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동화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참을 수 없는 욕망과 로맨스를 품고 새롭게 펼쳐진다. 2024년 표예진과 이준영이 그린 신데렐라와 왕자님의 활약은 좀 다르다. 

| 이준영 |

<로얄로더> 속 지독한 야망을 품은 강인하에서 백마 탄 왕자님으로 돌아왔어요. 도전에 목말랐나요?
배우로서 뭔가를 증명해가는 과정이 제게는 큰 기쁨이에요. 아직 도전하고 싶은 역할과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아요. “저 이런 것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시원하게 외치고 싶었어요. 로맨틱 코미디는 저에게 좀 낯선 장르였거든요.

도전해보니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맛을 좀 알 것 같아요?
로맨스란, 흠,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순간순간 설렘 포인트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당신을 설레게 하겠어!’가 아닌 무심한 듯 툭툭 건네는 말과 호흡, 연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케미’가 아닐까 싶어요. 표예진 배우와 호흡은 어땠어요?
저희의 케미를 점수로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9점요! 눈만 마주쳤다 하면 대사를 맞추기 바빴어요. 차민과 재림의 과거를 상상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요. 배울 점이 많아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어요.

어떤 점을 배우고 싶었어요?
똑똑하고 치밀한 배우예요. 꼼꼼히 성실하게 준비한 흔적을 보면서 기분 좋은 자극을 받기도 했어요. ‘누나가 어떻게 준비해왔을까’ ‘나와 어떤 호흡이 될까’를 생각하면서 현장에서 열심히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귀찮을 수도 있었을 텐데 늘 반겨주어 고마웠어요.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해가는 경험이 이번 작품에서 얻은 큰 수확이에요.

<신데렐라>라는 동화를 읽은 기억이 있어요?
줄거리를 기억하는 걸 보면 굉장히 어렸을 때 본 것 같아요. 그런데 공개된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 남녀의 역할이 바뀌었어요. 호락호락하지 않은 두 사람이 부딪치며 쌓아가는 관계의 과정이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 뻔하지 않은 웃음을 얻고 싶을 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 자신해요.

웃음만큼은 자신 있나 봐요?
일단 대사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현장의 스태프도 빵빵 터졌고요. 아버지로 나오시는 박철민 선배와 연기하며 신세계를 경험하기도 했죠. 애드리브, 대사를 맛깔 나게 살리는 능력 등 감탄할 거 천지였어요. 저도 선배님의 성원에 힘입어 신이 나서 분발한 것 같아요.

첫 화가 공개되고 주변 사람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이준영 코믹 연기 좀 한다!’는 피드백을 받고 싶어요. 그런데 일단 1화를 보고는 아무도 연락을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저를 다 내려놓고 촬영한 장면이 있거든요.(웃음)

오만하고 ‘차밍’한 왕자라는 설정이 있으니 자신만만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문차민의 캐릭터에 가까워지려고 의상과 비주얼 구축에 적극 참여했어요. 처음 해보는 작업이었어요. 지금까지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외모를 신경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요. 어렵기도 했고 연기에 집중하자는 생각이 컸는데, 막상 해보니 나름 재미가 있더라고요.

비주얼 레퍼런스는 어디에서 찾았어요?
패션 잡지를 찾아 읽었어요. SNS에 옷 잘 입는 남자 스타일링이 보이는 족족 캡처도 했고요. 탄탄한 몸과 날렵함을 보여주고 싶어 운동도 열심히 하고, 6kg을 감량했어요.

차민과 재림 모두 부모님의 말씀이 삶의 큰 가치관이 돼요. 준영 씨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부모님의 조언이 있나요?
“겸손해라. 네가 지금 이렇게 일하고 있는 것, 그 자리에 있는 것 모두 너 혼자 한 게 아니다”라는 말씀요. 18세에 데뷔하고 꾸준히 말씀해주셨는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부족함과 나약함을 순순히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가령 이 인터뷰도 기자님이 제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이건 독백이지, 이야기가 될 수 없잖아요. 제가 팬들을 ‘선생님’이라고 칭하는데, 우리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저를 찾는 곳도 없었을 거고요.

SNS를 보면 춤추는 영상이 많아요. 아이돌 시절이 떠오르는데,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가요?
지금 이 자리에 저를 있게 한 게 춤이에요.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 같은 존재죠. 춤을 통해 예체능 계열에 발을 들였고, 춤출 때면 여전히 신나고 좋아요. 울플러, 뱅크투브라더스 크루와 가끔 연습하는데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해요. 연기와 공통점도 많고요.

어떤 점이 비슷한가요?
일단 움직여야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같아요. 춤도 연기도 자꾸 뭐라도 해야 나아지거든요. 주로 프리스타일을 추는데 제멋에 취해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위해서 추는 거예요. 연기 역시 나만의 무기와 매력을 필요로 하고 꾸준히 발전시켜야 한다는 면에서도 비슷하죠.

차민의 캐릭터를 프리스타일로 표현한다면 어떤 리듬에 몸을 맡기고 싶어요?
판소리요. 빨라질 때도 있고 느려질 때도 있어서 예측할 수가 없어요. 굉장히 다이내믹한 친구거든요.

요즘 케미가 좋은 커플에게는 별명이 붙어요. 문차민과 신재림에게는 어떤 애칭이 어울릴까요?
‘강강 커플’요. 둘 다 성격이 좀 있거든요. 보면 아실 겁니다!

표예진이 입은 코트와 셔츠는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네크리스는 앵브록스(Engbrox). 이어링은 헤이(Hei).
이준영이 입은 코트는 프라다. 네크리스와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팬츠는 에스티유(Stu). 톱은 세비지 (Savage). 슈즈는 지미 추(Jimmy Choo). 워치는 빈티지 파텍필립 바이 빈티크(Vintage Patek Philippe by Beantique). 아이웨어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벨트와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레스는 셀프포트레이트. 네크리스는 허라디(Heradi).

| 표예진 | 

백미경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코미디 빅리그> <SNL 코리아>를 연출한 김민경 PD가 함께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커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가 기억나요?
너무 재미있어서 쇼킹했어요. 한 글자도 놓치기 싫어 모든 인물의 대사와 지문을 입으로 소리 내서 읽었어요.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고요. 유쾌함을 넘어선 발칙함이 있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디 한번 놀아봐라!’라고 판을 깔아주는 것처럼 느껴졌고요.

코믹 연기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특정 캐릭터를 기다린 건 아니지만 이런 기회가 반가웠죠. 여러 작품에서 조금씩 경험하던 코미디가 폭발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 잘 살릴 수 있을지 웃음 욕심이 갈수록 생기는 거 있죠.

5월 31일 첫 공개를 기다리는 마음은 어때요?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웃으면 뿌듯한 마음이 컸는데, 요즘은 ‘많은 분에게도 시원한 웃음을 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긴장돼요. 대본의 재미와 현장의 유쾌함이 잘 전달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에요.

재림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가보자고!’ 제가 느낀 재림의 모토는 ‘오히려 좋아!’예요. 대단한 사람들이 모인 사교 클럽에서도 당차고 씩씩한 친구예요. 사랑받길 원하고 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랑스러운 친구죠.

이렇게 당찬 친구가 “부자 남편 만나 팔자 펴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르죠. 재벌이 운영하는 소셜 클럽에 취업한다는 설정이 좀 현실감이 떨어졌어요.
시작은 아버지의 유언이지만 재림은 그동안 정말 열심히 살아왔어요. 우여곡절을 겪어 지칠 대로 지친 재림에게 유언은 그저 마지막 희망이었던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진실한 사랑을 원하고요. 남자를 잘 만나서 인생 역전을 해보겠다는 삶의 목표가 예쁘게 들리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일에 진심인 모습이 매력적이에요. 신데렐라에게 요정 할머니, 왕자의 도움이 필요했다면 재림은 스스로에게 요정 할머니가 되고 유리 구두도 직접 만들어 신으려고 해요. 본인 스스로에게 백마 탄 왕자님이 되어주려고 하죠.

재림의 복잡한 상황을 위해 어떤 부분을 신경 썼어요?
재림의 상황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마냥 밝고 씩씩해 보이지만 그가 품고 있는 아픔과 외로움, 사랑받고 싶은 아이라는 걸요. 친한 친구 앞에서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혼자 있을 때 삐쭉 튀어나오는 마음속 깊은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죠.

만약 재림 같은 친구가 주변에 있다면 어떨 것 같아요?
너무 좋죠! 제가 무슨 일을 하든 열렬히 응원해줄 것 같아요. 남을 잘 챙기고 돕는 친구라 최고의 에너지원이 될 것 같고요.

요즘은 로맨스물의 설렘 포인트 중 하나로 ‘케미’를 꼽아요. 배우의 비주얼을 ‘같은 그림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하관 운명설’이라는 단어도 등장했죠. 두 사람의 그림체는 비슷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저희는 괜찮은 편인가요? 카메라 감독님께서 투 샷이 되게 좋다는 얘기를 하셨거든요.

연기 호흡은 어땠어요?
준영이는 굉장히 유연한 배우예요. 상황이나 분위기에 맞춰 현장에서 달라지는 부분이 생겨도 잘 맞추고 따라오더라고요. 편하게 툭툭 던지면 다 받아줘서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준영이가 어떻게 할까 기대되기도 하고 뭔가를 던지면 서로 받아 치느라 신이 끝나지 않은 적도 있어요. 연기를 하면서 이토록 많은 애드리브를 한 것도 처음이에요. 감독님의 컷을 기다리면 신나서 끝까지 애드리브로 연기했죠. 마지막에는 연인이 아닌 ‘남매 같아’라고 할 정도로 친해졌어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판에서 경험한 코미디의 매력은 뭔가요?
평소 저는 재미를 좋아하긴 하지만 웃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캐릭터 자체가 사랑스럽고 발랄한 에너지가 깔려 있어 그걸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저 역시 처음 보는 제 얼굴이 많아서 재미있더라고요.

로맨스와 코믹 외에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내레이션요. 실제 동화책처럼 펼쳐지는 내레이션이 적재적소에 등장하는데 굉장히 특별한 분이 함께해요. 그분의 정체를 알고 정말 놀랐거든요. 어마어마한 특별 출연도 볼거리 중 하나죠.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처럼 표예진에게 전환점이 된 작품은 뭔가요?
드라마 <VIP>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표예진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도전이었어요. 발랄한 이미지가 강했던 제가 미움도 많이 받아봤고요.(웃음) 그렇게 새로운 기회가 올 때면 감사한 동시에 내가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확신을 얻었죠.

상반기를 지나는 시점에서 올해 세운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어요?
벌써 상반기가 지나갔어요? 올해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그동안 제대로 쉰 적이 없어 나를 챙기는 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번 작품이 끝나고 두 달간 휴식기를 가졌는데,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까먹었더라고요. 스케줄이 없을 때 뭘 먹고 지냈는지, 어떻게 쉬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어요.

어떻게 찾아가고 있나요?
일단 건강검진을 했고요. 지금의 제가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에 변화를 줬어요. 어떤 걸 할 때 행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새로운 취미를 탐구하는 중이에요. 좋아하던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도예 클래스에도 가봤어요.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때요?
이런저런 시도 끝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저는 집에 머무를 때 밤보다 낮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햇살이 쏟아질 때 창문을 열어놓고 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면서 여유롭게 있을 때 안락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해야 할 일은 밤으로 미루고 낮에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좋아하는 걸 하니 행복이 배가됨을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