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사이즈 의상을 근사하게 입는 법
몸을 풍선처럼 부풀리는 것이 아름다울 때도 있다. 바로 지금이 그렇다. 낙낙한 품과 늘어트린 어깨선, 큼직한 칼라와 땅에 끌릴 듯한 길이로 변주된 오버사이즈 의상이 유행의 중심에 있다. 덩치가 산만 하게 보이는 역효과를 내지 않으려면 몇 가지 법칙을 알고 있어야겠다.
생각해보면 늘 ‘큰 것’에 집착해왔다. 어린 시절에는 엄마의 옷을 몰래 꺼내 입어보며 나도 빨리 몸집이 커지길 바랐고, 지금은 큰 집과 큰 차를 가지면 행복할 것 같다. 작은 것에 대한 집착을 곱씹어보니 도무지‘작은 얼굴’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큰 것에 대한 집착은 최근 패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 유행한 보이프렌드 핏보다 ‘더 크게!’를 외치며 탄생한 오버사이즈 핏은 런웨이에 오른 즉시 이번 시즌 주요 트렌드로 부각했으니 말이다. 큰 키나 큰 집은 내가 원한다고 덥석 가질 수 없지만 오버사이즈 핏은 원한다면 가질 수 있으니 더 끌린다. 또한 오버사이즈 핏의 최대 강점인 도시적인 멋을 걸칠 수 있다는 것, 큼직한 형태 덕분에 체형 결점이 가려진다는 것, 그리고 상의를 오버사이즈로 선택하면 얼굴이 작아 보이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이 큰 옷에 대한 집착을 더욱 부추긴다.
그러나 단지 사이즈만 큰 옷과 커서 멋진 옷은 다르다.오버사이즈 핏을 내 몸에 매력적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실루엣에 대한 기본기부터 갖춰야 한다. 이번 시즌 오버사이즈 핏의 재킷과 코트는 간결한 선이 만드는 날렵함이 무엇보다 힘 센 무기다. 그래서 눈여겨봐야 할 디자인 요소는 다음과 같다. 몸판은 둥그스름한 코쿤 실루엣이나 일자로 낙낙하게 떨어지는 1960년대풍 실루엣이 매력적이며, 소매는 팔뚝 부분은 넓고 팔목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도깨비방망이를 닮은 모양이나 팔꿈치 부분에서 뾰족하게 날이 서는 마치 로봇의 팔 같은 디자인이 근사하다. 또 큼직한 라펠 칼라가 달려 있거나 혹은 아예 칼라가 없는 디자인이 낙낙한 품을 더욱 강조해준다. 소재 선택도 중요한데, 모직처럼 두툼한 소재여야 몸집을 근사하고 힘 있게 부풀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하의 역시날렵한 맛이 있어야 더 멋지다. 반듯하게 착 떨어지는 와이드 팬츠와 페티코트를 넣어 인위적으로 부풀린 것 같은 A라인 스커트를 눈여겨보자 . 오버사이즈 액세서리의 위력도 만만치 않다. 직선의 네모난 닥터백, 바로크 무드의 유색 스톤 목걸이, 발목 선을 드러내지 않는 낙낙한 부츠 등 더 크고 더 과감해야 효력이 좋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지나치게 무거운 액세서리는 피한다.
디자인 기본기를 갖췄다면 이제 어떻게 입느냐를 고민 할 차례다. 이번 시즌 오버사이즈 룩을 세련되고 날씬하게 연출하는 데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다. 첫째는 재킷이나 코트 등 오버사이즈 상의를 선택했다면 하의는 달라붙게 입는다. 몸의 비율이 좋고, 키가 큰 편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가렛 팬츠나 레깅스 팬츠가 가장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넓은 어깨를 강조한 코트에 복숭아뼈 위까지 떨어지는 시가렛 팬츠를 매치한 세린느와 큼직한 퀼팅 점퍼에 레깅스 팬츠를 매치한 클로에 컬렉션은 몸의 비율을 잘 고려한 예다. 스커트를 고집한다면 아크네와 질 샌더 컬렉션처럼 코트보다 조금 더 짧은 길이의 달라붙는 스커트를 입는 편이 키를 더 커보이게 한다. 반대로 하의를 오버사이즈로 선택했다면 상의는 달라붙는 것보다 낙낙한 느낌이 더 근사하다. 상의가 너무 붙으면 하체비만처럼 보일 수 있다. 프로엔자 슐러의 컬렉션은 그 매력적인 연출 팁을 알려준다. 둘째는 스트리트적인 느낌을 가미해서 입는다. 지나치게 매끈하고 완벽한 느낌은 큼직한 형태만 둥둥 떠 보이게 할 수 있다. 오버사이즈 스웨터에 체크무늬 스커트를 더한 JW 앤더슨 컬렉션, 후드 점퍼에 와이드 팬츠를 매치한 클로에 컬렉션은 오버사이즈 룩을 즐기는 현대판 버전을 보여준 쇼다. 셋째는 액세서리를 오버사이즈로 선택하는 것이다. 몸을 둥그스름하게 감싸는 코쿤 코트를 입고 손바닥만 한 클러치백을 들었다고 상상해보라. 크기의 간극이 너무 커서 어색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팁을 더하자면 뚱뚱해 보일까봐 허리를 과하게 조이는 연출은 옛날식이다. 오히려 앞 여밈 단추를 풀어 자연스러운 오버사이즈 핏을 만들어주는 편이 훨씬 ‘쿨해’ 보인다.
- 에디터
- 박선영
- 포토그래퍼
- KIM WESTON ARNOLD