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대비가 연출하는 궁극의 모던함
검은색과 흰색은 저 하나로도 멋지지만, 함께 있으면 극적인 시너지를 낸다. 흑백의 대비가 연출하는 단순함, 세련됨, 그래픽적인 율동감까지, 그 궁극의 모던함이 패션과 만났다.
만약 딱 한 가지 색의 옷만 걸칠 수 있다고 제약을 둔다면 대부분 검은색이나 흰색을 선택할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색이자, 가장 안전한 색이니까. 여기에 덧붙여 이 각각의 색이 가진 어마어마한 매력에 대해 늘어 놓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검은색이 모든 것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흰색도 마찬가지다. 이 두 가지 색상은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 리틀 블랙 드레스와 화이트 셔츠처럼 언제고 아름다운 클래식 패션 아이템은 검은색 혹은 흰색, 이 두 가지로 판가름 날 정도다. 이렇듯 검은색과 흰색이 가진 힘은 실로 대단하다. 그런데 심지어 이 두 가지 색상이 함께 섞인다면? 2013년 봄/여름 컬렉션은 그 매력적인 파장을 제대로 보여준다. 종전에 봐오던 블랙앤화이트 룩과는 조금 다른데, 단순한 흑백의 대비뿐만 아니라 선과 면이 만나 연출되는 그래픽적인 멋과 흥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덕분에 흑백의 조화 혹은 대비가 만드는 모던한 매력이 한층 더 짙어졌다.
이번 시즌 블랙앤화이트 룩의 가장 큰 원천은 1960년대 스타일에서 비롯되었다. 흑백의 점층 효과를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옵아트와 모던한 색과 실루엣에 집중한 모즈 룩은 1960년대를 이끈 대표적인 트렌드다. 옵아트는 흑백의 율동감을, 모즈 룩은 흑백의 단순함을 기본으로 한다. 이를 적당하게 조합해 1960년대풍 컬렉션을 선보인 쇼는 블랙앤화이트 룩의 정적인 면과 동적인 면, 양면 모두를 담아내 더 매력적이다. 그 대표적인 쇼는 에디 세즈윅, 트위기 등 1960년대 패션 아이콘들을 미묘하게 섞어놓은 마크 제이콥스, 바둑판을 닮은 블록 체크를 다양한 색상과 크기로 변형한 룩을 선보인 루이 비통, 직선적이고 미래적인 앙드레 쿠레주 룩을 완벽하게 재현한 모스키노 컬렉션이었다.
1960년대 스타일을 살짝 비틀어 응용한 컬렉션은 더욱 흥미롭다.‘일본과 60년대’를 주제로 앤디 워홀의 팝아트 작품 <꽃>을 일본 스타일로 풀어낸 미우치아 프라다의 재치 있는 상상력처럼 말이다. 마이클 코어스는 가장 현대적인 아이템에 흑백의 줄무늬와 하운즈투스 체크무늬를 섞어 옵아트적인 경쾌함을 곁들였고, 발맹은 1980년 대풍 파워 숄더 실루엣에 변형된 옵아트 프린트를 더해 성숙하고 힘찬 쇼를 선보였다.
미니멀 룩에 흑백의 대비를 양념처럼 사용한 쇼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하지만 세련미가 있고, 그래픽적인 경쾌함이 은근하게 묻어나며, 무엇보다 입고 싶은 옷차림이다. 흰색의 실크 블라우스에 검은색의 로 웨이스트 팬츠를 매치한 세린느, 면으로 흑백을 분할해모던하고 정갈한 멋을 강조한 질 샌더, 흑백의 기하학적인 패턴을 흰색 바탕의 드레스에 사용한 에르마노 설비노, 상·하의로 극적인 대비 효과를 낸 마틴 마르지엘라와 클로에의 컬렉션은 리얼 웨이로 옮겨올 만한 스타일링 팁이 다양했다. 더 우아한 블랙앤화이트 룩을 원한다면 지방시와 발렌시아가의 컬렉션을 참고하면 좋겠다. 흰색 상의에 검은색 하의를 기본 공식으로, 러플의 율동감을 가미한 가늘고 긴 실루엣의 디자인은 깃털처럼 가벼워 보인다.
화이트 셔츠에 검은색 시가렛 팬츠를 입는 단순한 대비는 이번 시즌의 그래픽적인 모던함을 드러내기에는 조금 아쉽다. 트렌드에 충실한 멋을 걸치기 위해 기억해야 할 점은 첫째 옷부터 가방, 구두까지 모든 의상은 검은색과 흰색, 이 두 가지 색상으로 한정한다. 검은색의 비율을 높이면 도시적인 멋이, 흰색의 비율을 높이면 여성스러운 멋이 부각된다. 둘째, 격자무늬와 줄무늬, 체크무늬 등 흑백이 섞인 프린트를 활용한다. 상·하의를 프린트 맞춤으로 연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재킷과 구두처럼 한두가지 요소에 프린트 아이템을 섞으면 된다. 또 가로 줄무늬 상의에 세로줄무늬 하의를 매치하는 식의 변형도 세련돼 보인다. 셋째, 액세서리는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디자인보다는 직선적이거나 조금은 투박한 디자인일 때 그래픽적인 느낌이 더 잘 살아난다.
최신기사
- 에디터
- 박선영
- 포토그래퍼
- KIM WESTON ARNOLD, 김현우
- 스탭
- 어시스턴트 | 정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