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리즈’가 쏘아 올린 서울의 예술적 낭만
예술의 격전지는 이제 대한민국이다.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른 예술적 낭만.
9월 6일부터 10일간 서울 곳곳이 예술로 들썩였다. SNS에는 예술 작품을 촬영한 사진이 수시로 올라왔다.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쏘아 올린 축제였다. 9월 둘째 주는 화끈하게 휴가를 내고 예술에 흠뻑 젖고 싶을 정도로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갤러리가 참여한 행사가 여러곳에서 펼쳐졌다. 서울 곳곳에서는 늦은 밤까지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리움미술관, 송은문화재단, 일민미술관, 가고시안 갤러리와 국제갤러리, SeMA(서울시립미술관), 아모레퍼시픽,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 아트선재센터 등 서울 전역에서 ‘키아프리즈’가 쏘아 올린 크리에이티브를 열렬히 환영했다.
‘키아프리즈’는 단군 이래 최대 미술 장터인 동시에 신진 아티스트부터 명작에 이르는 스펙트럼으로 감상의 장 역할도 톡톡히 했다. 피카소, 에곤 실레, 마티스, 세잔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은 늘 문전성시를 이뤘다. <키아프 서울>에는 젊은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보 킴, 순재, 권하나 등이 주목받았고 크고 작은 작품이 눈에 띄었다. 20개국 210개 갤러리가 참여한 <키아프 서울>에는 지난 5일간 총 8만 명의 발길이 닿았다.
“작년과 비교해 올해는 페어를 시작한 지 단 몇 시간 만에 더욱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이는 한국 미술계의 대단함을 방증한다.” – 타데우스 로팍(타데우스 로팍 설립자)
“매년 작품에 대한 이해가 점점 깊어지고 컬렉터들의 질문도 더욱 진지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다양한 연령과 취향을 가진 컬렉터들이 여러 작품을 문의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 오시네(스프루스 마거스 시니어 디렉터)
“오픈 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거의 모든 작품이 아시아의 저명한 기관 및 컬렉션의 소장품에 올랐다. 세계 현대미술 담론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서울의 예술문화계와 다시 만나 기쁘다.” – 준준 차이(데이비드 코단스키 디렉터)
“화이트 큐브는 제2회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고 시기를 맞춰 갤러리를 오픈했다. 페어 분위기는 활기찼고 다시 한번 서울이 전 세계 어느 곳보다 수준 높은 아트 시장 중 하나임을 확인했다.” – 웬디 쉬(화이트 큐브 아시아 제너럴 매니저)
ART IN SEOUL
‘키아프리즈’ 기간을 맞아 모처럼 서울을 찾은 작가들의 전시. 특별하고 한정적이라 귀하다.
<가능한 세계들>
1983년 독일 쾰른을 시작으로 베를린, 런던, 로스앤젤레스, 뉴욕에 자리한 스푸르스 마거스 갤러리가 단 2주간 자신들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예술과 디자인 간의 상호작용을 발견해온 <Mondi Possibli(가능한 세계들)>의 네 번째 에디션을 선보였다.
<헤즈 온 : 바스키아 & 워홀>
세계적 경매사 크리스티와 현대카드는 장-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작품을 선보였다. 친구이자 동료인 두 거장의 작품을 한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은 1991년 이후 30여 년 만이었다. 9월 7일 단 하루 진행된 전시에서는 바스키아의 ‘전사’도 만나볼 수 있었다.
<Briefly Gorgeous : 잠시 매혹적인>
필립스 옥션이 특별전을 기획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헤르난 바스, 알렉산더 칼더 등 37명의 작품을 전시했다. 세계 최대 옥션이 주최하는 전시는 10월 홍콩에서 열리는 20세기 및 동시대 미술 경매, 11월 홍콩 시계 경매에 출품되는 하이라이트 작품도 감상할 수 있었다.
<새로운 출발, 아이의 눈으로 : 카렐 아펠 & 니키 드 생팔>
근현대 작가를 영민하게 포착하는 오페라 갤러리가 카렐 아펠과 니키 드 생팔의 전시를 선보였다. 아이의 천진함을 닮은 네덜란드 카렐 아펠과 대담한 표현을 서슴지 않는 프랑스 니키 드 생팔의 2인전이다. 생동과 활기로 가득한 조각과 회화의 여정은 10월 7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ARTISTIC BRAND
예술을향한열정이화끈하게달아오른브랜드와예술의만남.
DIOR
예술의 영역에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이 빠질 수 없다. 9월 2일, 디올은 성수동 콘셉트 스토어에서 레이디 디올의 역사와 장인정신을 조명한 특별전 <Ladt Dior Celebration>을 열었다. 이불의 조각 작품 ‘Cella’를 비롯해 박선기, 최정화, 지지수를 비롯해 24인의 한국 아티스트가 참여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VALENTINO
탕 컨템포러리 아트 서울과 메종 발렌티노가 우국원, 윤협, 디렌 리, 장 콸, 공칸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메종 발렌티노의 아이코닉한 코드를 새롭게 해석하며 패션과 아트의 만남에 의미를 더했다. 3일 열린 오프닝 파티는 ‘블랙 타이’라는 드레스 코드로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BOTTEGA VENETA
강서경 작가의 개인전 <강서경 : 버들북 꾀꼬리>가 보테가 베네타의 후원으로 리움미술관에서 열렸다. 실을 짜듯 버드나무 사이를 경쾌하게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과 소리를 작품에 담았다. 시공간의 경계를 허문 작품과 함께 9월 5일 진행된 오프닝에서는 특별한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BVLGARI
올해 신설된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에 불가리가 공식 스폰서로 활약했다. 패션계에서 선구적 아이템을 확장해온 불가리의 정신은 신진 아티스트에서 <프리즈 서울> 전시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선보일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 영광의 주인공은 우한나 작가다.
CHANEL
샤넬은 <프리즈 서울>과 함께 예술이 관통하는 시간에 집중했다. 예술의 현재와 미래, 과거를 조명한 비디오 시리즈 나우&넥스트(Now&Next)에는 현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임민욱, 홍승혜, 문성식을 비롯, 80년대생 예술가 이은우, 전현선, 장서영이 참여했다. 9월 6일 열린 프로젝트 론칭 리셉션에서는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 수상자이자 세계적인 작곡가 정재일의 공연도 펼쳐졌다.
PRADA
프라다가 펼쳐낸 예술은 무한한 경계를 실감케 했다. 9월 5일과 6일, 복합문화공간 코트에서 열린 프라다 모드의 전시 <다중과 평행>은 김지운, 연상호, 정다희 감독이 구상한 설치 작품이 전시됐다. 대담과 음악 공연, 다이닝과 파티 등 다채로운 형태로 문화 예술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BMW
예술과 기술의 환상적 조우가 <프리즈 서울> 내 일렉트릭 AI 캔버스에서 펼쳐졌다. 10월 출시 예정인 BMW i5를 캔버스로 코헤이 나와, 에스더 마흘란구 등 아티스트 6명의 작품이 자동차 위에 안착했다. 자동차라는 캔버스 위의 작품은 예술의 다이내믹함을 과시했다.
THE GREAT ART IN HEREDIUM
헤레디움(Heredium)은 라틴어로 ‘유산으로 물려받은 토지’를 뜻한다. 대전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헤레디움은 1922년 완공된 건물로 역사 속에서 다종다양한 존재로 함께했다. 일제강점기 수탈 기관 중 하나인 동양척식주식회사, 일제의 귀속재산을 관리하는 신한공사, 우편과 전기통신 사업을 하는 대전체신청 등 100년의 시간을 관통했다. 그리고 오늘날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붉은 벽돌, 석조 장식의 입구, 경사 지붕이 인상적인 웅장한 건물은 확실한 고증을 위해 보수, 복원 작업에만 2년이 걸렸다. 그 결과 외벽 타일부터 파사드, 수직 형태의 목재 창문과 천장까지 역사 속 형태를 복원했다. 청년들의 풍부한 문화예술 경험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응원하는 CNCITY 마음에너지재단의 주도 아래 전시와 클래식 공연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한다. 개관과 함께 헤레디움은 현대미술 전시를 기획했고, 안젤름 키퍼를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생존 작가로서 50여 년 만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영구 설치 작품을 세운 작가이기도 한 그는 ‘거장’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은 아티스트다.
‘폐허와 허무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시작’. 안젤름 키퍼의 철학이다. 1945년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고통으로 세계를 갈라놓은 아픈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헤레디움이 오프닝 전시로 그를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다. 독일 출신의 안젤름 키퍼가 자국의 비극적 사건을 마주하는 태도는 헤레디움의 탄생과도 이어진다. 일제강점기에 착취의 현장이던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자리했던 건물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복합예술공간이라는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파괴적인 그의 작품은 오늘날 예술과 문화, 삶과 죽음, 인간과 우주 등으로 확장되어 심층적으로 진화했다. 작품의 주재료로 쓰이는 모래, 밀짚, 나무, 재, 진흙 같은 비화학적 재료는 익숙한 회화와 거리가 있지만 물질, 텍스트가 새롭게 어우러진다. 작품에 사용된 오브제는 물론 이번 신작의 키워드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작품이다. 릴케의 ‘가을날(Herbsttag)’ ‘가을(Herbst)’ ‘가을의 마지막(Ende des Herbstes)’이라는 시 세 편은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다. “나는 이미지로 사고하며 시가 이 작업을 돕는다. 시는 바다의 부표와 같고 나는 한 부표에서 다음 부표로 헤엄쳐 간다. 이 부표들이 없는 사이 공간에서 나는 길을 잃는다”라는 말처럼 그에게 ‘시’의 존재는 특별했다. 실제로 시인이 될까 고민한 적이 있을 정도로 키퍼에게는 이미지적 사고만큼 시적 언어는 특별하다. 시적 사고를 바탕으로 입체적이고 사실적 표현이 더해진 작품은 황량한 동시에 아름다움으로 압도한다.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영원으로 가을을 담은 작품은 2024년 1월 3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대전에 가야 할 아유가 생겼다.
ADD 대전 동구 대전로 735
INSTA @heredium.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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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김정현
- 포토그래퍼
- Charles Duprat, Atelier Anselm Kiefer, George Poncet / COURTESY OF FRIEZE, WHITE CUBE, PHILLIPS, HERED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