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아니까

패션쇼에서는 스타일링도 옷만큼이나 중요하다. 가을/겨울 패션쇼에서 찾아낸 새로운 스타일링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해봤다. 그 결과는?

1 단추 대신 벨트
많은 디자이너가 겉옷의 단추를 곱게 채우는 대신 벨트로 몸을 꽉 조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루이 비통 쇼처럼 크고 넉넉한 코트를 몸에 알맞게 휘감은 다음, 얇은 가죽 벨트를 매치해 우아하지만 강인한 여성미를 뽐내는 것. 다음은 로샤스 쇼처럼 재킷의 허리를 두꺼운 벨트로 바짝 졸라매 모래시계 형태를 만드는 거다. 무슈 디올이 창조한 뉴 룩 실루엣을 재현할 수 있다.

Tip 재킷, 베스트, 코트까지 다양한 종류의 겉옷을 입어본 결과 벨트를 두를 때에는 두툼하게 질감이 살아 있는 소재가 이상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트위드나 울 소재가 좋은데, 특유의 까칠한 질감 때문에 벨트가 쉽게 흘러내리지 않는다.

2 그 백 내 품 안에
일반적으로 클러치백을 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다섯 손가락으로 클러치백의 밑부분을 꽉 움켜쥐거나, 옆구리에 끼거나, 얌전하게 두 손으로 들거나. 클러치백이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요즘, 그동안의 방법에서 벗어나, 세로로 길게 세워 가슴에 품듯 들어보길. 마르니, 프로엔자 스쿨러, 세린느, 랑방 등 많은 쇼에서 선보인 방식이다.

Tip 일단, 가방 안의 내용물이 뒤죽박죽 섞인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시도해볼 만하다. 클러치백은 직사각형 형태가, 단단하게 모양이 잡힌 것보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디자인이 좋다.

3 화이트 셔츠의 변신
옷차림의 완성도를 높이는 건 작은 디테일이다. 세심하게 스타일링한 흔적이 보일 때 비로소 세련돼 보인다. 담백한 화이트 셔츠에 크고 대담한 목걸이를 더하는 것처럼 말이다. 드리스 반 노튼 쇼처럼 셔츠의 깃을 빳빳하게 세운 뒤 큼직한 크리스털 목걸이를 더해보자. 자주 입는 화이트 셔츠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이런 식으로 변신을 꾀할 수 있다.

Tip 셔츠 깃을 약간 구겨서 입으면 새로운 멋을 느낄 수 있다. 빳빳한 면 소재 셔츠를 골라야 셔츠 깃을 단단히 세울 수 있다. 옷 매무새를 수시로 가다듬어야 한다는 게 함정이다.

4 안에 입는 카디건
평범한 카디건은 프라다 쇼에서 혁명에 가까운 방식으로 연출되었다. 도톰한 니트 카디건을 소매가 없는 겉옷 ‘안’에 입는 옷차림을 제안한 것. 카디건 단추를 두세 개 풀고 어깨에 자연스럽게 흘러 내리도록 연출하면 무척 우아하게 보인다.

Tip 레이온이나 실크처럼 가볍고 얇은 카디건은 힘없이 축 처지기 때문이 맵시가 나지 않는다. 도톰한 울 소재 니트 카디건이 안성맞춤이다. 두꺼운 벨트를 허리에 두르면 허리가 훨씬 잘록해 보인다.

5 양말인가, 부츠인가
하이힐에 두툼한 양말을 신어 부츠처럼 보이게 하는 양말 스타일링이 대세다. 알렉산더 왕 쇼처럼 하이힐에 니트 양말을 덧신으면 흡사 니트 부티를 신은 것처럼 보인다. 드리스 반 노튼 쇼와 같이 이브닝 샌들에 앙고라 양말을 신으면 앵클 부츠를 신은 것 같은 눈속임을 할 수 있다.

Tip 핵심은 도톰한 니트 소재의 양말이다. 도톰한 질감이어야 반듯하게 보여 실제로 부츠를 신은 것처럼 보인다. 니트 특유의 푹신한 느낌이 편안할 뿐 아니라 발을 보호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단, 눈이 쌓이는 겨울이 오기 전까지 누릴 수 있는 호사다.

6 관능적인 V 라인
이번 시즌 두드러지는 스타일링 중 하나가 어깨를 드러내는 거다. 그중에서도 가슴선을 노출하는 브이넥 드레스는 그 한 벌만으로도 섹시함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여름에 즐겨 입은 브라렛을 곁들이면 절묘한 옷차림이 완성된다. 어깨 부분이 쉽게 늘어나는 니트 소재를 고르고 어깨끈을 자연스럽게 내리면 더 멋지다.

Tip 보기에는 멋지지만 선뜻 입게 되지 않는 어려운 옷차림이다. 모델처럼 브이넥 드레스를 내려 입으니 어깨가 넓어 보였다. 터틀넥 스웨터를 안에 더하면 부담스러움이 완화된다. 옷핀으로 양쪽 어깨를 살짝 고정하면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7 터틀넥 목걸이
목에 착 감기는 초커 형태의 목걸이가 눈에 많이 띈다. 랑방 쇼에서는 체인 목걸이를 여러 겹 더한 스타일이, 세린느 쇼에는 간결한 금속 목걸이가 스타일에 힘을 더하는 액세서리로 중요하게 다뤄졌다. 목걸이의 중요성은 샤넬 쇼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긴 머리를 차분히 빗어 내리고, 머리카락 위에 목걸이를 더해 마치 머리카락이 터틀넥처럼 보이는 참신한 목걸이 연출법이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Tip 이 스타일의 치명적인 결함은 쇼트 커트나 짧은 단발머리에는 불가능하다는 것. 샤넬 쇼처럼 금속 체인 목걸이를 머리카락 위에 걸치니 컬렉션장 앞 패션 피플이 시도할 독특한 패션이 완성됐다. 하지만 목걸이 무게 때문에 목이 좀 뻐근했다. 오래 착용하려면 금속 대신 플라스틱이나 고무처럼 가벼운 소재를 선택하길.

8 안에 입는 재킷
얼핏 보면 검은색 블라우스를 입은 것 같지만 사실은 얇은 재킷이 만들어낸 착시 효과다. 얇은 소재의 재킷을 볼륨 있는 스커트 안에 넣어 입고, 벨트로 간결하게 고정하면 우아한 멋을 낼 수 있다. 화려한 주얼리와 클러치백을 들면 이브닝 룩으로도 손색없다.

Tip 재킷은 몸을 타고 흐르는 얇은 소재를 골라야 둔탁해 보이지 않는다. 재킷 위에 오버사이즈 코트나 카디건을 걸치면 멋 내기가 한결 수월하다. 상하의의 컬러와 프린트가 비슷해야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겉옷은 꼭 ‘밖’에만 입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것.

9 허리 위에 두르기
올가을에는 허리에 ‘무언가’를 두르는 게 세련돼 보인다. 엠마누엘 웅가로 쇼에서는 셔츠처럼 보이는 얇은 코트를 허리에 묶어 랩 스커트처럼 연출했고, 지방시 쇼에서는 집업 점퍼의 지퍼를 조절해 페플럼 장식처럼 만드는 실험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Tip 치밀하게 계산한 스타일링 기술이 필요하다. 팬츠 위에 니트 스웨터를 질끈 묶는다면, 짜임이 촘촘한 것을 고른다. 니트의 짜임이 엉성한 것은 금세 흘러내려 볼품없어 보인다. 지방시 쇼처럼 겉옷을 페플럼처럼 활용하려면 컬러와 프린트를 통일한다. 그래야 누가 봐도 어색하지 않고 한 벌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몇 번 시도하면 금세 익숙해진다.

10 인어공주 실루엣
지난 시즌에는 스커트와 팬츠를 동시에 입는 게 인기를 끌었다. 이번 시즌에는 롱 드레스 안에 맥시 스커트를 겹쳐 입는 방식이 인기를 모을 전망이다. 몸에 적당히 달라붙는 롱 드레스에 밑단이 풍성하게 퍼지는 맥시 스커트를 입으면, 자연스럽게 스커트 밑단에 주름이 잡히면서 마치 러플 장식처럼 보인다. 이렇게 하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스커트 밑단으로 향해 키가 커 보인다.

Tip 맥시 스커트 위에 니트 드레스를 입었더니 전체적인 실루엣이 울퉁불퉁해 보인다. 니트 소재 대신 가죽 드레스나 롱 코트를 입었더니 길고 가는 실루엣이 살아났다. 안에 받쳐 입는 스커트는 가벼운 소재를 고르면 좋겠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시주희
    포토그래퍼
    KIM WESTON ARN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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