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여름이 지나고, 우아한 여자들의 계절이 왔다. 이미 충분히 우아한, 혹은 우아하고 싶은 4명의 여자에게 그들 각자의 우아함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오가다 마주친 패션 피플들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가장 우아한 아이콘, 가장 우아한 아이템은?

이현이 실크 셔츠와 랩스커트는 모두 로 클래식(Low Classic). 1. 장미꽃 프린트의 원피스는 가격미정, 벤소니(Bensoni). 2. 진주 목걸이는 가격미정, 타사키(Tasaki). 5. 앵클부츠는 30만원대, 슈콤마보니 (Suecommabonnie).

이현이 ㅣ모델
당신에게 우아함이란 품위 혹은 품격. 얼굴 이나 몸은 성형수술을 해서든, 운동을 해서 든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지만 태도나 말투, 눈빛은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 각한다. 우아함의 조건 여유로움. 몸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경박하지 않은 태도. 가장 우아한 아이콘 키이라 나이틀리. 언젠가 그녀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포스터에서 그녀의 가슴을 과도하게 부풀려놓은 걸 보고 화를 냈다고 하더라. 납작한 가슴이지만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그녀는 참 우아하다. 이제껏 연기했던 영화의 인물들도 하나같이 다 우아한 이미지인데, 모두 그녀의 우아함에서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 당신만의 우아한 스타일링 법 롱스커트를 자주 입는데, 그렇다고 해서 롱스커트가 무조건 우아하기만 한건 아니다. 오늘 입은 롱스커트는 살짝 섹시한 느낌을 더한 우아함이 있다. 가을에는 트위드 재킷을 입는 것도 좋다. 트위드 재킷이나 롱스커트처럼 클래식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것들을 활용하면 우아한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물론 진짜 우아해지는 게 쉽지는 않다.

1. “내게 가장 우아한 스커트”
그동안 매니시한 스타일에 푹 빠져 있었는데, 이제 좀 지겹다. 그래서 이번 가을에는 좀 우아해져보려 한다. 볼륨 있는 플라워 프린트 스커트와 함께. 10년 전쯤 마르니에서 이런 스커트를 산 적이 있는데, 올가을엔 이 스커트를 다시 꺼내야겠다. -브랜드 폴리쉬 디렉터 심연수

2. “내게 가장 우아한 진주 목걸이”
가을엔 흑백 영화 속 여배우처럼 빈티지 풍의 하얀 레이스 블라우스에 진주 목걸이를 하겠다. 긴 목걸이는 두 번 둘러서 목에 꼭 맞게. -모델 박예운

3. “나의 가장 우아한 아이콘, 오드리 헵번”
누구나 우아한 척을 할 수는 있지만, 진짜 우아하기란 어렵다. 그 진짜 우아함은 그 사람이 세상에 없을 때 진정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오드리 헵번은 우아한 여자다. 수많은 영화에서 보여줬던 아름다운 모습도 우아했지만, 아픈 아이를 안고 있던 주름진 얼굴이 더 우아했으니까.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

4. “나의 가장 우아한 아이콘, 재클린 케네디”
우아함이라는 것은 습관이라고 생각하는데, 재클린 케네디를 보면 타고났거나 혹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노력을 해서 결국 우아한 경지에 다다른 것 같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현아

5. “내게 가장 우아한 앵클부츠”
발등을 감싸면서 트임이 있는 이 앵클부츠는 비대칭적인 디자인이 특징인데, 여성의 몸과 닮은 우아한 실루엣이 포인트다. 블랙 미니 드레스나 테일러드 재킷에 매치한 것을 상상을 하면서 디자인했다. -슈콤마보니 디자이너 이보현

홍혜진 점퍼와 티셔츠, 롱스커트는 모두 스튜디오 K(Studio K). 1. 트렌치코트는 가격미정, 하니와이(Hanii Y). 2. 랩 스타일의 원피스는
9만원대, 로 클래식.

홍혜진 ㅣ스튜디오 K 디자이너
당신에게 우아함이란 외면과 내면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상태.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풍요롭고 안정된 상태일 때 진정한 우아함이 흘러나온다. 예쁘거나 섹시하다는 말은 외면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말이지만, 우아하다는 말은 내면적인 의미를 더 많이 포함하고 있으니까. 우아함의 조건 결국은 균형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외면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조화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균형. 보이는 모습에만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반대로 겉모습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썩 우아해 보이지는 않는다. 가장 우아한 아이콘 그레이스 켈리와 미셸 오바마. 물론 그녀들을 개인적으로 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외적인 모습만으로 꼽았을 때. 당신만의 우아한 스타일링 법 입었을 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야 할 것 같은 옷이 있다. 오늘 입은 롱스커트나 트렌치코트 같은 옷. 이런 옷으로 우아한 걸음걸이를 연출하는 방법도 있고, 향수로 우아한 기분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요즘 난 에르메스나 조 말론의 향수를 애용하고 있다.

1. “내게 가장 우아한 트렌치코트”
가을에는 트렌치코트 입은 여자가 가장 우아하다. 퍼프 소매가 달리거나 프릴 장식이 달린 트렌치코트 말고 기본에 충실한 가장 베이식한 트렌치코트! -스타일리스트 최진영

2. “나의 가장 우아한 아이콘, 다이애나비”
사실 그녀의 얼굴이 빼어나게 예쁜 미인형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타고난 우아함으로 아름다운 여자가 되었다. -헤어스타일리스트 김귀애

3. “나의 가장 우아한 아이콘, 올리비아 핫세”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올리비아 핫세가 보여줬던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 동양적인 선과 낭만적인 느낌을 딱 한 단어로 표현하면 ‘우아함’이다. 전형적인 미인이 아니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느낌이 더 좋다. -디자이너 홍승완

4. “내게 가장 우아한 원피스”
내게 가장 우아한 여자는 1940년대 흑백 영화에 등장하는 여배우들이다. 그녀들은 넓은 허리가 잘록하게 강조되는 것과 반대로 넓은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있는데, 이 원피스가 딱 그런 스타일이다. -로 클래식 디자이너 박진선

5. “나의 가장 우아한 아이콘, 샤를로트 갱스부르”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전형적으로 우아한 여자는 아니다. 대개 담담하고, 차분하다가 때론 파격적인 모습도 보여주는데, 애써 꾸미지 않고 자유롭게 변하는 그녀의 모습에는 뭔가 좀 다른 우아함이 있다. -헤어스타일리스트 이혜영

6 “나의 가장 우아한 아이콘, 조디 포스터”
가장 우아하다고 생각하는 헤어스타일이 단발머리인데, 조디 포스터는 이 세상에서 단발머리가 가장 아름답게 어울리는 여자다. -포토그래퍼 김영준

1. 울 소재의 드레스는 가격미정, 제인 송(Jain Song). 4. 울 소재의 페도라는 70만원대, 헬렌카민스키(Helen Kaminski). 5. 코팅된 니트 소재의 스웨터는 가격미정, 세린느(Celine).

김수랑 ㅣ일러스트레이터
당신에게 우아함이란 엄마. 우아하다는 말을 들으면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는 선생님이었는데, 늘 브라운 톤의 슈트를 입고 있었다. 나에겐 그 모습이 곧 우아함이다. 우아함의 조건 예쁘다는 건 외모가 기준이 되는 것이고, 우아하다는 건 말투나 자세, 태도가 기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렸을 땐 예쁘다는 말이 좋았는데, 이젠 우아하다는 말이 좋다. 가장 우아한 아이콘 발레리나 피나바우쉬. 그녀의 책을 옆에 쌓아두고 가끔 펼쳐 보는데, 늘 입고 있는 검은색의 옷과 꼿꼿한 자세와 일을 대하는 태도까지 모두 우아하다. 너무 깐깐해 보여서 가끔 좀 무섭기도 하지만. 당신만의 우아한 스타일링 법 사람들에겐 우아한 스타일에 대한 클리셰가 있는 것 같다. 우아하기 위해서 꼭 흑백 영화에 등장하는 여배우처럼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차려입을 필요는 없다. 대개 점프슈트는 우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점프슈트도 하늘하늘한 실크 소재로 만들면 편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1. “내게 가장 우아한 드레스”
이번 시즌 컬렉션은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한 그녀가 주인공이다. 마냥 소녀 같았던 그녀에게 이젠 이 클래식한 실루엣의 드레스가 우아하게 어울릴 것 같다. -제인 송 디자이너 송자인

2. “내게 가장 우아한 소재의 조합”
이번 시즌 컬렉션을 보고 세린느의 이 착장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지루할 뻔했던 우아함을 모피와 울 소재의 적절한 조합만으로 지루하지 않게 표현했다. -스타일리스트 서영희

3. “나의 가장 우아한 아이콘, 줄리안 무어”
줄리안 무어는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주근깨 가득한 맨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을 때도, <싱글맨>에서 화려한 화장을 했을 때도 그냥 그대로 우아하다. 특히 허공을 보는 것 같은 무심한 눈빛을 하고 있을 때. -포토그래퍼 정기락

4. “내게 가장 우아한 모자”
살짝 복고적인 느낌이 나는 이 클래식한 모자 하나면 고전 영화 속의 여배우들처럼 우아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모델 세라

5. “내게 가장 우아한 스웨터”
이 가을, 우아한 스타일을 위한 아이템을 딱 하나만 고르라면 몸에 꼭 맞는 스웨터를 꼽겠다. 이 스웨터의 조건은 스웨터 안에 입은 칼라의 끝과 딱 맞는 네크라인과 벨트 라인과 딱 맞는 길이. 내가 이 스웨터를 입는다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재킷이나 코트와 함께 하겠다. 정갈한 우아함의 연출법이라고나 할까. -스타일리스트 한연구

6. “나의 가장 우아한 아이콘, 최지우”
나에게 최지우는 동양적인 우아함을 상징하는 여자다. 어떤 옷도 그녀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우아한 매력이 더해지는 것 같다.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이 더 아름다운데, 그래서 최지우는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더 기대되는 여자다. -디자이너 강희숙

고원혜 재킷과 미니드레스는 모두 메종 드 제인(Maison de Jane). 2. 단추가 없는 재킷은 33만9천원, 폴앤앨리스(Paul&Alice). 3. 실크 블라우스는 19만8천원, 클럽 모나코(Club Monaco). 5. 나뭇잎 모양의 귀고리와 불가사리 펜던트는 각 1백만원대, 수엘(Suel).

고원혜 ㅣ메이크업 아티스트
당신에게 우아함이란 우아함이란 만들려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 갖고 있는 어떤 종류의 성격이라 생각한다. 우아함이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 같다. 우아함의 조건 튀지 않는 것. 옷도 그렇고, 말투나 태도도 그렇다. 우아하려면 담담한 편이어야 한다. 옷은 우아하게 차려입고 거침없이 거친 단어를 내뱉는 여자들을 가끔 마주치는데, 그럴 때면 그녀들이 입고 있는 비싼 옷도 가식처럼 보인다. 가장 우아한 아이콘 재클린 케네디와 그레이스 켈리. 너무 뻔하지만 그만큼 우아함의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당신만의 우아한 스타일링 법 뭐든 절제하려고 노력한다. 화려한 주얼리 대신 진주 귀고리를 하고, 옷에 포인트를 주는 것도 되도록 자제한다. 메이크업도 마찬가지다. 아이라인을 그릴 때 보통은 눈꼬리가 올라가게 라인을 그리는데, 나는 반대로 내려 그린다. 색도 거의 쓰지 않는다.

1. “나의 가장 우아한 아이콘, 소피 마르소”
(어릴 때의) 브룩 실즈가 예쁜 얼굴이라면 소피 마르소는 묘한 분위기가 풍기는 얼굴이다. 그저 예쁜 브룩 실즈는 우아하지 않지만 예쁜 게 다가 아닌 소피 마르소는 우아하다. 그래서 남자들은 브룩 실즈보다 소피 마르소를 더 좋아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준성

2. “내게 가장 우아한 재킷”
테일러드 재킷이 언제나 매니시한 것은 아니다. 칼라 밑으로 떨어지는 자락을 살짝 주름지게 해서 하늘하늘하게 하면 테일러드 재킷도 이렇게 우아할 수 있다. 재킷의 자락이 우아하게 흔들리도록 단추는 달지않았다. -폴앤앨리스 디자이너 주효순

3. “내게 가장 우아한 블라우스”
얼마 전부터 실크 블라우스를 즐겨 입는다.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이 심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우아한 스타일을 연출해준다. -스타일리스트 박혜라

4. “나의 가장 우아한 아이콘, 크리스티 털링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이목구비와 우아한 선을 가진 여자. 나에게 그녀는 우아함이란 단어와 같은 의미다. 지금까지 그토록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델을 본 적이 없다. -모델 노선미

5. “내게 가장 우아한 주얼리”
눈이 아른거리게 반짝이거나 너무 화려한 건 우아함의 기운과는 좀 거리가 있다. 앤티크한 느낌이 드는 옐로 골드 소재와 은은하게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담백하게 매치했다. 자연스러운 우아함을 아는 재클린 케네디가 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 주얼리다. -수엘 디자이너 이수진

6. “가장 우아한 아이콘, 틸다 스윈튼”
우아하다고 하면 대개 여성스러운 이미지와 연결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우아함은 좀 다르다. <아이 엠 러브>나 <영 아담>에서 보여준 틸다 스윈튼의 깊고, 넓은 연기가 내게는 그저 우아하다. 그녀에게는 좋은 옷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포토그래퍼 박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