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OF US / 이준기 & 신세경
최초의 도시 아스달의 이야기가 <아라문의 검>으로 다시 시작된다. <아스달 연대기>에서 8년 후. 은섬, 사야, 탄야의 이야기를 입은 이준기와 신세경.
| LEE JOON GI |
지금까지 보던 중 가장 태닝된 피부예요. <아라문의 검> 촬영 때문인가요?
충분히 다시 하얘질 시간이 있었지만, 한강에서 러닝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더 탔어요. 지금 폭염이에요. 요 며칠 핑핑 돌아서 죽는 줄 알았어요.
대체 왜 이 폭염에 밖에서 러닝을 하는 거죠?
낮에 하는 게 좋아요. 좀 변태적인가? 땀도 빵빵 나고 숨도 빨리 차고 좋죠.
역시, 이준기는 이런 걸 즐긴다니까요. 세경 씨가 준기 씨 촬영이 고되었을 거라고 걱정했거든요. 동료들은 그럼에도 팀을 위해 내색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죠.
나는 재미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안 믿어요. 나는 희생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이타적이지 않다. 다 너희의 에너지를 뽑아 먹고 있는 것이다~! 하하하!
이제 판타지 장인이라고 할 수 있죠. 전작 <어게인 마이 라이프>도 이준기만큼 잘 살릴 수 없었을 것 같거든요. <아라문의 검>은 본격 판타지고요.
판타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그 안에 빠져들어요. 이번 <아라문의 검>도 그렇죠. 제 작품의 80% 이상이 판타지인데 그런 대본만 계속 들어오고요.(웃음) 이번에는 그 점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미술이나 분장도 중요하니까요. 다른 배우들, 기술팀 다 믿고 갔어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감독님도 새롭게 오셨고, 제작진도 다 바뀌었죠. <아스달 연대기>의 어떤 기조나 세계관을 가져가되 우리가 표현할 것에 대해 좀 더 집중하자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화려한 휴가> 작가님을 다시 만난 것도 너무 좋았고요.
그럼 이번에 표현해야 했던 가장 중요한 건 뭐였어요?
좀 더 빠른 전개를 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설득력 있게 가져갈까. 우리 현장 자체가 재미있어야 이것들이 분명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현장을 즐긴 것 같아요. 재미있는 기회에 어쨌든 굵직굵직한 배우들이 각각의 서사를 이끌고 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부담도 적었고 오히려 더 재미있지 않았나 싶어요.
은섬, 사야 1인 2역을 하는 건 어땠어요?
처음에는 그 점이 이 작품을 하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어요. 전작으로부터 일단 8~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상황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의 어떤 이야기를 계속 그려봐야 하는 거죠. 그동안 두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빈 곳을 메우는 게 어려웠어요.
둘의 외모도 달라야겠고요.
감독님이나 미술팀분들이랑 초반에 회의를 많이 한 게 그런 부분이거든요. 은섬은 숲과 벌판을 뛰어다니며 주근깨도 많이 생기고 아고연합을 통합한 리더로 있으니 그것들이 얼굴에서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젊지만 노쇠한 부분도 보이고 고민의 흔적도 엿보이고요. 사야는 최고의 권력자를 꿈꾸죠. 타곤으로부터 제국을 이어 받고, 원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신뢰와 믿음을 얻는 게 가장 큰 목표인 친구죠. 성벽 안에서 전략가로서 진두지휘하기에 또 그에 맞는 예쁜 외모가 필요했어요.
정말 한때는 예쁜 남자의 표상이었죠.
오래 했죠. 정말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한때는 그런 부분이 부담이었을 텐데, 어느 순간 사라졌어요.
시간이 해결해주는 거예요. 오래 버티는 게 이기는 거예요. 직장인이든 배우든. 버텨야 해요. 나가면 끝나는 거야. 어디 가서 또 다시 해. 저는 그런 생각 많이 해요.
제일 육체적으로 힘든 작품은 뭐였어요?
시스템이 너무 부족할 때니까 힘들었죠. 드라마 배우들은 그런 시대가 있었잖아요.
하하, 세경 씨도 잠을 잘 수 있는 게 얼마나 축복이냐고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두 작품을 연달아 해도 바로바로 피드백이 왔어요. 작품이 안 될 때는 너무 가슴 아프지만, 그 또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겪으면서 멘탈도 강해질 거고요. 가장 고생한 작품이라면 <투윅스>였던 것 같아요. 현대물에서는 <투윅스>, 사극에서는 <일지매>인 것 같아요. 잠을 못 자고 전국으로 뛰어다녔죠.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라면 돌아가죠.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더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역시 나를 이길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하네요.
다른 건 몰라도 고생 쪽은 제가 나설 수 있죠. ‘MBC 개고생상’을 그냥 탄 게 아니니까요. 연기 쪽에선 특전사 다녀온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성적표는 어떨 거 같아요?
제일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도 궁금해요. 진짜 시청자 입장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고민도 부담도 기대도 다 가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대본 봤을 때는 너무 재밌었거든요. 작가님들이 워낙 서사를 치밀하게 쓰시는데, 그걸 더 응축시키셨더라고요.
성적표랑 관계없이 이번 작품에 대해서 얻고 싶은 반응은요?
제가 이렇게 큰 세계관을 끌고 가는 게 처음이에요. 물론 동료 배우들이 있지만, 제가 맡은 인물은 가장 많은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터라, 다 만나뵙고 식사라도 하고 싶었어요. 후배 배우들만 80명이 넘었어요. 현장에 식당 잡아놓고 스태프들이나 후배들이 왔다 갔다 하면 항상 들어와서 밥 먹고 가라고, 내가 계산한다고 했어요. 사람들이 나중에는 장흥 이장님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은섬은 무엇보다 ‘타곤’을 넘어서야 할 텐데요.
테스트 촬영 때부터 장동건 선배님의 오라에 위축됐거든요. 선배님은 화면이 달라요. 저와는 이미 종족이 다르잖아요. 저는 북방계고 선배님은 남방계. 함께 작품하는 게 너무 감동이었어요. 분장 딱 마치고 카메라 앞에서 바스트를 하시면 뚫고 나와요, 에너지가. 그때부터 5회 차 이상 갈 때까지 잠을 못 잤어요. 이 어마어마한 배우가 표현하는 타곤이라는 인물을 내가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어떤 전략을 세웠어요?
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이길 수 있는 건 섬세한 표현밖에 없다. 그래서 좀 더 현장을 떠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런 어마어마한 분이 또 현장에서는 또 너무 다정하세요.
은섬과 사야 둘을 오가는 건 어땠어요? 방금 사야 하다가 이제 은섬 하라고 하면 또 은섬을 연기해야 하는 거죠?
100% 분리할 수는 없죠. 하지만 제작진분들이 최대한 각 인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초반에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둘 다 좋아요. 은섬은 멋있죠. 진취적이고 지금의 이준기와 비슷한 면이 많은 친구거든요. 반면 사야는 섬세하고 ‘츤데레’거든요. 날카롭고 예민하지만 속으로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애정에 대한 결핍이 있는 친구죠. 제 사회적인 모습이 은섬과 맞다면, 혼자 있는 시간은 사야 같은 느낌이 있어요.
신세경 씨와의 호흡은 어땠어요? 우선 두 분의 찐친 바이브를 이미 느낄 수 있었고요.
저는 같은 회사 시절부터, 작품 같이 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왜 함께 하고 싶었어요?
주변에서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성실함으로 싸워보고 싶었죠.(웃음) 함께 해보니 대단해요. 특히 여성 배우에게 불편할 수 있는 현장인데도 다 배려해요. 연기를 할 때도 이미 세경이는 생각해놓은 게 있더라고요. 연출자 마인드가 있어요. 단순히 경주마처럼 앞만 보는 게 아니라 주변을 볼 줄 아는 거 같고, 저도 거기서 에너지를 많이 받거든요. 그때부터 편해진 거 같아요. 같이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이번에 멜로가 있네요. 뜨거운 사랑을 하는 사이 아닌가요?
그냥 보세요. 보셔야 합니다.(웃음) 보통 남녀 배우가 한 작품에서 만나면 또 만나기까지 최소 주기가 7년이란 말이에요. 제가 언제 또 만나냐고 자꾸 그랬더니, 세경이가 그러더라고요. “아우, 오빠. 나중에 또 만나면 되지. 알았어요.” 지금 세경이가 정석 선배님이랑 또 하고 있잖아요. 멜로라며? 질투가 나네요.
하하, 모처럼의 멜로와 세경 씨와의 호흡을 다 놓치고 싶지 않았군요.
이게 기회가 점점 더 줄어드는 거 같아요. 벌써 마흔둘인데 이거 어떡해요. 우리나라 장르물에 투자하는 사이 청춘은 날아갔어요.
<아라문의 검>에는 준기 씨가 원하는 게 다 있네요. 멜로, 액션, 힘든 거.
다 있었죠. 개인적으로 ‘시간이 한 1년만 더 주어졌다면 더 잘해볼 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그 말을 했더니 감독님이 막 치를 떠세요. “준기야 무슨 이상한 소리야.”
배우 만족도는 이미 최고인 거 같은데요?
맞아요. 그래서 더 해보고 싶은 거죠. 이제 아는 게 많다 보니 더 해보고 싶은 거죠. 너무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고 들어와서 상대적으로 아쉬움만 남는 거죠. 전쟁 신도 더 많이 찍어서 더 많이 보여주고 싶고, 액션도 그렇고 멜로 라인도 그렇고 서사도 그렇고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들었어요. 제 마음이 그래요.
이제 드라마 홍보 일정 끝나면 휴가죠?
저는 지금도 휴가예요. 대본이나 보면서 집에 있겠죠. 그런데 저는, 현장 나가는 게 휴가예요.
10년이 더 지나도 이준기란 배우는 그대로일 것 같아요?
그때는 그만해야 하는데, 그래도 또 이런 거 고르지 않을까요?
| SHIN SAE KYEONG |
<런 온> 이후 오랜만에 작품으로 만나네요. 지금도 촬영 중이죠?
이례적으로 최근에 두 작품을 연달아 하고 있어요. 지금은 <세작>이라는 조선시대 배경 사극을 조정석 선배님이랑 찍고 있습니다. 요즘은 전에 일하던 루틴대로 마치고 조금 쉬고, 마치고 조금 쉬면 작품 텀이 너무 벌어지더라고요. 예전이랑은 좀 다른 생각을 가져야겠더라고요. 미래를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 같아요.
어떤 배우는 인생과 시청률이 그래서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누가 봐도 될 것 같은 작품’이란 게 있을까요?
그 어떤 것도 사실 100% 확신할 수는 없죠. 여러 요소를 갖췄다면 흥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품을 수 있겠지만, 그것도 확신은 못할 것 같아요.
그러면 어떤 마음으로 선택해요?
이제는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에 집중해서 판단하는 것 같아요. 이 작품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해낼 수 있을까? 제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니까요.
늘 해낸 것 같은데요, 신세경은.
진짜 긴 시간 들여서 죽을 둥 살 둥 하면 만들 수야 있겠지만.(웃음)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과 더 어려운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 같아요. 또 그렇다고 너무 안전한 선택만 하는 것도 되레 위험하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차분차분히 넓혀가는 거예요.
고민이 있으면 같이 상의하는 편인가요?
저는 다 얘기하거든요. 차를 딱 타면 현장에서 느낀 감흥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면서 풀어요. 대화하기에 차는 아주 최적의 장소입니다.(웃음)
달리 말하면 대화의 힘을 믿는 거겠고요.
맞아요. 팀이 있다는 건 제 편인 사람들이 있는 거 잖아요. 그러면 힘든 상황이 생겨도 상황이 좀 희화화되는 게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하하, 한국인은 해학의 민족이죠. 웃음이 힘이 돼요.
어이없을 때도 웃음이 나고 분통이 터질 때도 약간 웃음이 나고 이런?(웃음) 그러면 시간이 지났을 때 다 같이 웃으면서 무용담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 돼요.
이렇게 폭염인 날 종일 야외 촬영하면 웃음이 나겠는데요?
그게 바로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에요. 날씨 때문에 엄청 힘들었는데, 또 견디게 되더라고요. 탈수 증상이 생기지 않게 물도 계속 마셔야 하고, 포도당 캔디 같은 것도 먹어야 해요. 그게 즉각적인 효과가 있기는 했어요.
노하우가 다 있군요. 더 이상 스무 살이 아니네요.
그럼요. 스무 살이 기억도 안 나요.(웃음)
어제 같은데요? 처음 만났을 때 20대 초반이었죠.
진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아요. 신기해요. 근데 전 지금이 훨씬 좋아요. 대신 체력이 조금 달려서 목숨 걸고 운동해요. 진짜 운동이야말로 투자다 싶어요. 평소에 하체 운동을 많이 하려고 하거든요. 집에서도 아주 간단한 저항 밴드만 있어도 할 수 있어요. 다들 운동하셔야 해요! 열심히 해보세요. 한 번만요.
이번 <아라문의 검> 촬영할 때도 웃을 일이 많았나요?
웃을 일도 많았고 재밌었어요. 낯선 세계관이라 익숙하지 않고 접근하기 어려운 점도 틀림없이 있었는데, 배우분들 시너지가 좋아서 현장이 재밌었고요.
준기 씨와는 예전 직장 동료기도 하죠?
준기 오빠 아시잖아요. 되게 성격이 리트리버 같아요. 오빠가 전쟁 신이 많아서 힘들었을 텐데도, 현장에서 오빠의 애티튜드를 보면 힘든 내색이 없어요. 자기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존경스러워요.
이제 방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긴장되나요?
늘 기대 반 걱정 반인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제가 등장하지 않아도 시청자로서 정말 즐겁게 관람할 장면이 많아요. 저는 전쟁에 직접 참전하는 인물은 아니라서 너무 궁금하고, 직접 확인하고 싶은 신이 많거든요. 미술과 세트도 아주 기대되고요.
오늘 찍는 커플 화보는 어때요?
같이 찍는 건 또 다른 재미가 있죠. 저도 타 드라마 콘텐츠가 올라오면 보는 편이고요. 그만큼 연기라는 게 사실 혼자서 하기는 어려운 거고, 호흡이 중요한 작업이다 보니까 시청자분들도 그런 케미스트리를 중점적으로 보시는 것 같고요.
이번에는 두 인물, 아니 세 인물 사이에 로맨스가 있잖아요.
그렇죠. 그들의 감정이 극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아라문의 검>은 배우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어땠어요?
너무 어려웠죠. 도전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저도 전작을 재밌게 봤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더 재밌을 걸 알기에 고민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었어요.
세경 씨가 맡은 탄야라는 인물은 강단 있고 똑똑하고, 선하죠.
맞아요. 어찌 보면 가장 큰 권력을 쥐었다고도 할 수 있고요. 이번에 작가님, 감독님께 들은 이야기인데, 탄야가 아스달에서 가장 부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탄야는 그 부가, 말하자면 부패한 종교인과 같이 그런 방식으로 쌓은 부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자신이 가진 부를 어떻게 쓰는지, 그 권력을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대에 사회복지를 실천하는군요.
그걸 정확하게 실천하는 캐릭터기 때문에 아주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탄야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죠. 무서운 능력이에요.
너무 무서워요. 만약 그냥 자연인인 저한테 ‘그 능력을 가질래?’라고 물어보면 절대 안 가져요. 절대 싫어요. 다니는 곳마다 마음에 상처 입고 다닐 것 같아서 정말 싫어요. 모르는 게 약이에요. 사실 판타지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탄야의 모습으로 분장하는 건 어땠어요?
불편한 옷이긴 하지만 시각적으로 너무 근사하고 멋있어요. 저희 의상과 분장이 진짜 멋져서,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요즘에는 현장 모니터를 저희 아이패드로 와이파이 연결해서 볼 수 있는데요, 정말 멋지더라고요.
하하, 현장이 점점 발전하네요.
그래서 저도 보고 보완할 점 있으면 바로 보완할 수 있어요. 잠도 자게 해주고요. 잠을 자게 해준다는 말이 좀 그렇죠?(웃음) 저는 잠을 안 재우던 시절에 일하던 사람이니까요. 쪽대본 시절도 겪어봤고, 그때는 시청자 반응에 대본이 바로, 바로 바뀌었죠. 사전제작이 되면서 그래도 이제 뚝심을 갖고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뭐가 더 나은 것 같아요?
압도적으로 지금이 좋아요. 연기는 무엇보다 체력 싸움이란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저는 <아라문의 검>에서 고귀한 신분이라 직접 전쟁은 안 했어요. 저는 다 영능으로, 입으로!(웃음) 전쟁신은 준기 오빠가 많은데 정말 대단해요. 현장을 좋아하고 즐겨요. 현장 분위기가 오빠로 인해 바뀐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끊임없이 텐션을 올리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 같고요. 전쟁이라는 것이 이제 칼로만 싸우는 건 또 아니기 때문에 저도 중요한 일을 많이 하기는 합니다.(웃음)
이제 일이 취미가 된 단계까지 왔나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작품을 하기로 마음먹고 들어가면 그 현장 안에 있는 게 마음이 제일 편안해요. 지금 찍는 드라마 현장이 좋아서 즐기고 있어요. 휴가를 못 갔는데 촬영이 다 끝난 후에 여행을 가고 싶긴 해요. 아마 초겨울쯤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장만 오가는 삶에서도 나를 위해 작은 걸 할 수 있잖아요. 뭘 하나요?
지방 촬영 다닐 때 지역별로 맛있는 거 먹어요. 그 지역 막걸리도 마셔보고요. 최근에 고창에서 촬영을 했는데, 거긴 복분자랑 장어가 되게 유명하거든요. 너무 맛있어서 기절할 뻔했어요. 겉바속촉 그 자체더라고요. 힘이 솟더라고요. ‘그래서 내일도 무조건 장어다.’ 다음 날도 촬영 마치고 저녁에 장어 먹었어요..
요즘도 베이킹 즐겨 해요?
제 베이킹에 조금 변화가 생겼어요. 최근 당뇨병을 앓는 20~30대가 늘었다는 거예요. 당을 많이 먹는 편도 아닌데, 저도 좀 더 줄여보려고 하고 있거든요. 그런 데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니까 이게 나이를 먹었다는 신호 아닐까요?(웃음)
궁금한 건 공부하고 파는 스타일이라서 그런 거 아니에요?
맞아요. 엄청 찾아보고 직접 해보는 스타일이기는 해요.
항상 한결같지만 변화도 느껴지네요.
그래요? 설탕을 줄여서 그런가? 어릴 때는 아침에 얼굴이 붓지 않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 했거든요. 이제는 아침에도 그만큼 잘 붓지 않고, 새벽 출근해서 첫 신 찍을 때 살짝, 아주 약간 부어 있는 얼굴이 오히려 마음에 들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 싫어하던 요소를 지금 다 좋아하게 됐어요. 예를 들면 메이크업도 강한 치크 혹은 펄을 안 좋아했는데 지금은 너무너무 좋아하게 됐어요.
그때그때 좋은 걸 하면 되죠, 작품도, 사적인 삶도요.
맞아요. 지금 좋고, 눈앞에 있는 거 열심히 하고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요.
이제 올해가 다섯 달 남았어요 바람이 있나요?
작품을 잘 마무리하고, 작품이 사랑을 받는 것.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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