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력셔리 뷰티의 봄날
뷰티 마켓에 다시금 흐르는 찬란하고 호화로운 기류 그리고 탐낼 수밖에 없는 럭셔리 뷰티의 가치.
그럼에도 럭셔리가 떠오른다
물가 상승, 금리 급등에 난방비 폭탄까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봄맞이 쇼핑을 즐기기보다 통장에 구멍은 나진 않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럭셔리 마켓엔 봄기운이 완연하다. 명품업체에 투자하는 ‘럭셔리 펀드’는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내고 있고, 흔들리지 않는 백화점 매출의 배경도 ‘명품’, 럭셔리 브랜드다. 이런 소비의 양극화는 경기 불황기의 대표적 특징이라고 한다. 그렇다 해도 지금 불고 있는 럭셔리 바람은 그 온도가 높다. 특히 뷰티 마켓에서 말이다.
치열해지는 럭셔리 뷰티 경쟁
뷰티업계는 지금 일명 ‘초고가 브랜드’ 소식으로 연일 들썩인다. 럭셔리 사업에 가장 진심인 건 팬데믹 기간 니치 향수 사업으로 럭셔리의 달콤함을 맛본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샴푸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초고가 헤어 제품인 오리베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샴푸 1병에 10만원을 넘어서는 또 다른 럭셔리 헤어 케어 브랜드 다비네스와 감도 높은 메이크업 브랜드 로라 메르시에를 수입하며 럭셔리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까. 현대백화점이 지난 12월 직접 론칭한 아우구스티누스 바더 역시 이미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럭셔리 스킨케어다. 이 밖에 로레알과 호텔 신라의 협업으로 탄생한 시효, 3월 모습을 드러내는 클라랑스의 럭셔리 스킨케어 라인 프레셔스, 오는 5월 론칭을 준비 중인 J-뷰티의 정수 폴라까지. 그야말로 럭셔리 뷰티의 시대가 열리는 듯 보인다. 기존 하이엔드 뷰티 브랜드도 이에 질세라 부지런히 신제품 론칭 캘린더를 쓰고 있다. 시슬리는 백화점 부동의 1위인 에멀션 ‘에뮐씨옹 에꼴로지끄’를 40년 만에 리뉴얼 론칭했고, 발몽은 시그너처 아이템인 ‘프라임 리뉴잉 팩’의 용량을 늘려 선보였다. 겔랑은 브랜드의 신화와 같은 로르 베이스를 업그레이드한 ‘빠뤼르 골드 24K 베이스’와 프리미엄 라인인 오키드 임페리얼에 새로운 세럼을 추가했다. 또 헬레나 루빈스타인은 상반기 내 ‘파워셀 세럼’을 리노베이션해 선보일 예정이다. 유난히 럭셔리 카테고리에서 이런 공격적인 론칭과 제품 출시가 잇따르는 건 팬데믹이 저무는 동시에 하이엔드 뷰티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대면 컨설팅이 자유로워진 덕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가 화장품이 백화점 컨설팅 테이블에서만 판매되지는 않는다. 요즘 럭셔리는 온라인에서도 빛난다.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1호 매장을 연 아우구스티누스 바더는 더 현대닷컴을 비롯한 주요 온라인 몰 입점 계획을 세우고 있고, 발몽은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는 한편, 라 메르와 끌레드뽀 보떼는 카카오 선물하기에 입점해 20~30대층의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중. 한편 프레쉬, 베네피트, 지방시 뷰티, 겔랑 등을 보유한 LVMH는 SSG닷컴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식 스토어를 오픈하기도 했다.
팬데믹과 럭셔리의 상관관계
향수에서 헤어, 그리고 스킨케어로. 팬데믹을 지나면서 그 중심이 프리미엄으로 향한 뷰티 카테고리 순이다. 마침내 우리는 마스크를 벗었다. 마스크 오프는 뷰티 마켓, 특히 색조 메이크업 브랜드에 가장 먼저 웃음을 안겨줬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직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현대백화점 색조 화장품 매출이 65.1%, 신세계백화점은 21.2% 증가한 것. 그리고 때마침 에디터가 참석한 가장 최근의 행사는 하이엔드 비건 메이크업 브랜드 아워글래스의 새로운 립스틱 론칭 기념 뷰티 클래스였다. 럭셔리 브랜드의 다음 행선지는 메이크업 라인일까?
백화점 관계자에게 럭셔리 브랜드의 공격적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물었다.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조윤한 책임은 실제로 시슬리, 라 메르, 라프레리, 발몽, 샹테카이 등 럭셔리 브랜드의 백화점 내 입지가 상승하는 추세라고 답했다. 롯데백화점 코스메틱 치프 바이어 임지완도 이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2023년은 그냥 럭셔리라고 칭하기엔 아쉬운, 초고가 럭셔리 뷰티의 성장을 전망해봅니다. 이런 브랜드의 주 고객층은 경기를 타지 않죠. 지출을 줄이는 법이 없습니다. 이런 고정 고객의 지지에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가치 소비’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선택까지 더해지면 어떨까요?” 가치 소비 트렌드, 마스크 오프,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주목하는 더욱 상향 평준화된 한국 여성들의 취향까지. 럭셔리 브랜드가 앞으로 더 바빠질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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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정혜
- 포토그래퍼
- ARTHUR BELEBEAU/TRUNK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