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님 스타일의 무한한 가능성

푸른 인디고 컬러, 정직한 디테일과 간결한 실루엣의 조화를 주목하라. 이번 시즌, 모든 가능성의 끝을 시험한 데님이 오히려 순수한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1 데님 소재 드레스는 19만8천원, 빔바이롤라(Bimba Y Lola). 2 데님 소재 드레스는 가격미정,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3 도금 메탈 소재 목걸이는 5만9천원, 마시모 두띠(Massimo Dutti). 4 데님 소재 펜슬 스커트는 8만9천원, H&M. 5 자유롭고 편안한 매력의 데님 팬츠를 즐겨 입은 젊은 시절의 제인 버킨. 6 코르크 굽 장식 샌들은 4만9천원, H&M. 7 데님 소재의 스트레이트 팬츠는 19만8천원, 빔바이롤라.

지금까지 데님은 변신을 거듭했다. 화이트 데님, 블랙 데님, 로(Raw) 데님이 차례로 유행하는가 하면 하이웨이스트와 로웨이스트를 오가더니 엔지니어드 진, 아이스 진, 보이프렌드 진, 샌드 워싱, 솔트 워싱 등 난해한 이름의 수많은 트렌드가 등장하고,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한때는 블루칼라 노동자의 든든한 작업복이었고, 오랜 세월 청춘의 상징이자 패션의 고전으로 불렸다가 최근 놈코어 트렌드의 중심에서 다시 한 번 주목받기까지, 데님은 다양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 스며들었다.

데님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의 여정은 올해 봄/여름 시즌 정점을 찍으며 런웨이에 다채로운 모습으로 펼쳐졌다. 버버리 프로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허리 굴곡을 그대로 드러낸 타이트한 데님 재킷에 양털 시어링 장식과 가죽 패치워크를 더했고, 비늘처럼 반짝이는 시퀸 스커트와 함께 매치해 다양한 소재와의 결합을 시도했다. 돌체앤가바나의 런웨이에서는 평소 디자이너들의 화려한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 각종 진주와 원석, 금빛 오너먼트를 수놓은 청바지를 선보였고, 알베르타 페레티의 데님 스커트와 드레스는 레이저 커팅 기법으로 밑단을 꽃무늬로 오려낸 뒤 투명한 오간자 소재와 본딩 결합시키며 섬세한 장인 정신의 끝을 보여주었다. 또 다양한 색상의 데님 조각을 이어 만든 타미 힐피거의 패치워크 팬츠 앙상블과 생 로랑의 별 무늬 패치워크 스커트, 레이스 모양을 따라 레이저 커팅을 한 구찌의 서머 드레스는 데님이 지금까지 거쳐온 모든 역사와 영감을 집약하고, 거기에 디자이너들의 상상력까지 더한 화려한 결과물처럼 보였다.

8 포켓 장식의 데님 소재 스커트는 6만9천원, 자라(Zara). 9 인조가죽 소재 펌프스는 9만9천원, 자라. 10 샴브레이 소재의 벨티드 롱 코트는 9만9천원, H&M 컨시어스 컬렉션(H&M Conscious Collection). 11 줄무늬 날염 장식의 데님 소재 오버올은 가격미정, 맥앤로건(Mag&Logan). 12 소가죽 소재의 스트랩 샌들은 24만8천원, 어그 오스트레일리아(Ugg Australia). 13 샴브레이 소재 쇼츠는 9만9천원, 자라.
하지만 이번 시즌 가장 주목해야 할 데님 트렌드는 화려함 이면의, 데님이라는 소재의 가장 순수한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 워싱을 하지 않고, 장식을 배제하고, 인디고 컬러 고유의 푸른 색상을 간직한, 있는 그대로의 데님 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깨끗한 데님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가지 톤으로 통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클로에는 컬렉션 전체에 물든 1970년대 복고풍 감성을 데님 룩에도 똑같이 적용했다. 중앙을 단추로 여민 데님 롱 스커트나 실용적인 포켓을 장식한 셔츠와 팬츠 앙상블, 사파리 드레스를 닮은 데님 셔츠 드레스는 에밀루 해리스나 로렌 허튼 같은 그 시절의 쿨 걸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듯 깨끗한 여유로움을 드러냈고, 우아한 주름 장식이 매력적이었던 스텔라 맥카트니의 데님 점프 슈트나 정강이까지 내려오는 소니아 리키엘의 데님 오버올은 싱그러운 젊은 시절의 제인 버킨을 위한 듯 자유로운 매력이 넘쳤다. 레이스와 결합된, 세밀한 레이저 커팅 드레스로 데님 가공 기술의 끝을 보여준 구찌 컬렉션에서도 진짜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아이템은 바로 레이스업 디테일을 더한 깔끔한 튜닉 드레스와 발목에서 딱 잘리는 재단의 데님 와이드 팬츠였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블루 데님’의 본질에 충실한 푸른 색상이 구찌의 브랜드 DNA를 만나 과거 젯셋족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작업복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로 데님의 강인함을 내세운 브랜드도 있었다. 1950년대의 봉긋한 실루엣을 추구한 마이클 코어스는 로 데님으로 장식을 최대한 덜어낸 미니멀한 스프링 코트와 버뮤다 팬츠를 만들어냈는데, 복고풍 실루엣과 상반되는, 기계적으로 염색한 듯 고른 색상의 데님 소재가 견고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주었다. 각 잡힌 루이 비통의 스트레이트 팬츠나 랙앤본의 매니시한 재킷과 아노락 점퍼, 보테가 베네타의 플레어 스커트와 팬츠 슈트, 토즈의 팬츠 슈트도 모두 이런 데님 본연의 강인함에서 새로운 미학을 찾아낸 경우였다.

튼튼하고 더러움을 잘 타지 않으며 일상적인 데님은 기본적으로 장식보다 기능을 위해 태어났다. 이런 데님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더하기보다 빼기에 집중해야 한다. 불필요한 장식을 빼고, 얼룩덜룩한 워싱을 빼고, 실루엣도 최대한 단조롭게 유지하자. 그리고 여기에 약간의 테일러링과 미니멀한 주얼리, 그리고 데님을 닮은 푸른색 액세서리로 세련된 양념을 치면 된다. 결국 데님의 본질은 스타일의 본질과도 일맥상통한다. 바로 기본만 지켜도 충분히 멋스럽다는 것이다.

    포토그래퍼
    LEE HO HYUN, INDIGITAL
    프리랜스 에디터
    박정하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