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룩의 두 얼굴
간결한 시티 스포츠 룩과 화려한 장식의 스포츠 쿠튀르 룩. 올봄 디자이너들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스포츠 룩을 선보였다.
매년 시즌에 상관없이 런웨이에서 스포티즘의 영향력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봄/여름 시즌에는 디자이너가 스포티즘을 본격적으로 ‘갖고 논다’는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반투명의 오간자와 시폰, 바스락거리는 면 소재 등 가벼운 소재를 사용한 시티 스포츠 룩은 지난 시즌에 이어 여전히 런웨이를 주름 잡았고, 초강력 트렌드인 ‘예술 지상주의’는 스포츠 룩에도 영향을 미쳐 예술적 감성의 스포츠 쿠튀르 룩이 대거 선보였다.
우선 시티 스포츠 룩부터 살펴보자. 완성도 높은 옷차림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요소를 기억해두면 좋겠다. 시티 스포츠 룩을 세련되게 즐기기 위한 핵심적인 요건은 흰색, 검은색, 회색처럼 모노톤을 기본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전체 옷차림을 모노톤으로 통일하면 고급스러워 보인다. 다른 색을 사용할 때에는 녹색이나 주황색처럼 밝고 따뜻한 색상이 제격인데, 이런 색은 모노톤 색상을 더 또렷하게 해주면서 옷차림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때 주의할 점은 밝은 색이 흰색이 차지하는 면적보다 작어야 세련돼 보인다는 것이다. 라코스테 컬렉션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간결한 실루엣의 점퍼와 팬츠, 슈즈까지 흰색으로 통일한 옷차림부터 주황색 선 장식의 회색 원피스까지 색상의 비율에 따라 풍기는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참고하기 좋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바로 소재다. 잠수복에 쓰일 법한 스판텍스 소재를 비롯해 PVC, 메시 소재 등 기능성 소재의 사용도 여전하지만, 지난 시즌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실크, 가죽, 튤, 니트 소재처럼 스포츠 룩에는 잘 사용하지 않았던 소재들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베라 왕은 메시 소재처럼 보이는 원피스와 집업 점퍼 룩을 선보였는데, 이건 레이스와 실크, 가죽을 정교하게 믹스한 다양한 소재의 조합이었다. 속살이 비치는 시폰 같은 시스루 소재는 이번 시즌 스포티즘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포장하는 소재로 부상했다. 컬러풀한 잠수복 위에 시스루 소재의 미니 드레스를 겹쳐 입은 DKNY나 시스루 소재의 집업 점퍼와 원피스로 세련된 시티 스포츠 룩을 선보인 라코스테를 참고하도록. 이 밖에도 펀칭 장식으로 통기성의 멋을 살린 가죽 쇼츠를 선보인 랙앤본, 시스루 드레스에 메시 소재의 집업 재킷을 더한 사카이, 그리고 여성스러운 플리츠 스커트에 네오프렌 소재의 톱으로 멋을 낸 세린느 컬렉션은 보기만 해도 상쾌하다.
간결하고 세련된 멋의 시티 스포츠 룩과는 반대로 예술적 감성의 스포츠 쿠튀르 룩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고 예술적이다. 메시 스웨트 셔츠에 헐렁한 박서 쇼츠를 매치한 구찌, 크리스털 장식과 컷아웃 디테일을 더한 예술적인 감성의 잠수복을 선보인 프라다, 1950~60년대의 빈티지 소재에 화려한 비즈와 스팽글을 장식한 마르니, 그리고 에스닉한 패턴 장식과 실버 컬러로 글래머러스하게 표현한 에밀리오 푸치까지 무척이나 다양하다. 시티 스포츠 룩이 색상과 소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 스포츠 쿠튀르 룩은 디테일과 실루엣에 신경 써야 한다. 우선 비즈와 스팽글, 크리스털 등 화려한 주얼 장식이 들어간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실크나 가죽처럼 광택 있는 소재라면 화려한 무드를 더욱 강조할 수 있다. 컬러도 마찬가지다. 검은색에 실버 컬러, 빨간색에 녹색처럼 대비되는 컬러 조합은 경쾌한 멋을 연출하기에 좋다.
이처럼 스포츠 쿠튀르 룩은 장식이 화려한 만큼 실루엣은 간결한 것이 잘 어울린다. 특히 여성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모두 몸을 따라 부드럽게 흐르는 실루엣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 실루엣은 장식 없이 가늘고 긴 느낌을 부각하는 것이 정답이다. 올봄에는 허리선을 드러내는 실루엣도 눈여겨보자. 허리가 드러난 크롭트 톱에 배기 팬츠를 입거나 가죽 펀칭 장식의 원피스라도 허리선을 드러내면 여성스럽고 경쾌해 보인다. 발렌시아가 컬렉션처럼 잘 재단한 쇼츠에 탱크톱 하나만 입어도 충분하다. 신발의 선택도 중요하다. 구조적인 가죽 스트랩 슈즈, 앞코가 뾰족한 펌프스나 굽이 높은 신발을 신으면 성숙한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고, 납작한 옥스퍼드 슈즈나 스포츠 샌들, 브로그 등 투박한 신발을 곁들이면 자유분방한 매력을 부각할 수 있다.
이미 끝난 동계 올림픽을 시작으로 6월에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과 9월에 펼쳐지는 인천 아시안 게임까지, 2014년은 손에 땀을 쥐게 할 명승부가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보면서 몸에서 뭔가 알 수 없는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게 느껴진다면, 그건 이미 몸과 마음이 ‘스포티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말이다. 이제 디자이너들이 추천하는 두 가지 스포츠 룩 스타일을 취향에 맞춰 잘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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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김미주
- 포토그래퍼
- kim tae sun, 박병진, KIM WESTON ARNOLD
- 기타
- 어시스턴트 | 노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