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멋쟁이, 김진경의 취향과 스타일
서울 멋쟁이들은 어떤 삶을 살며,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스타일을 완성할까? 그녀들의 옷장을 들여다보고, 취향과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1997년생이니, 이제 열아홉살이다. 모델 김진경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31만9천 명에 달한다. 그녀가 올리는 게시물에는 또래 아이들의 부러운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그도 그럴 것이 열아홉살이면 감내해야 할 학업, 입시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펼치며 자유롭고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때가 아니면 누리지 못할 소소한 낭만을 갖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열여섯살부터 시작한 모델 일은 어린 소녀가 일찍 어른 세계의 생리를 터득하게 했고 그만큼 또래보다 성숙한 취향을 갖게 했다. 그런 김진경에게 서울 10대 여자의 취향을 물어보았다.
요즘은 뭐 하고 지내요?
최근에 모델 언니들이랑 발리에 다녀왔어요. 호연 언니랑 세온 언니랑 셋이서 ‘찐호빵’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여행을 다니거든요.
찐호빵이요?
진경의 찐, 호연의 호, 황세온의 빵이요. 재미있죠? 언니들하고 여행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지내는데 서로의 취향에 도움을 많이 줘요.
평소 옷은 어떻게 입어요?
제가 굉장히 여성스럽게 생기긴 했는데, 좋아하는 것들은 반대예요. 모델일 하기 전에는 스커트를 입은 적이 없을 정도죠. 지금 제 주변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처럼 힙합 문화나 스트리트 캐주얼을 좋아하고요. 그런데 또 그런 옷들은 저한테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왜 그런 것 같아요?
친구들과 쇼핑할 때 제가 힙합풍의 박시한 티셔츠나, 커다란 로고가 들어간 옷을 고르면 ‘음, 그건 예쁜데 너한테 안 어울리는 것 같아’라고 말하거든요. 몸이 가늘고 여린 데다가 얼굴이 여성스러워서 그런지 귀여운 것을 추천해줘요. 입어보면 제가 봐도 그런 것들이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한 건데, 취향과 스타일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나 봐요.
맞아요. 나도 미니멀한 룩을 좋아하는데, 제 몸이 소화를 못해서 우회하곤 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취향은 좋아하는 것들의 집합인데, 그중에서 외모나 체형의 접점을 찾은 게 스타일인 것 같아요. 스트리트적 취향을 반영하면서도 저에게 어울리는 교집합을 생각하다 찾은 것이 자크 뮈스예요. 지난번 <얼루어> 화보 촬영을 위해 파리에 갔었잖아요. 그때 산 당근 셔츠 기억나세요? 입어보니 딱 제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간결한 디자인인데 귀엽고 여성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제 취향을 반영하면서도 저한테 잘 어울렸어요. 적당히 여성스럽고 쿨한 분위기를 지닌 로우 클래식도 좋아하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인 레지나 표와 혜인서도 마음에 들어요.
약간의 여성스러움이 깃든 스트리트 브랜드를 좋아하는군요. 그럼 자신의 스타일을 짧게 표현한다면요?
사랑에 빠진 톰보이?
스타일에 관한 규칙이 있을까요?
집안 어른들이 예전부터 말씀하시기를 신발과 가방은 좋은 것을 사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가방과 신발에 투자를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옷을 입을 때 꼭 한 가지 컬러를 넣어서 포인트를 줘요. 피부가 하얘서 파스텔 컬러가 잘 어울려요.
모델이 되기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취향이 변했나요?
지금보다 어렸으니까요. 그땐 털털한 남자아이 같았어요. 모델일을 하면서 다양한 옷을 입어보게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런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훨씬 여성스러워졌어요.
생각의 변화도 많았겠어요.
일찍 사회생활을 했기 때문에 친구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확실해요. 10대가 갖는 어른에 대한 동경이나 열망 같은 것이 덜하죠. 원래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잘 표현하지 않는 무덤덤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친구들이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을 이미 해봐서 그런지 좀 심드렁한 구석이 있어요. 좋은 점은 경험이 많아지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이 단축되었다는 거죠.
주변의 또래 친구들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해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를 자주 빠져요. 그래서 친구들을 오랜만에 보게 되는데, 최근 들어 친구들의 룩이 힙합 스타일로 바뀌었더라고요. 스트리트 캐주얼이 엄청나게 유행이에요. 모델 친구들은 87mm, 로우 클래식, 아더 이런 브랜드를 좋아해요.
스타일 면에서 롤모델이 있나요?
알렉사 청이요. 예전부터 알렉사 청의 스트리트 사진을 많이 찾아봤어요. 하이웨이스트 팬츠를 좋아하는데, 그것도 영향을 받은 거예요. 국내에선 공효진을 좋아해요. 억지로 멋 내지 않았는데도 멋스러워요.
무척 진부한 질문인데, 스무 살이 되면 무얼 하고 싶어요?
떳떳하게 술 마시러 가는 거요. 술이 있는 파티에도 가고 싶고요. 작년에 괌에 갔을 때 나이가 어려서 스카이다이빙을 못했었는데 그것도 하고 싶어요. 성인이 되면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하고 싶죠.
그럼 앞으로는 어떤 여자가 되고 싶어요?
어떤 여자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처음 모델 일을 할 때 가진 초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요. 어찌 됐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좋은 것 같아요. 더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한 것들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이해할 때가 있거든요. 어른들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깨닫죠. 예전엔 결정 장애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쉬워졌어요.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요. 포기하고 내려놓는 것도 이제는 제법 잘해요.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하나요.
본인이 멋져 보일 때는 언제인가요?
패션쇼 무대요. 그 순간에는 여기서 내가 제일 멋있다고 생각해야 해요.
요즘 꽂힌 아이템이 있나요?
수영복이요. 튜브톱 원피스 수영복과 복고풍의 하이웨이스트 브리프 비키니를 샀어요. 소녀적이면서도 은근 섹시하더라고요. 근데 수영복을 사면서 제 쇼핑 패턴이 변한 걸 알게 되었어요. 예전엔 가지고 있는 것은 사지 않았는데, 이제 한번 마음에 들면 비슷한 옷을 계속 사게 되요. 집중해서 파고드는 거죠. 제가 좋아하고 제게 어울리는 것이 뭔지 알아가는 기분이라 너무 재미있어요.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쇼핑하는 기분이에요.
Her Essential Items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하고 있는 김진경은 여성스러움이 깃든 스트리트 컬처 브랜드를 애용한다. 자크 뮈스, 로우 클래식, 럭키 슈에뜨의 의상이 유독 많은 것이 그 증거. 파스텔 컬러 의상과 소품이 다양한 그녀의 옷장 속 이야기.
1 “가장 최근에 구입한 건 고엔제이의 원피스예요. 파스텔 컬러를 워낙 좋아하는데, 잡지에서 보고 너무 맘에 들어 매장에 가서 직접 구입했죠. 소매와 밑단의 프릴 장식이 사랑스워요.”
2 피부가 하얀 편이라 파스텔톤의 선글라스가 잘 어울린다.
3 셔츠도 좋아하는 아이템 중 하나. 여성스러운 디테일의 소매가 특징인 화이트 셔츠는 로우 클래식.
4 친한 디자이너 분에게 선물 받은 다니엘 웰링턴 시계. 셔츠와 스타일링하기 좋다.
5 이니셜이 새겨진 반지는 먼데이에디션, 웃는 얼굴 반지는 하이칙스. 간결하면서도 위트를 담은 액세서리가 좋다.
6 다리가 길어 보여서 즐겨 입는 데님 쇼츠.
1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자크 뮈스예요. 모던함과 사랑스러움이 어우러졌는데, 저 역시 그런 스타일을 좋아해서인지 잘 어울려요. 한국에 바잉이 안 될 때에는 일본에 가서 쇼핑할 정도였죠. 최근에는 레어 마켓에 자주 들러요.”
2 누드본즈 광고 캠페인 촬영 후 선물 받은 가죽 재킷. 가죽의 질도 좋고, 핏이 예쁘게 살아 있다.
3 요즘엔 크로스로 메는 미니백에 꽂혔는데 그중 제일 많이 메는 가방.
4 복고풍 원피스 수영복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로우 클래식의 스트라이프 패턴이 경쾌하고 몸의 실루엣을 강조해준다.
5 재미있는 주머니가 특징인 자크 뮈스의 울 스커트.
6 모양이 특이해서 구입한 럭키 슈에뜨의 모자. 흰색 티셔츠와 데님 팬츠 차림에 잘 어울린다.
7 요즘 유행하는 츄바스코의 샌들. 여름철 레저 스포츠용으로 신기에 그야말로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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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패션 에디터ㅣ남지현
- 포토그래퍼
- 정성원, 정원영(Jung Won Young)
- 모델
- 김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