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투 어스의 새로운 파도
웨이브 투 어스는 이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달려볼 생각이다. 때마침 밖은 봄이다.
보컬 겸 기타리스트 김다니엘, 드럼 치는 신동규, 베이시스트 차순종. 같고도 다른 세 사람은 새로운 파동을 일으키는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로 2019년 밴드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를 만들었다. 교복을 입고 처음 만난 이들이 막 20대 중반을 넘어선 지금, 2년간 준비한 첫 정규 앨범 <0.1 flaws and all>이 세상에 나온다.
세 분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다면서요?
김다니엘(이하 다니엘) 저랑 동규는 중학생 때 교회 찬양팀 오디션에서 처음 만났어요. ‘밴드를 만든다면 꼭 쟤랑 해야지’ 싶을 정도로 잘하더라고요. 계속 찾아가서 같이 밴드 하자고 어필했어요.
신동규(이하 동규) 형이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였을 때 대뜸 “야, 너 나랑 같이 밴드 할래?” 하는 거예요. 한 번이 아니라 꾸준히요. 알고 보니 형은 곡도 쓰고 노래도 하고 웬만한 악기도 다 다룰 줄 알더라고요. ‘저 형 뭘까?’ 싶었어요.
다니엘 순종이는 온라인상에서 유명했어요.(웃음) 중학생 때 기타 커버 영상을 올리는 카페가 있었는데, 순종이가 거기에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커버를 자주 올렸거든요.
차순종(이하 순종) 고등학교 입학 시험을 보러 갔는데 누가 뒤에서 한참을 수근대더니 말을 걸더라고요. “너 ‘멘터’ 아니야?” 하면서. 제 닉네임이 멘터였거든요.(웃음) 시험 끝나고 같이 돈가스 먹고 친해졌어요.
밴드를 만들기로 한 건 언제였어요?
다니엘 실제로 저랑 동규는 중3 때 잠깐 같이 밴드를 했어요. 각자의 길을 걷다 2018년쯤 다시 만났어요.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막 솟던 때였거든요. 1년 정도 준비해서 2019년 여름에 첫 싱글을 냈어요. 동규의 플레이에 잘 맞는 베이시스트를 찾다가 고등학교 동창인 순종이를 떠올리게 됐고요.
순종 다니엘이 제 앨범 작업을 도와준 적이 있거든요. 그렇게 2019년 말에 제가 합류했고, 2020년에 첫 번째 EP 앨범 <wave 0.01>을 냈죠.
학창 시절의 인연부터 따지자면 거의 10년이 훌쩍 흘렀네요. 지난 시간을 종종 곱씹어보기도 해요?
다니엘 웨이브 투 어스라는 밴드를 만들고 나서부터는 너무 천천히 걸어온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 덕에 더 제대로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후회는 없어요. 이번 정규 앨범부터가 저희의 본격적 시작이라 생각해요. 우리가 진짜 즐겁게 할 수 있고 잘하는 걸 해보자고 마음먹고 한 달 정도는 같이 먹고 자고 하면서 준비했어요.
합숙까지 하면서 만든 정규 앨범 <0.1 flaws and all>이 20일 발매되죠.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요?
다니엘 사람은 누구나 결점을 외면하고 숨기기보다 인정할 때 완벽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수록곡을 두 가지 사이드로 나눴는데, 한쪽은 밝고 팝한 분위기라면, 다른 한쪽은 어둡고 우울한 면을 담은 재즈 사운드가 주를 이뤄요. 날것의 우리 음악을 보여주고 싶어 한 곡을 원테이크로 녹음하기도 했어요. 말 그대로 한 곡을 딱 한 번 만에 녹음한 거죠. 실수가 있어도 그냥 그 트랙을 썼어요. 노이즈도 있는 그대로를 살리고. 누군가에겐 부족해 보일 수 있겠지만 뭐, 그게 우리니까요.
유독 마음이 더 가는 곡도 있어요?
순종 셋이 녹음한 거 듣다가 오열한 곡이 있기는 해요. ‘home sick’인데. 모든 곡이 그랬지만 이 곡을 녹음할 때는 저희 셋 다 영혼을 제대로 담으려는 게 느껴졌어요. 치열하게 녹음하고 다 같이 들어보는데, 이상하게 감정이 북받쳤어요. 제가 울기 시작하니까 너나 할 것 없이 오열을….
동규 악기는 보컬에 비해 감정을 전달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연주자가 진심을 담아 쏟아붓는다면 들릴 거라고 생각하면서 녹음했어요. 모두가 그렇게 임한 곡을 듣고 있자니 그 진심이 다 느껴져서 눈물이 난 것 같아요.
다들 눈물이 많은 편인가 봐요?
다니엘 어우 아니요? 1년에 한 번 울까 말까예요. ‘home sick’이 그리움과 실패에 대한 곡인데요. 멤버들한테 제가 생각한 곡의 방향을 잘 전달하고 싶어 데모도 진짜 열심히 만들었거든요. 원래 데모 사운드를 만들 때 보컬 녹음까지 하지는 않는데, 이 곡은 보컬 녹음만 너덧 번씩 할 정도로요. 제 노력이 빛을 발한 거죠.(웃음)
음악이라는 공통 기반을 제외해도 통하는 게 많아요?
다니엘 셋 다 인테리어, 가구 쪽에 관심이 많아요. 해를 거듭할수록 접점이 더 많아져요. 진짜 한 몸이 되어가는 것도 같고. 실리카겔이라는 밴드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의 몸이 아닌 하나의 유기체로서 움직이는 것 같다’고요. 공감해요.
반면 겉으로 드러나는 세 분의 캐릭터는 전혀 다른 것 같아요. 밴드로서는 최고의 궁합이라고 봐도 되겠죠?
순종 맞아요. 각자가 색이 다르기 때문에 보고 듣는 입장에서는 훨씬 재미있을 테니까요. 마치 밴드계의 뉴진스 같은 느낌? (다니엘과 동규의 야유) 아니 진정해봐. 아주 잘 기획된 팀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웨이브 투 어스가 계속 음악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힘은 뭐예요?
순종 다니엘과 동규. 이거 진짜 빈말 아니에요.
다니엘 저희는 한국 음악 역사에 한 획을 긋고 말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돈이 있든 없든 우리는 역사에 남을 사람이야!’ 하면서 계속하는 거예요. 하나의 큰 목표를 갖고 달리다 보니 이제는 순종이 말처럼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면서 음악을 하는 밴드가 된 것 같고요.
일말의 쑥스러움도 없이 이런 얘기를 하네요?
다니엘 매일 하니까요.
순종 저희 셋은 운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인연인 것 같아요. 신이 맺어준 인연.
본격적인 축제의 시즌인 5월, 각종 페스티벌 라인업에 웨이브 투 어스의 이름이 등장해요.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처음 서는 무대인데 어때요?
순종 일단 5월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The Other Festival>이랑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있어요. 6월에는 태국 단독 공연도 하고요. 규모가 커진 만큼 확실히 지금까지와는 다르다고 느껴요. 가보면 알겠죠. 시작하기 전엔 되게 막막한데 막상 할 때는 무아지경의 상태로 할 때가 많더라고요. 큰 일일수록 그래요.
다니엘 어떤 무대든 우리가 즐기는 곳으로 만드는 게 먼저예요. 그래야 관객에게도 그 에너지가 전달될 테니까요. 일단 지금은 정규 앨범 작업을 무사히 마무리하는 게 가장 중요해서 여기에 올인하고 있어요. 작업실만 갔다 하면 하루가 그냥 끝나요. 1시쯤 작업실에 출근하면 아침 7시쯤 퇴근하거든요. 거의 3주째 이 패턴으로 살고 있네요.
순종 벌써 무아지경이네.
이번 앨범 작업이 끝나면 공연 준비 시작이겠죠? 언제 쉴 수 있어요?
다니엘 발매 전에 작업이 마무리되면 바로 여행 가려고요. 3박 4일간 경주로요. 또 저희 셋이 갈 거긴 한데.(웃음)
짬을 내서 만든 귀한 시간인데, 계획은 좀 세웠어요?
다니엘 저는 플레이스테이션5를 사서 갈 거예요. 해리포터 게임을 꼭 해야겠어요.
동규 자연만 봐도 좋을 것 같은데요? 지금 저희에게는 초록이 필요해요.
최신기사
- 에디터
- 고영진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 스타일리스트
- 임경집
- 헤어
- 안혜수
- 메이크업
- 하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