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H YOU WERE HERE / 안효섭

하와이의 낮과 밤이 흐르는 가운데, 배우 안효섭은 바다가 가득 보이는 테라스에서 내내 말했다. 모든 순간이 행복하다고. 

이너와 데님 재킷, 팬츠, 어깨에 멘 나파 레더 글램 슬램 플랫포켓 백은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이너로 입은 티셔츠와 니트 카디건, 팬츠, 슈즈는 모두 더 로우(The Row). 북극해에서 영감을 받은 아틱 블루 컬러의 슈트케이스는 모두 리모와(Rimowa).

셔츠와 팬츠, 퀼티드 나파 레더 글램 슬램 클래식 미디움 백은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

이너로 입은 톱과 화이트 재킷은 에르메스(Hermes).

리넨 패턴 셔츠와 패치워크 데님 팬츠, 라피아 퍼스벳 사보는 모두 마르니×노 베이컨시 인 (Marni×No Vacancy Inn). 블루 소프트 카프스킨 스몰 프리즈마 백은 마르니(Marni).

어제 말했죠? 여기 오니 모든 게 녹아내리는 거 같다고요.
제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다고 했죠.(웃음) 거꾸로 그동안 제가 얼어 있었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그런 느낌이에요.

그냥 녹는 것도 아니고 사르르 녹는다. 그건 어떤 건가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모든 것에 대한 경계심이 없어지는 상태?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어요. 제가 매일 밤 상상하던 순간이 정말 펼쳐진 거죠.

어떤 순간을 상상하곤 했어요?
일적으로 아무 고민을 안 할 수 있는 상태.

‘무’로 돌아가는 거네요. 어제 지금 이 테라스에서 3시간 동안이나 풍경을 보고 있었다면서요? 무슨 생각했어요?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바라만 봐도 그냥 너무 좋던데요. 저기 사람들이 수영하고 노는 소리도, 바람 소리도요.

이렇게 내려다보면 해변가의 사람들이 엄청 귀여워 보여요. 가장 하와이다운 풍경이라고 생각해요. 저기 보이는 해변으로 가고 싶지 않아요?
맞아요. 미니어처 같기도 하고, 예전에 좋아하던 게임 캐릭터 같기도 하고요. 지금 여기서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 화보 찍을 때도 재미있었어요. 진심으로요. 저도 떠나기 전에 바다를 즐겨야죠. 하와이가 처음이라 그런지 눈에 보이는 게 많아요. 야자수가 정말 멋지게 생겼어요.

어릴 때는 어떤 게임 좋아했어요?
어릴 때는 대부분 게임을 좋아하잖아요? 부모님이 진짜 게임할 시간을 안 주셨어요. 시험 100점 받으면 1시간, 상장 받으면 1시간. 그렇다 보니 게임에 대한 한이 있었어요.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서 마음껏 게임을 해보니까 별로 재미가 없더라고요.

진짜 좋아하는지 아니면 해보지 않은 아쉬움이었는지. 해보면 알게 되죠.
맞아요. 결국에는 직접 해봐야 하는 거 같아요. 그래야 알죠.

안효섭에게 여행은 어떤 것 같아요?
예전에는 떠난다는 거에 큰 의미를 뒀어요. 지금 내가 있는 곳만 아니면 된다.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내가 어디에 있든 그 자리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어디를 가도 비슷하더라고요. 잠깐 마음이 뻥 뚫리는 건 한순간이니까요.

매일매일이 중요한 거네요.
평소에 내가 어떤 상태를 유지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고 나면 이제 새로운 곳에 가서 그곳의 어떤 문화적인 것도 경험하고 새로운 음식도 먹어보는 즐거움은 정말 크죠. 사소한 거에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살면 행복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듯이.

오늘의 감사한 일 같은 거, 생각해보는 편이에요?
항상 좀 치열하게 느끼려고 해요. 이게 생각만으로는 되지 않거든요. 요즘은 모든 게 빠르게 지나가니까, 노력을 하지 않으면 놓치는 것 같아요.

요즘 느끼는 감사한 일은 뭔가요?
우선은 <낭만닥터 김사부3>(<이하 낭만닥터3>)죠. 워낙 혼자 오래 살았으니까 혼자라는 상태가 굉장히 익숙했는데, 가족 같은 따뜻함이라고 하나? 한석규 선배님도 그렇고 감독님, 스태프분들 다 포함해서 진짜 가족 같은 현장이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그래서 의미가 더 깊죠. 다들 현장을 사랑하는 게 느껴져요.

<낭만닥터>가 시즌3까지 갈 수 있었던 비결을 생각해본 적 있어요?
제일 큰 건 모두의 하나 된 마음이죠. 그리고 그 마음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준 작가님의 삶에 대한 생각. 정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계속 던지시는데, 그 질문이 정말 유의미해요. 한번쯤 생각해볼 질문이 많아서 그걸 배우들도 생각하면서 같이 연기하는 것 같아요. 그런 지점에서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늘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인 거네요.
그렇죠. 근데 사실 그런 생각은 해요. 만약에 다음이 있다면 <낭만닥터>라는 작품을 위해서 저는 한발 물러서는 게 맞지 않을까? 또 <낭만닥터>의 굉장한 팬이어서 제가 시청자로서 새로운 인물이 써 내려가는 이야기를 보고 싶어요. 사실 지금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어요. 촬영이 정말 치열하게 끝났거든요.

때마다 배우 한석규에 대한 존경의 감정을 드러내는데요, 안효섭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어요?
선배님을 보면 항상 궁금해요.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그럴 수 있는지. 뭐라고 한 단어로 표현이 잘 안 되는데, 정말 좋은 가치관을 가진 인생 선배시거든요.

울 패턴 셔츠는 메종 마르지엘라×펜들턴(Maison Margiela×Pendleton). 코튼 팬츠는 메종 마르지엘라×월트 디즈니 컴퍼니(Maison Margiela×Walt Disney Company). 어깨에 멘 나파 레더 글램 슬램 카메라 백은 메종 마르지엘라.

이너로 입은 톱과 화이트 재킷, 팬츠, 슬라이드는 모두 에르메스.

화이트 재킷은 에르메스

이너로 입은 슬리브리스 톱과 비즈 장식의 블루종, 쇼츠는 모두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아틱 블루 컬러의 두 가지 사이즈 슈트케이스와 퍼스널 알루미늄 크로스보디 백은 모두 리모와.

이너로 입은 코튼 티셔츠와 나플락 카프스킨 재킷, 팬츠는 모두 마르니. 코튼 케이블 버킷 햇은 마르니×노 베이컨시 인.

리넨 재킷과 팬츠, 화이트 코튼 마르셸 토트 백은 모두 마르니×노 베이컨시 인. 파블로 스니커즈는 마르니.

2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예전 인터뷰를 보니 <홍천기> 촬영 중이었더라고요. 예전 인터뷰 다시 읽어본 적 있어요?
저도 가끔 지난 인터뷰 찾아봐요. 생각보다 제가 하는 말이 좀 일관성이 있더라고요. 분명히 조금씩 변화하고는 있는데, 알맹이는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예전에 했던 인터뷰를 보면서 무슨 생각했어요?
그렇지! 맞는 말 하네.(웃음)

그렇다면 가치관이 굉장히 뚜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확장형인 것 같아요. 뭔가 부수고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조금씩 더해지는 거죠.

여행도 확장되는 경험이죠. 돈을 쓰고 싶은데 별로 쓸 데가 없고, 여행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었다면서요? 보면 일밖에 안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이렇게 열심히 할 줄은 몰랐어요. 하다 보니 욕심나는 작품이 생기더라고요.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선택하고, 그게 시기적으로 겹치고…. 하지만 저는 일을 정말 좋아해서, 그냥 조금만 휴식을 취하면서 계속 이렇게 일하고 싶어요.

조금의 휴식이라고 하면 양으로는 어떻게 돼요?
이렇게 하와이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을 정도의 휴식이면 좋겠어요. 2주면 되지 않을까요? 사실 쉬어봐야 알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휴식을 못 취해서 잊었거든요.

그만큼 욕심나는 작품이 많이 들어왔다는 거고, 그건 좋은 거죠.
엄청 감사한 거고,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것도 감사한 일이에요. 하지만 이제 ‘안효섭을 챙기자’라는 개념도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하지?’라는 질문을 던져봐요. 결국에는 행복을 위해서예요. 적당히 일하면서 적당히 쉬면 가장 좋겠죠. 여기 있어보니 새삼 휴식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기자님도 하와이를 좀 즐기면서 쉬어야 해요. 이따 수영하러 나오세요.

그럴게요.(웃음) 이미 찍어둔 <너의 시간 속으로>도 있죠. 한동안 좀 든든할 거 같은데요?
그런 마음이 없지 않은 것 같아요. 저도 대본을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 기대되는 거죠. 설렘? 설레기도 하고, 또 스토리가 워낙 복잡한 작품이어서 이게 드라마 안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도 궁금하고요.

왜 그 작품을 선택했어요?
처음에는 원작이 있는 작품인지 몰랐어요. 시간과 관련된 소재를 다룬 타임 슬립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런 작품이라서 끌렸어요 촬영 끝난 게 언제였더라…. 반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사내맞선>과 <낭만닥터3>에서 <너의 시간 속으로>로 이어지는 흐름이 흥미로워요. 돌아보면 뿌듯한가요?
<사내맞선>은 되게 즐겁게 촬영했어요. 웃긴 아이디어가 막 샘솟는 거예요. 그 작품을 하면서 나중에 코미디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너무 하고 싶어요. 중요한 건 웃기는 데 진심이어야 하거든요. 제가 한 3~4년 전부터 개그 욕심이 엄청 생겼어요. 그래서 제 삶의 이유가 제 친구들을 웃게 해주는 거였어요. 하루 잘 웃기면 마음 편히 자고, 혼자 잠들 때 떠올리면서 잔 적도 있어요. 그러다가 포기하고 좀 내려놨는데, 그러니까 오히려 더 웃기다고들 해요.

서울로 돌아가면 팬미팅이 예정되어 있다면서요? 인생 첫 팬미팅이라던데, 배우한테는 어떤 의미가 있어요?
처음이죠. 엄청 기대돼요. 팬분들이 너무 궁금하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는데, 저를 좋아해서 오시는 분들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드리고 싶어요. 내가 누구고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에 대해 소통하고 싶어요. 그래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만남을 만들고 싶어요.

얘기 나누는 사이에 바다 색깔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시간대별로 달라지던데, 해가 지려는 이때도 예쁜 것 같아요. 워낙 햇살을 좋아해서요. 전 여기서 아무 말 안 하고 2주 정도는 거뜬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슷한 맥락인데, 요즘 비워내는 작업을 진짜 많이 해요. 실제로 물건도 버리고 있고요.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어요?
어떤 물건 같은 것에 욕심이 나고 집착이 생기는 게 저한테 너무 무의미한 일인 거 같더라고요. 곧 이사할 예정인데 많이 비우려고 해요.

비워내는 작업을 하면 반드시 필요한 것만 남겠군요?
그렇죠. 침대 같은 건 있어야죠. 침대랑 TV. 요새 요리도 안 하니까 냉장고에 넣을 것도 없고요. 또 뭐가 필요하지? 세면도구? 아, 스피커. 스피커는 좀 중요해요. 그래도 오늘 촬영한 의상과 가방은 다 멋지더라고요. 슈트케이스도 컬러가 진짜 예뻤어요.

이제 하와이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약 24시간 남았네요.
아직 24시간이나 남았어요!

남은 시간 동안 뭘 하고 싶어요?
제일 하고 싶은 거는 식사하면서 맥주 한 잔. 그리고 한 번 더 바다를 만끽할 시간? 바다도 즐기고싶지만 이런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그저 즐기고 싶어요. 어젯밤에도 수영을 했는데 밤의 하와이도 매력 있었어요. 별이 너무 잘 보여서 오래 봤어요.

    에디터
    허윤선
    포토그래퍼
    KWAK KI GON
    스타일리스트
    정환욱
    헤어
    김희정
    메이크업
    박세나
    로케이션
    The Kahala Hotel & Resort
    협조
    Hawai’i Touris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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