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노화 멈추기
젊음이 최고의 재산이 된 시대. 노화의 가속을 막기 위해 유념해야 할 것.
노화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현상이지만, 어떤 환경에 노출되는지에 따라 그 속도가 다르다. ‘가속노화’의 개념을 알린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 교수는 저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에서 “자본주의 사회 속 만연한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만성질환과 통증의 패턴을 만든다”고 했다. 3040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빠르게 늙을 수 있다는 진단 결과가 나올 정도라고. 건강한 나이 듦을 위해 우리 몸 한편에 깊게 자리 잡은 가속노화를 뿌리 뽑고 삶의 방향성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혈당 변동성과 인슐린 저항성 알아차리기
30대에 접어든 샤이니 태민이 노화를 늦추기 위해 공복 시간을 늘리고 있다며 언급한 ‘인슐린 저항성 관리’는 가속노화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인슐린 저항성’이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수용체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인슐린이 작용하는 장기인 간, 근육 등에 있는 세포로 신호를 제대로 보내지 못해 포도당의 균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면 당뇨의 진행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당뇨병과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노화의 관점에서는 혈관 손상, 지방세포에서 시작되는 전신 염증, 그리고 산화 스트레스로 인해 세포와 조직의 노화가 진행되며 이는 인간의 생체시계를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탄산음료, 과자, 초콜릿 같은 단맛이 나는 가공식품에 함유된 액상과당은 대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몸에 흡수되기 때문에 급격한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해 비만과 대사 증후군뿐 아니라 인슐린 과다 분비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식습관 형성하기
여러 호르몬의 작용은 모두 식습관과 관련 있다. 당분이 풍부한 음식이나 정제된 곡물로 제조한 음식은 혈당을 빠르게 높일 뿐 아니라 중독성이 강하다. 알코올 역시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당, 정제 곡물, 알코올을 피하면 가속된 노화를 줄이고 자연스러운 식욕에 따라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근육 합성에 필수적인 탄수화물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탄수화물의 흡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곡물을 충분한 섬유질과 함께 섭취해야 한다. 지중해 식단과 고혈압을 예방하는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을 결합한 MIND(Mediterranean-DASH Diet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 식단은 노화의 가속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이 식단은 녹색 채소, 견과류, 산딸기류, 올리브오일, 통곡물, 콩, 가금류, 생선 등의 다양한 식품 섭취를 권장한다. 와인은 하루 한 잔으로 제한하고, 단순당이나 정제 곡물, 패스트푸드, 붉은 고기, 버터, 치즈는 절제해야 한다.
신체 활동 외주화 중단하기
인간의 신체는 본래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 기차, 엘리베이터 같은 탈것이 발명됐고, 이는 인간의 움직임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신체 활동의 외주화는 우리 몸에 필요한 운동을 노동으로 변화시켰다. 거친 숨을 헉헉 몰아 쉬며 트레이드밀을 뛰는 헬스장 풍경처럼 말이다. 정희원 교수는 지속가능한 움직임을 위해서는 운동과 이동을 분리하지 않을 것을 제안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도보로 이동한다면 따로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걸을 때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어깨와 등, 목이 구부정한 상태로 걸으면 목과 허리에 과부하가 오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주는 외부적 자극에서 벗어나 몸의 감각과 호흡에 집중해볼 수도 있다. 운동을 할 때는 한 부위나 방법에 편중하지 말고 전신에 걸친 복합 운동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오랜 시간 쌓인 습관이 만든 불필요한 긴장과 잘못된 자세를 고치는 데에도 근육의 유연성과 가동 범위를 넓히는 꾸준한 운동이 필수적이다.
쾌락 중독 탈출하기
끝없이 쾌락을 추구하는 현대인은 하나의 즐거움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는 SNS와 스마트폰의 발달로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렇듯 강력한 자극을 좇고, 그 자극이 없을 때 공허함을 느끼는 건 중독자의 뇌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현상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의 뇌가 이렇게 작동하고 있다고 한다. 자극을 마주했을 때 분비되는 도파민(Dopamine)은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으로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도파민은 강한 보상과 지속적인 자극에 점차 적응하는 현상을 보이는데, 자극이 들고나면서 우울, 불안 같은 금단 현상이 일면,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지고 점차 신체적 증상으로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정희원 교수는 쾌락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도파민 리모델링’을 제안한다. 삶 속 어떤 자극원이 도파민을 분비하는지 알아차리기 위해 일지를 적어보는 것. 일상에서 느끼는 자극점을 적고 그 자극이 오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는 거다. 명상과 같은 방법을 활용해 뇌에게 쉬는 시간을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