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 쇼핑의 기술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가격 때문에 눈으로만 감상했던 디자이너의 의상을 내 옷장으로 가져올 방법이 있다. 바로 시즌이 지난‘ 때’를 노리는 것. 도심 곳곳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 아는 사람만 아는 아울렛 탐방기.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 아울렛으로 여주나 파주를 떠올린다면 당신의 아울렛 지식 정도는 중간쯤 되겠다. 최근에는 편집숍 개념의 아울렛이 늘고 있는 추세다. 분더숍, 무이처럼 아울렛 매장을 따로 운영하는 편집숍이 있는가 하면 제일모직, LG패션 등 굵직한 패션 회사가 자신들이 전개하는 해외 브랜드의 철 지난 옷을 한곳에 모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형태의 아울렛도 있다. 이들의 특징은 대형 마트나 창고 형태가 아닌 편집 숍의 특징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즌이 지난 옷이라는 것, 그리고 적게는 15%부터 많게는 9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쇼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이런 아울렛 매장이 청담동, 신사동 가로수길 등 쇼핑 중심지에 위치해 있다는 거다. 전시를 보러 청담동 갤러리에 들렀다가 혹은 점심을 먹으러 가로수길에 왔다가도 아울렛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가로수길 초입에서 두 블록 정도 지나면 넝쿨이 드리워진 오솔길을 따라 정원이 보이는데, 그 안쪽에 ‘일모 아울렛’이 있다. 일모 아울렛은 제일 모직에서 운영하는 멀티숍 10 꼬르소 꼬모 서울의 지난 시즌 제품이 입고되는데, 발맹, 베르사체, 피에르 하디, 로샤스, 조셉 알투자라 등이 대표적이다. 가격은 2011 봄/여름과 2010 가을/겨울 제품은 40~50%, 2010 봄/여름 제품은 80%까지 할인한다. 할인된 가격이 10만원대부터 30만원대까지 있는 쟈니해잇재즈나 스티브J&요니P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공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구두 코너도 눈여겨볼 곳 중하나로 구조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이 많다. 비즈를 장식한 발맹의 3백만원대 스트랩 슈즈는 60만원대에, 클립을 장식한 베르수스의 1백만원대 슈즈는 30만원대에 살 수 있다. 가로수길 끝 쪽에 위치한 또 다른 아울렛인 ‘더 아울렛’ 역시 제일모직에서 운영한다. 발맹이나 릭 오웬스, 꼼데가르송 등 일모 아울렛과 겹치는 브랜드가 많은데, 이쪽이 좀 더 무난한 디자인의 의상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LG패션이 운영하는 ‘라움 아울렛’ 역시 가로수길에 자리한다. 약 110평의 넓은 지하 1층 매장에 브랜드별로 의상을 구분한 행어와 널찍한 피팅룸이 있어 여유로운 쇼핑이 가능하다. 주요 브랜드는 LG패션에서 수입하는 이자벨 마랑과 조셉, 바네사 브루노, 국내 브랜드 모그, 주얼리 브랜드 필그림 등으로 시즌별로 40~70%가 할인된다. 가격표에서 정상 가격과 할인 가격을 바로 비교해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바네사 브루노의 티셔츠나 블라우스는 평균 20만원대, 시폰 원피스는 30만원대 정도면 살 수 있다. 멤버십카드를 작성하면 문자 서비스를 통해 신상품 입고일과 추가 할인 프로모션에 관한 안내를 받을 수 있으니 멤버십카드를 작성하길 권한다.
여러 편집숍이 자리한 가로수길에서 유독 눈에 띄는 단독 숍이 바로 ‘질스튜어트’와 ‘나인웨스트’의 아울렛 매장이다. 질 스튜어트의 경우 1층은 정상 매장, 2층은 아울렛으로 운영된다. 질 스튜어트와 질 바이 질 스튜어트 그리고 질 스튜어트 액세서리 라인의 작년 제품은 40%, 바로 전 시즌 제품은 3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나인웨스트의
‘G533’은 골든 구즈, 와이레드 등 북유럽 감성의 브랜드부터 장 폴 고티에, 후세인 샬라얀, 그리고 볼루스파 향초와 각종 아트북까지 취급하는 멀티숍이다. 1층은 정상매장, 2층은 아울렛이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만큼,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하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편이에요. 브랜드가 다양하지만 대부분 아방가르드하면서 빈티지 감성이 살아 있는 캐주얼 의상으로 구성했죠. 신제품은 1층에서 판매하고 시즌이 지나면 바로 2층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가격이 훨씬 저렴해져요.” 유정은 MD의 말이다. 또한 독특한 디자인일수록, 흰색 계열의 의상일수록 정상가의 구매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할인율은 50~80% 정도. 실제로 5백50만원대의 돌체앤가바나 가죽 재킷을 2백만원 정도에, 2백만원대 후세인 살라얀 흰색 원피스를 70% 할인된 60만원대에 살 수 있으니, 잘만하면 보물찾기에 성공할 수 있다.
도산공원 근처에는 ‘블러스’와 ‘스페이스 M’이 자리하고 있다. 블러스는 분더숍의 시즌아웃 제품, 스페이스 M은 무이의 시즌아웃 제품으로 구성된다. 블러스는 드리스 반 노튼, 알렉산더 맥퀸, 필립 림, 스텔라 맥카트니 등 디자이너 브랜드의 의상을 2011 봄/여름 시즌은 50%, 2010 가을/겨울 시즌은 60%, 2010 봄/여름 시즌은 70% 그리고 2009 가을/겨울 시즌은 80%까지 할인하고 있다. 정상 매장과 동일하게 계절에 따라 의상 구성을 바꾼다는 숍 매니저의 말처럼, 오스카 드 라 렌타의 트위드 재킷, 베르사체의 울 코트 등 지금 당장 입어도 손색없을 의상이 6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정확한 입고 시기나 추가 세일 기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회원으로 등록하면 할인 정보나 입고 날짜를 문자서비스로 받아볼 수 있다. 또한 제품 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매장을 자주 찾는 것이 좋은 제품을 얻는 비결이라고. 수선이 까다로운 디자이너옷이 많아 매장에서 유료로 수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무이의 시즌아웃 제품이 있는 스페이스 M의 경우 할인율은 50~70%다. 다른 아울렛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랑방, 지방시, 발렌시아가, 세린느 등을 만날 수 있고 슈즈 비율이 높은 다른 매장과 달리 다양한 디자인의 가방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한 아울렛보다는 부티크 분위기에 가까워서 마음 놓고 옷을 고른 후 편하게 입어볼 수 있다.
최근 국내보다 일본에 더 많이 알려져 일본 관광객으로 붐비는 ‘W 컨셉트 레드’는 삼성역 코엑스몰 안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약 320평 2개 층의 대규모 매장으로 그 규모만큼이나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개수와 물량이 어마어마한 것이 특징이다. 부티크 콘셉트의 1층에서는 클로에, 프라다 가방과 비비안 웨스트우드, 돌체앤가바나 슈즈를, 지하 1층에서는 높은 할인율의 명품 브랜드 외에도 지니 킴, 프런트로 같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제임스 진, 디젤, 트루릴리젼 등을 보유한 ‘프리미엄 데님 스퀘어’ 존을 주목할 만하다. 50% 이상의 할인율과 한켠에 마련된 1, 3, 5만원 균일가 코너는 꽤 매력적이다. 옷뿐 아니라 보정속옷 브랜드 스팽스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하우올린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의외로 스티커 할인제를 재미있어해요. 외국에선 이미 보편화된 제도죠. 점원에게 물어보지 않고 가격을 알 수 있어 무척 편리해하죠.” W 컨셉트 레드 홍보실 이현정 과장의 말이다. 검은색은 15%, 노란색은 30%, 초록색은 50%, 빨간색은 70%, 빨간색 별 모양 스티커는 90% 등 부착된 스티커 색깔에 따라 할인율이 달라진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아울렛 쇼핑에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모든 매장에서 교환과 환불을 금하고 있다는 것. 세일 상품이기 때문에 변심은 물론, 사이즈 문제나 하자가 있어도 교환과 환불이 불가하다. 그러니 반드시 입어보고 제품을 꼼꼼히 살핀 뒤 구입할 것을 권한다.
최신기사
- 에디터
- 김주현
- 포토그래퍼
- Lee Hoon Ju, Space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