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패션 코리아 <1>
K- 팝, K- 뷰티에 이어 K- 패션에 주목할 때다.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의 2014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다녀온 패션 에디터들이 그 이유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1 Go! Ko!
해외 컬렉션을 누비는 또 한 명의 한국인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가 탄생했다. 그의 이름은 고훈철. 코(Ko)라고 불리는 그를 만났다.
우리에게 당신의 이름은 아직 낯설다. 짧게 자신을 소개하자면? 골드 스미스 대학교에서 포토그래피 미디어 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28세의 고훈철. 한국에서 원예를 전공했지만, 사진에 대한 열망을 포기할 수 없어 런던에 사진 유학을 왔다. 스트리트 사진가가 된 계기는? 런던 거리에는 멋진 사람이 많다. 빈티지 의상으로 멋을 낸 아가씨부터, 클래식한 트렌치 코트를 입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사람에게 스타일을 배운다. 그들의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멋이 좋아서 2012년부터 스트리트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위미리(Wimiry)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수많은 스트리트 사진가 사이에서 당신만의 차별화 전략은?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도록 ‘코’라는 이름을 쓴다. 짧고 명료해서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다고 하더라. 남들이 다 찍는 유명 인사보다 개인의 고유한 스타일이 느껴지는 패션 피플을 포착하는 편이다.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알렉산드로 스쿠아루치. 밀라노와 볼로냐, 피렌체 등에서 쇼룸을 운영하는 그는 이탈리아 남자의 표본이다. 중후한 슈트와 섹시한 캐주얼 룩을 모두 즐기는 그에게서 중년 남자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작년 밀라노 패션 위크 기간 시내에서 피자 가게를 찾던 중 우연히 알렉산드로 스쿠아루치를 만났다. 나도 모르게 얼른 카메라를 꺼내서 촬영했는데, 이를 계기로 그와 친구가 되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알레산드로 스쿠아루치와 개인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패션 위크를 누비며 ‘코’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다.
2 아홉 번째 컨셉코리아
한국 디자이너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컨셉코리아’. 올해로 아홉 번째 시즌을 맞은 컨셉코리아는 쇼를 선보이는 ‘메인’과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프리’로 구성된다. 링컨센터에서 열린 메인 쇼에서는 ‘문화를 아우르다’라는 주제로 이석태, 최복호, 고태용, 박윤수 총 4인의 디자이너가 각 12벌을 선보였다. 좀 더 자유로운 형식으로 컬렉션을 선보이는 프리에 참가한 디자이너는 김서룡, 계한희, 김홍범. 특히 자신의 브랜드 카이가 뉴욕에서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계한희는 첫 번째 단독 쇼를 열어 극찬을 받았다.
3 곽지영의 도전
1년 전부터 꾸준히 해외 컬렉션에 얼굴을 비친 모델 곽지영. 다른 한국 모델들이 하나둘씩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여전히 신인 모델이었다. 하지만 2014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그녀가 드디어 주인공이 됐다. 한국 모델 중 가장 많은 런웨이에 선 것이다.
해외 컬렉션에 진출한 계기는? 소속사에서 갑자기 연락을 줬다. 내일 해외 에이전시와 미팅이 잡혔는데 오겠냐고. 그래서 어떤 에이전시인지 묻지도 않고 다음 날 미팅을 갔는데 알고 보니 그 에이전시가 ‘파리 엘리트’였고, 담당자들이 나의 가능성을 봤다. 시기상 뉴욕 컬렉션 일정은 맞추지 못했고 런던 컬렉션부터 시작했다. 해외활동 첫 시즌의 성적이 궁금하다 2013년 가을/겨울 시즌엔 런던에서 크리스토퍼 케인, 리차드 니콜, 모스키노 칩앤시크의 쇼에 섰고, 뒤이어 파리에서도 언더커버, 알렉시스 마빌, 마니시 아로라, 비비안 웨스트우드, 로에베, 존 갈리아노의 쇼에 섰다. 그 뒤로 점점 더 많은 쇼에 서지 않나? 특히 이번 시즌 한국 모델들이 거의 쇼에 서지 않은 것에 비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샤넬 컬렉션은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섰고 동양인 모델 최초로 까르벵 컬렉션에 올랐다. 드리스 반 노튼과 저스트 카발리도 두 시즌 연속 런웨이에 올랐다. 지난 시즌까지는 계속 긴장하고 있었는데, 이번 시즌도 잘 되니까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외국에서 한국 모델을 만나면 몇 배로 반갑다. 지혜 언니는 국내에서 화보 촬영도 몇 번 같이 해봤지만,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성희 언니는 해외에서 처음 만났고. 그런데도 내가 처음 뉴욕에 갔을 때 언니들이 먼저 다가와서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다. 지혜 언니가 한인 타운에 데려가서 밥은 어디가 맛있는지, 반찬은 어디서 사면 좋은지. 그런 생활 정보를 꼼꼼히 알려줬고, 성희 언니도 같이 밥도 먹고, 쇼핑도 했다. 지난해 11월 중순에 뉴욕에 머물 때 살던 집에서 쥐가 나와서 집을 나왔는데 그때도 언니들이 며칠간 재워줬다. 앞으로의 꿈은? 좀 더 멋진 모델이 되는 것! 해외 컬렉션에서도 계속 활약하고 싶고, 어린 모델들이 본받을 수 있는 멋진 모델이 되고 싶다.
4 관심 있어요
밀라노 두오모 근처, 5층에 이르는 대규모 멀티숍 엑셀시오. 최근 밀라네제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이곳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의 옷을 발견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또 다른 멀티숍 ‘안토니아’의 오너이자, 엑셀시오와의 협업으로 전체 브랜드 구성을 책임지고 있는 안토니아 지아친티에게 한국 디자이너들에 대한 관심을 물었다.
어떻게 한국 디자이너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드민의 디자이너 장민영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장민영은 언어적인 부분이나 감성적인 부분에서 이탈리아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피팅이 좋은 우아한 실루엣의 의상이 그렇다. 지금 엑셀시오에서 전개하고 있는 한국 디자이너는? 지금 확정된 디자이너는 드민밖에 없다. 스티브 J&요니 P와는 제품 구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드민은 온라인 숍을 통해서도 판매 중이다. 밀라노에서 한국 디자이너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지? 한국 가요의 인기가 패션의 관심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곳에서도 지드래곤 같은 가수들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패션이 ‘쿨’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MSGM을 좋아하는데, 한국 디자이너들 중에서 MSGM 같은 느낌을 가진 브랜드가 많은 것 같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위트 있는 디자인 말이다. 밀라노 진출을 생각하는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도움말을 주자면? 딱히 밀라노가 아니더라도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옷이 좋아야 하지 않을까. 나머지는 부가적인 부분이다. 본인이 진출하고자 하는 도시의 분위기나, 언어, 문화를 알고 있다면 도움은 되겠지만, 그 밑바탕에는 자신의 개성을 담고 소비자와 호흡할 수 있는 디자인이 있어야 한다.
5 Street Queen
뉴욕 컬렉션과 파리 컬렉션에 멋지게 차려입은 동양인이 나타났다. 지난 시즌 ‘나영 킴’을 외치던 스트리트 사진가들이 이번엔 ‘아이린’을 외쳤다. 주목받는 한국 신인 모델에서 이제는 컬렉션에서 옷 잘 입은 패션 피플로 변신한 아이린의 룩은 바로 이것!
6 Director’s Cut
미우 미우는 2011년부터 당대 최고의 여성 감독을 선정, 여자에 대한 각자의 시선을 단편영화로 담는 우먼스 테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곱 번째 우먼스 테일 시리즈의 제목은 <스파크 앤 라이트(Spark & Light)>로 한국계 미국인 감독 김소영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열두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그녀는 인디 영화계의 스타 감독이다. <스파크 앤 라이트>는 주인공이 병원에 있는 엄마를 만나러 가는 도중 차가 고장 나 눈길에 갇힌 10분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죽음을 예감하는 순간이 아이슬란드의 서정적인 풍경과 어우러져 그림처럼 펼쳐진다. 지난 2월 11일,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는 이 영화의 첫 시사회가 열렸다. 감독 김소영은 물론, 주연 배우 라일리 코프를 비롯해 알렉사 청, 헤일리 스테인필드 등 셀러브리티가 참석해 그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7 파리의 톰 그레이하운드
파리 패션 위크가 한창 진행되던 어느 날 밤, 마레 지구의 생통주 거리에 전 세계에서 온 패션 피플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한적한 파리의 밤을 신나는 음악과 축제 분위기로 물들인 흥겨운 파티의 호스트는 바로 한섬. 한섬의 대표적인 콘셉트 스토어 ‘톰 그레이하운드 다운스테어즈(이하 톰 그레이하운드)’의 파리 매장 오픈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지난 몇 년간 모델,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 한국의 패션 인력은 꾸준히 해외 진출을 이어갔지만 콘셉트 스토어의 경우는 톰 그레이하운드가 처음이다. 총 130평 규모의 복층으로 구성된 파리 매장은 알렉산더 왕, 사카이, 랙앤본 등 현재 패션계를 달구는 핫한 브랜드를 비롯해 화이트 마운티니어링 같은 지금까지 파리에 소개된 적 없는 아시아권의 브랜드까지 총 50여 개 브랜드의 제품을 선보인다. 흥미로운 건, 시스템과 타임, 덱케 등 한섬 자체 브랜드도 입점했다는 것. 매장의 2층은 톰 그레이하운드 독점 브랜드의 쇼룸을 함께 운영하며 아시아권 브랜드의 유럽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예정이라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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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김미주, 패션 에디터 / 시주희, 패션 에디터 / 박정하
- 포토그래퍼
- KIM WESTON ARNOLD
- 기타
- 사진출처 / Ko, Concept Korea, Exselcio, Jiminism, Miu Miu, Tom Greyhound, Dgnak, Heo Hwan Simulation, Rejina Pyo, Ji Oh, Dr. Jart, LVMH Prize, M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