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주사 시술

2024년, 여러 나라 곳곳의 주사 시술 현황을 살펴본다.

여행을 떠나는 건 그게 언제든 환상적 일임이 분명하다.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니까. 그리고 여행을 통해 예뻐지기도 한다. 시술을 위해 해외로 향하는 건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다(한 번쯤 강남 일대에서 성형 여행을 온 수많은 외국인을 마주한 경험이 있을 듯). 수십 년 전부터 사람들은 성형수술이나 호화 스파를 목적으로 해외여행이란 수단을 택했고, 자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치료와 서비스를 받았다. 

효과 좋은 시술이 곧장 수입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 나라마다 의약품 승인 절차 기관이 다르고, 그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식품의약품관리청(FDA),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같은 기관 말이다. 특히 FDA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까다롭게 심사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자국의 승인을 기다리지 못하고, 해외로 시술하러 가는 경우가 있다. “유럽에서 승인된 정체 모를 신약을 맞은 후 찾아오는 환자가 있어요. 그러면 저는 역으로 약의 성분이나 부작용을 알아내야 해요. 어떤 물질은 아예 녹이기가 힘든데, 그럴 때는 큰 문제가 될 수 있죠.” 미국의 샴반 박사의 말처럼 해외 원정 시술은 위험이 따른다. <얼루어 US> 편집장 제시카 크루엘은 최근에 열린 세계적인 피부과학회인 멀츠 에스테틱스 엑스퍼트 서밋(Merz Aesthetics Expert Summit)에 참석해 독일, 호주, 브라질 등에서 온 피부과 전문의와 주사 시술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어느 나라든 생기 있어 보이되 뭔가를 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효과를 내는 시술이 인기라는 것을 파악했다. 여기 바로 그런 효과를 내는 세계 각지의 주사 시술 4가지를 모았다. 시술 여행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의 시술 트렌드를 알아둘 만은 하니까! 

광채 피부를 위한 프로필로(Profhilo)

유럽에서는 2015년 출시되었으나 미국에서는 최근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술이다. ‘주사로 주입하는 스킨케어’로 잘 알려진 프로필로는 고순도의 히알루론산 성분 주사로, 피부 볼륨보다는 피부 보습과 광채를 내는 것이 주된 목표다. 마치 ‘18시간 푹 잔 듯한’ 광택이 특징으로 보습 외에 톤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런 스킨부스터는 피부 진피층에 주입된다. 일반적으로 피부 표면에 도포하는 보습제보다는 깊고, 필러보다는 얕게 주입한다. 전문가들은 “프로필로의 주성분은 히알루론산이고 시험 과정도 상대적으로 간단하기에 프로필로가 미국에 정식으로 수입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스킨부스터류는 첫 번째 시술 후가 아닌 몇 주 후 두 번째 시술에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어 원정 시술로는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
보유 국가 유럽  한국에서는? 성분은 프로필로와 같지만, 다른 이름의 스킨부스터가 유행이었다. 일명 ‘물광 주사’라는 히알루론산을 피부에 주입하는 시술이다. 한국에서는 피부의 얕은 층에 주사해 보습과 광채 효과에 집중하는데, 유럽에서는 좀 더 깊은 층에 주사해 광채 효과 외 탄력 증가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눈 밑 꺼짐을 위한 메조아이 C71(MesoEye C71) 주사

메조아이 필러는 영국에서 다양한 눈 밑 피부 문제 개선을 위해 널리 사용된다. 눈 밑에 볼록하게 나온 아이백, 다크서클, 눈 밑 처짐, 굵은 주름 그리고 눈가의 자글자글한 잔주름까지 눈가 고민의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알려졌다. 메조아이가 특별한 건 히알루론산에 전매특허 기술의 펩타이드 혼합물을 배합해, 미세혈관의 순환과 림프 배출을 돕는다는 거다. 미국에는 이와 유사한 시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대신하는 시술은 히알루론산 필러와 안검 성형술 정도. “메조아이와 비슷한 제품이 출시되길 바라고 있어요. 원활한 림프 순환은 장기적으로도 눈가 피부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거든요.” 댈러스의 성형외과 권위자 로드 로리치 박사의 말이다. 하지만 FDA는 성분이 혼합된 주사제를 잘 허가하지 않기 때문에 승인은 미지수다. 드라마틱해 보이는 이 시술은 반드시 비행기 티켓이 필요하겠다.
보유 국가 영국  한국에서는?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모든 눈가 문제를 해결하는 메조아이를 대신해 눈가 주름엔 보톡스, 깊은 주름엔 필러, 아이백은 눈 밑 지방 재배치 수술 등의 방법으로 이 시술을 대체하고 있다. 

유리처럼 투명한 피부를 만드는 벨로테로 리바이브(Belotero Revive) 주사

벨로테로 밸런스는 가교 히알루론산 필러로, 2011년 FDA로부터 주름과 팔자 주름 개선 효과를 승인받았고, 2023년엔 눈 밑 탄력 개선 효과도 인증받은 시술이다. 벨로테로 리바이브는 미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벨로테로 밸런스의 사촌 격이지만, FDA 승인은 아직 받지 못했다. 영국, 스위스, 아시아에서는 이미 대중에게 보급되고 있다. 프로필로나 스킨바이브와 같은 스킨부스터인데, 차별점은 히알루론산에 다른 보습 성분인 글리세린을 함유했다는 것. 그래서 투명하고 촉촉한 물광 피부에 열광하는 아시아에서 환영받는다.
보유 국가 영국, 스위스 한국에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리바이브만 아직 식약처의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 누클리닉 이소현 원장은 해외에서 벨로테로 리바이브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시술 후 즉각적인 피부 광채 효과가 있어 특히 흥미로웠다고. 

탁월한 재생 효과를 주는 폴리뉴클레오타이드(Polynucleotide) 필러

폴리뉴클레오타이드(이하 PN)는 물고기 유전자 조각에서 추출한 재생 물질이다. 이 약물의 경우 송어와 연어의 정액에서 추출해 만들었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PN은 조직 재생과 콜라겐 생성에 도움을 주어 상처 치유에 효과적이라고. “동물실험을 통해 피부 톤, 미세주름, 피부 탄력, 보습력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어요.” 로리치 박사가 설명한다. PN 필러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중 대표적인 두 가지는 플루얄 실크(Pluryal Silk)와 뉴클레오필(Nucleofill)이다. 병원에서는 주로 히알루론산과 혼합된 형태로 쓰인다. 히알루론산은 즉각적인 피부 보습과 광채 효과를 주고, 그 후 PN이 몇 주에 걸쳐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마법을 부리는 거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 시술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PN은 피부 본연의 세포 활동을 촉진하는 바이오스티뮬레이터(Biostimulator)의 일종인데, 이는 피부 본연의 생리 구조를 바꿔 피부를 재생한다. 전문가들은 이 독특한 메커니즘 때문에 FDA 승인이 영원히 어려울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보유 국가 호주, 한국  한국에서는? 스킨부스터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리쥬란이 이 PN 성분을 활용한 시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리쥬란이 PN 시장을 독점했으나 얼마 전 라이선스가 풀리며 PN과 히알루론산을 결합한 다양한 주사 시술이 등장했다. 르네필이라 불리는 시술도 PN이 주요 성분이다. 

에디터
이정혜
KARA NESCI
일러스트레이터
최해령
도움말
이소현(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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