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STER HOOD / 전소니 & 전주니
배우 전소니와 뮤지션 전주니는 진짜 자매다. 둘만으로 완전한 세상.
오늘 촬영에 마음이 벅찼다고요?
소니__저희에게는 너무 의미 있고 행복한 하루였어요. 저는 주니랑 같이 일하는 게 어릴 적부터 꿈이었어요. 특히 사진 작업을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너무 설레고 신났어요. 뭐랄까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올 것 같지가 않아요.
주니__저는 설레다 못해 잠을 설쳐서 거의 못 잤어요. 그래서 지금 너무 피곤해요. 처음에 언니가 너무 신나서 전화했어요. 숨도 안 쉬고 “야, 야, 야! 너랑 같이 찍는대!” 하더라고요. 왜 우리 둘일까 궁금했어요. 저는 연예인은 아니니까요.
저희 분류상 연예인이지만, 주니는 스스로 뭐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주니__저는 방구석 아티스트죠.(웃음)
화보 사진을 집에 걸어둘 건가요?
주니__엄마 집에는 확실히 걸 수 있을 것 같아요.
소니__집에다 제 얼굴을 걸어놓는 건 너무 자기애 넘치는 느낌? 주니 사진을 걸어도 동생에 미친 언니처럼 보일 것 같아요.(웃음) 그보다 남들이 사진을 많이 보면 좋겠어요. 세상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요.
그건 또 어떤 마음인가요?
소니__어릴 때부터 자매 같은 관계를 좋아했어요. 그게 둘이나 셋이면 더 좋고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저와 동생이 한 쌍으로 인식되고 싶었어요.
어머니가 활동한 바니걸스처럼 ‘소니주니’도 좋은 한 쌍 같아요. 사람들이 본명이냐고 자주 묻죠? 무슨 뜻이에요?
소니__진짜 많이 물어봐요. ‘본명이세요?’가 아니라 ‘본명이 뭐예요?’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예쁘고 특이한 이름을 짓고 싶으셨대요. 별다른 뜻이 없어요.
마음에 들어요? 어릴 때도 이름을 좋아했나요?
소니__싫었어요. “소니는 헤드셋 소니니?”라는 말 진짜 많이 들었어요.
주니__“주니는 고향이 전주니?” 하면 어릴 때도 웃음이 안 났어요. 저희 성격이 내성적인데 잘 못 알아들으시니까 여러 번 말하는 게 부끄러웠어요.
두 사람 이름이 입에 잘 붙어요. 소니와 주니.
소니__일할 때는 보통 ‘전소니’로 오는데 <얼루어>로부터 파일이 올 때마다 소니, 주니라고 적혀 있는 거예요. 주니 이름도 같이 있어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어요.
주니__저도요. 저는 성을 붙여서 부르는 걸 진짜 싫어하거든요. 언니가 전주니라고 부르면 대답하기도 싫어요.
사진을 보면서 엄마와 이모 같다고 한 말이 따스하게 느껴졌어요.
소니__분위기랑 구도, 함께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비슷했어요.
주니__다홍색 옷은 저희가 많이 봐온 엄마랑 이모 사진이 바로 생각났어요.
‘자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어요? 어릴 때도 서로가 있는 게 좋았나요? 저는 동생이 둘인데 어릴 때는 외동딸이 되고 싶었거든요.
소니__‘자매’라는 말은 꼭 피를 나눈 형제자매가 아닌 경우에도 붙잖아요. 여성끼리의 연대 같은 거요. 저는 동생 있는 게 너무 좋았어요. 한편으로 나 같은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주니__진짜 자기애다.(웃음) 저는 “오빠는 왜 없지?”라는 생각을 좀 했어요. 언니도 있고 오빠도 있으면 좋겠다고요.
소니__동생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언니가 있어서 언니를 고파하지 않는대요. 의지할 데가 둘밖에 없어서인지 어릴 때부터 가까웠어요. 엄마도 너무 바쁘셨고, 저도 어린 마음에 동생을 지켜야 하고 챙겨야 한다는 마음 같은 게 있었던 거 같아요. 점점 애틋해졌죠. 성인이 되면서 그 마음을 더 깊이 공유할 수 있게 됐고요.
크게 싸운 적도 있어요?
주니__툭툭 치기 시작해서 누가 마지막에 치는지가 중요한 거 있잖아요. 언니가 싸우고 도망 다니다 도자기를 깼어요. 피가 나는데 언니는 엄마가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울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제가 툭 치고 “내가 마지막으로 때렸어!” 했어요.
소니__다 어릴 때일인데, 지금 주니의 기억은 두 개가 섞여 있어요.(웃음) 중학생 때 몸으로는 제일 크게 싸운 것 같은데, 그래도 머리채는 안 잡았어요.
연락처에는 서로를 어떻게 저장해뒀어요?
소니__저는 ‘동댕’.
주니__‘짤랑’. 캐릭터랑 닮지 않았나요?(웃음)
자매 둘이 한 명은 배우가 되고, 한 명은 뮤지션이 됐네요.. 집안이 예술적인 분위기였나요?
소니__음악을 자주 들었어요.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가 실린 앨범요.
주니__엄마가 차 안에서 CD를 많이 틀어주셨어요. SES 노래도 듣고요. 엄마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지는 않지만, 그때 들은 음악이 참 좋았어요. 아빠가 연극영화과 나오셨는데, 언니는 얼굴도 아빠를 닮았으니까 그걸 가져갔고, 저도 엄마를 많이 닮았는데, 엄마가 가수셨으니까 노래를 가져갔는지도 모르죠.
소니__엄마랑 같이 있으면 주변에서 엄마를 아시는 분들이 물어보세요. “엄마 닮아서 노래 잘해?” 그러면 엄마도 그러세요. “큰딸은 못하고, 작은딸은 잘해요.”
주니__굳이 그렇게 솔직하지 않아도 되는데요.(웃음)
소니가 먼저 배우로 데뷔했죠? 그 사실이 주니에게도 영향을 미쳤나요?
주니__그렇지는 않아요. 한번은 같이 부산 여행을 가서 아주 시커먼 야경을 보게 됐어요. 마치 우리 미래 같다…. 앞이 캄캄하다 뭐 그런 얘기만 했거든요.
소니__저는 독립 영화를 찍을 때였는데,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하고 싶어도 항상 그 ‘열심히’가 뭔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되게 힘들었어요.
서로 일 얘기도 자주 해요?
주니__많이 해요. 고민 얘기도 자주 하고요. 사실 남의 피드백을 궁금해하지 않는 스타일이거든요. 사람들이 뭐라든 상관없이 내 마음에 들기 때문에 하는 게 있어서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잘 안 들려주지만 언니에게는 ‘나 이거 만들었다?’ 하고 약간 자랑하려고 보내요. 언니는 제가 사운드로 그리려고 한 걸 그대로 느끼거든요. 제가 의도한 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돼요.
소니__서로가 서로에게 궁금한 사람인 거 같아요. 둘 다 좋은 건 자세히 말하고 나쁜 건 분명하게 말하려고 최대한 노력해요.
서로의 작업물을 볼 때, 들을 때는 어떤 마음이 들어요?
주니__언니의 좋지 않은 점을 얘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우리는 제대로 커야 한다, 잘돼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또 해냈구나 하는 마음이가장 커요. 언제 무슨 일이 있었고, 몸과 마음이 어땠는지 너무 잘 아니까요.
소니__저는 일단 좋아하고 보는 거 같아요. 저도 일을 해보니까 이제는 묻기 전에는 말을 안 해요. 그게 맞는 거 같아요.
본업을 할 때 서로에게 영감 받기도 하나요?
소니__저는 많았어요. 어릴 때 독립 영화 찍으면서 혈혈단신으로 연기하러 다닐 때 정말 외로웠어요. 밤에 텅 빈 대중교통을 탈 때나 아무도 모르는 숙소에서 혼자 잘 때 주니의 음악이 큰 힘이 됐어요. 주니를 생각하면 힘든 것도 견딜 수 있고, 좀 더 잘하고 싶고 더 멋있어지고 싶거든요. 너는 그런 적 없지?
주니__저는 그런 건 아직까지는 없었어요.(웃음)
하하, 이야기 나눠보니 성격이 닮은 듯 다르네요.
소니__저는 INFP, 주니는 INTP예요. F가 T한테 섭섭한 건 어쩔 수 없죠. 하하!
서로의 작업물 중에 무엇을 가장 좋아해요?
주니__<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의 지수요.
소니__주니의 첫 앨범. 너무 신기하고 이 세상에 그 앨범이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고, 너무 예뻐서 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 감정이 안 잊혀요. 아무 도움도 없고, 장비도 별로 없이 혼자 만들었거든요. 주니가 거기 다 담겨 있는 거 같아서요.
함께 이루고 싶은 꿈 있어요?
소니__오늘 이뤘어요! 화보 찍는 것. 저만의 꿈이었을 수도 있어요. 늙어서도 지금같이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꿈이에요.
주니__같이 나가는 예능을 한번 해보고 싶다? 또 언니가 안 다치길 바라는 맘.
크리스마스나 새해는 어떻게 보내요?
소니__같이 살 때는 12월 31일 밤에서 1월 1일이 되는 시간에 항상 함께 있었거든요. 크리스마스에는 뵈프 브루기뇽을 만들어 먹고요. 작년부터는 따로 살아요.
새해에는 어떤 계획을 세웠어요?
주니__제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 그룹 ‘피그프로그’ 앨범을 낼 거예요. 제 작업도 하고 있어요. 좀 느린 편이라 개인 작업을 낼 때 좀 더 빨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년에는 좀 자주 낼 의지는 있어요. 의지만요.
소니_ 자고 일어나면 2023년이면 좋겠어요. <소울메이트>도 <청춘월담>도 어서 보여드리고 싶고, 1월이면 <기생수: 더 그레이> 촬영도 끝나요. 최근 2년을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는데, 그 작품들이 공개되는 새해에는 정말 행복할 거 같아요.
새해 첫날 카톡을 한다면 뭐라고 할 거 같아요?
소니__특별한 말은 안 할 것 같아요. 잘 자? 그냥 시도 때도 없이 해요.
주니__뭐하냐고 보냈는데, 1월 1일일 수는 있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