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패션 브랜드가 가죽을 활용하는 방법

변화의 파도 속에서 순항하는 가죽 이야기.

요즘 가죽은 한여름만 제외하면 이너부터 아우터까지 다채롭게 활용하는 흔한 소재다. 이 특별할 것 없는 소재에 갖은 탐구를 바탕으로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먼저 가죽 특유의 고유성을 감추고 다른 소재인 것처럼 놀라운 혁신을 끌어낸 보테가 베네타가 대표적 예다. “길모퉁이를 돌아 만나는 이가 당신을 놀라게 하는 것처럼, 예상치 못한 만남에서 오는 놀라운 순간이 중요하다.”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가 한 말처럼 이번 시즌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에서 가죽은 다양한 변형과 변주를 통해 계속 얼굴을 바꾸며 놀라움을 선사한다. 데님 진처럼 보이는 레더 팬츠, 아가일 체크의 니트 톱처럼 보이는 가죽 톱, 코튼 셔츠처럼 보이는 가죽 셔츠, 양말처럼 보이는 레더 스트립으로 뜬 부츠까지!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주인공이 등장하던 영화 <뷰티 인사이드>처럼. “미안해. 나 사실 데님이 아니야. 가죽이야~~~.” 가죽 조각을 한겹 한겹 비늘처럼 떠서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게 디자인한 터틀넥 톱은 또 어떤지. 새로운 컷과 수공 기법의 조합은 그야말로 가죽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하이라이트 의상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생 로랑의 유려한 가죽 숄은 멀리서 보면 그 주름이 너무 정교하고 윤기가 나서 가죽인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라고. 이는 생 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가 컬렉션에 무게감을 주려고 한 장치로, 밑단의 술까지 이어지는 흐르는 듯한 실루엣과 파워풀한 어깨라인의 조화 속에 가죽 소재가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강렬하고 품위 있는 여성성을 완성한다. 한편 샤넬은 하우스의 시그너처인 까멜리아를 재조명하며 포켓, 재킷, 버튼 위 등에 까멜리아를 장식했는데, 어느 코트에는 네크라인을 중심으로 검은색 까멜리아를 주렁주렁 달아 리드미컬한 경쾌함을 자아냈다. 이때 버지니 비아르가 까멜리아를 형상화하기 위해 선택한 소재도 가죽이다. 버지니 비아르는 까멜리아를 보고 안정감을 주면서도 참신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어쩐지 가죽을 설명하는 것과 퍽 닮았음을 느낄 수 있다. 루이 비통의 니콜라스 제스키에르는 가죽에 홈을 파서 질감을 표현해 새로운 텍스처를 만들었고, 질 샌더는 코쿤 라인의 어깨와 잘록한 허리의 구조적 실루엣으로 아워글래스 형상을 만드는 데 가죽을 활용했다. 그뿐 아니라 사용하지 않은 가죽 조각으로 아우터를, 해체한 빈티지 가죽 가방으로 스니커즈를 만드는 등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양을 최소화해 지속가능한 컬렉션을 완성한 코치의 가죽 컬렉션 역시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가죽의 미래지향적 비전의 포인트다. “평생 입을 수 있음은 물론, 다시 태어나 순환할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했다”는 코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의 말처럼, 오늘날의 가죽은 장인정신과 헤리티지, 변화하고 변주하는 것뿐 아니라 순환의 역사도 포함한다.

에디터
김지은
포토그래퍼
COURTESY OF GORUNWAY, SPLASH NEWS
디자이너
이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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