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건축 산업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 3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우리는 어떤 공간의 품에 존재한다. 환경 파괴적 산업이라 치부되는 건축계의 세 가지 고민과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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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BARE)
전진홍, 최윤희 소장이 이끄는 바래는 이름이 품은 뜻(Bureau of Architecture, Research & Environment)처럼 건축을 다각도로 면밀하게 바라본다. 전시, 실험, 도시 공간 연구 등 공간에 관한 모든 것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건축 스튜디오다.
혹자는 건축의 역사를 건축 재료의 역사라고 한다. 건축가는 재료에 담긴 의미를 맥락화해 공간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기도 하고, 재료의 한계에 도전하며 당대 문명을 고도화하기도 한다. 동전의 앞뒷면처럼 건설 사업은 산업화와 도시화를 함께 견인하며 인류가 윤택한 삶을 영위하는 데 토대를 마련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를 야기하고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30~40%를 차지한다는 통계는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이런 배경 아래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협의체를 구축하는 데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녹색건축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고 여러 워킹 그룹도 생겨났다. 이들은 운영에너지(Operational Energy)와 내재에너지(Embodied Energy)를 줄이는 굵직한 목표를 기반으로 건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친환경적 재료를 선택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다시 말해, 건물을 짓고 나서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식과 건물을 짓고 사라지는 전 생애 동안 사용되는 자재의 생산, 운송, 시공,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정보화하고 모니터링해 감축하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무분별한 인스턴트식품 섭취로 과체중이 된 몸에 열량과 영양 정보를 비롯해 구성품의 목록과 원산지를 꼼꼼히 살펴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려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
지나친 개발과 환경 파괴에 대한 반성적 성찰은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에 맞는 친환경 건축자재 연구로 잘 알려진 아틀리에 루마(Atelier LUMA)는 벽면 패널과 문손잡이를 소금 결정체로 만드는 흥미로운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이들은 프랑스 남부 해안가 아를(Arles)에 위치한 지리적 특징을 바탕으로, 약 2주 동안 염전에서 소금이 자연스레 결정화될 수 있는 틀을 디자인해 원하는 밀도와 크기의 패널을 얻었다. 동시대적 건축계 고민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는 최근 ‘미래의 실험실(The Laboratory of the Future)’이라는 주제로 기후 위기와 인구문제 등 지구를 둘러싼 위기에 대한 고민과 해법이 소개되기도 했다. 건물을 지을 때 가까운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 돌, 나무, 흙 또는 짚과 같은 자연 재료를 이용해 탄소발자국을 줄이기도 하며, 그렇게 모은 자연물을 큰 에너지를 쓰지 않고 단순 절단하거나 압착하는 쉬운 가공법이 재조명됐다. 어떤 곳에서는 식용버섯 균사체를 일정 기간 배양해 단단한 벽체 블록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이미 자연 상태에 놓인 재료를 인간이 사용하기 쉬운 형태로 가공하는 방법을 넘어 자연의 성장 속성을 이해하고 이에 적절히 개입해 자연과 함께 만들어가려는 의미다. 즉 자연 재료 자체를 디자인하려는 시도로 지구에 부담을 주지 않는 건축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미역 건축, 순환의 고리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순환 개념은 ‘생산-사용-폐기’라는 선형적 사고방식에 산업 부산물이나 폐기물을 새로운 쓰임으로 연결하고, 사용이 끝난 후에도 분해하기 쉬운 재료의 발굴로 접근하도록 한다. 국내에서는 제5차 광주폴리가 ‘순환폴리 Re:Folly’라는 이름으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기후변화의 시대, 건축의 역할은 무엇인가? 시민과 함께 기후 위기를 풀어가는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앞서 소개한 아틀리에 루마를 포함한 국내외 4팀이 초청되어 각기 다른 재료를 중심으로 순환의 논리를 개진하고 있다. 바래(BARE) 역시 참여 기회를 얻어, 전남 고흥에서 생산되는 미역 부산물을 새로운 쓰임으로 연결하고 사용 기한 이후에는 분해되기 쉬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주요 소재로 연구하고 있다. 주요 소재 선택에 앞서 우리에겐 익숙한 미역을 식용으로 양식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희귀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역 특이성과 함께 잎 부분을 제외한 줄기나 뿌리가 고스란히 바닷속으로 버려진다는 점 역시 흥미로웠다. 더 나아가 인간의 활동이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플라스틱이 일으키는 심각한 해양오염과 이를 화석으로 여기는 ‘인류세’라는 새 지질 시대 지정이 임박해진 우울한 상황을 피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접근한다. 작업을 진행하며 유기 생물체에 의해 분해되는 특수 처리 시설 같은 산업 생태계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여러 협의체가 시도를 멈추지 않도록 공공의 관심과 격려의 필요성을 체감한다.
재료, 선택에서 개발로
현재 준비 중인 ‘에어 폴리(Air Folly)’는 그간 바래가 선보여온 공기 연작에서 시선을 확장했다. 구축의 재료로 공기에 담긴 물성 자체에 집중해온 것을 넘어 이를 감싸는 표피로 그 시선을 확장해 생태적 접근을 시도했다. 필요한 공간을 신속하게 만들고 쓰임을 다하면 쉽게 사라질 수 있으며, 형상을 만들 때 그곳에 있는 공기를 활용함으로써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속성이 해조류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나 어떤 가능성으로 이어질지 모색 중이다. 생분해성 멀칭비닐을 연구하는 대학 연구소와 전남 해안가의 미역 양식장, 재료 혼합과 제작 공장을 오가면서 필요한 두께와 폭, 색상을 위해 미세한 고분자 함량을 조절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건축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자문하고 있다. 모든 여정은 도전의 연속이다. 하나의 원재료를 두고 각기 다른 산업의 맥락에 맞게 적용하려는 상황 속에서 무엇이 보편적으로 공유될 수 있고, 어떤 점이 각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며 가공 방식을 다르게 하는지 직접 경험하는 것은 좀 더 확장된 시선에서 건축을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건축이 곧 공간을 창조하는 행위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러나 이번 경험을 통해서 공간뿐만 아니라 산업의 특성과 보편성을 고려하는 재료의 개발 과정까지 모두 건축 창작의 일부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이런 시각이 건축을 보다 다채롭고 창의적으로 만들어주며, 우리가 안고 있는 전 지구적 환경문제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현대건축이 천착한 여러 논쟁에 참여할 기회로 이어지길 바래본다.
| POLICY |
이은석(건축공간연구원 녹색건축센터장)
좋은 건축과 도시 공간을 만드는 정책을 연구하는 정부 출연 국책 연구 기관 건축공간연구원(AURI)의 녹색건축센터장을 맡고 있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것처럼 우리의 도시 구석구석을 고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탐구한다.
정부 출연 국책 연구 기관인 건축공간연구원은 건축과 도시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해 충돌을 예방하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정책을 연구, 제안하는 기관이다. 여러 관계 속에서도 환경은 보다 진지하고 혁신적으로 연구되는 분야다. 기후와 관련한 정책 연구는 미래 예측에서 시작된다. 한 번 건축한 건물은 수정하기 어려우니 짧게는 몇 십 년, 길게는 몇 백 년을 내다보기 위해서는 상황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을 비롯해 전 세계 유수의 학자가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만든다. 기성 도시의 경우 도로나 하수관, 오수관 같은 기반 시설을 국가 혹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이 겪는 온도의 연간 최대 편차는 대략 60℃에 이른다. 주기적 계절 변화에 익숙한 우리 민족은 기후변화에 다소 둔감한 편이다. 게다가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는 모든 인프라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축했다. 촘촘하게 짜인 도시는 딱딱한 구조 속에서 유연성을 찾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바탕으로 생태 도시, 녹색 건축이 하나의 테마가 되어 기후변화 같은 심각한 환경 변화가 사람에게 미치는 직접적 피해를 건물, 기반 시설이 완충재로서 기능하도록 진화하고자 한다. 그렇게 그레이 인프라 스트럭처와 상반된 개념인 그린 인프라 스트럭처, 저영향 개발과 같은 개념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건물의 생을 생각하며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처럼 건축물 역시 노후화 됨에 따라 유지 보수 비용이 커지고, 생활을 영위하기 불편해지면 생을 마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화를 거치며 대부분의 도시를 빠른 속도로 구축했다. 건물의 수명은 비교적 짧아질 수밖에 없었고, 세대교체 역시 이미 시작됐다. 새로운 가치가 생긴 건 2013년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이 제정되면서다. 이제 많은 건축 자재의 성능이 향상되었고, 1000세대 이상 아파트의 경우 의무적으로 녹색 건축 기능을 탑재해야 한다. 건물을 건설하는 것에 있어 의무화의 기준은 앞으로 더 촘촘해질 예정이다. 서울의 경우 2026년부터 신축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상적 탄소중립 도시의 탄생
건축은 RE100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분야다. 일방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소비재의 성격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는 에너지 소비를 덜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왔다. 한편에서는 무럭무럭 성장한 경제력에 맞춰 삶의 질을 높게 유지하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상충되는 이해관계에서 최선의 답을 찾으려는 연구는 일반 건축물에서 제로 에너지 건축을 지향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추세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게 설계하고, 태양광과 풍력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으며, 가스보일러를 전기 히트 펌프로 바꿔 완벽한 넷제로(Net Zero)를 지향한다면 작은 건물 하나가 지역의 소형 발전소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방법은 건축에서 철거된 자재를 업사이클링하거나 남는 폐열을 열에너지원으로 회귀하는 방식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진행되는 연구는 건물이 폐기되는 순간까지 전 생애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확장된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풍경은 2022년 제정된 ‘탄소중립 기본법’을 근거로 한다. 도시 차원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 사업으로 환경부, 국토부가 주체가 되어 제도를 보급하는 과정에 있다. 친환경 수송, 친환경 건축, 자원 재활용 모두 포함된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 설립될 이상적인 탄소중립 도시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 모델이다. 내가 쓰는 에너지가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알 수 있고, 가능한 한 지역 안에서 생산하는 형태다. 경제활동이 계속될수록 에너지 소비량은 늘어나지만 생산과 소비가 일원화된 도시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형태다. 덴마크는 이런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나라다. 나라의 기간망을 흔드는 거대한 모험이지만 현재 연구와 실험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제도와 정책이 진화할 것이라 기대해본다. 이런 실천은 수요자인 개인의 노력 역시 중요하다. 시장을 선도하는 개인과 대중이 제로에너지 건축, 녹색 건축 등 인식의 변화부터 꾀해야 한다. 개인의 가치가 경제적 가치와 결합했을 때 비로소 막강한 힘이 생긴다. 환경과 경제가 짝을 이루는 변화의 방향이 그저 반가울 뿐이다.
| DESIGN |
이용주(이용주건축스튜디오 소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공간과 관련한 모든 부분의 실험성을 추구한다. 일상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디자인, 다채로운 스케일과 아이디어를 실험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 등의 전시 참여와 디자인 뱅가드를 포함한 다수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트렌드’라는 단어는 건축과는 꽤 거리가 있다. 건축사를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건 동굴이다. 동굴에서 시작한 건축의 역사는 오랜 시간 견고하게 자리했다. 켜켜이 쌓인 시간만큼 기존의 개념을 깨트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재화와 재산으로서 가치를 더하는 한국의 건축 시장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환경이 중요한 가치가 되면서 관련 법규가 생기고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는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건축과 환경은 연구 중인 분야다. 사실 현재 시행되는 법규만 잘 지켜도 친환경 건축의 조건은 충분히 성립한다. 에너지 효율을 중요시하는 녹색 건축 인증 법규도 좋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보다 오감으로 느끼는 이끼를 접목해보는 건 어떨까? 나의 프로젝트는 이런 식의 상상에서 출발한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는 오프닝 날, 어떤 분이 내게 은밀하게 다가와 전공을 묻는 일이 있었다. 건축을 전공했다고 대답하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생각하는 건축의 범위는 단순히 짓고 설계하는 영역을 파괴한다. 머릿속에 표류하는 아이디어를 밖으로 꺼내 생각을 전개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건축이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패시브 하우스도 좋지만, 탄소를 흡수하는 이끼를 보고 만지며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다양한 측면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역시 건축의 역할이다. ‘모스 칼럼(Moss Column)’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발생에서 시작됐다. 무기물인 건축에 유기물이 섞이면 어떨까? 스스로 분해되거나 생동할 수 없기에 유기성을 띠는 식물을 섞고 싶었다.
순환의 건축 실험
지속가능한 건축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답은 생애주기에 있다. 어딘가에 우뚝 솟아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시간을 넘어 첫 삽을 뜨고 시간이 흘러 철거되는 순간까지를 생애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 밀웜을 활용한 파빌리온 ‘분해 농장(Decomposition Farm)’은 건축 폐기물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철거 후 쏟아진 방대한 양의 스티로폼이 자연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연구에 따르면 밀웜은 스티로폼을 먹고 그것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생화학적 분해가 가능한 곤충이다. 건축물이 철거된 후에도 자연으로 돌아가 생을 마감하는 생애주기 전체를 구축하고 싶었다. 고작 2~3cm 크기의 밀웜이 분해하는 양이 많지 않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세상에 던지는 것 역시 건축가의 몫이자 책임이라 믿는다. 분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한 ‘분해 농장’에 이어 식물에 대한 시선을 이야기하고자 ‘모스 칼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무기물인 건축에 유기물이 섞여 자생할 수 있다는 개념을 시도하고자 했다. 생물을 품은 건축에 대한 상상은 현재 균사체로 진화하고 있다. 균사체는 스티로폼의 3~4배에 이르는 강도를 자랑하며 특정 모양으로 만들었을 때 건축 자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
다양성을 향한 목소리
건축가 톰 메인(Thom Mayne)이 이끄는 모포시스(Morphosis)는 기존 건축에 끊임없이 새로운 구조와 기술을 시도한다. 듣도 보도 못한 독특하고 특이한 형태의 건물은 ‘환경’을 이용해 충분한 설득력을 갖췄다. 해체주의를 기반으로 과격하고 이상하다 치부될 수 있는 그의 디자인은 미국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인 리드(LEED)에서 높은 등급을 받았다. 그는 친환경 건축에 필요한 효율을 설비의 측면에서 접근했다. 창을 두 겹으로 만드는 더블 스킨, 외피를 두 겹으로 만드는 등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을 이룩함과 동시에 에너지 효율이 좋은 건축을 디자인했다. 뉴욕에 위치한 쿠퍼 유니언 역시 리드의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넘을 받았다. 외관만 보면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없지만, 다양성이 존중되는 디자인이다. 내가 기획한 모든 프로젝트는 일반 건축과 다른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모험 정신에서 출발한다. 모더니즘, 기능주의에 집중한 문법은 정답이 아니다. 목재와 같은 익숙한 재료도 패턴화, 의도적 복잡함을 더하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건축가나 교수, 업계 관련자를 넘어 일반인에게도 닿을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복잡하고 이상할지라도 한 번쯤 뒤돌아볼 수 있는 건축, 그렇게 해서 누군가에게 환기가 되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건축의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