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조절로 다이어트가 된다고?
‘마라탕후루’로 대표되는 극단적 식습관이 노년 질환으로 여겨졌던 당뇨를 젊은 층의 문제로 끌어왔다는 지난 <얼루어> 기사를 기억하는지? 바로 이 혈당을 잡아 살을 빼는 다이어트가 이슈다. 지금 가장 뜨거운 감자, ‘혈당 다이어트’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 그리고 이를 둘러싼 최신 뉴스 업데이트.
혈당 다이어트의 키워드, 혈당 스파이크
지금의 혈당 다이어트 열풍 한가운데엔 프랑스 출신 생화학자가 있다. 자타 공인 ‘혈당 여신(Glucose Goddess)’, 제시 인차우스페가 그 주인공. 그는 저서 <글루코스 혁명>에서 말한다. “무조건 굶고 힘들게 운동하는 다이어트는 실패하기도 쉽고, 삶의 질을 떨어뜨려요. 지속가능한 건강한 생활 방식을 찾는다면, 체지방이 빠지는 원리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먼저 살이 찌는 원리부터 알아볼까?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높아지고, 높아진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췌장이 인슐린 호르몬을 내보낸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몸속 곳곳의 세포로 보내 에너지로 사용하고, 남은 포도당을 간과 근육에 포도당의 집합체인 글리코겐으로 바꿔 저장한다. 그러고 나서도 남은 포도당은 지방으로 전환돼 몸에 쌓인다. 식곤증과 피로, 브레인 포그, 현기증, 메스꺼움, 두근거림, 식은땀, 음식 갈망 및 스트레스…. 모두 과도한 포도당의 징후다. 혈당이 롤러코스터처럼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혈당 스파이크’가 몸속에서 일어나는 중이다. 혈당 스파이크를 자주 경험할수록 몸에서는 더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고, 만성적으로 증가된 인슐린은 장기적으로 비만, 2형 당뇨병, 다낭성 난소 증후군, 관절염 및 우울증 등의 근본 원인이 된다. 혈당과 인슐린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혈당 스파이크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인차우스페는 과학자답게 해결책을 몇 가지 내놓는다.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면서 과학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10가지 방법’이라는 <글루코스 혁명>의 부제처럼, 생활 습관을 조금 바꾸는 정도라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따라 할 수 있다.
혈당 여신의 공식 10가지
1 음식을 올바른 순서대로 먹어라.
채소 → 단백질과 지방 → 탄수화물 순으로 음식을 먹는다. 이는 섬유질이 포도당의 분해와 흡수를 늦춰 혈류로 이동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2 모든 식사를 녹색으로 시작하라.
가공하지 않은 음식, 그중 생채소를 식단에 더하는 거다. 야채 주스는 섬유질을 파괴한 것이기에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3 칼로리 계산을 멈춰라.
중요한 것은 음식의 분자가 몸에서 일으키는 화학반응이지 열량 자체가 아니다. 같은 칼로리라도 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음식을 선택하라는 이야기다.
4 원하는 종류의 설탕을 먹어라. 다 같은 설탕이다.
백설탕, 황설탕, 흑설탕, 비정제 유기농 코코넛 설탕, 메이플 시럽, 꿀, 아가베 시럽…. 색과 맛 그리고 원료에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만들었으며, 우리 몸에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킬 것이다.
5 간식보다 식후 디저트를 먹어라.
식후 약 4시간 동안 체내에선 많은 일이 벌어진다. 소화를 위해 혈액 양과 호르몬이 증가하고, 인슐린 수치, 산화 스트레스, 염증이 증가한다. 간식을 끊으면 체내 장기가 재생할 시간을 더 갖는 셈이다.
6 식사하기 전에 식초를 먹어라.
식초의 아세트산은 체내 인슐린의 양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지방 연소 모드로 전환되는 걸 돕는다. 물 한 컵에 사과 식초 한 큰 술을 더해 마시면, 식사 준비 끝!
7 식사가 끝나면 움직여라.
근육이 수축되면 포도당 분자가 연소된다. 식후 10분간 걷는다면 인슐린 수치를 증가시키지 않고도 혈당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 수 있다.
8 당신의 탄수화물에 옷을 입혀라.
쌀, 빵, 파스타, 감자 등 섬유질이 거의 없는 녹말류, 그리고 과일, 파이, 케이크 같은 당류는 몸에서 빠르게 단순당으로 변하는 탄수화물이다. 여기 섬유질, 단백질이나 지방이라는 옷을 입혀 몸속에 흡수되는 정도와 시간을 지연시키는 거다.
9 혈당 곡선을 완만하게 만드는 아침 식사를 하라.
공복 상태에서 섭취하는 음식은 빠르게 소화된다. 아침에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면 종일 허기와 피로를 더 크게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시리얼이나 잼을 바른 빵(탄수화물과 설탕)보다는 토마토와 양파를 다져 넣은 오믈렛(채소와 단백질, 지방)을 선택하는 거다.
10 간식을 먹어야겠다면, 덜 달게 먹어라.
과일이나 채소를 피넛 버터에 찍어 먹거나 견과류 한 줌을 먹는 식이다.
혈당 변화: 읽고 해석하기
사실 식곤증이나 피로감 같은 증상만으로는 내 혈당의 변화를 정확히 추적할 수 없다. 그리고 혈당을 체크하려고 매번 손가락을 찌르는 건 과거의 일이다. 2020년, 혈당을 분석하는 데엔 연속혈당측정기라 불리는 패치를 팔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는 피부 아래 삽입되는 길이 3mm의 섬유가 센서를 통해 세포 사이사이를 채우는 액체인 간질액에서 포도당 농도를 재어 스마트폰의 전용 앱 또는 수신기에 혈당값을 보여주는 기기다. 연속혈당측정기는 5분마다 측정할 수 있는데, 이는 식전이나 식후 혈당은 물론 24시간 동안 혈당이 목표 범위(70~180mg/dL) 내로 유지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24년 5월 현재까지 국내 허가된 연속혈당측정기에는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 덱스콤의 G7, 메드트로닉의 가디언커넥트, 아이센스의 케어센스 에어가 있다.
이를 활용한 혈당 다이어트 솔루션을 선보이는 곳 중 대표적인 게 ‘글루어트’와 ‘글루코핏’이다. 취재를 위해 두 브랜드의 프로그램을 2주간 체험해봤는데, 두 프로그램 모두 요즘의 다이어트 성공 공식 중 하나인 ‘기록을 통한 습관 성형’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연속혈당측정기가 보낸 데이터를 모바일 앱에 수집 및 기록해 기존 식습관과 운동 습관 속 문제를 파악한 다음, 영상이나 책자, 텍스트를 통한 교육과 코칭으로 교정을 거쳐 다이어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거다.
두 서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코칭 방식. 글루어트는 1:1로 매일 실제 전문가와 대화할 수 있어, 궁금한 점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 해결할 수 있었다. 반면 글루코핏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의 코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그래프가 식후 변화할 혈당 수치를 미리 예측해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돕는 거다. 실시간으로 궁금증이 생겼을 때는 글루코핏 사용자가 모인 단톡방의 집단 지성이 도움이 된다. 물론 다이어트 의지를 다지는 데도!
2주간 혈당 다이어트를 직접 체험하며 알게 된 사실 몇 가지
1 대체당 식품은 설탕보다 안정적인 혈당 수치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안도감에 점차 이런 음식으로 배를 채우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더불어 나한과와 알룰로스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칫 두통과 복통,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니 과용을 피한다.
2 한국 과일은 더욱 달콤하게 개량된 것이 많다. 진하고 깊은 단맛의 감홍 사과 하나가 끌어올리는 혈당 수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 망고,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처럼 달콤한 것보다 베리류나 귤류 같은 새콤한 과일을 선택하라.
3 애플 사이다 비니거 또는 ‘애사비’라 불리는 사과 식초엔 설탕이 들어간 게 많고, 발사믹 식초엔 캐러멜 색소가 첨가된 게 많다. 성분표를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할 이유다.
4 식후 운동으로는 걷기와 허벅지 안쪽 근육인 내전근을 활성화하는 근력운동을 하는 게 효과가 좋았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이들이라면 발목을 세워 종아리를 들어 올리는 카프 레이즈 운동을 추천! 투자 대비 고효율 운동이라는 논문도 있다.
5 오랜 시간 한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고 디저트나 술안주 등을 먹는 건 과식만큼이나 치명적이었다. 점차 올라가다 결국 스파이크를 친 혈당은 새벽까지 안정권으로 내려오지 않았으며, 이튿날의 혈당에도 영향을 미쳤다.
혈당을 둘러싼 최신 뉴스
<글루코스 혁명>이 출간된 지도 벌써 3년. 저자 제시 인차우스페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으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그는 자체 유튜브 채널 ‘글루코스 레볼루션’을 개설해 더 많은 이들에게 혈당 다이어트의 원리와 새롭게 발견한 사실을 업데이트하는 중이며(영상 속 인차우스페의 멋진 옷차림도 시선 강탈이니 한번쯤 들어가보길!), 자체 개발한 혈당 조절 알약 ‘안티 스파이크 포뮬러’의 론칭을 앞두고 있다. 식전 섭취 시 혈당 스파이크를 최대 40% 감소시키는 효과를 거둔 이 알약은 뽕잎과 레몬, 계피를 주성분으로 하며, 미국과 유럽 시장에 먼저 소개될 예정이라고. 카카오 헬스케어는 지난 2월 AI 기반 모바일 혈당 관리 서비스 ‘파스타’를 론칭, 지난 5월 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참이다. 주목할 포인트라면 파스타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등급 유헬스케어 게이트웨이 소프트웨어’ 허가를 획득한, 당뇨 환자에게 초점을 맞춘 서비스라는 점. 가족이나 지인과 혈당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능도 차별화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해왔다. 삼성은 올해 초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갤럭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 제품군에 비침습적 혈당 감지 및 혈압 모니터링 기능 추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5년 이내 혈당 모니터링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센서가 스마트 기기에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애플 협력사 로클리 포토닉스(Rockley Photonics)와 노우 랩스(Know Labs)는 지난해 9월 바늘이 필요 없는 혈당 모니터링 측정 기술을 선보여 당뇨인 사이에 이목을 끄는 중. 피로와 무기력감, 음식 갈망과 체지방 증가에서 시작해 2형 당뇨병, 다낭성 난소 증후군, 비만, 관절염과 우울증 등의 근본 원인이 되는 혈당 스파이크. 이를 관리하는 것은 단지 살을 빼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보다 지속가능한 건강을 유지하는 열쇠로 여겨진다. 혈당이 더 이상 당뇨인만의 관심사가 아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