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입고, 어디를 가느냐에 관하여
세계 어느 곳을 가든 반바지에 나이키를 신은 여행자는 십중팔구 미국인이다. 하지만 이렇게‘ 나 여행자예요’라고 티를 내는 것보다는 여행지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묻어가는 스타일이 더 세련돼 보인다. 여기 등장하는 여덟 명의 멋쟁이가 나라면 그곳에서 이렇게 입겠다고 직접 보여줬다.
이혜미
빈폴 유플랫(Bean Pole Uflat) 디자이너
방콕 여행에서는 그곳이 덥고 습하기 때문에 일단 무조건 가볍고, 시원한 옷차림이어야 한다. 치렁치렁한 롱 스커트가 시원해 보일 리 없겠지만, 옷이 피부에 닿지 않아 진짜 시원하다. 걸을 때마다 치맛자락에 바람이 이는 느낌도 신선하고. 옷을 간단하게 입는다고 액세서리를 생략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머리에 커다란 코르사주를 달거나 손목에 화려한 뱅글을 여러 개 차도 좋겠다.
양현선
젬마 양(Jemma Yang) 디자이너
피렌체 여행에서 옷 잘 입는 이탈리아 사람들 사이에서는 적당히 차려입어도 괜찮다. 드레스업 스타일에 인색하지 않은 피렌체에서 티셔츠와 야구모자를 쓴 사람은 여행자들뿐이다. 그게 오히려 더 튄다. 그렇다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슈트를 차려입으라는 건 아니고, 여행할 때 편하기면 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말이다. 그래서 난 신발도 스니커즈 대신 스트랩 샌들을 챙긴다.
최은수
워크샵 쇼룸(Workshop Showroom) 홍보 담당자
니스 여행에서 한적한 거리를 돌아다닌다면 상냥한 시골 소녀처럼 변신해보는 것도 좋다. 이곳은 회색의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있다. 그래서 꽃무늬의 가벼운 원피스나 하늘하늘한 맥시 드레스가 제격이다. 색이 바랜 빈티지 제품을 활용하면 흑백 영화에 나오는 복고풍의 여배우들처럼 조금은 촌스럽고 친근해 보일 수 있어서 좋다. 그래야 더 로맨틱하다.
변종섭
블레이(BLREY) 디자이너
이비사 여행에서는 반드시 화이트 재킷을 입겠다. 클럽에서 화이트 재킷은 빛을 발하니까. 대신 셔츠보다는 아무래도 티셔츠, 치노 팬츠보다는 빈티지 느낌의 데님 팬츠를 입는다. 티셔츠는 꼭 네크라인이 많이 파인 V라인으로. 스카프를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티셔츠에 그냥 둘러도 좋고, 밝은 바지를 입을 때는 벨트로 둘러도 좋다. 재킷을 벗을 때는 손목에 두 번 감는다.
김새봄
프리랜서 디자이너
런던 여행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을 믹스앤매치하고, 회색 톤의 옷을 입는다. 런던 사람들처럼 말이다.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든 그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옷을 입는 게 나의 여행 옷 입기의 핵심이다. 하이힐을 신고 옥스퍼드 서커스 거리나 템스 강 주변을 걷다가 발이 아프면 잠시 쉬어가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런 컴뱃 부츠는 그리 불편하지도 않다.
김원중
모델
핀란드 여행에서는 날씨가 쌀쌀할지라도 반바지를 포기할 수 없다. 뻔하지 않고, 편하니까. 반바지를 고를 때에는 꼭 무릎 위로 올라오는 길이를 선택한다. 무릎 아래 길이는 왠지 아저씨 같다. 여행에는 모자도 꼭 챙겨 가는데 모자를 쓸 때는 앞머리가 중요하다. 5:5 가르마를 타거나 아예 부스스하게 헝클거나 둘 중 하나.
박정윤
블리커(Bleecker) 마케터
시카고 여행에서는 데이 룩과 나이트 룩을 구분해서 준비한다. 도시 여행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시카고는 낮과 밤의 얼굴이 완전히 다르니까 말이다. 높은 빌딩 사이로 바다 같은 호수와 커다란 나무가 있는 시카고에서는 낮에 오피스 룩과 리조트 룩을 섞어놓은 것 같은 이런 옷차림이면 적당하다. 대신 높은 빌딩이 화려하게 반짝이는 밤이 되면 좀 더 화려하게 변신해도 좋다.
이명신
로클래식(Low Classic) 디자이너
스톡홀름 여행에서는 스웨덴의 브랜드 아크네, 이케아, 볼보의 디자인을 떠올리면서 간결하고 밋밋한 스타일에 컬러를 활용해서 위트를 준다. 복잡하거나 화려하거나 너무 여성스러운 옷차림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 가장 심플한 디자인의 옷을 선택하되, 너무 캐주얼한 것보다는 살짝 우아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티셔츠 대신 셔츠, 점퍼 대신 재킷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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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윤주
- 포토그래퍼
- 안형준, 안진호
- 스탭
- 헤어 & 메이크업: 김원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