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장으로 향하는 여배우들의 순간 1
12월 31일의 마지막 밤, 올해 TV라는 신묘한 사각 프레임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한 해를 보낸 여배우들이 웃고 있었다. 그들이 시상식장으로 향하기 전, <얼루어>가 옆에 있었다. 헤어 아티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의 손이 분주했던 시간. 반짝거리는 파우더 입자가 공중부양하고 드라이어가 종횡무진, 색색의 드레스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던 바로 그 현장!
UI E│유이
애프터스쿨의 유이가 아닌 배우 유이를 만나러 갔다. 12월 31일, 오후 3시. 유이는 <KBS 연기대상>이 열리기 6시간 전부터 제니하우스 올리브점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배우의 자격으로 처음 참석하는 연기대상. 떨리고 설렌 마음에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는 유이의 손과 얼굴, 몸에는 핑크빛 아름다움이 하나둘 올려졌다. “오늘은 사랑스러운 느낌을 강조했어요. 핑크 시폰 드레스에 어울리는 은은한 핑크빛 메이크업이 콘셉트였죠. 눈 언더라인에만 핑크 섀도를 바르고, 볼에는 한 톤 짙은 핑크색 블러셔를 발랐어요. 그리고 끝만 살짝 올리는 아이라인으로 고양이 같은 유이의 매력을 부각했어요.” 메이크업을 담당한 무진 원장의 말이다. 자연스럽게 올린 헤어 연출까지 끝낸 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늘고 긴 몸에 걸친 핑크빛 티어드 드레스는 걸을 때마다 나풀댔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 배우의 달뜬 마음처럼. 며칠 전부터 시상식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유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긴장감이 묻어 나왔다. 그 팽팽한 긴장 안에는 노련한 배우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날것 같은 설렘이 있었다. “올해는 정말 행운이 많았어요. 첫 번째 드라마가 방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마음 고생도 좀 했었는데, <오작교 형제들>을 하면서 다 풀렸어요. 선배 연기자 분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연기하는 매 순간이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가수와 연기자, 두 가지 모두를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욕심쟁이 유이의 눈은 행복으로 반짝거렸다. 몇 시간 뒤, 신인상을 수상하는 유이를 TV로 다시 만났다. 오늘 만난 유이는 예뻤고, 착했고, 사랑스러웠고, 무엇보다 배우다웠다.
에디터 | 박선영, 사진 | 정성원, 헤어 | 은미(제니하우스 올리브점), 메이크업 | 무진(제니하우스 올리브점), 스타일리스트 | 최희진
KANG SORA│강소라
“시상식을 앞둔 기분이 어떠세요?” 여배우라면 누구나 받아봤을 흔한 질문을 받은 강소라의 얼굴에는 순간 많은 이야기가 스쳐 지나갔다. 굳이 해석하자면 가슴 벅찬 표정과 행복한 표정. 왜 아니겠는가. 그녀는 올 한 해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700만 명이 넘는 흥행을 거둔 영화 <써니>의 리더 춘화는 그녀를 일약 차세대 여배우로 만들어 줬고,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순수한 강소라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곧 방송될 드라마 <드림하이2>의 촬영까지. 그리고 2011년의 마지막 날, <MBC 가요대제전>을 통해 MC로 데뷔한다. 그녀의 ‘우결 남편’ 이특과 함께 말이다. ‘너무 떨려요’라는 교과서적인 답변 대신 “올 연말이 이렇게 바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한 해의 마지막 날, 이렇게 바쁘다는 건 정말 행운이겠죠? 참 감사한 일이에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큰 무대를 앞둔 긴장감보다는 그 시간을 즐기고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깨끗한 피부를 돋보이게 하는 레이스 장식의 블랙 드레스를 입자 그동안 보여줬던 발랄한 이미지와는 다른 고혹적인 배우 강소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눈매가 길어 보이도록 아이라인을 그리고 섀도로 깊이를 준 메이크업과 자연스러운 텍스처를 살린 포니테일이 어우러지자 드레스의 우아함이 한껏 고조됐다. 리허설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떨리지 않냐고 물었다. “제 무대가 아닌 가수분들의 축제인데 실수할까봐 걱정이에요. 그런데 그냥 관객의 입장에서 신나게 즐기려고요. 이특 씨만 믿고 있어요”라며 조심스런 다짐을 들려줬다. 이제 막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여배우의 설렘과 의지를 담은 환한 미소를 남기고, 그녀는 그렇게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에디터 | 김주현, 사진 | 정성원, 헤어 | 은미(제니하우스 올리브점), 메이크업 | 서하(제니하우스 올리브점), 스타일리스트 | 김고은보미(Intrend)
PARK HASUN│박하선
포털 사이트에 그녀의 이름을 검색하면 롤리폴리, 셔플댄스, 박하선 신발, 박하선 코트 등 수많은 연관 검색어가 함께 등장한다. 쪽진 머리에 단아한 한복을 입고 인현왕후를 연기하던 박하선이 걸핏하면 넘어지고 셔플댄스를 추는, 우유부단하기로는 따라갈 자가 없고 목소리를 뒤집으며 불같이 화내는 박하선이 되어 저러한 연관 검색어를 달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생전 처음으로 경험한 것이 많았던 지난 한 해의 마지막 날, 그녀는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의 MC를 맡았다. 아침까지 시트콤 촬영을 하다가 시상식 리허설을 해야 하는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청담동 숍이 아닌 일산 드림센터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대기실에서 쪽잠을 자고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여배우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녀가 직접 골랐다는 흰색 드레스는 하얀 피부와 길고 건강한 머릿결을 더 눈부시게 만들어주었다. “윤종신 선배님이 많이 가르쳐줘서 안심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떨려요” 하면서 눈꼬리를 내리고 웃어 보일 때는 영락없는 ‘박 선생’이기도 했다. “2부에서는 도발적인 느낌의 드레스를 골라봤어요. 시상식에서는 여배우의 의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잖아요. 좀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한쪽 벽면에 고이 걸려 있던, 러플이 화려하게 장식된 시스루 드레스는 그녀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내기에 충분해 보였다. 박하선은 메이크업을 받으면서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고 또박또박 소리내어 읽고 또 읽었다. “사람들이 실제 성격을 많이 궁금해해요. 소심하고 걱정 많고 잘 웃는 건 비슷하지만 그 정도로 착하거나 욱하지는 않아요. 그동안 얌전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 촬영이 끝나고 나면 좀 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도 기대되요.” 그녀는 다시 한번 눈꼬리를 내리고 웃어 보이고는 드레스 자락을 단단히 움켜쥐고 시상식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에디터 | 조소영, 사진 | 안형준, 헤어 | 하민(차홍 아르더) 메이크업 | 우현증(우현증 메르시), 스타일리스트 | 김영주
LIM SOOHANG│임수향
임수향은 올해 SBS의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만든 배우다.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본 것처럼,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 극을 이끌어가는 힘은 전적으로 여주인공인 그녀에게 있었다. <신기생뎐>은 TV를 보는 사람이라면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도록 만들어줬다. ‘만약 지금 어딘가에 기생이 존재한다면?’이라는 비현실적인 상상으로 시작한 드라마가 그녀의 아름다움과 연기 때문에 조금씩 설득력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수향이 한동안 머문 제니하우스에는 다가가기 어려운 듯한 표정과 겨울을 녹이는 따뜻한 미소가 오갔고 맥앤로건의 누드 컬러의 시폰 드레스는 그 사이의 균형점을 이루고 있었다. 김영주 원장은 그녀의 단아한 목덜미가 돋보이도록 머리를 모아서 가장 예쁜 바로 그 위치에 고정했고, 노미경 팀장은 투명한 피부와 깊은 눈매를 만들기 위해 이날만 수백 번의 터치를 했다. 타고난 아름다움도 더욱 정교하고 완벽하게 만들어야 하는 날이라서 그랬다. 이날 임수향은 시상을 위해 한번, 수상을 위해 또 한번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그때마다 완벽한 애티튜드를 보여줬다. 함께 시상자로 오른 김국진이 남자들이 다 쓰러지겠다고 칭찬하자, 그녀는 오는 길에 1200명쯤 쓰러진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수상했을 때도 임수향은 워터프루프 마스카라의 힘을 시험하는 눈물 대신 기쁜 미소만을 지었다. 좋은 날에는 역시 웃는 얼굴이 어울린다. 당당한 모습이 그녀다워서 좋았다.
에디터 | 허윤선, 사진 | 손익청, 헤어 | 김영주 (제니하우스 도산점), 메이크업 | 노미경(제니하우스 도산점), 스타일리스트 | 고민정
SEA HYORIM│서효림
서효림에게 2011년은 좀 특별했다. 한 해에 드라마 두 편에 연달아 출연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일 테니까. 덕분에 팔색조처럼 변신하는 서효림의 달라진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는 제가 하고 싶었던 연기와 제가 잘할 수 있는 연기를 연달아 하면서 제 자신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들이 사는 세상>의 장해진이 ‘서효림’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다면 <여인의 향기>의 임세경은 ‘배우 서효림’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갖게 했다. “발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성스러운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여인의 향기>의 대본을 받게 됐어요. 처음 도전하는 악역 연기였지만 욕심이 났고 차분하고 진지해지려고 노력했어요.” 평소 미니드레스를 즐겨 입는 그녀지만 이날은 섬세한 자수가 놓인 클래식한 드레스를 선택했다. 선명한 팝 핑크 컬러의 립스틱과 짙은 바이올렛 섀도로 연출한 스모키 메이크업이 윤기 나는 하얀 피부와 근사하게 어울렸다. “반면에 <나도, 꽃>의 김달은 늘 입던 옷처럼 편안했어요.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려고 애쓰기보다는 그때그때 제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역을 연기하고 싶어요. 제 자신이 한해 한해 달라지듯이 배우 서효림의 연기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테니까요. 좀 더 시간이 흘러 때가 되면 아주 아주 슬픈, 그래서 작품이 끝나도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긴 해요. 김윤석 선배님과 진한 멜로 연기도 해보고 싶고요.” 서효림은 늘 서효림답다. 여배우 놀이에 심취할 만도 한데 발랄함과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덕분에 2011년의 마지막 밤이 참 따뜻했다.
에디터 | 조은선, 사진 | 윤명섭, 헤어 | 지현정(W퓨리피), 메이크업 | 우현증(우현증 메르시), 스타일리스트 | 김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