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장으로 향하는 여배우들의 순간 2
12월 31일의 마지막 밤, 올해 TV라는 신묘한 사각 프레임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한 해를 보낸 여배우들이 웃고 있었다. 그들이 시상식장으로 향하기 전, <얼루어>가 옆에 있었다. 헤어 아티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의 손이 분주했던 시간. 반짝거리는 파우더 입자가 공중부양하고 드라이어가 종횡무진, 색색의 드레스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던 바로 그 현장!
BAEK JINHEE│백진희
아직은 그녀를 잘 모른다. 귀엽고 예쁘고, 무엇보다 신인 배우답지 않게 감정선을 요리조리 잘 타는 될성부른 배우라는 것만 알고 그녀를 만나러 갔다. 어쩐지 좋아할 것 같아서 기욤의 작은 마카롱 박스를 들고 갔다. 손가락 끝으로 색색의 마카롱을 집어서 베어 먹는 그 달콤한 모습! 남자는 물론 여자들의 사랑까지 듬뿍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랑스러움이 마카롱보다 더 달았다. 워낙 뽀얗고 예쁜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피부 표현을 최대한 얇게 했다는 바이라 경아 부원장의 설명. 눈썹은 자연스럽게 채우고, 블러셔를 더했다. 그 자연스러움 덕분에 모든 장면 장면이 평소의 백진희 같았다. “하지만 정말 즐거워요. 기다리면서 다른 선배 배우들이나 선생님들한테 배우는 것도 정말 많거든요. 특히 순발력을 배웠어요.” 혹독하기로 소문난 시트콤 촬영도 일주일에 다섯 번이나 내 모습이 TV에 나온다는 게 여전히 신기한 그녀에겐 즐거움이다. 그럴 땐 열 번 넘어져도 열한 번 일어나는 ‘88세대’인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 속 백진희와 똑같다. “성격도, 말투도 극중 캐릭터와 하나도 닮지 않았어요. 그렇게 말이 많은 편도 아니에요.” 그러곤 찰랑찰랑한 포니테일을 흔들며 웃었다. “이젠 극중에서 취직도 했으니, 짝사랑도 하면서 풋풋한 청춘을 보낼 거예요. 하이킥은 정말 ‘울트라캡숑최고’예요!” 크리스털이 빈틈없이 박힌 클러치백에 지지 않는 눈부신 웃음을 남기고, 그녀는 생애 첫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그런 그녀를 혼자만 만나서 미안했는데, 시상식 카메라가 자주 그녀를 향하는 것을 보고 안도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만난 백진희 그대로였다.
에디터 | 허윤선, 사진 | 손익청, 헤어 | 한결(바이라), 메이크업 | 경아(바이라), 스타일리스트 | 김고은보미(Intrend)
SHIN HYUNBIN│신현빈
신현빈이라는 여배우의 존재가 아직까지 낯설다는 걸, 솔직히 인정하겠다. 물론 그녀의 인지도와 그녀 자체의 존재감은 다른 이야기다. 2010년 첫 번째 영화인 <방가? 방가!>에서는 베트남 아가씨로, 2011년 첫 번째 드라마인 <무사 백동수>에서는 남자주인공들의 사랑을 받는 여인으로 등장한 신현빈은 단 두 개의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과 에서 골고루 상을 움켜쥐었다. 이런 행운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감독이 더 좋아하는 배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라는 말은 적어도 신현빈에 관해서는 뻔한 수사가 아니다. 낮고 강단 있는 목소리. 다소곳하지만 힘을 잃지 않은 눈매. 가느다랗고 긴 목과 하얀 피부에 어울리는 진홍색 드레스를 입고 신현빈은 그렇게 서 있었다. “드레스 컬러에 맞춰 입술만 붉은색으로 살짝 포인트를 줬어요”라는 서희영 원장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신현빈의 똑 부러진 눈꼬리와 새하얀 뺨에 굳이 다른 색깔을 더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현재 드라마 <발효가족>과 영화 <폭설>을 촬영중인 그녀는 영화뿐 아니라 책과 음악 등 모든 문화를 사랑한다. 민음사에서 주최한 북클럽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파주까지 다녀왔던 일과 데미안 라이스의 내한 공연을 예매한 일에 대해 나직히 말하던 그녀의 입술은 두 시간 뒤 의 무대에서 ‘Fly Me To The Moon’을 예의 낮은 목소리로 부르고 있었다. 살짝 미소를 흘리며 능숙하게 무대를 이끄는 그녀를 보면서, 이토록 믿음직스러운 신인 여배우는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에디터 | 이마루, 사진 | 손익청, 헤어 | 윤혜란(제니하우스 도산점), 메이크업 | 서희영(제니하우스 도산점), 스타일리스트 | 김주연
YOON SOY│윤소이
제니하우스의 VIP 룸에 들어섰을 때 다섯 명의 스태프가 윤소이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를 만지고 립스틱을 바르고 또 한 명은 등에 반짝이는 블러셔를 뿌리고 다른 한 명은 그녀의 길고 가는 손에 와인빛의 네일 컬러를 발랐다. 온몸을 다른 사람에게 내맡기면서도 그녀의 눈은 거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오른쪽,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가며 거울을 들여다보는 그녀는 여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도도하고 자신감 있는 표정을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그러나 눈앞에 거울이 사라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었고 누군가와 인사를 나눌 때에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마음을 담아 안부를 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드라마 촬영을 하다가 바로 숍으로 달려왔다는 그녀의 눈은 안쓰럽게도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별로 안 피곤한데 눈이 왜 이렇게 빨갛지?” 자신의 마음과는 다른 충혈된 눈을 야속해하면서도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라며 오히려 다른 스태프들을 안심시켰다. 이상봉의 우아한 블랙 드레스는 윤소이를 위해 만든 것처럼 그녀의 몸에 자연스럽게 감겼다.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지만 어쩐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드레스는 이제껏 그녀가 보여준 필모그래피와도 일치했다. <무사 백동수>에서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여인 황진주를 연기했던 그녀는 <컬러 오브 우먼>의 변소라가 되어 돌아왔고, 모든 것에 완벽하지만 연애에는 서투른 변소라를 위해 큼지막한 뿔테 안경을 쓰고 뽀글뽀글한 앞머리까지 선보이며 이제까지의 그 어떤 모습과도 겹치지 않는 또 다른 얼굴을 만들어냈다. “데뷔한 지 8년인데 지난 한 해를 제외하고는 겨울마다 촬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겨울에 태어나서인지 겨울이 참 좋아요.” 한 시간 뒤 TV에서 만난 그녀는 특별 기획 여자 우수상을 받으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담아 고마운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어느 해보다 뜨겁고 열정적이었던 그녀의 2011년 겨울, 그 마지막 날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에디터 | 조소영, 사진 | 이동욱, 헤어 | 효정(제니하우스 청담점) 메이크업 | 화주(제니하우스 청담점), 스타일리스트 | 박희경
YOO INYOUNG│유인영
메이크업 룸의 문을 똑똑 두드리자 “네, 들어오세요” 하는 유인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유인영은 하얀 이를 드러낸 웃음으로 촬영팀을 맞았다. 오랜만에 보는 유인영은 여유로워 보였다. 반지르르 반짝이는 ‘윤광’ 피부 덕에 더 그렇게 보였다. “드레스가 붉은색이라 메이크업에서는 색감을 뺐어요. 여신처럼 여성스럽고 우아하게 연출하고 싶어서 부드럽고 촉촉한 피부 표현에 가장 신경을 썼죠.” 이미영 원장은 메이크업 콘셉트를 설명하면서 오일 1~2방울과 파운데이션을 섞어 사용하면 윤광 피부를 연출할 수 있다는 친절한 팁을 덧붙였다. 반짝이는 피부와 자연스럽게 내려 묶은 헤어 스타일로 변신한 유인영이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피팅룸에서 걸어 나왔다. 172cm의 큰 키 덕분에 원 숄더 디자인의 드레스가 무척 잘 어울렸다. 단장을 마친 유인영이 거울 앞에 섰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시상식에 제 시간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할 텐데도 미리 약속한 촬영이니 마음껏 찍으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어느덧 데뷔 10년을 넘겼다. 2012년 연기에서만큼은 다양한 변신을 꾀할 예정이라는 유인영을 브라운관에서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그 시작으로 선택했다는 시트콤 <너 때문에 미쳐>부터 챙겨 봐야겠다.
에디터 | 박선영, 사진 | 윤명섭, 헤어 | 지향(이희), 메이크업 | 이미영(이희), 스타일리스트 | 김효성
CHOI JUNGYOON│최정윤
최정윤에게 2011년은 잊을 수 없는 해가 될 것이다.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은 시청률 30%를 넘겼고, 무엇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일과 사랑, 두 가지를 다 잡는다’는 드라마 속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한 해의 마지막 날, KBS 연기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있는 그녀를 보며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증이 일었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커리어우먼 룩의 정석이라며 여러 차례 기사화됐던 <오작교 형제들>의 차수영의 모습에서 벗어나 단아한 업스타일 헤어에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에게 오늘의 의상 콘셉트를 물었다. 한참의 고민 끝에 “성숙한 여배우의 느낌? 이제 결혼도 했으니까”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녀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신혼 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2012년의 목표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거예요. 행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의 평화잖아요. 내 마음이 편안해야 가족, 친구, 일 모두 즐겁게 할 수 있는 거고요.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남편을 만나려고 해요.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니까요.” 최정윤은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 갈게, 안녕!” 오랫동안 봐왔을 스태프들에게 깜찍한 말투로 인사를 던지고 재빠르게 빠져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2012년 역시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에디터 | 이마루, 사진 | 이동욱, 헤어 | 구미정(제니하우스 청담점), 메이크업 | 화주(제니하우스 청담점), 스타일리스트 | 고은숙
LEE YOWON│이요원
이요원과의 만남은 편안했다. 시상식을 앞둔 여배우의 분주함보다는 여유가 느껴졌다. 유난히 드라마 풍년이었던 2011년, 이요원은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나 사극보다 <49일>을 택했다. “연초에 <49일>을 찍었는데 벌써 한해가 지나갔네요.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일이 많았던 한해라 시간이 너무 빨리 갔어요. 드라마를 통해 우리 삶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된 만큼 내년에는 더 행복한 해가 되길 바라요”라며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장식하기 위한 드레스는 그녀처럼 은은한 아름다움을 내뿜었다. 작은 비즈가 꽃 모양으로 수놓인 핑크빛의 드레스는 길고 가는 몸을 더욱 여성스럽게 만들었고, 드레스 슬릿 사이로 살짝 보이는 스킨 톤의 하이힐과 간결한 반지, 귀고리 등으로 거창한 화려함을 뽐내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굳이 긴 웨이브 머리를 하지 않고 짧은 헤어 스타일을 고수한 것도 이요원다운 선택이었다. 헤어를 담당한 유로 부원장은 “드레스에 어울리도록 복고적이지만 과장되지 않은 헤어 스타일을 연출해보았어요. 짧은 길이라 살짝 컬을 만들어 묶기만 해도 절제된 복고 헤어가 완성된답니다”며 스타일링 팁을 주었다. 메이크업 역시 화려한 색 사용을 배제하고 청순하고 품위 있게 표현했다. 대신 드레스의 빛을 반사할 수 있는 광택 나는 스킨 톤을 위해 펄을 살짝 얹어주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초조해하는 스태프들을 괜찮다며 안심시키고 마지막 한 컷까지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왠지 모를 동지애가 느껴졌달까.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닌가 보다. 이요원은 이날 드라마 프로듀서들이 뽑은 ‘프로듀서 상’을 수상했다. 작품에 대한 애정, 성실함을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인정받은 날. 앞으로 이요원이라는 배우가 모두에게 더 신뢰받게 될 것이라는 증거다.
에디터 | 김희원, 사진 | 신선혜, 헤어 | 유로(애브뉴준오 청담점) 메이크업 | 민영(애브뉴준오 청담점), 스타일리스트 | 김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