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패션위크에서 포착한 뷰티 트렌드

생애 첫 컬렉션 취재의 행선지는 런던이었다. 뷰티 에디터의 컬렉션 취재는 런웨이보다 백스테이지가 주 무대다. 그곳에서 포착한 다가올 가을/겨울의 뷰티 트렌드와 톱 메이크업&헤어 아티스트의 어깨 뒤에서 배운 생생한 노하우를 전한다.

F/W Beauty Trend

디자이너와 아티스트, 뷰티 브랜드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유행이 만들어지는 백스테이지에서 엿본 이번 가을/겨울의 뷰티 트렌드.

1. 붉은 입술의 무한 존재감
레드 립의 인기는 가을/겨울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토마토 레드뿐 아니라 보랏빛이 섞인 어두운 레드, 분홍빛 레드 등 다양한 레드 컬러가 등장했다. 특히 가을/겨울 시즌, 도화지처럼 화사하고 깨끗한 피부가 주목을 받으면서 레드 컬러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 주목! 누드 메이크업
운동을 막 마치고 나온 것 같은 윤기 있는 피부는 가을/겨울에도 여전할 것 같다. 좋은 피부를 부각하기 위해 블러셔나 아이섀도는 생략한 컬렉션이 많았고, 대신 피부에 반짝임을 선사하는 하이라이터의 활약이 돋보였다. 오렌지와 붉은색에 밀려 잠시 주춤했던 누드색 립스틱도 다시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윤기 있는 피부에 붉은색이나 라일락 컬러 립스틱만 살짝 바른 컬렉션도 목격되었지만 어쨌든 대세는 피부 표현이었다.

3. 눈화장은 깨끗하게
투명한 피부와 어울리도록 아이라인은 속눈썹 라인을 따라 최대한 얇게 그리거나 생략했다. 미니멀한 메이크업 트렌드에 맞게 속눈썹 역시 인형처럼 길고 풍성하게 연출하기보다 한올한올 결을 살려 깨끗하게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과장된 눈썹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가을/겨울 유행한 브라운 컬러도 다시 등장했다. 버버리 프로섬과 홀리 풀톤, 마리오 슈왑, 비비안 웨스트우드 레드라벨 등 여러 쇼의 백스테이지에서 눈두덩 전체를 브라운으로 물들인 모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갈색 섀도와 누드색 입술의 만남은 언제 봐도 근사하다.

4. 여기저기 포니테일
백스테이지 헤어의 정석은 역시 포니테일! 조너선 선더스 쇼의 헤어를 담당한 샘 맥나이트는 게이샤에서 영감을 받아서 무스를 듬뿍 발라 잔머리 하나 없이 완벽하게 빗어 넘겨 단단하게 묶었다. 에르뎀 백스테이지에서는 텍스처를 살려 느슨하게 묶고 검은색 리본으로 발랄함을 더한 포니테일을 만날 수 있었다.

5. 자연스러워진 웨이브
아이론으로 연출한 풀어진 듯한 웨이브는 런웨이에서도 빛났다. 특히 긴 머리 전체에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넣은 버버리 프로섬 쇼의 헤어는 어떤 의상과도 잘 어울릴 것 같다.

6. 업스타일의 진화기
업스타일의 다채로운 변신은 계속됐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레드라벨 쇼의 헤어를 맡은 샘 맥나이트와 홀리 풀톤 쇼의 헤어를 담당한 숀은 굵은 웨이브를 넣어 발랄하고 여성스럽게 연출했고, 템퍼리 런던 쇼의 헤어 아티스트 말콤 에드워즈는 정수리에 백콤을 잔뜩 넣어 우아하게 표현했다.

1. 홀리 풀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헤어 아티스트 주형선. 2. 니콜 파히 쇼를 위한 맥의 메이크업 차트. 3. 버버리 프로섬 쇼를 위한 버버리 뷰티의 메이크업 제품들. 4. 맥의 메이크업 제품으로 가득한 닥스의 백스테이지. 5. 선명한 파란색 네일 컬러로 물들인 에르뎀 쇼.

1. 홀리 풀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헤어 아티스트 주형선. 2. 니콜 파히 쇼를 위한 맥의 메이크업 차트. 3. 버버리 프로섬 쇼를 위한 버버리 뷰티의 메이크업 제품들. 4. 맥의 메이크업 제품으로 가득한 닥스의 백스테이지. 5. 선명한 파란색 네일 컬러로 물들인 에르뎀 쇼.

Backstage Scene

바쁘게 돌아가는 백스테이지에서 포착한 인상적인 순간들.

반가운 Mr. Shon
홀리 풀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헤어 스타일리스트 주형선. 숀(Shon)이라는 이름으로 런던을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패션위크 때도 홀리 풀톤과 오스만 등의 메인 아티스트로 헤어 스타일을 제안했다. 홀리 풀톤 쇼에서는 영화 <채털리 부인의 사랑>에서 영감을 얻은 굵은 웨이브를 넣은 우아한 업스타일을 선보였다.

한눈에 들어오는 메이크업
맥이 후원하는 쇼의 백스테이지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받아보게 되는 메이크업 차트. 일러스트가 그려진 종이 위에 그날 사용할 제품으로 메이크업을 시연하는 것인데, 실제 모델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특히 모델이 중국계나 한국계라면 더더욱! 취재를 다닐 때마다 한장한장 카메라에 담다 보니 이번 가을/겨울 뷰티 트렌드가 한눈에 보였다.

신제품의 각축장
백스테이지는 다음 시즌 출시 예정인 제품을 미리 테스트해보는 시험무대이고, 패션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다음 시즌의 트렌드를 제안하는 곳이다. 맥, 아베다, 로레알 프로페셔널, 웰라 등 유명 메이크업과 헤어 전문 브랜드가 패션쇼의 메이크업과 헤어를 협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레알 프로페셔널의 볼륨 스타일링 제품, 맥의 라일락 컬러 립스틱 등도 이번 컬렉션에서 새로 선보인 제품들이다.

빛나는 손톱
컬렉션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모델의 손톱에도 어김없이 네일 에나멜이 발려 있다. 가장 많이 포착된 컬러는 선명한 파랑. 그리고 가장 화제를 모은 건 프레드 버틀러 쇼에 등장한 ‘스시 네일’이다. 모델의 목과 팔, 다리에 타투를 그려 넣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레드 라벨 쇼에는 타투 문양의 밍스네일의 활약이 돋보였다.

1. 이정선(J.JS Lee) 쇼의 테리 바버 2. 마리오 슈왑 쇼의 발 갈란드 3. 에르뎀 쇼의 앤드류 갈리모어

1. 이정선(J.JS Lee) 쇼의 테리 바버 2. 마리오 슈왑 쇼의 발 갈란드 3. 에르뎀 쇼의 앤드류 갈리모어

Backstage Beauty Tip

1분 1초가 급한 백스테이지에서 포착된 톱 아티스트들의 뷰티 노하우.

촉촉하게 빛나는 피부를 위하여
기초 제품을 바르고 은은한 펄이 들어 있는 크림을 광대 주변에 넓게 펴 바른 뒤 컨실러로 피부 결점을 가리고 파운데이션은 최대한 얇게 바른다. 마지막으로 광대 위쪽에서 눈꼬리로 이어지는 부분에 하이라이터를 발랐는데 얼굴의 윤곽이 살아나고 피부도 더 윤기 있어 보였다.

블러셔보다 립스틱
백스테이지에서 립스틱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 템퍼리 런던 쇼에서 발 갈란드는 혈색과 촉촉함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립스틱을 손가락에 묻혀 볼에 톡톡 두드리고 투명한 립글로스를 섀도 위에 덧발라 반짝임을 더했다. 립글로스를 하이라이터 대신 눈썹뼈나 볼에 살며시 두드리는 장면도 여러 번 목격했다.

1인3역 컨실러
백스테이지에 가보면 컨실러를 단지 잡티를 가리는 데만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결점 없이 완벽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파운데이션 대신 바르기도 하고 아이라인이나 입술 라인을 정교하게 표현할 때 면봉에 리무버 대신 컨실러를 묻혀 선을 다듬는다.

1분 안에 볼륨 살리는 법
패션쇼에는 유독 과장되게 부풀리거나 모발의 부스스한 텍스처를 살린 스타일이 자주 선보인다. 덕분에 백스테이지에서는 볼륨과의 사투가 벌어진다.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촘촘한 빗으로 부풀리는 백콤, 다음으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볼륨 스프레이다. 모발을 위로 세우고 뒤쪽에서 두피 가까이에 뿌리면 모근에 힘이 실려 스타일이 살아났다.

드라이 샴푸의 힘
쇼 당일 아침 비행기로 도착해 머리를 감지 못했거나 두피와 모발에 유분이 많다면 드라이 샴푸가 등장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지만 런던에서는 20~30대 여성 대부분이 사용할 만큼 인기라고 한다. 원리는 스프레이 타입의 용기에 쌀가루나 옥수수 전분 등 식물성 파우더 성분을 넣어 모발의 유분을 빨아들이는 것.

Tip / 런던 뷰티 쇼핑

런던의 20~30대 여성이 화장품 구입을 위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어디일까? 50% 이상이 드럭 스토어를 이용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올리브영과 같은 곳인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부츠(Boots)다. 영국판 <보그>의 뷰티 디렉터로 일했던 캐시 필립스에 의하면 요즘 런던 여성들의 관심사는 메이크업보다 피부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촉촉하고 완벽한 피부와 가볍게 태닝해 건강해 보이는 피부가 바로 그것. 천연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부츠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도 천연 스킨케어 브랜드 디스 워크스(This Works)와 생트로페(St Tropez)의 태닝 제품, 블리스의 창업자 마샤 킬고어가 론칭한 솝앤글로리(Soap & Glory)다. 바티스트의 드라이 샴푸도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런던에서 가장 탐났던 매장은 리버티 백화점의 뷰티 매장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브랜드와 제품의 구성이 알차다. 첨단기술로 천연재료의 효과를 높인 영국 천연 화장품 렌(REN)을 비롯해 리버티에서 엄선한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데 특히 향수 매장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고급 니치 향수가 많다. 스웨덴 향수 바이레도(Byredo), 천연 허브를 활용한 르 라보(Le Labo), 프랑스의 대표적인 니치 향수 브랜드 프레데릭 말(Frederic Malle), 장 폴 고티에 르말의 조향사 프란시스 커크쟌(Francis Kurkdjian)의 향수가 대표적이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조은선
    포토그래퍼
    조은선, Courtesy of L’Oreal, Libe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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