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여행과 가까워지는 방법 8 ver.1
여행의 시작은 이동이다. 기술, 디자인, 지속가능성, 공동체, 포용성, 접근성, 보존, 환경보호 같은 영역을 아우르는 교통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모았다.
1 KANSAS CITY INTERNATIONAL AIRPORT
2023년 캔자스시티 국제공항은 15억 달러를 투입해 새로운 터미널을 선보였다. 이들이 기획한 대대적 변화는 포용성을 품은 공항의 아름다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공항의 대변신은 이상적인 공항의 모습을 완벽히 구현한다. 공항에는 생체 인식 시스템으로 탑승객 신분을 확인하는 클리어(Clear)사의 키오스크를 비롯해 보안 검색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는 TSA 프리체크 라인 시스템이 곳곳에 설치됐다. 맛있는 식당과 바도 즐비해 지역민 역시 반긴다. 젠더리스 화장실, 비행시간 변경을 청각장애인에게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안내판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최고의 기술로는 비행 체험 시뮬레이션을 꼽을 수 있다. 비행 과정 전체를 미리 체험하는 가상 공간으로, 신경 질환 어린이, 혼자 탑승해야 하는 비행 공포증 환자 등 누구나 온라인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2 LATAM AIRLINES
라탐 항공 그룹은 지역 단체와 의미 있는 파트너십을 맺고 환경보존과 재조림을 위한 야심 찬 지속가능 전략을 세웠다.
라탐 항공은 2030년까지 국내 탄소 배출의 절반을 상쇄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이루고자 한다. 이들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자연유산을 보호하고,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려고 한다. 2021년 10월 CO2BIO와 발표한 협업이 대표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콜롬비아 오리노키아(Orinoquia) 지역 보존에 초점을 맞췄다. 오리노키아는 약 5억7000만 m²(1억7138만 평)에 달하는 드넓은 침수 초원·사바나, 야생동물 2000여 종과 700세대의 보금자리를 품고 있다. 라탐은 앞으로 브라질, 칠레, 에콰도르, 페루 등의 주요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3 SCANDINAVIAN AIRLINES
스칸디나비아 항공은 2028년 이륙할 전기 여객기의 탑승권을 공식 판매하기 시작했다.
항공 여행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2.5%를 차지한다. 스톡홀름에 기반을 둔 이 항공사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일반 대중도 사용할 수 있는 무연료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Net Zero)을 실현하려는 항공업계의 노력 중 가장 가시적 행보다. 2023년 6월 스칸디나비아 항공은 첫 전기 비행기 30좌석 예약을 일반 대중에게 열었다. 해당 항공편의 경로는 미정이지만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 지역에서 운항이 유력하다. 이런 계획은 항공사가 꿈꾸는 원대한 계획의 일부이자 시작 단계일 뿐이라고.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2025년까지(2005년 대비) 전체 탄소 배출을 25%로 낮추고, 2030년까지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국내 비행을 개시하는 것이다. 소음 공해 역시 절반가량(2010년 대비) 줄이고, 지속가능한 소재로만 비행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내년 말에는 비행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한 바이오 연료의 기여분이 항공료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4 HAWAIIAN AIRLINES
하와이안 항공은 참신한 협업을 통해 항공 정비의 미래를 견인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에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가를 육성하는 선순환 구조다.
하와이어로 따뜻한 보살핌을 뜻하는 ‘말라마(Malama)’ 정신은 하와이안 항공이 운영 중인 항공 정비 견습 프로그램(Aircraft Mechanic Apprenticeship Program, AMAP)의 시초다. 2016년 처음 시행된 이후 견습 정비사를 선발했고, 그중 10명은 현재 견습생 신분으로, 35명은 정비사로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고 있다. 굵직한 파트너십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호놀룰루 카피올라니 커뮤니티 칼리지와 2022년 8월부터 체결한 파트너십으로, 항공 정비사를 적극 육성하고자 한다. 선발된 학생은 호놀룰루 대학에서 훈련을 받고 항공사 격납고에서 정비 일을 체험할 수 있다. 이론 공부부터 전문가에게 직접 항공기 수리와 정비를 배우면서 돈도 벌 유익한 기회인 셈이다.
5 SAN FRANCISCO INTERNATIONAL AIRPORT
3제로를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엄격히 통제한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캘리포니아주로 들어가는 관문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공항 내 플라스틱 사용 금지는 물론, 플라스틱으로 된 물병, 플라스틱 음식 용기 등의 판매도 엄격히 관리한다. 공항 내 비치된 쓰레기통도 매립용, 퇴비용, 재활용을 기준으로 나누어 운영하며, 2030년까지 3제로(Zero)를 목표로 한다. 매립 쓰레기 제로, 태양열과 에너지 재활용을 통한 탄소 제로 에너지 사용, 탄소 배출 제로를 위해 적극적 움직임이 공항 곳곳에서 진행된다. 공항 곳곳에 정수기를 설치해 텀블러 소지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일회용 컵은 일절 비치되지 않는다.
6 ALASKAAIRLINES
알래스카 항공은 수소 전지를 사용한 전기 추진 시스템을 비행 기술에 접목해 탄소 배출량 제로 달성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2021년 말 알래스카 항공은 “친환경 엔진 개발 업체 제로아비아(ZeroAvia)와 76석의 지역 항공기에 수소 연료 전지를 활용한 동력 전달 장치 파워트레인을 장착한다”고 발표했다. 2000~5000kW 전력의 ZA2000 엔진은 수소 연료 전지를 구동해 전기모터와 프로펠러를 작동,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500마일을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로아비아 엔지니어는 여러 기종을 살피며 항공기의 제어 장치인 온보드 시스템과 수소 저장 탱크를 장착할 최적의 위치를 고심하는 단계다. 이들은 장착 후 몇 년 내로 시험 비행 진행을 목표로 한다. 2023년 5월 항공기 봄바르디어(Bombardier) Q400을 공개했으며, 이 모델에 수소 연료 전지 추진 시스템을 부착해 탄소 배출 제로에 더 가까워질 계획이다. 수소 연료 전지 친환경 항공기를 제작하려는 노력은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의 일부다.
7 MINNEAPOLIS SAINT PAUL INTERNATIONAL AIRPORT
실시간 스크린을 통해 탑승 게이트 변경 안내 방송을 번역하는 AI(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해 청각장애인도 중요 안내를 놓치지 않도록 했다.
2022년 12월, 미니애폴리스 세인트폴 국제공항은 미국 공항 최초로 탑승구와 출국 게이트 안내 방송을 텍스트로 실시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음성 AI 플랫폼 딥그램(Deepgram)의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해 방송을 듣기 힘든 여행객이 중요 정보를 놓치지 않도록 개선했다. 이 혁신적 돌파구는 장애 여행객 위원회라는 공항 내 단체의 제안으로 이뤄냈다. 포용성에 대한 이니셔티브는 음성 텍스트 변환뿐만이 아니다. 보청기를 이용하는 청각장애인이 주변의 소음 없이 소리를 명확하게 듣는 무선 송출 장치 히어링 루프(Hearing Loop)의 설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8 PORTLAND INTERNATIONAL AIRPORT
2025년 오픈 예정인 포틀랜드 국제공항의 여객 터미널은 역대급 규모를 자랑하는 지역 목재 프로젝트다. 목재 대부분을 지역에서 수급하고 현지 기업과 협업으로 진행한다.
건축에 쓰이는 재료 가운데 목재는 탄소 발자국이 가장 적은 재료다. 이 프로젝트는 여행·관광 업계도 건축 재료를 공정한 방식으로 수급해 토목 공사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포틀랜드 지역 주민이 건축을 대하는 자세는 ‘숲에서 프레임까지’라는 신토불이 정신으로 대변될 수 있다. 20억 달러 규모의 개보수를 감행할 때 포틀랜드 국제공항은 목재를 지역 자체에서 조달해 로커보어(지역을 뜻하는 ‘Local’과 먹거리를 뜻하는 ‘Vore’의 합성어로, 지역 생산물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을 일컬음) 운동의 개척자가 되고자 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ZGF 아키텍츠와 서스테이너블 노스웨스트(Sustainable Northwest)는 격자무늬의 목재 천장을 만들려고 지역의 크고 작은 숲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목재의 대부분은 야카마(Yakama) 인디언 보호구역, 스코코미시(Skokomish) 인디언 보호구역, 코키유(Coquille)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조달했으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해당 지역의 나무를 베는 파괴적인 벌목 관행을 중단하고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