백탁 현상과 두텁게 발리는 느낌 때문에 멀리한 물리적 차단 성분을 활용하는 브랜드가 늘어났다. 유리아쥬와 눅스 같은 온천수 화장품과 더모 화장품을 필두로 크리니크와 클라란스 등이 이런 추세를 선도하고 있다. 이들은 물리적인 자외선 차단제의 단점인 백탁 현상을 피부톤을 화사하게 하는 은은하고 미세한 하이라이트 효과로 이용했다. 피부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게 웬만한 씨씨크림보다 나을 정도다. 키엘이나 비오템처럼 수분 크림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브랜드들은 화학성분을 쓰되 오일이나 향을 넣지 않고 수분베이스로 자극을 줄이며, 더욱 강도 높은 자외선 차단 효과를 자랑한다. 또한 다양한 효과를 자랑하기보다 자외선을 확실하게 차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형이 피부의 미세한 굴곡에 끼지 않고 피부 표면을 매끈하게 정돈하는 것으로 차단효과를 높인 시세이도가 그 대표적인 예다. 물론 자외선 차단제를 처음 선보인 프레쉬처럼 여전히 자외선 차단과 미백 효과를 동시에 개선하려는 브랜드도 있다. 이들 브랜드는 피부 세포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거나 체내 활성산소와 콜레스트롤 수치가 높아지는 것도 안색을 칙칙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항산화 효과까지 염두에 둔 제품을 선보였다.
유혹을 이겨내는 법
이처럼 자외선 차단제 시장은 이미 다양한 개선 효과를 자랑하는 제품들의 유혹이 시작됐다. 자외선을 차단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어떤 제품을 고를지 고민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바로 평소 사용하는 스킨케어와 베이스 메이크업 단계이다. 화장품을 고를 때 자기 역할에 충실한 화장품 여러 개를 바르는 것과 다양한 효과를 갖고 있는 멀티 제품 하나를 바르는 것 중 어느 게 더 좋거나 나쁘다, 또는 옳거나 그르다고 할 수 없다. 올바른 피부 관리를 위해서는 특정한 상황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니 말이다. 이건 자외선 차단제도 마찬가지다. 피부 타입과 상황에 따라 자외선 차단제 대신 SPF15 지수의 수분 크림으로 끝낼 수도 있고, 화학적 차단 성분에 자극을 느끼지 않는 피부라면 세안을 꼼꼼히 해야 하는 물리적 차단제보다 화학적 차단제를 택하는 편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이런 습관까지 고려하고 자외선 차단 성분과 함량을 따진 후, 그것을 충분히 덧발라 차단 효과를 유지하는 노력까지 이어졌을 때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황민영
- 포토그래퍼
- 정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