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FOR CHANGE /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목소리 1
이상한 날씨가 매일 이어집니다. 지금 이 순간도 위기 속에 빠져 있는 우리들.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환경보호 실천을 고민하는 저스트엔터테인먼트 배우의 모든 목소리.
저스트엔터테인먼트의 배우들은 어디에나 있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는 이들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곧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공개되는 윤계상은 깊은 바닷속에서 폐세탁기를 마주했을 때의 황망함을 떠올렸다. ‘그레이스’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김주령은 딸이 자신의 환경 스승이라고 말하고, <범죄도시> 장이수와 <SNL>의 제이환으로 화제를 모은 박지환은 늘 자연 앞에 겸손하려 한다. 모든 배우의 스승이 된 길해연은 시간이 날 때마다 청소를 하러 다니고, 김상호는 연기하지 않을 때 텃밭을 일군다. 서현우의 일상은 분리수거를 빼놓고 말할 수 없고, 오승훈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일회용품의 대안을 고민한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얼루어>의 기후 위기 화보와 탄소발자국 챌린지, 그리고 국제 인도주의 단체 컨선월드와이드(컨선)의 기후 위기 캠페인에 함께한 이유는 한 가지다. 이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생명은 이 지구상에 아무것도 없으니까.
| 윤계상 |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나요?
아주 많아요. 하지만 저는 환경을 얘기하기에는 생활적으로 너무 부끄러운 사람이라 제가 이런 자리에서 얘기해도 될지.
현장에서 항상 텀블러를 사용하고 일상에서 전기자전거를 즐겨 탄다던데요?
그렇긴 한데, 그건 제가 재미있어서.(웃음) 그래도 배달 주문할 때는 일회용품 안 받기를 체크합니다. 가능한 한 일회용품을 안 쓰고 재사용 가능한 제품을 선택하고요. 머리가 아프기 전까지 다이빙을 오래 했어요. 바다 속 쓰레기를 치우곤 했죠.
바닷속이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죠?
정말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있어요. 세탁기도 본 적 있죠. 어떻게 이런 것들이 바닷속에 있지? 산호가 파괴된 걸 직접 보면 마음이 더 아파요. 인간의 손이 닿는 곳은 정말 지저분하고,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개인의 실천만큼 기업이움직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면서 생명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나요?
모두 세 마리고 셋 다 11살 동갑이에요.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건 진짜 부지런해야 된다는 걸 알았죠. 때로 정말 힘들지만 아이들이 주는 기쁨도 대단하죠. 너무 많은 걸 느껴요. 이제 보낼 때는 어떨까 걱정이 됩니다. 한 친구가 구강암에 걸린 적도 있는데, 수술이 잘되어서 지금은 완치됐어요. 그러다 보니 동물권에 대한 생각에 너무 빠졌어요. 아직 용기가 없어 생각만 하지만 몰입 이상입니다.
환경과 기후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어디서 얻나요?
너무 많은 정보를 매일 찾아보는데, 주로 유튜브를 이용해요. 계속 보다 보니 사람이 좀 이상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인간이 가진 시간이 길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니 신념을 갖고 행동하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저도 실수할 때가 많지만.
기후 위기를 언제 실감하나요?
서울의 열대야는 정말 지독하죠. 홍수도 매년 발생하고요. 곧 정말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 괜찮은 것 아닐까?’란 생각이 제일 위험한 것 같아요.
곧 넷플릭스를 통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공개되죠? 어떤 작품인가요?
재밌는 작품이고, 오랜만에 조금 작품적인 작품이지 않나?(웃음) 되게 인간적인 이야기예요. 우리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루죠.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어려웠지만, 촬영 후에는 자부심이 생기는 작품이었어요.
이상한 날씨가 매일 이어집니다. 지금 이 순간도 위기 속에 빠져 있는 우리들.
| 김주령 |
기후 위기를 주제로 화보를 찍어 보니 어떤가요?
이 프로젝트 때문에 저도 환경 공부를 했어요. 어떤 자료에는 2030년까지 지구의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제 6년밖에 안 남았어요. 딸도 있다 보니 이런 문제가 정말 크게 와닿아요. 이 화보로 관심의 씨앗이 널리 퍼지면 좋겠습니다.
공부를 하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나요?
디지털 기기가 환경오염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요. 제일 많이, 매일 쓰는 거잖아요. 습관적으로 동영상을 재생하고, 메일함에 메일을 쌓아두는 사소한 게 모두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결국에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어요.
현실을 알고부터 바뀐 습관이 있나요?
원래도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운전을 잘 하지 않았어요. 운전이 좀 미숙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너무 잘되어 있잖아요. 기후동행카드도 있고요. 최근에 디지털 기기의 영향에 대해 알게 되면서 TV나 노트북을 사용하고 바로 끄는 습관이 생겼죠. 생수를 살 때는 라벨 없는 걸 일부러 골라요. 촬영 현장에 커피차가 오는 게 유행인데, 그곳에서 사용하는 용기를 바꿔보면 어떨까 싶어요.
컨선 코리아에 내레이션으로 재능 기부를 하기도 했죠.
제안해주신 것에 되레 감사했어요. 그런 의미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컨선 코리아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단체예요.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데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도 그중 하나죠. 그걸 계기로 꾸준히 기부를 이어가게 됐어요.
기후와 계절의 변화를 즐기나요?
임신 6개월 때 남편 유학을 따라가서 아이를 LA에서 낳았거든요. 당시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때 날씨가 저를 많이 위로해줬어요. 아이와 산책을 하면 그 자체가 힐링이 되었죠. 연극 중에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라는 작품이 있는데, 정말로 날씨에 따라서 사람의 마음이 변해요. 더 이상 그 기쁨을 만끽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죠.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날씨를 대체할 수는 없어요.
흥미롭게 본 환경 관련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인스타그램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팔로우하는데, 환경 관련된 내용을 자주 올리더라고요. 환경운동가가 된 디카프리오만큼은 못하더라도 늘 보면서 자극받아요. 제 가장 좋은 스승은 딸이에요. 초등학교 5학년인데, 요즘은 학교에서 환경에 대한 걸 많이 배우더라고요. 교육이 정말 중요한 걸 딸을 통해 느낍니다. 동 단위로 환경 교육, 분리수거 교육을 해보면 어떨까요.
에너지가 방전된 것 같다고 느낄 때는 어떻게 충전하나요?
배우 일이라는 게 정해진 시간을 두고 매일매일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두세 작품을 같이 해도 충분히 쉴 시간은 있어요. 사실 시간이 있어도 제대로 쉬는 분은 없으실 거예요. 계속 스마트폰을 보거나 다른 생각을 하죠. 아무것도 안 하고 30분만 쉬어보세요. 그게 진정한 휴식이죠. 아무리 바빠도 30분은 쉴 수 있잖아요.
| 박지환 |
어떤 환경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나요?
해양오염요. 바다에 사는 종이 인간이 남긴 쓰레기로 고통받는 걸 보면, 가장 유해한 존재는 인간이 아닌가 싶어요. 저 역시 환경주의자까지는 아니고 자연을 좋아하는 한 사람일 뿐이지만, 지키려고 애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요. 그래서 이런 캠페인이 있다면 참여하는 게 순환이라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어떤 실천을 하나요?
오지 여행을 가끔 다니는데, 그런 곳에서 70년도 넘은 쓰레기를 만나죠. 인간의 손은 어디에나 뻗쳐 있구나. 저는 등산을 좋아하니, ‘클린 등산’을 합니다. 보이는 쓰레기를 주워서 하산하는 거죠. 어디를 가도, 가능한 한 어떤 것도 남기지 않으려고 해요. ‘처음 갔을 때 모습 그대로 떠나기’죠. 남이 두고 간 것도 같이 주워 올 때도 있고요, 다 들고 돌아와 집에서 버려요.
농업에도 관심이 많죠?
예전에 연극하던 시절, 돈이 없을 때 상추하고 고추, 깻잎을 키웠어요. 밥과 쌈장만 있으면 먹을 수 있으니까. 그거에 대한 고마움을 잘 알죠. 되게 재밌는 게, 도시가 아무리 발전해도 아파트 화단이라든가 화분 안에 어머니들이 상추를 심어요.
더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늘 염두에 두는 건 꽃과 나무를 심는 것. 꿀벌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요. 꿀벌이 사라지면서 자연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친구와 한참 나눴죠. 영월에 나무를 심곤 하는데, 나무를 통해 자연의 위대함을 느껴요. 죽은 것 같지만 항상 살아 있어요. 꽃이든 풀이든 바람이든, 그 모든 환경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할 수 있다면 늘 괴롭다고 할 거예요.
어떤 나무를 심고 있어요?
무조건 작은 걸 심어요. 돌배나무도 심었는데, 처음에는 나무젓가락만 하던 게 2년 반 만에 지금 제 키만 해요. 대나무도 심었는데, 죽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한 3년 만에 갑자기 본색을 드러내고 성장해요. 퀸텀 성장이라든가? 죽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땅에서 엄청난 작용을 하는 거죠. 그런 걸 보면 우리는 참 보잘것없죠.
기후 위기 속을 살아가며 또 어떤 고민을 하나요?
사실은 공존할 수 없는 게 인간하고 자연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하고 동참하지 않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대단한 실천가는 아니지만, 세상으로부터 무언가 받은 사람은 그것을 다시 무조건 돌려내야 한다고 믿어요. 그게 순환인 것 같아요. 자연은 우리가 무서울 만큼 폭력적이에요. 지구는 자정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 스스로 비틀어지고 치유할 테니까요. 저는 그게 자연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WWA(세계기후특성)에 따르면 동아프리카 가뭄 발생 가능성은 기후변화로 인해 100배 이상 높아졌다.
| 김신록 |
최근 환경 변화를 새삼 깨달은 적이 있나요?
얼마 전 베니스 여행을 다녀왔는데, 점점 더 물에 잠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물에 잠기고 있는 투발루, 몰디브, 베니스 같은 곳을 생각하게 됐어요. 작년 KBS <지구 위 블랙박스>에 참여했는데, 그때 환경 이슈도 다시 한번 떠올려봤습니다.
다양한 환경 활동에 적극적인가요?
저 역시 보통 사람이에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정도죠. 하지만 프로그램이나 <얼루어>와의 프로젝트처럼 환경과 관련한 제안을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임해보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적 특성을 이용해 좋은 뜻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일상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나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해요. 확실히 탄소 발생에 자동차 이용이 큰 부분을 차지하니까요. 고등어, 삼겹살 구워 먹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죠. 실천할 수 있는 부분, 또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이니까 개인 자가용을 조금 덜 이용해보자고 노력해요. 또 재활용도 신경 쓰죠. 특히 복합 재질에 대해서 저희 남편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거든요.
환경 관점에서 요즘 촬영 환경은 어떤가요?
버려지는 세트도 고민할 문제죠. 연극 무대에도 정말 많은 소비재가 들어가요. 재활용 자재를 이용해서 무대를 쓰거나 소품 같은 것을 다 돌려 쓰고 아나바다 같은 노력을 하는데, 촬영장은 아직 갈 길이 멀죠. 임세미 배우처럼 ‘다라이’를 가져가서 본인이 미숫가루를 타 먹지 않는 이상 누가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저도 평소에 텀블러를 2개 가지고 다닙니다. 하나는 음료용, 하나는 물. 그리고 씻어 쓰는 빨대요. 촬영장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이 정말 쉽거든요.
환경에 대해 또 어떤 생각을 해요?
자연과 내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고, 내가 건강하게 잘 사는 것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건강을 위해서 걷고, 그게 또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거죠. 자연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요.
매일 달라지는 날씨만 봐도 기후 위기를 알 수 있죠.
미세먼지를 아침마다 체크하는 일. 저 어릴 때는 없던 일이죠.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가 정말 현실이 되는 게 아닌가. ‘이상기후’라고 칭하는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적응해가거든요. 일교차가 너무 크고, 여름이 길고 봄·가을이 너무 짧은 것도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죠. 우리가 할 일은 사실은 더 큰 관점에서 세계의 연결성을 바라보는 일이에요. 변화하지 않는 자연이라는 건 없으니까 어떤 변화가 일어나면 좋겠는지를 생각해봐아죠. 이 세상도 엄청나게 변할 텐데 자연과 함께 우리가 어떤 윤리의식을 가져야 할까? 어떻게 이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고, 어떤 큰 변화를 꿈꾸어야 할까? 계속 질문해봐야 해요. 변화는 정말 가속화될 거고 우리 삶이 이렇게 급변하는데 환경을 그대로 붙잡아둘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세상에서 예술은 어떤 역할을 담당할까요?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는 배경이 되기도 하고요.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이 떠오르네요. 1962년에 출간됐는데, 생물학자인 작가가 제초제(DDT)의 무분별한 사용과 그 악영향, 인체에 끼치는 피해를 고발한 책이죠. 그 책으로 제초제에 대한 경각심이 일면서 관련 법이 생기고 사용이 전면 중단됐어요. 문학으로 세상이 바뀐 것처럼, 그런 새로운 변화와 발상을 상상할 수 있는 힘. 유토피아를 꿈꾸기에는 어려운 시대죠. 디스토피아에 대한 상상이 오히려 쉽죠. 그래서 계속 유토피아를 꿈꿔야 할지도요. 우리가 어떤 유토피아를 꿈꾸는가? 그리고 그 가능한 유토피아란 무엇인가? 그게 서사나 콘텐츠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전 세계의 사망자 10명당 1명이 대기오염의 영향으로 사망한다.
| 길해연 |
오늘 저스트 소속 배우들이 모두 모였네요.
매체와 단체가 이런 화보를 같이한다는 데에 너무 놀랐어요. 기쁘게 동참했고요. 극 중 배역이 아닌 이렇게 배우의 생각을 보여주는 기회도 귀해서 신이 났어요.
평소에도 환경 관련 활동에 열심이라면서요?
환경에 대한 인형극 대본을 쓴 적도 있고, 요즘은 ‘성난 고래’라는 모임에서 청소하러 다녀요. 영화 <돌핀> 찍고서 소녀시대 유리하고 또 다녀왔어요. 원래 저만 가는 거였는데 “나 청소하러 간다”고 했더니 <돌핀> 팀들이 함께해줬죠. 청소하러 가보면 정말 심각해요. 귀찮고 불편하니까 모른 척하는 거죠.
직접 참여해보면 느껴지는 게 다르죠?
바닷물에서 쓰레기 건지며 우리는 이제 어떡하나 싶었어요. 눈으로 봐야 위기의식이생겨요. 그 스티로폼 하며. 그걸 파내고 파내는데, 온 힘을 다해 끌어올려도 다 안 끝나는 거예요. 저 사흘간 밥 못 먹은 적도 있거든요. 그 스티로폼을 물고기들이 먹고 또 우리가 먹어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죠. 무서운 일이에요.
어떤 실천이 더 필요할까요?
정책적인 부분이 크다고 봐요. 쓰레기 종량제 실시한 지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말이죠. 정책적인 규제를 해야지, 누구 하나 애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
배우의 상상력으로 정책을 하나 만들어본다면 뭘 하겠어요?
재미 삼아 말해본다면, 거리에서 일회용품 손에 들고 다니면 벌금! 돈이 일단 걸려야 돼.(웃음) 일회용품 사용도 다 편의 때문인 거니까요. 텀블러도 가지고 다니면 좋겠지만 또 그 텀블러도 너무 많이 갖고 있어요. 텀블러도 썩는 데 오래 걸려요. 텀블러를 막 모으고 있다면 왜 텀블러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잊은 거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보람도 느끼나요?
강원도에 산불 크게 났을 때요. 다 타버린 그곳에 비료를 뿌렸어요. 민둥산을 실제로 보니 너무 끔찍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이후로 많이 자라났어요. 인간이 무언가를 무너뜨려도 자연은 자생적으로 회복해요.
많은 배우들의 스승입니다. 무대에서는 또 어떤 고민을 하나요?
세트를 안 쓸 수는 없으니 연극, 영화, 드라마가 같이 쓸 수 있도록 공간을 주고 거기서 관리하면 좋겠어요. 이제는 그런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연극은 예술의 근간이기 때문에 그 몫을 해내야 하는 거죠. 요즘은 <햄릿>을 준비하고 있는데, 85세 된 선생님들하고 같이하다 보니 제가 거기에선 애예요. 나이는 다 같이 먹는 거예요. 나는 이제 또다시 시작하고, 앞서간 선생님들은 제게 희망이죠. 나도 나이 들어서 저렇게 할 수 있겠다. 그 희망을 가꿀 용기를 갖습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앞으로 10년 안에 북극 빙하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오승훈 |
빙하의 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소품으로 얼음을 준비했는데, 많이 차가웠죠? 배우로서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정말 위기를 느끼며 얼어버렸어요.(웃음) 저는 항상 생각해요. 제 무대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작품을 보시고 관객이 느끼는 어떤 위로나 희망을 갖는다든가 어떤 좋은 에너지를 받는 게 고스란히 느껴져요.
카페를 운영 중이죠? 거기선 어떤 고민을 하나요?
심지어 테이크아웃 전문이에요. 분리수거 열심히 하고 전기를 정말 아껴요. 그런데 일회용품에 대해선 고민이 너무 많아요. 제가 제작할 수도 없는 거고…. 저 역시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모순적이더라고요. 그래서 늘 대안을 찾으려고 해요. 이번 <얼루어> 화보도 저를 한 번 더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최근 부쩍 경각심을 느낀 환경문제가 있어요?
산처럼 쌓인 헌 옷 쓰레기를 보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아무렇지 않게 입고 버리는 옷이 결국은 저렇게 되는구나. 헌 옷을 분리배출할 때는 다들 좋은 용도로 재사용될 거라고 기대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다른 어딘가에서 쓰레기 산, 쓰레기 강이 된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어서 탄식이 막 나오더군요. 적게 소비하는 것만이 답 같아요. 저는 무엇보다 본질이 중요하거든요. 이런 걸 알게 되면 정말 오래 고민하는 편이에요.
오승훈에게 본질은 뭘 말하나요?
진심과 진정성 없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믿어요. 커피 사업도 금전적으로 덜 남길지언정 함께하는 멤버들이 중요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진심으로 일할 수 있고, 손님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전달되겠죠. 그게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 브랜드 이름이‘Coeur’, 프랑스어로 ‘마음속 깊은 진실’이라는 뜻이에요. 그런 본질이 제 삶과 일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예요. 환경도 우리 삶의 본질 중 한 가지겠고요.
그런 본질, 진정성에 다가가기 위해선 또 뭐가 필요할까요?
용기. 용기가 나려면 내 안에 쌓여 있는 게 있어야겠죠. 그래야 자신감이 붙고 도전해볼 수 있는 원동력과 힘이 생기죠. 평소에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가 곧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배우는 사람이 재료잖아요. 연기하는 사람이기에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속을 잘 쌓아놔야 연기할 때 반짝이는 걸로 표현이 될 테니까요. 곧 공개될 <삼식이 삼촌>에서는 처음으로 부유한 재벌집 막내아들 역을 맡았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행복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